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 신세대, 비싸고 잘 안터지는 손전화 과시용 구매
■ 미중앙정보국 분석 “전체 인구의 19% 휴대전화 사용”
북한 인구 2천500만 명 중 휴대전화, 즉 손전화를 사용하는 인구는 약 19%에 불과하다고 미국 중앙정보국이 최근 발표했다. 여전히 비싼 기기 값과 통신비, 그리고 열악한 통신망 탓에 주로 부유층 사이에서 사용돼 왔는데, 북한 젊은층에서 휴대전화 사용이 유행하면서 사용률이 점차 늘고 있다는 증언이라고 자유아시아방송(RFA)dl 최근 보도했다.
북한 주민 60% 이상이 휴대폰 사용
미중앙정보국(CIA)은 최근 2021년 기준 북한의 이동통신, 즉 휴대전화 사용자 수는 북한 전체 인구의 19%라고 분석하면서 휴대전화 사용은 ‘엄격한 검열과 높은 비용으로 인해 북한 고위 관리 들과 외교관의 독점적 영역’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하지만 북한 내 휴대폰 사용률에 대한 탈북민들의 증언은 엇갈린다. 탈북민 김소희씨는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사람이) 주변에 많이 있었죠. 제가 있을 때만 해도 한 학급에 10명이라고 하면 3명 정도 가지고 있었어요. 50%는 안 됐어요. 그런데 지금은 많이 사용 한다고 하더라고요.”라고 말했다. 2017년 탈북한 김소희(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당시 주변에서 대략 30%에 가까운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증언했다. 김소희씨는 “미중앙정보국이 밝힌 19%는 너무 작은 것 같아요.”라면서 “10명 중 3명이 쓰니까 30%는 됐었던 거 같아요. 정확한 수치는 잘 모르겠는데 19% 보다는 조금 더 되지 않을까 싶어요.” 라고 덧붙였다.
역시 2017년 탈북한 이은영(신변 안전을 위해 가명 요청) 씨는 양강도에서도 부유층이 다니는 학교를 다녔다. 그는 북한에 있을 때 직접 핸드폰을 사용했는데 “약 60%의 북한 주민이 휴대전화를 사용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학교에서 휴대전화 없는 친구들이 없었다”며 “없으면 창피할 정도로 휴대전화가 거의 다 있었다”고 증언했다. 다만 이 씨가 속해 있던 학교는 부유층이 다니던 학교이기에 더 많은 사람이 휴대전화를 가지고 있었을 거라고 김 씨는 지적했다. 탈북민 김단금 씨는 “젊은 20대 북한 청년 대부분이 핸드폰을 사용하는 추세”라고 증언했다. 김 씨의 아들은 2014년에 한국에 왔는데, 그때 당시만 해도 젊은 세대들이 대부분 핸드폰을 사용 하고 있었고 “핸드폰을 사용하는 것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유행이 되어 거의 다 사용하고 있었 다” 고 전했다. 하지만 그는 대북 제재와 국경봉쇄, 코로나로 인해 북한의 경제 상황이 안 좋아져 휴대전화 사용도 줄었을 것으로 예측했다. 그는 “돈이 있어야 휴대전화 사용도 가능한데, 지금 북한의 경제 상황이 지난 90년대 중반 고난의 행군 때보다 더 심각하고 힘들다고 하니 휴대전화 사용이 더 줄었을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서재평 탈북자동지회 회장은 지난달 22일 RFA에 오히려 더 적은 수의 북한 주민들이 휴대전화를 사용하고 있을 거라고 예측했다. 그는 “아마 10% 전후라고 생각했어요. 150만에서 200만 대 정도 로 추측했는데….”라면서 휴대전화를 구입하는 비용이 너무 비싸고 허가를 받는 절차 등 여러 환경 을 고려하면 사용자가 그리 많지 않을 거라는 주장이다.
서재평씨는 “북한에서 휴대폰 자체를 구입하는 것도 비용이 비싸고, 휴대폰을 돈이 있다고 아무나 사지 못해요. 허가를 받은 사람이 살 수 있어요. “라면서 “휴대폰을 구매하고 쓸 수 있는 자격을 얻는다는 게 굉장히 힘든가 봐요. 새 휴대폰이 1천 달러 정도라고 하는데, 우리 돈으로 100만 원 이잖아요. 북한에서 고정 수입으로 월급을 받아 휴대폰을 사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것 같고요. 굉장히 잘 사는 사람들이 사는 것 같습니다.”라고 말했다.
탈북민들 평가는 여러갈래
북한에서 휴대전화를 직접 사용했던 이은영 씨는 2017년 당시 가장 저렴한 전화기 가격이 1천300위안-1천500위안(약 190-220 달러) 수준이었고 최신 기종은 4천위안(약 580 달러) 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하지만 휴대전화 가격만 내야 하는 건 아닙니다.”면서 “통신에 필요한 심카드를 따로 사야 하는데, 기계 값보다 심카드 값이 더 비쌌다”고 이 씨는 증언했다. 한편 정은미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달 22일 통신망이 마을 구석구석 형성되어 있지 않아 효용성이 떨어지고, 비싼 가격 탓에 휴대전화가 일반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정은미 연구원은 “지방 도시의 경우, 기지국이 세워져 있는 큰 길가 위주로만 터지거든요. 일단은 통신망이 열악하기 때문에 효용성이 떨어진다”면서 “두 번째는 직업적으로 반드시 휴대전화가 있어야 할 이유 혹은 동기가 약한 거죠. 장사, 사업, 무역일꾼들은 휴대전화로 수시로 시장 가격, 환율 가격 등을 알아야 하고 여러 주문을 넣고 받는 이유 때문에 휴대전화가 있어야 하지만, 일반 주민들은 반드시 값비싼 휴대전화가 있어야 할 필요가 없거든요. 집 전화가 더 이득이기 때문에 보급률이 낮지 않을까요.”라고 말했다.
북한 내 휴대전화의 보급률은 낮지만, 주민들의 접근성이 제한되어 있지는 않다. 금전적 여유만 있다면 주민들도 어렵지 않게 휴대전화를 구할 수 있다고 김소희 씨는 말했다. 김소희씨는 “실제로 개인도 많이 사용합니다. (공무원 및 외교관이) 아니더라도 돈만 있으면 사용할 수 있어요.”라면서 “20대 같은 경우에도 멋 부리기 위해 가지고 다니는 사람도 있어요.”고 말했다. 김단금 씨도 “부유한 가정에서는 어렵지 않게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국의 통제는 있지만 금전적 여유만 있다면 충분히 구할 수 있기에 젊은 세대의 휴대전화 사용량 도 증가하고 있다고 정 연구위원은 분석했다. 정은미 연구원은 “우리도 유행이나 과시 욕구가 젊은 친구들이 더 많잖아요. 또래문화라는 게 젊은 층에만 형성되어 있는 독특한 문화잖아요.”라면서 “어떤 그룹에 속하고 싶고, 그 그룹에서 소외 되지 않으려면 휴대전화가 있는 친구들이 관심을 끌고 그 친구들 주변으로 모이면 자연스럽게 휴대전화를 갖고 있어야 (공감대가) 생기고….”라고 말했다.
인터넷이 되는 것도 아니기에 활용성이 높지 않지만, 젊은 층에서 인기 있는 이유는 ‘또래 문화’ 때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고급중학교, 즉 고등학교를 졸업하면 휴대전화를 졸업선물로 주는 유행도 생겼다. 정은미 연구원은 “고급중학교 3년 졸업하면 휴대전화를 졸업선물로 주는 게 유행한다”고 했다. 또, 휴대전화의 중고 시장이 발달되어 있기에 현금화가 가능하다. 휴대전화 안에 다양한 게임을 봉사소에서 구매해 넣게 되는데, 얼마나 인기 있는 게임이 탑재되어 있냐에 따라 가격 형성에 영향을 미친다. 북한 당국도 휴대전화 사용을 장려하고 있다. 현금 동원이 가장 잘 되는 영역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휴대전화 보급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북한에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수요가 높아지면서 앞으로 이동통신 분야에 어떤 변화가 나타날지 주목된다고 RFA방송은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