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거 민변이 요직 차지했기 때문에 문제없다는 기괴한 대통령의 발상
■ 윤대통령과 친분 없으면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주요 자리 임명 안 돼
■ 정치권에서 이정도면 검찰공화국을 넘어서 검찰이 다 해먹는 ‘검산당’
■ 김건희 변호인은 국정원 요직에, 본인 징계소송 변호사는 법제처장에
윤석열 정권이 취임 한 달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검찰 출신 인사들을 정부 주요 요직에 대거 앉히는 인사를 단행하고 있다. 검찰총장 출신 인사가 퇴임 1년도 되지 않아 대통령이 되면서 그야말로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가 작지 않았는데, 그 우려가 생각보다 빠르게 현실화되고 있다. 본국의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쯤 되면 검찰공화국을 너머 검산당(檢産黨)이란 비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그동안 법조 관련 분야나 대통령실에서 대통령과 손발을 맞출 측근들에 검찰 출신들을 임명한 것은 백 번 양보해 그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금융기관 수장인 금융감독원 원장과 공정거래위원장까지도 대통령의 최측근 검사 출신을 임명한 것은 선을 넘은 것은 물론이고 윤석열 대통령의 인사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지적이 나온다.
윤 사단 출신들 요직에 겹 포진
금융위원회는 7일 윤석열 정부 첫 금융감독원장으로 윤석열 사단의 막내격인 이복현 전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검사(50·사법연수원 32기)를 임명 제청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곧바로 임명해 이 원장은 이날 취임했다. 검찰 출신이 원장에 발탁된 건 1999년 금감원 설립이래 처음이다. 이 신임 원장은 대표적인 ‘윤석열 사단’ 인사로 꼽힌다. 평검사 때인 2006년부터 대검 중수부에서 윤 대통령,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손발을 맞췄다. 2013년에는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팀에서 수사팀장이던 윤 대통령과 일했다. 이 원장은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이 검찰의 수사권을 제한하는 검찰청법 개정 등을 추진하자 현직 검사 중에서는 처음으로 반발성 사표를 던졌다.
신임 이 원장은 검사 출신이면서 공인회계사시험에도 합격한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런 연유로 그동안 경제범죄 수사 분야에서 많은 일을 했다. 하지만 그런 정도로 금융감독 수장의 전문성과 자격을 갖췄다고 보기는 어렵다. 금융감독기관의 영역 중 하나는 금융기관이 법과 규정을 준수하지 않아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면 이를 제재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경제사범을 수사하는 검찰과 어느 정도 유사한 점이 있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금융이 시스템적으로 작동하도록 사전에 지도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이다. 역대 정부가 금융산업 전반에 대한 이해가 깊은 전문가에게 금감원장을 맡긴 것은 이런 까닭이다. 이 원장 인선은 윤석열 정부의 ‘검수완판’(검사와 수사관의 완전한 판) 인사와 맥을 같이 한다. 윤 대통령은 지금까지 내각의 차관급 이상 임명직 7자리에 검사 출신을 임명했다.
검사·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 6명은 대통령실에서 인사·총무·공직기강·법률 등의 업무를 맡고 있다. 능력이 인선 기준이라는 대통령실의 설명에도 대통령과의 ‘인연’과 ‘친분’이 영향을 미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계속됐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49·27기)과 함께 ‘윤석열 사단’ 투톱으로 꼽히는 조상준 전 검사장(52·26기)은 국정원 기조실장을 맡았다. 검찰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검찰총장 시절 직무정지 사건의 변호를 맡은 이완규 전 변호사(61·23기)는 법제처장에 임명됐다. 특히 조상준 국정원 기조실장은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사건 변호인이었고, 이완규 법제처장은 검찰총장 징계청구 사건에서 윤 대통령의 법률 대리인을 맡는 등 일부 검사출신 인사들은 윤 대통령의 가정사와 개인사에도 깊이 관여돼 있다.
검찰 출신 아니면 아무 것도 못한다
여기에 이 원장 인선까지 발표되자 ‘끼리끼리 인사’의 문제점이 한층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견제와 균형으로 권력을 나누기보다는 검찰 출신 인사들에게 권력이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더구나 한동훈 장관은 취임 직후 검찰 주요 보직에 ‘윤석열 사단’ 검사를 대거 배치한 터다. ‘대통령-법무부 장관’으로 이어지는 검찰 직할 체제가 마련됐다는 말이 나왔다. 경찰을 통할하는 행정안전부 장관은 판사 출신으로 윤 대통령의 충암고·서울대 후배인 이상민 변호사(57·18기)가 맡았다. ‘경제 검찰’로 불리는 공정거래위원장에는 검찰 출신인 강수진 변호사(51·24기)가 유력하다. 강 변호사는 수원지검 성남지청 근무시절 윤 대통령, 이노공 법무부 차관과 ‘카풀 통근’을 했다고 한다.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은 생사람을 간첩으로 만드는 데 일조한 사람인데도 요직에 기용됐다.
가장 큰 문제는 검찰을 사회의 최고 엘리트 집단으로 보는 윤 대통령의 검찰제일주의가 스스로 인재풀을 좁혔다는 지적도 있다. 그의 이런 인식은 본지가 지난 3월대선 한 주 전 단독으로 공개한 윤석열 육성 파일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이 파일에서는 일개 검사에 불과했던 윤석열 검사가 전직 대통령을 적나라하게 비판하는가 하면 경찰을 검찰보다 한참 아래 있는 무능력한 조직으로 비하한다. 다음은 당시 육성파일을 통해 공개한 내용의 일부다. “우리나라의 경찰이라고 하는 거는 해방 이후에 일제 때보다 더 강해졌어요. 전두환 정권 때도 집회 시위 이런 거 진화하고 이러기 위해서 정권 유지 차원에서 경찰을 굉장히 키워줬지만, 그 경찰이 또 불안하니까 검찰로 내고 수사를 확실하게 통제하게 만들어. 그러니까 늘 경찰을 이용해서 검찰을 견제하고 검찰을 이용해서 경찰을 견제시키는 이 일을 역대 정권이 해온 거야. 그러니까 검경이라는 수사권 문제로 검경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다가 접근을 해 온 거야. 나는 그게 아니라고 봐 어디 경찰이 검사 보고 의견내더라 그러냐. 검찰하고 경찰하고 싸움 붙이는 거는 너무 오래된 수법이야.
그리고 이게 정치하는 사람들이 자기네는 그 짧은 임기 동안에 검찰이나 조직을 쥐고 돌기가 뭐 하니까 경찰을 늘… 경찰이라는 거는 늘 검사한테 엉까야 출세해. 그렇게 만들어 놨어요. 그런데 그런 거 자체가 잘못된 거야. 검찰이라는 조직은 경찰하고 경쟁하는 조직이 아니야. 이건 소추권자가 수사라고 하는 것은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해서 소추권을 행사할 만한 가능성 있는 사안에 대해서 국가가 소추권을 행사했을 때 승소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 한해서 소추권을 행사하는 거고. 수사라고 하는 거는 그 소추의 준비 과정이에요. 절대로 독립해서 별도로 존재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어디 무슨 황운하 이런 애들이 경찰관이 어디 검찰 조직에다 대놓고 권력을 내놓으라는 요구를 하냐. 경찰은 주어진 예산과 인력과 주어진 범위 내에서 열심히 치안 유지하면 되는 조직이지.”
‘국민 능욕’하는 검사 중용
대통령실은 ‘역량을 기준으로 적재적소 인사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검사 시절 측근 인사들을 노골적으로 선호하는 윤 대통령의 좁은 용인술에 대한 우려가 야당뿐만 아니라 여당 내에서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야당에서는 “우리나라에 쓸 만한 인재는 검사들 밖에 없느냐”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고, 여당에서도 “다원화·전문화된 시대 상황과 맞지 않는다”는 우려가 나온다. 가장 큰 문제는 이런 지적을 대하는 대통령의 인식이다. 윤 대통령은 본국시간으로 6월 8일 출근길에도 관련 질문을 받자 “우리 인사 원칙은 적재적소에 유능한 인물을 쓰는 (게)원칙”이라고 답변했다. 또한 지난 정권에서 민변이 요직을 독식했기 때문에 문제가 될 것이 없다는 식의 발언을 했다. 하지만 민변이든 변협이든 문제가 생기는 것은 특정 조직만 중용했기 때문이다. 민변도 했기 때문에 우리도 했다는 식의 사고방식은 결국 누구를 중용하느냐의 차이지 구조적 문제를 인식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편협한 건 마찬가지다.
또한 검사들이 대한민국 수립 이후로 가장 강력한 기득권을 바탕으로 견제받지 않아 온 권력이란 점에서 이들의 권력 독점은 더 큰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 윤 대통령이 당선되자 민주당은 ‘검찰 공화국’에 대한 우려를 줄곧 표명했다.
실제 그렇다 라기보다는 다분히 정치적 의도가 깔린 견제의 의미였다. 하지만 검찰 출신이 분야를 가리지 않고 속속 전진 배치되면서 우려가 사실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점차 커지고 있다. 검찰 출신의 요직 편중은 인재 풀이 좁기 때문이다. 추천도, 검증도, 임명도 모두 검찰 출신이 하고 있으니 그 풀이 한정될 수밖에 없다. <선데이저널>은 지난 대선 전부터 윤석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검찰공화국이 될 것이란 우려를 강력하게 표명해왔는데, 이런 우려는 예상보다 빠르게 현실로 되어가고 있다. 아마 검사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한 폐해 역시 빠르게 나타날 것이다. 그러면 또 이 정권은 검찰을 동원해 공포정국을 조성할 것이다. 검수완판이 되면 부패공화국이 될 것이라고 검사들이 떠들어왔는데, 그들이 정권을 잡으면 전두환 군사정권 버금가는 공포정국이 형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