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 사립 USC 학사모 쓰다’
LA에 거주하는 탈북민 2세가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이를 극복해 올해 LA의 명문 사립 USC 대학을 졸업해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13일(금) USC대학 졸업식에서 신현미(Mary Shin)씨는 커뮤니케이션 전공으로 학사모를 쓰고, 어머니 문옥실씨와 탈북민 선교회 김영구 목사로부터 축하를 받았다. LA지역에서 거주한 탈북민 2세들 중에서 미국 정규 대학을 졸업한 케이스는 신현미씨가 처음으로 알려지고 있다. 탈북민 2세 신현미씨는 1998년 탈북한 어머니가 중국에서 만난 조선족 아버지와의 결혼에서 중국 에서 태어났고, 러시아 사할린에서 살다가, 천기원 목사의 도움으로 6세때 어머니와 함께 태국으 로 갔다가 2006년 미국에 입국해 켄터키주에서 어머니와 함께 망명 생활을 시작하였다. 그 후 2007년에 LA로 이사를 하게 되었고, 어머니와 둘이 살면서 학업에 열중했다. 어려움 속에서도 학업을 충실히 하여 USC 커뮤니케이션 학과에 입학했으며 4년 형설지공으로 졸업했다. <특별취재반>
50여 탈북민 가정 중 처음
이번에 USC를 졸업한 신현미씨는 4년전 대학 입학 때를 결코 잊을 수가 없었다. 4년전인 2018년 12월 19일 당시 LA한인타운에서는 매우 의미있는 장학금 수여행사가 열렸다. 당시 9월 USC에 입학한 탈북민 2세 신현미씨가 이날 장학금을 받았다. 행사가 주목을 끄는 것은 바로 장학금을 수여한 곳이 ‘신지장학회’(대표 조보얼)였기 때문이다. 한인사회에서 장학금을 주는 곳의 대부분은 사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독지가들이 세운 경우인데 반해 ‘신지장학회’는 도움을 받아야할 탈북민들이 세웠기 때문이다. ‘신지장학회’의 탈북민 자녀를 위한 학비 보조금 지급 행사는 2015년부터 시작됐다. 사연은 이랬다. 대표인 조보얼씨는 탈북 과정에서 북한에 딸을 남겨두고 홀로 탈북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생사도 정확히 모른다. 그래서 그가 두고 온 딸을 생각하며 딸에게 써야할 돈을 모아 장학금으로 사용하고 있던 것이다. 조 대표는 탈북해 한국을 거처 미국에 오기 전부터도 어려운 학생을 도왔다. 지난 2000년 한국 입국 후 정착하기도 전에 한국정부에서 지급한 ‘탈북민 정착 보조금’과 1년 남짓 직장생활에서 얻은 수입으로 장애인 시설과 한국의 초등학교에 ‘통일장학금’으로 어려운 학생을 도왔다. 또한 조 대표는 항상 탈북할 때 북한에 두고 온 아내와 딸이 마음에 걸려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지금은 다 자랐을 것 같은 딸을 생각하면 미안한 마음을 감출 수도 없었다. 그래서 당장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고심 끝에 탈북민 자녀를 돕고 있는 것이다. 그는 “탈북한 이웃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주기 위하여 생활고를 겪으면서도 주위 몇 분의 도움과 자선으로 ‘신지장학회’를 만들어서 탈북민 자녀들에게 학비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고 말했다. 4년전 장학생으로 선정된 신현미씨는 당시 남가주에 거주하고 있는 50여 탈북민 가정의 자녀 중에서 처음으로 USC에 입학했던 것이다.
탈북민이 조성한 장학금으로
신지장학회를 만든 조 대표는 “LA에 거주하는 탈북민의 미국 생활이 어언 20여 년이 지나고 있다”며 “처음 미국에 올 때 5세 6세였던 탈북민 2세들이 이제는 하나 둘 씩 대학 입학을 하게 될 만큼 성장했다. 이제 한인사회도 탈북민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할 때”라고 말했다. 그는 또 “탈북민 1세보다 미국에서 성장한 탈북민 2세들은 반드시 우리나라가 통일이 되었을 때 갈라졌던 남북한 국민을 연결할 수 있는 다리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며 “탈북민들이 탈북 후 한인과의 만남 속에서 겪어야만 했던 차별로 인해 가질 수밖에 없었던 반감의 고리는 이제 탈북민 2세들이 끊어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조보얼 대표는 LA에서 풍족한 삶을 살고 있었던 것도 아니다. 야간에는 경비직으로 일하면서 매주 수요일 낮에는 한인타운 버몬트 지하철 광장에서 북한 인권사진전을 개최했으며, 화요일에는 LA중국총영사관 앞에서 탈북민 강제북송 반대 시위를 벌여왔다가 최근에 뉴욕으로 이주했다.
한편 김영구 목사는 신현미씨를 고등학교 10학년때 처음 만났다. 그후 김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엔키아(N.K.I.A) 탈북자 선교회 등에서 후원한 탈북민 자녀 장학금 행사에 동참하면서 신현미 학생을 돕는 길을 주선했다. 당시 신현미 학생은 대학 입시학원 원장들의 도움을 받아 입시 학원에도 다닐 수 있었다고 했다. 그간 LA에서 지급하는 장학금 수여가 있을 때마다 추천을 하여서 조금씩 신현미씨를 도왔다. 그리고 조지 부시 재단에서 지급하여 주는 탈북민 자녀 장학금도 신청하여 주어 도움도 받았다고 설명한 김 목사는 “무엇보다 현미 어머님께서 열심히 현미를 위해 희생을 하셔 주신 덕분에 이런 기쁜 시간이 온 것이라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탈북민 미 대학 재학생 6명
현재 LA를 포함해 미국 전역에 살고 있는 20세 이하 탈북민 자녀들이 37명 정도로 추산되며 대학 재학생은 6명으로 알려지고 있는데 이중 3명은 신학대학에 재학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따라 탈북민 선교회 김영구 목사는 탈북민 사역 방향을 2세들에게 초점을 맞추려 하고 있다. 김 목사는 재미한인들과 탈북민들과 함께 어우려져 살 수 있는 길은 1세들보다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는 2세들에 이르러서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김 목사는 오는 23일부터 한국에서 개최되는 탈북민 주간에 참석하고 이어 한국에서 중국 대사관 앞에서 있게 될 중국 정부의 탈북민 강제 북송을 반대하는 집회에도 참석코자 지난 15일 한국으로 출국하였다. 그리고 이번 탈북민 한국 주간 모임에 탈북민을 돕는 수잔 솔티 여사도 이 집회에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