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천년만에 퍼부운 데스밸리 물폭탄이 경고하는 의미
■ <캘리포니아주는 지진의 땅> 별명을 바꿔야할 판
■ 기후변화 특단의 대책 없으면 캘리포니아주 폐허
■ 가주 1862 대 홍수는 현대판 노아의 홍수와 흡사
기후변화가 점점 우리 앞에 재앙으로 다가오고 있다.“1천년만에 데스밸리에 폭우가 내렸다”라는 보도는 기후변화의 무서움을 한눈에 보여주는 징조이다. 북미 대륙에서 가장 메마른 땅으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1년 치 강우량의 75%에 달하는 양의 폭우가 3시간 만에 쏟아졌다. 영국 매체 가디언에 10일자 보도에 따르면 대니얼 버크 미 라스베이거스 국립기상국 기상학자는 “최근 데스밸리를 덮친 폭우는 1000년에 한 번 등장할 역사적 사건”이라며 “이는 기후 변화의 극단적 단면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버크는 “이 지역에 이러한 폭우가 한 해에 발생할 확률 은 0.1%도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에 따르면 6일 데스밸리 국립공원 내 퍼니스 크리크 지역에는 371mm에 달하 는 폭우가 쏟아졌다. 해당 강우량은 데스밸리 국립공원 1년 강우량의 75%에 달한다. 데스밸리 국립공원에 비슷한 양의 비가 쏟아진 건 1911년 기상 관측 시작 이후 두 번째다. 일일 최대 강수량은 1988년 4월 15일 기록된 377mm인데, 당시에는 약 하루 동안 비가 내렸다. 단 3시간 동안 내린 비의 양은 이번 폭우가 압도적으로 많다
지진보다 홍수 발생 경고음
데스밸리는 북미에서 가장 덥고 건조한 지역으로 이날 폭우 전까지 데스밸리의 올해 평균 강우량 은 1mm였다. 미 국립공원관리청은 해당 폭우로 1000여명이 고립됐으나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기습적인 폭우가 내린 원인으로 ‘기후 변화’를 꼽고 있다. 가물었던 지역에 기후 변화에 따른 이상 고온 현상으로 인해 대기 중에 더욱 많은 수증기가 머물러 이러한 현상이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지구 온난화에 따른 기후변화로 캘리포니아 주에서 100년 혹은 200년에 한 번 있을 수 있는 규모의 대홍수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다수 가주 주민들과 정치인들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대지진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대홍수가 주 역사상 사상 최대의 재난으로 더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3일 CNN 방송과 워싱턴포스트(WP) 등에 따르면 연방 국립대기연구센터(NCAR)와 UCLA 연구진은 12일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어드밴시스’에 게재한 논문에서 역사를 지표로 삼을 때 1862년 이후 또 한 차례 대홍수가 발생했어야 하지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이 발생할 경우 캘리포니아의 주요 고속도로 대부분이 물에 휩쓸려 접근할 수 없게 될 것으로 예측된다. LA와 샌디에고를 비롯, 해안가에 인접한 가주 내 주요 도시들은 홍수로 인해 도시기능이 마비될 수 있고 재산피해는 상상을 초월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주에서 이런 대홍수가 발생한 가장 최근 시점은 1862년이다. 당시 한 달에 걸친 폭풍우로 샌프란시스코에는 30인치(약 76㎝)의 비가 내렸고 산악지대에는 최대 100인치(약 254㎝)에 달하는 비와 눈이 쏟아졌다. 미국을 비롯, 전 세계에서는 지구온난화와 기후변화로 예상치 못한 집중 호우가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기후온난화의 재앙 현실로
세계에서 가장 건조한 지역 중 하나인 데스 밸리에서는 지난 5일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다는 집중 호우로 인한 돌발 홍수가 발생, 관광객 1,000여명이 고립되기도 했다. 지난 주 한국에서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로 엄청난 인명·재산 피해를 당했다. UCLA 소속 기후 과학자이자 공동 저자 중 한 명인 대니얼 스웨인은 대홍수가 발생할지 아닌지가 문제가 아니라 언제 일어날 것인지가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그것은 이미 1862년에 일어났고 그 이전에는 대개 1,000년에 5번 가량 발생했다”면서 “인간 시간의 척도로는 100년 혹은 200년은 긴 시간처럼 들리지만, 이것은 꽤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스웨인은 기후변화에 따라 향후 발생할 대홍수는 훨씬 규모가 클 수 있고 피해도 훨씬 심각할 것으로 내다봤다. WP는 같은 날 국제학술지 ‘사이언티픽 리포트’에 실린 별개의 논문에도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으로 불리는 기상현상이 미국 서부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피해가 기후변화 때문에 2090년까지 두세 배로 커질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전했다.
대기의 강이란 대량의 수증기가 대기 중에서 강처럼 긴 띠 형태로 움직이는 현상으로 미국과 캐나다 서부 등지에서 폭우와 수해를 초래하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처럼 기후 변화는 캘리포니아 ‘대홍수’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한다. 캘리포니아가 산불의 확산과 심각한 가뭄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홍수의 위협은 가능성이 희박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새로운 연구에서는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주 전체에 수백만 명이 위험에 처할 수 있는 “대홍수”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사이언스 어드밴스(Science Advances) 저널에 발표된 이 연구는 기후 변화가 이미 향후 40년 동안 캘리포니아에서 “재앙적인 홍수를 일으킬 수 있는” 사건의 가능성을 두 배로 늘렸다.
캘리포니아‘1862 대홍수’는
현대판 “노아의 홍수”
40여일 이상 폭우‘주정부 파산’
성경에 나오는 “노아 홍수”는 40일 동안 비를 내려 온 천지를 물에 잠기게 했다. 불과 150여년전에도 캘리포니아주에도 40일 동안 ‘대홍수’가 발생해 주정부를 파산시켰다. 캘리포니아는 지중해성 기후로 비교적 건조하고 비가 많이 오지 않는다. 주민들은 주로 가뭄과 산불을 걱정한다. 외신도 캘리포니아 산불을 자주 보도한다. 이런 건조한 날씨에도 가끔 대홍수가 미국 서부에 찾아 온다. 캘리포니아 대홍수는 센트럴 밸리 (Central Valley)를 호수로 만들고 도시를 집어 삼킨다. 그 대표적인 예가 1861년에서 1862년으로 넘어가는 겨울에 발생한 대홍수(Great Flood of 1862)였다. 비는 1861년 12월초 캘리포니아 북쪽에 있는 오레건주에서 시작되었다. 12월말이 되면서 캘리포니아 북부에도 비가 오기 시작했고, 이 비는 해를 넘겨 1862년 1월까지 쉬지않고 내렸다.
구약성서에 40일간 홍수가 내려 노아의 방주에 올라탄 사람과 짐승만 살아 남았다고 했다. 그런 비가 캘리포니아에 내렸다. 강우일수도 40일이 넘었다. 1월말에는 남부 캘리포니아에도 본격적으로 비가 내렸고, 45일 동안 하늘이 열린 듯했다. 캘리포니아주 전체에서 수천명이 죽고, 농작물, 밭, 가축, 상점이 물에 잠겨버렸다. 당시 캘리포니 아 전체인구는 40만명, 지금의 1%에 불과했을 때의 일이다. 식물학자 윌리엄 브루어(William H. Brewer)는 이렇게 기록했다. “11월 6일 첫 소나기가 내린 이후, 1월 18일까지 83cm의 비가 내렸고 여전히 비가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 기숡에 있는 금광지역에는 이곳의 두세배 되는 비가 온다. 투올름 카운티(Tuolumne County)와 소노라(Sonora)에는 183cm의 비가 내렸고, 어떤 곳에는 150cm 이상 내렸다. 뉴욕주 이타카(Ithaca)에 2년치 내린 비의 양이 이곳 몇몇 장소에 두달 사이에 내렸다.”
연간 강수량이 30cm에 불과한 LA에 이해 겨울 동안 무려 160cm의 비가 내렸다. 캘리포니아는 동쪽의 시에라네바다 산맥과 동쪽의 해안산맥 사이에 길쭉하게 분지 형태의 센트럴 밸리가 형성되어 있다. 시에라네바다 산맥에서 흘러내린 빗물이 센트럴 밸리에 고였고, 그 물이 빠지는데 1년이 걸렸다. 당시 캘리포니아는 골드러시(1848 ~1855) 직후였고, 금 수출항인 샌프란시스코와 금광지대인 새크라멘토가 제1, 2위 도시를 차지했다. 특히 새크라멘토(Sacramento)의 타격이 컸다. 새크라멘토는 당시 주도였고, 센트럴 밸리 내에 있었다. 새크라멘토에 최악의 홍수는 1862년 1월 9일이었다. 아메리칸 강(American River)의 수위가 올라가면서 제방을 무너뜨렸다. 새크라멘토 강은 아직 제방을 넘지 않았지만 아메리칸 강에서 범람한 물로 도시는 물속에 잠겼다. 도시는 평상시 강의 수위보다 5.3m 높은 곳에 있었는데, 강의 수위가 8m나 올라가면서 2.7m 깊이로 물 속에 잠기게 되었다.
거대한 호수가 1년 지속 후 사라저
당시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보자. “상류층 저택들은 응접실에 1~2m의 물이 들이찼다. 많은 집에서 2층에 물이 찻던 자국이 길게 났다. 목조주택 수십채가 휩쓸려 내려갔고, 장작, 울타리, 헛간, 가금 류, 고양이 쥐, 소와 말이 수없이 떠내려갔다.” 1월 10일 새로 당선된 릴런드 스탠퍼드(Leland Stanford) 주지사가 취임식을 열 예정이었다. 주의회 의사당은 물 한가운데 있었다. 취임식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배를 타고 왔고, 예정대로 의사당에서 취임식이 거행되었다. 스탠퍼드 주지사는 취임 선수 후에 배를 타고 지신의 집으로 귀가했다. 주의 업무는 마비되었다. 주정부는 얼마 후 그나마 홍수 피해가 덜한 샌프란시스코로 옮겨갔다. 샌프란시스코는 새크라멘토보다 피해가 적었다. 도시가 태평양에 연해 있어 빗물이 바다로 빠져 나갈수 있었다. 하지만 샌프란시스코만으로 들어오는 강물들이 한꺼번에 밀려드는 바람에 강 하구는 범람했다.
하구에서 멀리 떨어진 바다에도 민물고기가 잡힐 정도였다.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였던 샌프란시스코의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어 그나마 캘리포니아는 안정될 수 있었다. 새크라멘토 이외에도 수많은 마을이 파괴되었다. 많은 소도시는 파괴되었다. 샤스타 카운티(Shasta County)의 마을에는 주민 모두가 집을 잃었다. 캘리포니아 중앙에 거대한 호수가 생겨났다. 센트럴 밸리는 호수가 되었다. 생물학자 브루어는 이렇게 표현했다. “그 호수는 폭이 100km였고, 한쪽에는 산들이, 다른 쪽에는 언덕들이 있었다. 대단히 넓은 이 지역의 거의 모든 집과 농장이 사라졌다. 물이 엄청나게 많아서 길이 400~500km, 폭 30~100km에 얼음처럼 차가운 흙탕물이 고였다. 미국은 이번 홍수처럼 크나큰 피해를 본 적이 없고, 유럽도 그런 적이 거의 없었다.” 범람한 물은 곳곳에 남아 지형을 바꾸었다.
애너하임의 샌타애나 강 인근에는 넓이 6.5km, 수심 1.2m의 내해가 생겼다가 한달 후에 사라졌다. 홍수가 물러갔을 때 샌타애너강의 어귀가 약 10km 이동했다. 샌트럴 밸리의 거대한 호수는 1년을 지속하다가 사라졌다. 광산촌에 산사태가 일어나 많은 사람들이 매몰되었다. 광산의 기계들도 산 밑으로 떠내려 갔다. 이미 쇠퇴를 시작한 골드러시는 홍수를 계기로 종말을 고했다. 샌프란시스코의 굴 양식장은 범람한 민물에 휩쓸려 갔다. 목축업은 쇠퇴했다. 소 20만 마리, 양 10만마리, 어린 양 50만 마리가 떠내려 갔다. 캘리포니아는 홍수를 계기로 산업 자체가 바뀌었다. 주산업이 농업으로 바뀌었다. 홍수가 지나간 1862년 과세대상 토지의 3분의1이 파괴되었다. 주정부의 세수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그해 캘리포니아 주는 파산했다. 주의회는 18개월 동안 월급을 받지 못했다. 이 홍수는 캘리포니아에 집중되었으며, 오레건, 네바다, 아이다호, 뉴멕시코, 애리조나, 유타 등 미국 서부에도 영향을 미쳤다. 멕시코 북부에도 홍수의 영향권에 들어가 있었다. 기상학자들은 인공위성을 통해 태평양에서 거대한 수분기둥이 형성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대기의 강’(Atmospheric river)어 캘리포니아 연안에 덥쳐 오기도 하는데, 이 경우 폭우가 내린다고 한다. 이 ‘대기의 강’이 수백년 또는 수천년에 한번 정도 한 두 달 집중 폭우를 형성하는데, 그것이 1862년 대홍수라고 설명한다. (발췌 아틀라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