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광통신의 ‘갑질’인가?
美법인장의 ‘배신’인가?
대한광통신의 미국법인이 경영난을 겪자 미국법인장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한 뒤 자유계약자로 일하게 했으나 자사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제품까지 판매함으로써 손해를 초래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대한광통신은 미국법인장이 자사의 영업 비밀을 침해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미국법인장은 하루아침에 고용 계약을 해지당한뒤 대한광통신이 제품판매 때마다 커미션을 주겠다고 약속하고도 17만 달러 상당의 커미션을 지급하지 않았으며, 퇴직금 등도 제대로 주지 않았다며 손해액을 포함해 2백만 달러의 징벌적 배상금을 요구하는 맞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대기업의 갑질인가, 아니면 직원의 배신인가 논란이 일고 있지만, 임금을 주지 않기 위해 고용관계를 해지하고도 자유계약자의 제품판매까지 관여하는 것은 불법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어찌된 전후사정인지 짚어 보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광케이블을 판매하는 대한광통신, 대한광통신 미국법인이 지난 2월 18일 뉴저지 주 허드슨카운티지방법원에 장태석 전 미주법인장과 렉싱턴아메스유한회사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으며, 장씨 측도 지난 4월 29일 대한광통신 미국법인은 물론 한국본사를 상대로 맞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대한광통신 측은 미국법인장이 자신들을 배신하고 다른 회사 제품도 함께 취급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장씨 측은 대한광통신이 미국법인을 정상궤도에 올린 자신을 하루아침에 해고하고 자유계약자로 일하게 한 뒤 커미션을 지급하지 않는 등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식의 대기업의 횡포를 저질렀다고 강조하면서 ‘대기업의 갑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다?’
대한광통신은 소송장에서 ‘2014년 초 대한광통신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같은 해 5월 장태석 씨와 연봉 13만 달러의 고용계약을 체결하고, 미국법인의 유일한 이사, 즉 미국법인장으로 임명했으며, 2021년 4월까지 근무했다’고 밝히고 ‘대한광통신 설립초기의 법인등기서류 등을 모두 장 씨가 작성, 처리했고 주식도 유일한 이사인 장 씨 이름으로 발행됐으며, 수년간 직원도 단 1명뿐이었다’고 설명했다. 대한광통신은 ‘미국법인설립 뒤 최초 5년간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014년 설립 직후 매출은 미미했고 2016년 매출 4백만 달러를 기록했지만 2017년 매출이 2016년보다 33% 감소했고, 2018년 매출은 2017년 대비 43%, 2019년 매출은 2018년 대비 50%나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즉 미국법인 매출이 2016년에만 반짝 했을 뿐 감소에 감소를 거듭했고, 대한광통신은 미국법인에 대한 경영평가 끝에 미국법인을 계속 유지하되, 미국법인장과의 고용계약을 해지, 정식직원이 아니라 제품판매에 따른 커미션을 지급하는 1099지위의 자유계약자 형식을 취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대한광통신이 미국법인장에게 정식급여를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세일즈맨식의 성과급만 지급하기로 한 것이다. 이는 법적으로 정식고용관계가 종결됐음을 의미한다. 대한광통신은 ‘2020년 6월 장 씨에게 미국과 캐나다 제품판매액의 6%를 커미션으로 지급한다는 구두계약을 체결했으며, 2021년 2월 정식으로 판매에 따른 커미션지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히고 ‘장 씨가 자유계약자지만 업무역할과 책임 및 권한이 동일했다’며 자유계약자로 전환시키고도 미국법인장 업무를 수행토록 했다고 주장했다. 대한광통신은 ‘2020년 미국법인 매출은 2019년의 두 배로 늘어났고, 장 씨에 대한 보상도 2배 이상 늘었다. 대한광통신은 2021년 4월 30일 장 씨에 대한 커미션계약을 종료했고, 위로금 6만8040달러를 지급하고 퇴직하게 했다’고 밝혔다. 특히 대한광통신은 장씨와 2021년 2월 정식 커미션지급계약을 체결한 후 2개월만인 4월말 이를 종료한데 대해 장 씨가 자유계약자가 되고난 뒤 대한광통신외에 다른 회사의 제품을 판매했으며, 이 과정에서 대한광통신의 미국법인장으로서 알게 된 영업비밀 등을 이용했으므로 이에 따른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는 그래도 친정제품 팔았다’
대한광통신은 장 씨가 렉싱턴아메스유한회사라는 회사를 통해 대한광통신의 경쟁사인 한국 가온전선의 광케이블을 판매했다고 주장했다. 대한광통신은 ‘렉싱턴아메스는 장 씨의 부인이 지난 2012년 5월 31일 뉴저지에 설립한 기업이며, 이 회사를 통해 대한광통신의 고객들에게 대한광통신 제품은 물론 가온전선 제품을 판매, 이득을 취했다. 적어도 2020년 6월부터 이 회사가 가온전선 광케이블을 미국에 수입, 판매했다’고 강조했다. 대한광통신은 ‘렉싱턴아메스는 2020년 6월 8일 대한광통신 고객인 버티컬 케이블에 판매대금을 청구했으며, 또 다른 대한광통신 고객인 칩테크는 2020년 7월 29일 렉싱턴아메스에 판매대금을 수표로 지불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 렉싱턴아메스가 가온전선 등이 생산한 광케이블을 29차례이상 미국으로 수입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미국법인 신임이사가 2021년 3월 기존고객인 디나컴과 접촉한 결과, 디나컴은 대한광통신 제품매입을 거부했으며, 가온전선 제품을 매입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즉 대한광통신은 2020년 6월부터 전 미국법인장이 대한광통신 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인 가온전선의 광케이블을 판매했으며, 이는 계약위반이라고 주장한 것이다. 하지만, 2020년 6월은 대한광통신이 미국법인장에게 정식 임금을 지급하지 않기 위해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커미션을 받는 세일즈맨, 그것도 자유계약자 신분으로 일하게 했을 때이다. 따라서 장 씨는 대한광통신과는 고용관계가 아니라 물건을 판매하면 커미션을 받는 자유 계약자이므로, 대한광통신의 제품만 판매해야 한다는 강제규정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대한 광통신이 회사가 어렵다고 미국법인장을 사실상 해고해 놓고서는 법인장이 생계를 위해 여러 회사 제품을 취급하자 이제는 소송을 제기한 셈이다. 이는 자칫 화장실 갈 때 마음과 나올때 마음이 다르다는 비판을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아니나 다를까 손해배상소송을 당한 전 미국법인장은 지난 4월 29일 답변서 제출과 동시에 맞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원고인 대한광통신 미국법인뿐 아니라 대한광통신 한국본사도 피고에 포함시켰다. 미국법인장의 주장은 대한광통신이 소송장에 밝힌 내용과 180도 달랐다. 주요쟁점부분에서 서로의 주장이 극명하게 엇갈린 것이다. 장씨는 답변서에서 대한광통신 설립과 영업, 매출등 기본적 사실관계만 인정한 뒤 자신에 대한 수수료지급 등 대한광통신의 주장 대부분을 정식 부인 또는 부인취지로 답변했다. 장 씨는 답변서 및 맞소송장에서 대한광통신에 발을 들이게 된 계기부터 설명했다.
자유계약자로 변경된 뒤 사업을 시작했는데…
‘영업비밀 침해라니…’
메뚜기도 하품할 주장
받지 못한 커미션 25만 달러
장씨는 ‘코넬대 MBA졸업 뒤 2010년부터 2013년까지 대한전선에서 일했으나 2013년 구조조정으로 회사를 떠났고, 그 뒤 김영관 대한광통신 대표의 제안으로 미국법인을 설립하고 2014년 5월 22일 정식 고용계약을 맺고 미국법인장이 됐다. 당시 대한광통신의 미국매출은 연 30만 달러에 불과했다’고 주장했다. 장씨는 ‘미국법인 매출증가를 위해 열심히 일한 결과 2016년 매출은 6백만 달러를 돌파하는 등 획기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시장 환경 급변과 가격경쟁력 상실로 매출이 줄어들게 됐고 2019년 박하영 당시 대한광통신 대표가 미국법인 영업을 중단하고 철수할 것이라며, 내게도 정식고용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에 따라 장씨는 2020년 6월부터 더 이상 정식임금을 지급받는 미국법인장이 아니라 1099을 발급받는 자유계약자로 고용신분으로 변경됐고, 제품을 판매하면 커미션을 지급받기로 구두계약을 했지만, 2020년 6월부터 2021년 3월까지 단 한 푼의 커미션도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즉 미국과 캐나다의 매출 중 6%를 커미션으로 주기로 했지만, 대한광통신은 단 한 푼도 주지 않았으며 계약위반에 해당한다고 주아하고 있다.
장씨는 ‘내가 2019년 열심히 세일즈한 결과가 2021년부터 결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점차 주문이 밀려들었고, 다시 매출이 늘어나자 대한광통신은 미국법인을 청산하려던 방침을 갑자기 변경, 다시 미국사업재건에 나섰다. 2021년 2월까지 대한광통신이 내게 지급하지 않은 커미션이 16만7천여달러에 달했고, 미국법인은 구두로만 이 커미션을 곧 지급할 것이라고만 말했다. 그래서 정식 서면계약을 요구했고, 2021년 2월 정식으로 커미션계약을 체결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장 씨는 또 ‘2012년2월 이후 3개월 동안에도 대한광통신이 지급해야 할 커미션이 최소한 8만 달러에 달하지만 이를 받지 못했고, 2021년 5월 일방적으로 커미션계약 해지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장 씨가 대한광통신에서 받지 못한 커미션이 약 25만 달러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대한광통신 측의 소송장 주장과 달리 미국법인장을 해고한 뒤 커미션을 받는 세일즈맨으로 활용하고도 커미션을 주지 않은 셈이다. 장 씨의 해고시점이 2020년 6월전후임을 감안하면 이때부터 자유계약자로서 대한광통신과의 고용관계가 끝났고, 생계를 위해 허허벌판에 내몰린 셈이다.
특히 이 당시 대한광통신이 미국영업을 중단할 것이라고 밝힘에 따라 장 씨는 대한광통신의 물건공급이 조만간 끊길 것으로 판단하고, 광케이블 공급자를 물색하다 가온 전선의 광케이블도 동시에 취급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광케이블 판매로 생계를 이어나가야 할 장 씨로서는 불가피한 선택이었던 셈이다. 대한광통신이 자신들의 이익을 가로챘다고 주장한 렉싱턴아메스는 장 씨가 대한광통신에 합류하기 2년 전인 2012년 설립한 회사로 드러났고, 2020년 6월까지는 사실상 아무 활동도 하지 않는 명목상의 회사로 존재하다가 대한광통신에서 자유계약자로 신분이 변경된 뒤에야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유계약자가 되면서 기존에 설립해뒀던 회사를 전면에 내세우며 광케이블판매에 나선 것이다. 세일즈맨들이 작지만 자신의 회사를 설립해서 세일즈에 나서는 것은 기본 중 기본이다. 세일즈맨들이 회사도 없이 잠재적 소비자인 다른 회사에 접근해서 물건을 판매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회사 대 회사로 접근해야 매출이 발생하기 때문에 자유계약자가 회사를 활용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즉 렉싱턴 아메스가 광케이블 세일즈를 한다고 해서 문제될 것이 없으며 영업시작 시기도 대한광통신이 장 씨와 정식고용계약을 해지한 이후이다.
영업비밀 침해 주장은 어불성설
대한광통신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한 듯 장 씨가 대한광통신 미국법인장으로 재직할 때의 영업비밀 등을 도용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장씨는 ‘미국 내 광케이블 수입상등은 이미 공개돼 있는 자료이며, 각 회사 제품의 특성 및 사양등도 그 회사의 홈페이지나 팸플릿 등을 통해 이미 알려진 것이다. 대한광통신의 고유한 영업비밀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 또한 타당성이 있는 주장으로 평가된다. 미국 관세청의 자료가 100% 공개되고, 이를 통해 누가 어떤 제품을 수입하는지를 알 수 있다. 마케팅업체들이 이 같은 자료를 통해 시장을 분석하고 보고서를 작성해서 돈을 버는 것은 잘 알려진 일이다, 누가 광케이블을 얼마나 수입하느냐 하는 것은 영업비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또 관세청자료에는 제품 공급회사의 정보도 공개되므로, 대한광통신의 고객이 누구인지도 100% 드러난다. 이 같은 자료는 영업비밀이 될 수 없는 것이다. 대한광통신은 지난 2월 장 씨의 이메일도 소송증거로 제출하며, 영업비밀 침해사례라고 주장했었다. 하지만 이 또한 내용을 곰곰이 검토해보면 영업비밀이라고 보기에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대한광통신이 재판부에 제출한 이메일 증거는 지난 2020년 10월 5일 장 씨가 버티컬케이블 측에 보낸 것이다. 대한광통신은 버티컬케이블이 대한광통신의 고객이므로, 장 씨가 고객을 가로채려 한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한광통신이 장 씨에게 미국영업중단의사를 밝히고, 장 씨와의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자유계약자로 돌린 지 4개월이 지났을 때이다.
이 메일은 ‘2020년 10월 1일자로 단행된 대한광통신의 조직개편에 따라 미국법인은 모든 영업을 청산하며, 물류공급 등을 렉싱턴아메스 유한회사로 넘긴다. 대한광통신과의 기존 모든 합의와 공급계약은 그대로 유지되며, 렉싱턴아메스가 관리한다. 이번 통보가 최근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하는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 주소와 전화 등은 모두 동일하며, 이메일 주소만 렉싱턴아메스 이메일로 교체된다’라고 돼 있다. 즉 대한광통신의 영업이 중단되고 렉싱턴아메스가 기존계약을 승계한다는 것이다. 이는 대한광통신이 장 씨에게 세일즈를 맡김에 따라, 기존 고객에게 광케이블 판매는 계속한다는 것으로, 갑작스런 영업중단으로 혼란에 빠진 고객들에게 적절한 통보를 한 셈이다.
이 같은 메일이 영업비밀 침해 또는 도용으로 볼 수 있느냐가 쟁점이지만, 세일즈맨으로서의 불가피한 조치로 풀이된다. 영업비밀도용으로 단정하기에는 무리인 것이다. 특히 장씨는 ‘대한광통신이 나에게 어차피 미국사업을 중단하기로 했기 때문에 당신이 대한광통신 미국고객과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주장했으며, ‘비록 자유계약자로서 정식 고용관계는 없었지만, 대한광통신이 제품판매와 사업 중단에 따른 법인청산 등의 일을 처리해달라고 요구해, 이를 성실히 수행했었다’고 강조했다. 장 씨는 대한광통신이 커미션계약을 위반하고 수수료를 지급하지 않고 있으며, 선의의 묵시적 언약을 위반했고, 공정한 거래를 위반했으며, 사기성 유인 및 부당이득, 음모, 사기, 임금미지급등을 저질렀다며 손해액의 완전한 배상은 물론 2백만 달러의 징벌적 손해배상, 변호사 수임료 등 재판경비 배상을 요구했다.
징벌적배상 등 2백만 달러 맞소송
대한광통신은 임금을 아끼기 위해 미국법인장과의 고용계약을 해지하고 세일즈맨으로 전락시킨 뒤, 커미션마저 주지 않고, 급기야는 자유계약자가 대한광통신 제품은 물론 다른 회사 제품까지 취급한다며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는 것은 대기업의 갑질 논란을 낳기에 충분하다. 자유계약자가 돼서 전선 및 광케이블 홀세일에 나선 사람이 다양한 제품을 취급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예전 직장의 제품과 다른 회사의 제품 등 동시에 취급하는 것이 영업비밀침해가 될 수 없다. 이 사건은 재판을 통해 잘잘못이 밝혀지겠지만, 이를 규명하기 위해서는 숱한 노력과 자원이 투입된다. 더욱이 거대기업에 비해 한없이 부족한 개인사업자입장에서는 ‘진실과의 싸움’이 아니라 ‘돈과의 싸움’이 될 수 밖에 없다. 결국 한없이 계속되는 재판에서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업이 이길 가능성이 크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어버리고 마는 대기업의 갑질 앞에서 잘잘못은 온데간데없고, ‘돈이 곧 정의’가 된 세상, 한국 대기업의 횡포는 한국뿐 아니라 이역만리 미국에서도 계속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