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고시’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사회에서 떠도는 말 중에 ‘ N수생’과‘장수생’이 있다. N수생은 단순히‘응시 횟수’가 기준일 경우이고, 응시 횟수와 상관없이 시험을 오래 준비했을 경우 엔 장수생이라고 한다고 한다. 그러나 사실 구분이 모호하다. 시험을 오랫동안 준비하면 응시 횟수도 여러 번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N수생은 수능에 많이 사용하고, 장수생은 고등고시에 많이 사용하는 편이다.
최소한의 기본 소양의식 갖춰야
우리나라처럼 고시가 많은 나라도 흔치 않다. 고시(高試)는 주로 행정고시, 외무고시, 사법시험 등을 주로 통칭하는 말이었다. 참고로 입법고등 고시와 법원행정고등고시는 여전히 고등고시가 정식명칭에 해당한다. 이들은 대한 민국에서 가장 어려운 시험으로 꼽혀 왔다. 현재는 각 고등고시의 명칭이나 채용 방식이 상당히 변화했다. 사법시험은 법조인이 될 자격을 검정하는 시험이다.합격 후 반드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여야 판사, 검사, 변호 사의 자격이 주어지므로, 엄밀히 말하자면 사법연수원에 입소할 자격을 얻기 위한 시험으로 볼 수 있다. 외무고등고시는 필수과목이 영어, 국제정치학, 국제법, 경제학이며, 선택과목은 독어, 불어, 러시아어, 중국어, 일어, 스페인어 중 한 과목만 선택한다. 이 고시에 합격한 사람은 외교통상부 소속 외교 안보연구원에서 기본교육(외교관기본과정, 통상 4∼5개월)을 이수하며, 외교관 기본 과정을 마친 후에는 외교통상부 각 부서로 실무수습 배치 되어 1년간의 시보기간을 거쳐서 5급 외교직공무원에 임용될 수 있다. 외무고등고시의 합격으로 다른 자격이 부여되는 것은 아니다. 즉, 일정한 기간 안에 5급 외교직 공무원으로 임용될 수 있는 자격만이 부여되며, 원칙적으로 5년의 기간 내에 임용되지 않으면 시험합격의 효력은 상실된다. 위의 언급한 고시 이외에도 선발인원이 적고 사회적 관심 대상인 신문 기자 채용을 위한 시험도 어느 틈엔가 “언론고시”로 불리고, 이외에도 조계종에서 실시하는 승려 급수 시험은 승가 고시로 불려진다. 그리고 은행 등 금융기관 입사를 의미하는 금융고시도 같은 사례로 쓰이기도 한다.
한편, 이외에도 “고시”라고 불리는 명칭도 많다. 의료인 시험으로 의사 국가고시, 간호사 국가고시, 수의사 국가 고시, 한의사 국가고시, 약사 국가고시 등이 있는데, 원래는 국가고시가 아니고 국가 시험이며 사법 고시 임용고시처럼 잘못 불려지는 사례이다. 이처럼 일반적으로 고시는, 시험의 일종인데 사전적 정의로 어떤 자격이나 면허를 주기 위해서, 또는 공무원을 선발하기 위해 시행하는 여러 가지 시험을 의미한다. 본래 과거시험의 답안지를 채점해 성적을 부여하고 등수를 결정하던 행위를 나타내던 용어이다. 고시, 특히 고등고시는 유능한 국가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이면서 동시에 오래도록 계층 상승의 사다리로 여겨져 왔다. 동아시아의 과거제가 요즘의 고등고시라 할 수 있다.
유능한 국가 인재들이 선발돼야
기자가 위에서 장황하게 ‘고시’에 대해서 지적을 하고 나온 이유는 다른데 의미가 있다. 그 많은 고시 중에서 왜 ‘정치고시’는 없는가를 생각해 보았다. 고시의 목표가 “유능한 인재 발탁” 이라고 하는데, 정작 우리나라가 정치인 인재가 필요한 나라가 아닌가. 우리의 많은 국민들이나, 심지어 우리나라를 아끼는 많은 외국인들조차 “한국은 국민은 똑똑한데, 정치인들이 문제”라고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요즘 ‘부끄러운 정치인’들이 아주 자주 언론에 등장한다. 대한민국 기준으로 정치인의 기준이 무언가 살펴보았다. 한국의 정치인들이 기업인, 연예인, 운동 선수와의 차이는 바로 권력이었다. 정치인은 권력이 있어서 함부로 못 건드린다. 게다가 정치인 들은 평균적으로 학력이나 인맥 등이 기업인, 연예인, 운동선수 보다도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우월하다. 거기에다 정치인은 기업인과 더불어 생산성도 있는데, 기업인은 여러 자원들을 활용해 각종 제품들을 만들어 재화의 값어치를 매겨서 판매해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정치인은 법과 정책 등을 만들 수 있고 그걸 하기 위한 예산 편성도 할 수 있다. 아무리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같은 재벌도 재물이 많아도 권력을 쓸 수는 없다. 또는 유명 연예인, 유명 운동선수도, 유명 아이돌들도 대한민국 아니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아서 돈을 많이 벌 수 있을지는 몰라도 힘이 없고 정치인의 권력아래에서 지배를 받게 되어 있다.
법안을 만들고 통과시키며 집행하는 것까지 모두 정치인에게만 권한이 있기 때문이다. 굳이 사회 권력자들의 권력을 나누자면 대통령→국회의장→국회의원→검찰총장→국무위원→대기업 회장→준대기업 회장→중견기업 회장 순이다. 아무리 자본주의가 강해도 정치권력은 못 넘기 때문이다. 심지어 중국의 경우는 아예 정치인이 신적인 존재다. 일반 서민들이야 직장 생활을 하니 회장이 최고로 높아 보이지만, 현실은 국회의원부터 구름위를 걷는 신선같은 존재다. 평범한 일반인들이야 정치인들의 권한에 대해 체감할 수 있는 기회와 자리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어서 정치인에 대해 비판하기 쉽지만 단체, 집단의 높으신 분들에게 정치인은 절대적인 존재이며, 정치인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계급이 무너진 현대 사회에서 유일하게 명명 가능한 사회의 지배계층이다. 국회의원 임기 기간 동안은 1명의 국회의원이 사람 100만 명의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해서 재벌 주식을 휴짓조각 만드는 것도 한순간이다. 국회의원의 역할이 국가의 법을 만드는 게 본질이면서도, 국민의 이익이라는 명분으로 재벌을 해체시키기도 한다.
이익집단으로 변질된 국회
최근 국회에서 실시된 한동훈 법무장관 청문회에서 야당의 한 국회의원은 질의에 나서면서 “이모”라는 단어를 두고 이씨 성을 지닌 한 상대를 의미한 것인데, 친척인 ‘이모’로 생각하여 한 법무장관을 몰아처, 청문회 회의장이 봉숭아학당으로 변하는 사태로 이르렀다며 “이런 부끄러운 의원이 존재하는 대한민국 국회가 망신이다”라는 댓글도 올라왔다.한심하다는 말로도 부족하다. 동네 구의원만 당선되어도 동네에 있는 모든 사회단체, 이익집단, 회사들이 자기들한테 굽신거리는 기적을 볼 수 있다. 구의원만 되도 비서, 경호원들이 시중을 든다고 한다. 과거 재벌 출신 정주영 명예회장도 대통령에 도전한 바가 있는 만큼 권력의 카타르시스는 비교 할 수 없다. 배우의 경우 이순재가 국회의원이 되었는데 이순재가 배우라고 얕볼게 아닌 것이 서울 대학교 출신에 당대 톱스타였다. 하지만 연예인 출신이라는 벽을 넘지 못하고 그 역시 얼마 못 가 본업에 복귀했다. 이주일도 비슷한 예였다.
이처럼 거의 신적인 존재(?)의 한국 정치인들도 사전에 ‘정치고시’를 통해서 자격을 골라낸다면, “한강의 기적”의 천배정도로 세계가 가장 좋아하는 우리나라가 될 것이란 믿음이다. <성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