통제 불가능한 인플레이션 악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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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은행 경제위기 경고문
“50년만의 물가 충격 온다”

■ 달러 환율 급등과 물가 상승세 지속 ‘인플레이션 초비상’
■ 연일 환율 상승… 환율 1300원 넘으면 금융위기때 수준
■ 미국 소비자물가 30% 이상 폭등 ‘설마, 또 오를까’ 우려
■ 달러 강세로…“미 증시 투자 이어질 것” 장미 빛 기대감

최근 환율상승이 예사롭지가 않다. 현재 환율이 1300원을 넘을 경우 한국은 새로운 금융위기가 올 가능성이 많으며, LA코리아타운도 한국의 경제위기의 여파로 동포들의 삶이 크게 영향을 받게 될 것으로 우려가 된다. 일부는 하루하루 달라지는 환율을 보며 환차익을 얻었다고 기뻐하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송금액이 크게 줄었다고 한숨짓는 유학생들도 있다.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급격한 금리 인상과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여기에 전 세계의 물가 상승세 지속 등이 자리잡고 있는 분석이다. <특별취재반>

해외동포들이 가장 관심을 두는 부분은 환율이다. 환율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몇가지로 나눌 수 있다. 첫째는 국내에 재산을 갖고 있는 동포가 많기 때문이다. 이자가 높다는 이유 때문에 힘들게 모은 재산을 국내은행에 저축했던 동포들도 있고, 부동산이나 주식을 처분하지 않은 채 이민을 온 동포들도 상당수다. 이들은 매일 환율의 등락을 바라보며 자신의 재산이 얼마나 줄어 드는지를 계산한다. 둘째는 매일 환율을 보며 환차익이 얼마나 되는지를 계산하며 미소 짓는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1,270원대로 올라선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초기 인 2020년 3월 19일 1,285.7원이 이후 2년1개월 만이다. 환율은 지난 4월 26일 1,50선이 뚫린 뒤로 27일과 28일 양일 동안 20원 넘게 가파르게 상승했다. 원·달러 환율 급등의 배경에는 연준의 강력한 긴축 기조와 급격한 금리 인상 전망, 우크라이나 사태의 장기화, 여기에 전 세계의 물가 상승세 지속 등이 자리잡고 있는 분석이다. 한인들의 관심은 원·달러 환율의 1,300원선 돌파 여부에 모아지고 있다. 한국 외환 시장 전문가들 은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상승세 흐름이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환율 하락 요인이 없는 데다 연일 환율 상승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1,300원까지도 돌파할 수 있다는 관측도 일부에서 나오고 있다.

▲ 우크라이나 곡창지대가 스톱 상태이다.

원·달러 환율이 달러화 강세에 따른 것이라는 점에서 달러화 강세 상황의 지속 여부가 관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원·달러 환율 급등은 한국에서 학자금과 생활비를 송금 받고 있는 유학생들에겐 직격탄이나 마찬 가지다. LA에 주재하는 지상사나 지방자치단체 사무소 직원들도 운영 경비 부족으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해 환율 기준으로 짜인 예산이다 보니 환율 급등으로 예산이 삭감되는 효과가 나타나기 때문이다. KAL 이나 Asiana국적 항공사들도 원·달러 환율 급등에 안절부절이다. 항공유 등 원자재 가격 부담이 크고, 항공기 도입을 위해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사는 원화 약세로 인해 원가 부담도 커지고 원화 환산 부채도 늘어나 재무구조가 악화되기 때문이다. 항공사들의 경우 환율이 10원 오르면 약 64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여행에 나서는 한인들은 원·달러 환율 급등세의 최대 수혜자다. 달러 강세로 원화로 환전하면 예전에 비해 목돈을 손에 쥘 수 있는 소위 ‘환율 약발’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에서 달러를 한국으로 송금하는 한인들도 고환율의 혜택을 톡톡히 볼 수 있다. 한국에서 식품, 의류, 원단, 서적, 문구류, 잡화 등을 들여 오는 한인 수입업체들은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지불해야 하는 가격 부담이 줄어들어 구매력이 늘어나는 혜택을 볼 수 있어 내심 고환 율을 반기는 눈치다. 이 같이 환율상승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이 고조되면서 ‘안전 자산’인 달러의 가치가 급등하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간 전쟁에도 미국 시장은 상대적으로 고립될 것이란 전망이 더해지며 미국 증시에 베팅하는 이들이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달러 가치 상승과 금리 인상 불안감

지난 2월말 미 달러화 지수(ICE)는 98.92까지 치솟아 지난 2020년 5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2월 마지막 한주간 2.1% 오르며 지난 5년 동안 가장 큰 수준으로 뛰어올랐다. 그라고 지난 3월 6일 당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사태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커지면서 금과 미 국채, 달러 등 안전 자산으로 몰리고 있다며 이 같이 전했다. WSJ은 “특히 미국 통화는 세계 준비 통화라는 위상 때문에 궁극의 안전 자산으로 간주되는 경우가 많다”면서 “혼란의 시기에 트레이더들은 달러 유동성을 찾고 더 위험한 투자를 피하는 경향이 있다” 고 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 비해 미국의 경제가 건실해 보일 때 투자자들은 달러 로 표시된 투자를 찾곤 한다.

전문가들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제적 효과와 미국 시장이 세계 시장을 능가할 것이라는 예상이 합쳐지면서 달러의 가치가 이례적으로 상승했다고 보고 있다. 최근 달러화의 움직임은 미국에서 달러 수익률이 높아지면서 환율을 더 끌어올리고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지난해부터 달러 강세가 이어진 데 따른 것이다. 앞서 두 나라간 전쟁과 서방이 가한 제재가 유럽 대륙 전체에 파급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는 동안 성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가 커졌다. 그러나 이와 대조적으로 투자자들은 미국 경제가 상대 적으로 전쟁으로부터 고립될 것으로 보고 미국 증시에 베팅하고 있다. 이는 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최근 달러화를 16개 통화 바구니에 담아 추적하는 WSJ 달러 지수는 지난 2020년 7월 이후 최고 수준으로 마감했다. 유로화 가치는 거의 2년 만에 1.10달러 밑으로 떨어졌다. 영국 파운드화는 일주일 동안 달러에 대해 1.3% 하락했다. 불안감이 증폭되면서 금값은 지난 3월 첫 주에 4.2% 오른 반면 S&P500 지수는 1.3% 하락했다. 스톡스 유럽 600지수는 7% 폭락해 거의 1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 오안다의 수석 시장 분석가인 크레이그 얼람은 “불확실성이 너무 커 조만간 리스크가 개선되기는 힘들 것”이라면서 “이는 달러 투자로 이어질 것”이라고 언급했다.

한편 달러 강세는 잠재적으로 미국 밖에서 수익을 창출하는 미국 기업들을 짓누르는 ‘양날의 칼’이 될 수도 있다. 팩트셋의 데이터 자료에 따르면 S&P500에 속한 기업들은 미국 외 지역 에서 수익의 약 40%를 창출하고 있다. 그러나 트루이스트 자문 서비스의 공동 최고투자 책임자(CIO)인 키스 러너는 미국 주식에 대한 수요가 달러 강세로 인한 주요 지수들의 하락을 상쇄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달러 강세는 미국 기업들의 이익에 어느 정도 타격을 줄 것이지만, 이는 국제 시장에 비해 사람들이 프리미엄을 지불할 더 높은 품질의 회사에 대한 수요 증가로 상쇄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불황 계속화로 달러화 투자 확대로

지난 5일 뉴욕증권거래소의 한 트레이더가 거래 화면을 놀란 표정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4일 미 연방준비제도가 3연속 ‘빅스텝(0.5%포인트)’ 기준금리를 발표하고 나서 시장은 5~6일 이틀 연속 급락했기 때문이다. 겉잡을 수 없이 오르는 물가를 잡기 위해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에 급가속을 내겠다고 지난 4일 선언하자 글로벌 증시는 크게 하락해 한 주를 마무리했다. ‘자이언트 스텝 (0.75% 포인트 인상)’은 없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발언에 아주 잠시 안도했을 뿐, 시장은 파월이 예고한 ‘3연속 빅스텝(0.5%포인트 인상)’이 불러올 충격을 실감하며 5~6일 연속 급락했다. 연준은 4일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고 파월은 앞으로 남은 다섯 번 회의에서 두 차례 정도 0.5%포인트 추가 인상, 나머지 회의에서도 0.25%포인트 인상을 단행할 것임을 시사했다. 예고대로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연초 ‘제로(0~0.25%)’였던 기준금리가 연말쯤 2.5~2.75%로 올라가게 된다. 전례를 찾기 어려운 인상 속도다.

이번주 시장은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이라는 무거운 현실을 힘겹게 소화하면서 이를 초래한 물가 지표 및 연준 인사들이 내놓을 발언에 촉각을 곤두세울 전망이다. 글로벌 경기 침체 공포를 불러 오는 중국의 무역 지표도 나온다. 연준이 기준금리를 서둘러 인상하는 가장 큰 이유는 통제 불가능한 지경으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이다. 지난 3월 미국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 대비 8.5%를 기록해 41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코로나 이후 경제활동 재개가 초래한 공급망 차질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코로나 봉쇄로 인한 물류 차질 등이 겹치며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지 않는 상황이다.

이번 11일엔 미국의 4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다. 파월 의장은 기준금리 인상 후 “물가가 정점을 지났 을지 모른다는 증거들이 조금씩 나오고 있다”고 했었는데, 파월의 예상대로 물가 상승률이 전월 보다 다소 식었을지가 관심사다. 시장 전문가들은 전월보다 0.4%포인트 낮아진 전년 동월 대비 8.1% 상승을 예상한다. 만약 물가 상승률이 전월보다 낮아진다면, 이는 8개월 만에 내림세다. 혹시라도 물가 상승률이 전월 수준(8.5%)을 넘어선다면 이는 연준의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더 높일 수 있는 변수다. 만약 우크라이나 사태로 지난달 급등했던 유가 및 곡물가의 영향으로 물가가 예상 외로 치솟아 9% 선까지 넘어선다면 시장엔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2020년 초부터 확산한 코로나로 물가가 가라앉았던 미국의 물가가 연준의 목표치(상당 기간 평균 2% 이상)를 넘어선 것이 1년 전인 지난해 4월(2.6% 상승)이었다.

이후 인플레이션이 겉잡을 수 없이 심화했다. 소비자물가는 보통 ‘전년 동월’ 기준으로 거론되기 때문에 지난 3월까지는 지난해 지나치게 낮았던 물가가 기저효과를 낸 측면도 있다. 하지만 4월 이후에도 물가가 지금처럼 높은 수준에서 내려오지 못한다면 연준은 이를 훨씬 심각하게 받아들여 어느 정도 경기 침체를 감안하고서라도 금리 인상에 급가속을 낼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증시는 폭락할 수 있지만, 연준의 목표에 ‘증시 부양’은 없어 투자자들은 그야말로 각자도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그만큼 투자하기 위험한 시기란 뜻이다.

우크라이나 사태 지속 불황 가속화

지난 4일 파월은 “더 높은 금리가 필요하면 주저 없이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어느 정도 경기 침체를 감당하더라도 물가부터 잡겠다는 파월의 자신감은 시장을 공포로 뒤덮었다. 연준이 한 해 기준금리를 2.5%포인트 이상 올린 것은 인플레이션이 극에 달한 1980년대 말 폴 볼커 전 의장 시절로, 당시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로 고꾸라지고 실업률은 10% 넘는 지경으로 치솟았었다.

파월의 발언이 초래한 공포를 위로할, 혹은 끌어올릴 연준 주요 인사들의 발언이 다음주엔 많이 예고돼 있다. 연준 인사들은 최근 대체로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내야 한다는 식의 매파적(통화 정책 긴축 선호) 발언을 많이 해왔는데, 시장이 이미 연준의 ‘매파 작심’을 충분히 받아들인 상황에 이를 다소 달래줄 수 있는 발언이 나올지가 관심사다. 혹시라도 ‘연준은 경기 침체 우려가 커지면 기준 금리 인상 경로를 바꿀 수 있다’, ‘연준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발생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는 식으로 약간이라도 비둘기적(통화정책 완화 선호) 발언이 나온다면 지친 시장에 잠시나마 안도 감이 번질 수 있다. 그 반대라면 시장에 불안과 공포는 더 크게 확산할 위험이 커진다.

한편 중국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 그래도 힘겨운 글로벌 경제에 그림자를 또 하나 드리우고 있다. 코로나 확산을 봉쇄를 통해 막는 제로 코로나를 고수하는 바람에 중국 내 물류가 차질을 빚고 중국산 제품의 수출도 둔화되는 상황이다. 모두 글로벌 인플레이션을 부추기고 경기를 가라앉게 할 수 있는 변수다. 지난 2년간 세계 에너지 가격 상승 폭은 이미 1973년 ‘석유 파동’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세계은행은 우크라이나 전쟁이 에너지 가격을 추가로 끌어올릴 것이라고 보았다. 올해 브렌트유 평균 가격이 전년보다 40% 올라간 배럴당 100달러로 상승하리라고 전망했다. 세계은행은 “(전쟁 탓에) 올해 에너지 가격이 50% 이상 상승한 후 2024년에서야 진정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에너지·식량·비료 가격 등이 급등하며 발생하는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전 세계 가계가 생활비 부족 위기를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내놨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코로나 방역을 위한 중국의 대도시 봉쇄가 초래한 공급망 차질 등이 겹쳐 글로 벌 인플레이션 ‘불길’이 커지는 가운데 한국의 물가 상승률도 치솟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지난달 전년 동월 대비 4.1% 올라, 10년 3개월 만에 4%를 넘어섰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1년 후 물가 수준에 대한 소비자 전망치를 뜻하는 ‘기대 인플레이션율’은 3.1%로 9년 만에 최고치로 상승했다. 기대 인플레이션율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미래의 물가 상승을 걱정해 미리 물건을 사들이고, 이 때문에 물가 상승 압력이 더 높아지는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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