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준, 인플레이션 전쟁 선포 미국 전격 금리 인상 전세계 파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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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잡으려면 금리 7%까지 인상해야 한다는 한심한 ‘ 연준’

‘그런다고 인플레이션이 잡힐까’

지금 미국민의 온통 관심은‘고물가’에 있다. 한편으로는 달러를 모아야 한다는 심리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국의 기축화폐인 달러가 강세로 전환한 것은 지난 2021년부터다. 그러다 펜데믹으로 약세로 돌아섰는데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당면한 인프레이션을 잡기위해 긴축재정 정책을 펴면서 다시 강세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연준은 최악으로 치닫는 미국 경기침체를 막으려고 당장 연신 고공행진을 벌이는 물가를 잡기 위해 기준금리를 올해 안에 4-7%까지 올릴 전망이다. 그래서 연준은‘자이언트 스텝’도 부족하다며 금리를 4~7%까지 올려야 고공행진 물가를 잡을 수 있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특별취재반>

미국 달러는 2018년부터 약 2년간 대체로 강세를 보였다가, 2020년 4월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대폭 늘고 실업자가 증가하는 등 경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되면서 약세로 돌아섰다. 그러자 바이든 정부의 대규모 경기 부양책, 연준의 유동성 공급 확대가 맞물리면서 2020년 말까지 달러 하락세가 지속됐다.

그러나 주요국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양적 완화로 유동성이 넘친 데다가 글로벌 공급망 위축으로 물가가 급등하면서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다. 연준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긴축 시그널을 내보내면서 달러 강세 흐름으로 바뀐 것이다. 투자자들은 연준의 긴축 속도가 다른 중앙은행보다 빠를 것이라고 예상하며 주식, 암호화폐 같은 위험자산 보다는 자연적인 안전 자산인 달러화에 집중 하기 시작했다.

안전자산 달러화 강세

여기에 유럽과 일본의 경기 둔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중국의 제로 코로나 정책도 세계 경제 불확실성을 키우며 달러 환율 변동세에 불을 붙였다. 일반적으로 달러와 원자재 가격은 반대로 흘러가지만,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으로 에너지 공급 부족 현상이 더해지면서 달러 강세, 원자재 가격 급등 현상이 한꺼번에 나타났다. 이어 중국 내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상하이 등 강력한 봉쇄 조치가 시행돼 공급망 차질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로 중국 위안화와 신흥국 통화 약세가 가속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경제 전망에 대한 불안 심리가 커지자 급기야 달러 매수세가 나타났다. 급기야 세계은행은 6월 7일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2.9%로 5개월 새 1.2% 포인트 하향 조정하며 스태그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지속적 물가 상승)을 경고했다.

한편 18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의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0.75 % 포인트 급격히 인상했지만 이론적으로 최근 물가 급등세를 잡으려면 이보다 더 빠른 긴축이 필요 하며 이를 위해 올해 기준금리를 4~ 7%로 올려야 한다는 연준 내부 분석이 나왔다고 전했다. 다음 달 열리는 연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에서도 이달에 이어 0.75% 포인트 금리 인상이 예상되는 가운데 “아예 1.0% 포인트를 올리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연준은 전날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 경제 상황을 각종 수학 공식에 반영했을 때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선 올해 안에 기준금리를 4~7%로 올려야 한다고 추산했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1.5~1.75%다. 연말까지 최소 4%로 금리를 올리려면 한꺼번에 금리를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 4회 더 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현재 FOMC 위원들은 올 연말 미국 기준금리 수준을 평균 3.375%로 전망하고 있다. WSJ는 “연준이 이런 수학 공식에 따라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이 분석 결과는 연준이 인플레이션과 싸우기 위해 더 공격적으로 금리를 올려야 한다는 압박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분석했다. 연준이 7월 달에도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확률은 점점 커지고 있다. 연준이 긴축 속도를 늦춰도 될 만큼 인플레이션이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이에 금융시장도 7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재 8%대로 치솟은 인플레이션을 진화하려 연준이 28년 만의 ‘자이언트 스텝(기준금리 0.75% 인상)’까지 단행하면서 글로벌 증시에 충격이 번지는 가운데 다음 차례는 주택 시장이 될 것 이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이어진 초저금리로 크게 오른 집값이 금리 상승과 함께 급락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의 장기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빠른 속도 로 치솟고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신규 주택 공급은 줄어 주택 시장이 얼어붙는 상황이다.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부실 주택담보대출) 사태처럼 또 한번의 금융 위기를 몰고 올 방아쇠가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달러화 강세 ‘자이언트 스텝’

지난 16일 모기지(장기 주택담보대출) 회사 프레디맥에 따르면, 지난 10~16일 체결된 30년 만기 주택 담보대출 평균 금리는 연 5.78%로 전주 대비 0.55%포인트 상승했다. 글로벌 금융 위기 초기인 2008년 3분기 이후 최고치로 1년 전(2.93%)의 약 2배 수준이다. 주간 상승 폭 기준으론 1987년 11월 이후 가장 컸다. 모기지 금리 급등은 주택 구입 수요를 줄게 해 주택 가격을 하락시킬 수 있다. 샘 케이터 프레디맥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인플레이션에 대응한 연준의 (빠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출금리가 급격히 올랐다”며 “대출금리 상승은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달아오른 주택 시장의 열기를 식힐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주택 시장의 ‘찬바람’은 건설 분야에서도 드러나고 있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식을 조짐이 보이자 건설사들이 신규 주택 착공을 주저하는 모습이다. 16일 미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신규 주택 착공 건수는 155만건(연 환산 기준)으로 전월보다 14.4% 감소했다.

전문가 전망치(169만건)에 못 미쳤고, 감소 폭이 코로나 초기인 2020년 4월 이후 가장 컸다. 블룸버그는 “신규 주택 건설 감소세는 급등한 금리가 주택 수요를 억눌러 주택 시장을 식게 하고 있음을 드러낸다”고 전했다. 향후 주택 시장 흐름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인 5월 신규 주택 허가 건수는 전월보다 7% 감소한 170만건에 그쳤다. 주택 시장의 거품 붕괴는 주식과는 차원이 다르다. 주택은 단위당 가격이 주식보다 훨씬 크고 국민 대다수의 경제 활동과 연동된다. 아울러 대부분이 대출받아 집을 사기 때문에 담보인 주택의 가격이 지나치게 하락하면 돈을 빌려준 은행으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 글로벌 금융 위기 때처럼 부실한 주택 대출이 많지는 않지만, 주택 가격에 낀 ‘거품’이 훨씬 큰 것은 위험을 키우는 요소다. 코로나 위기를 방어하려 중앙은행과 정부가 막대한 돈을 푸는 동시에 재택 근무 확산으로 주택 수요까지 늘면서 지난 2년 동안 미 주택 가격(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은 38% 상승했다. 금융 위기로 미국의 주택 거품이 무너지기 전 2년간의 상승률(22%)보다 훨씬 높다. 제임스 스택 인베스테크리서치 대표는 포브스에 “주택 시장의 거품은 미국 경제에 타격을 줄 결정적 뇌관이자 아킬레스건이 될 것”이라며 “이미 여러 지표가 주택 시장의 침체를 예고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 15일 ‘자이언트 스텝’을 결정한 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집을 살 계획이 있다면 약간의 재조정(a bit of a reset)이 필요한 시점일 수 있다. 이상적으로는 주택과 대출의 접근성이 적합한 수준으로 수렴해가야 할 것”이라고 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그동안 거품이 낀 부동산 등 자산 가격을 꺼트릴 각오가 돼 있음을 시사한다.

금리인상에 주택 시장 시들

인플레이션 악화로 지난달 소매판매가 5개월 만에 마이너스(전월 대비 -0.3%)를 기록하는 등 미 소비가 꺾일 조짐이 보이는 가운데 주택 시장이 빠르게 식을 경우 미 경제에 침체가 닥칠 가능성은 더 커진다. 한편 연준의 ‘자이언트 스텝’ 직후 글로벌 증시는 오히려 올랐다. 한동안 긴축 공포에 사로잡혀 폭락해온 시장이 다소 반등했다. 연준의 금리 인상이 어느 정도 예고된 가운데 결과가 발표되자 불확실성이 해소됐고, 파월 의장이 0.75% 포인트 인상을 ‘이례적’이라고 표현하며 더 가파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은 영향이었다. 15일 금리 발표 후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는 각각 1.5%, 2.5% 상승해 거래를 마쳤다. 15일까지 7거래일 연속 하락했던 코스피는 16일 소폭(0.2%) 반등했고 전일 800선이 무너졌던 코스닥 지수 도 802.15로 0.3% 상승해 800선을 회복했다. 이달 들어 급등해온 달러 대비 원화 환율도 16일엔 전일보다 4.9원 하락한 1285.6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반등세가 일시적으로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고 보고 있다. 주요국 기준금리가 연쇄적으로 올라가면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길게 이어진 초저금리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시장에 낀 ‘거품’이 꺼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1970년대 말 연준이 폴 볼커 의장 주도로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벌였을 때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로 곤두박질치며 큰 충격이 발생했었다. 연준의 공격적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가 번지며 FOMC 회의 다음날인 17일엔 미 다우평균이 2.4% 하락했고 S&P500 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3.3%, 4.1% 폭락했다. 연준이 기준금리 인상에 속도를 내자 다른 국가들은 기준금리를 따라 올리면서 전 세계적인 기준 금리 ‘도미노 인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 상대적으로 안전하면서도 금리까지 높은 미국으로 자국 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에 대처하기 위한 조치다. 브라질 중앙은행은 15일 기준금리를 13.25%로 0.5% 포인트 올렸고 아랍에미리트(UAE)와 카타르, 바레인도 기준금리를 각각 0.75% 포인트씩 올렸다. 쿠웨이트 중앙은행은 대출금리를 2.25%로, 0.25% 포인트 인상했다. 영국도 16일 기준금리를 1.25%로, 0.25% 포인트 올렸다. 5회 연속 인상이다.

연준 기준금리 인상 ‘도미노’

한편 미국의 재무 당국이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사상 최대 상승폭을 나타내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이는 일시적인 현상에 그칠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인플레이션이 장기화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다. 경제방송 CNBC에 따르면 최대 은행 JP모건체이스의 제이미 다이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4일 모건스탠리 주최 원격 콘퍼런스에서 “인플레이션이 일시적인 것 이상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생각해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월가의 왕’으로 불리는 다이먼 CEO도 높은 물가상승률 때문에 연준이 기준 금리를 올려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이에 대비해 당장 투자에 나서기보다는 현금을 비축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여러분이 우리 대차대조표를 본다면 5000억 달러(약 559조 5000억원)의 현금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라면서 “우리는 더 높은 금리에서 투자할 기회를 기다리면서 점점 더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가 올라가고 물가상승률도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 우리는 그런 일에 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이먼 CEO의 관측은 최근 빠른 속도로 치솟는 물가 움직임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부터의 정상화 과정에서 촉발된 일시적인 현상이냐, 아니면 지속적인 흐름이 될 것이냐를 놓고 전문가 전망이 엇갈리는 가운데 나왔다. 연준 고위 관계자들은 인플레이션이 오래가지 않을 것이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으나, 도이체방크와 일부 월가 인사들은 연준이 인플레이션 위험을 무시하고 있다고 경고한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운용자인 폴 튜더 존스도 이날 CNBC에 출연해 연준이 이번 연방공개시장 위원회(FOMC)에서도 고물가 위험을 무시할 경우 “인플레이션 관련 거래에 강하게 베팅하라는 ‘그린 라이트’가 켜지는 것”이라며 원자재, 가상화폐, 금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인터뷰 방영 직후 비트코인 가격이 코인당 4만 달러 선을 재돌파하기도 했다.

한편, 소비자들의 기대 인플레이션도 높아지는 추세다. 뉴욕연방준비은행의 5월 여론조사 결과 미 소비자들은 향후 3년 동안 물가가 3.6%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2013년 8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1년간의 단기 인플레이션 전망치는 4.0%로 뉴욕 연은 2013년 관련 조사를 시작한 이래 가장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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