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비하인드 스토리] 포스코에너지 ‘개망신살’…퓨얼셀 투자금 몽땅 털린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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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월 4일 매각요청하고도 80일간 실물 안 보내 매도타이밍 놓쳐
■ 포스코, 8412만 달러 투자해 1300만 달러만 달랑 건지고 합의
■ 뉴욕연방법원 ‘주식매각지연은 포스코가 절차 몰랐기 때문’판결
■ 사실관계 명확해 구두심리도 않고 퓨얼셀 승소로 소송전부취하
■ 포스코 2021년 말 보고서에 양사합의는 거짓, 사실상 백기투항
■ 포스코 보유 한국 아시아 기술판권 독점권 퓨얼셀에 모두 양도
■ 포스코는 기존 판매분 유지보수권만 인정…양사간 합의로 종결
■ 한국퓨얼셀 2021년 감사보고서 헛발질… 책임소재 분명히 해야

포스코에너지가 2000년대 후반부터 미국연료전지업체 퓨얼셀에 8400만 달러 상당을 투자했다 7000만 달러 이상의 손실을 입자 지난 2020년 미국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지난해 말 사실상 패소한 것으로 밝혀졌다. 포스코에너지는 ‘퓨얼셀이 주식 매각제한 규정을 늦게 풀어주는 바람에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지만, 연방법원은 ‘포스코 에너지가 주식 실물을 퓨얼셀에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주식매각제한규정 삭제가 늦어졌으며, 이는 포스코에너지의 책임’ 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연방법원은 퓨얼셀의 소송기각요청을 받아들였으며, 포스코에너지에게 수정소송장 제출기회를 줬지만, 포스코 측은 패소가 확실시 됨에 따라 수정소송장 제출을 포기했다. 한국 언론에는 두 회사 간의 원만한 합의로 보도됐지만 실제로는 포스코에너지가 한국 및 아시아에서의 독점권 포기 등 백기 투항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 소송에서 포스코 측의 대리인인 미래에셋증권이 퓨얼셀에 발송한 이메일 등이 모두 공개됐으며 포스코측이 계약내용과 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음이 밝혀졌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0년 9월 14일 포스코에너지가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연료전지업체 퓨얼셀에너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 하지만 소송제기자인 포스코에너지가 지난 1월 6일 소송을 자진 철회하고 소송비용은 각자 부담하기로 합의하면서 소송이 종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포스코에너지는 퓨얼셀이 주식매각 제한규정을 늦게 풀어주는 바람에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며 배상을 요구했지만 결국 힘없이 돌아섰고, 약 7500만 달러 상당을 손실을 입고 말았다. 8412만 달러의 투자금중 약 1300만 달러만 회수했고, 올해 2분기 말 기준 퓨얼셀 보유주식의 평가액은 3억 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포스코에너지가 이 같은 피해를 입은 것은 포스코에너지 스스로의 실수 때문이라는 사실이 연방법원 재판에서 드러났다.

연방법원, 지난해 퓨얼셀 기각요청 승인

포스코에너지가 올해 초 손해배상소송을 자진 철회한 것은 지난해 9월 14일 뉴욕남부연방법원 이 퓨얼셀 측의 소송기각요청을 수용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즉 사실상 연방법원이 퓨얼셀 승소판결을 내렸기 때문에 포스코 에너지가 소송을 중단하고 굴욕적인 합의를 한 것이다. 한국 언론에는 아름다운 합의로 미화됐지만, 실제로는 포스코에너지의 패소가 초래한 결과였다. 뉴욕남부연방법원은 지난해 9월 16일 ‘명령’[OPINION AND ORDER]를 통해 포스코에너지가 소송장에서 주장한 4가지 소송 이유 모두가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명령에서 ‘퓨얼셀 측의 기각요청을 승인하며, 포스코에너지는 10월 15일까지 최초 소송장의 결함을 시정, 수정소송장을 제출하고, 퓨얼셀 측이 2020년 12월 요청한 구두심리는 기각 한다’고 밝혔다.

당초 포스코 에너지가 지난 2020년 9월 14일 소송을 제기하자 퓨얼셀은 10 월 21일 기각요청서를 제출했고, 포스코 측은 같은 해 11월 18일 기각요청에 대한 반박서면을 냈다. 이에 대해 퓨얼셀은 같은 해 12월 재판부에 구두심리를 요청했지만, 재판부는 양측의 서면과 증거를 통해 포스코 에너지의 주장이 타당하지 않다는 사실이 입증됨에 따라 구두심리를 할 필요도 없다고 판단, 구두심리 없이 퓨얼셀의 기각요청을 승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퓨얼셀이 포스코에너지의 주식매각제한규정 삭제를 고의로 지연시켜 포스코에너지가 퓨얼셀의 주가폭락 뒤 주식을 매각함으로써 막대한 피해를 입었는가’ 여부이다. 이에 대해 포스코 에너지 측은 ‘지난 2018년 6월 4일 퓨얼셀에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를 요청했지만, 퓨얼셀이 고의로 차일피일 미루다 3개월여가 지난 9월 11일에야 제한규정을 삭제해 주는 바람에 수천만 달러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연방법원 재판부는 명령서에서 ‘포스코에너지가 퓨엘셀과 체결한 주식매입계약의 제 3조 8항에 따르면 주식매각 제한규정을 없애기 위해서는 포스코 측이 퓨얼셀에 주식증서 실물을 제출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포스코 측은 퓨얼셀 측에 주식증서 실물을 제때 제출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차가 지연된 것이므로 포스코의 책임’이라고 밝혔다. 또 ‘포스코 측이 소송장에서 주식증서를 제때 제출했는지 여부에 대해 전혀 밝히지 않고 있는 것도, 퓨엘셀의 책임이라는 주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것’이라고 명시했다. 연방법원 재판부는 이 명령서에서 포스코에너지의 소송 이유 4가지 모두가 입증되지 않기 때문에 기각한다고 밝혔다. 재판부의 이 같은 명령은 퓨얼셀의 기각요청 주장을 사실상 100% 수용, 퓨얼셀의 완승을 선언한 것이며, 퓨얼셀 측이 제시한 포스코 및 포스코의 대리인 미래에셋증권과 퓨얼셀 및 퓨얼셀의 대리인간의 이메일 증거를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퓨얼셀, 대리인 미래에셋 이메일 공개

퓨얼셀은 지난 2020년 10월 21일 기각요청서에서 ‘포스코에너지 측이 2018년 6월 4일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 요청을 했다고 주장하지만 주식증서 실물은 8월 24일까지도 퓨얼셀에 제출하지 않았다. 주식증서 실물이 없으면 퓨얼셀에서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를 할 수 없다. 퓨얼셀은 주식증서실물을 받은 지 나흘만에 이 규정을 삭제하는 등 신속하게 처리했다. 또 포스코에너지 측이 주식소유자 권리 인정증서[MEDALLION STOCK POWER]가 제때 제출하지 않아서 또 다시 처리가 늦어졌다. 이 모든 것이 절차를 제대로 알지 못한 포스코에너지 측의 잘못’이라고 주장했고, 재판부의 판단도 이와 동일했다. 퓨얼셀이 제출한 이메일 등 증거에 따르면 이윤철 포스코에너지 재무팀장은 지난 2018년 6월 4일 퓨얼셀 측에 이메일을 보내 주식매각 제한규정을 풀어달라고 요구했으나, 주식증서 실물은 보내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포스코에너지 측의 대리인인 미래에셋증권의 미국법인장 Y씨는 지난 2018년 8월 23일 퓨얼셀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주식증서 실물이 지금 도착했으므로, 내가 관련 기록을 정리한 뒤 오늘밤이나 내일 아침 주식증서를 보내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주식증서가 8월 24일까지 퓨얼셀에 전달되지 않았음을 입증하는 것이다.

Y씨는 또 8월 24일 퓨얼셀과 퓨얼셀의 대리인 측에 보낸 이메일에서 ‘포스코가 주식증서 실물을 받기 위해서는 한국감독당국과의 서류작업이 필요하다. 또 미래에셋의 한국결제팀이 DWAC 세팅을 하기 위해서는 수일이 소요되며, 이 일이 하루 이틀에 끝날 일이 아니다. 내 과거의 경험상 포스코와 우리 결제팀이 모든 준비를 마치는 데 최소 4-5일이 걸린다’고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포스코 측이 8월 24일까지도 자신들의 대리인인 미래에셋에도 주식실물을 전달하지 못한 것이 드러난 것이다.

또 Y씨는 지난 9월 11일에도 퓨얼셀 측에 이메일을 보내 ‘주식소유자 권리인정증서를 오후 11시에서12시 퓨얼셀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식소유자 권리인정증서를 통해 주식실물의 소유자가 포스코 임이 입증돼야 하지만, 주식실물과 함께 보냈어야 할 이 증서를 보내지 않아 또 다시 업무가 지연됐고, 퓨얼셀 측은 이 증서를 받은 당일인 9월 11일 모든 절차를 마무리 한 것으로 확인됐다. 퓨얼셀 측이 9월 11일 절차를 마무리했음은 포스코 측도 인정하는 것이므로 다툼의 여지가 없다. 포스코 에너지 측은 퓨얼셀의 기각요청에 대해 2020년 11월 18일 반박서류를 제출하고, ‘주식실물을 제출하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지만 ‘만약 재판부가 퓨얼셀의 기각요청을 받아들인다면, 소송장을 보완해서 제출할 수 있도록, 수정소송장을 허용해 달라’고 요구했다.

포스코, 매도타이밍 놓쳐 3천만 달러 손해

결국 재판부는 퓨얼셀 측의 기각요청을 승인하면서, 포스코 측의 수정소송장 허용 요청만은 수용했다. 재판부는 ‘소송장을 기각할 경우 통상 한번 정도의 수정소송장을 허용한다. 수정소송장 제출이 무의미 할 경우 이를 불허하지만 이사건의 경우 무의미한 것은 아니므로 포스코에너지는 10월 15일까지 당초 소송장의 결함을 보완, 수정 소송장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포스코 에너지는 재판부의 수정소송장 제출명령 이후 제출시기를 11월 말 및 12월 말, 올해 1월 말 등으로 세 차례나 연기해 달라고 요청하고 승인을 받은 뒤, 결국 퓨얼셀의 요구를 들어주면서 소송취하에 합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포스코 측이 주식증서실물제출 날짜 등 사실관계가 명확하기 때문에 수정소송장을 제출해 봤자 패소할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즉, 포스코 측이 주식매입계약 제 3조 8항에 규정된 관련절차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주식증서 실물도 전달하지 않은채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를 요구하고, 주식소유자 권리인정증서도 제때 보내지 않았기 때문에 모든 절차가 지연됐고, 결국 막대한 손해를 초래했음이 연방법원 재판과정에서 인정된 것이다. ‘포스코 스스로의 실수여서 어디 하소연할 데도 없다’는 것이 연방법원의 판단이다. 포스코는 2018년 6월 4일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를 주장했지만, 주식증서 실물은 8월 24일까지도 제출하지 않음으로써 퓨얼셀이 3개월이나 고의적으로 처리를 지연했다는 주장이 타당성이 없는 셈이다. 3개월의 대부분인 80일이상이 포스코의 책임으로 드러난 것이다 라며 포스코 측의 명백한 잘못 또는 실수로 엄청난 손해를 초래한 것이다. 이 같은 포스코 에너지의 ‘헛발질’에 따른 손해는 약 75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며, 이는 당초 투자액 8400만 달러의 90%가 넘는 것이다.

포스코에너지는 지난 2008년 2월 2905만 달러를 투자해 한 주당 7.6달러에 382만여 주를, 이듬해인 2009년 10월 2507만 달러를 투자해 한 주당 3.6달러에 696만여 주를, 2012년 4월 3천만 달러를 투자해 한 주당 1.5달러에 2천만 주를 사들였다. 즉, 2008년 2월부터 2012년 4월까지 3차례 8412만 달러를 투자, 3078만 6천여 주를 매입했고, 한 주당 매입 평균단가는 2.73달러였다. 하지만 퓨얼셀이 2015년 12월 12분의 1 감자를 단행, 포스코에너지 주식 수는 256만 5천여 주로 줄었고, 2019년 5월 다시 12분의 1감자를 실시했다. 포스코 에너지는 퓨얼셀과의 합작이 삐걱거리자 주식을 매각하기로 하고, 2018년 6월 주식매각 제한규정 삭제를 요구했고, 천신만고 끝에 9월 11일 최종적으로 매각이 가능하게 됐다.

이에 따라 보유주식 256만 5천여 주중 180만주를 2018년 11월과 2019년 1월 두 차례에 걸쳐 매각했으며, 매각가격은 한 주당 6.72달러에서 8.51달러사이였다. 포스코 에너지가 만약 6.72달러에 180만주를 매각했다면 1210만 달러, 만약 8.51달러에 매각했다면 1532만 달러이며, 평균주가 7.615달러를 적용하면 1371만 달러에 매도한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만약 포스코에너지가 2016년 6월 4일 180만주를 매도했다면 4910만달러에 달하지만 매각이 지연됨으로써 2800만 달러 손실을 입은 셈이다. 이 손해가 연방법원 판결을 통해 모두 포스코 에너지의 책임임이 밝혀진 것이다. 현재 포스코에너지가 보유한 퓨얼셀의 주식은 6만 3794주에 불과하다. 포스코가 180만주를 매각한 뒤 남은 주식이 76만 5천여 주였지만, 2019년 5월 퓨얼셀이 또 다시 12분의 1 감자를 단행함으로써 6만여 주로 줄어든 것이다.

‘포스코’는 사실상 패소 판결…은폐하려 양사합의로 가장했지만…

사실상 ‘백기투항 이었다’

포스코 실수 은폐키 위해 합의내용 숨겨

특히 지난 2분기 말 기준 가격은 3억 원, 즉 20여만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말 쪽박을 찬 것이다. 본보가 지난해 말 및 올해 2분기 말 포스코에너지의 사업보고서를 검토한 결과 지난해 말 이 주식의 평가액은 3억 9천여 만원, 올해 2분기 말은 3억 930만원에 불과했다. 8412만 달러의 주식에서 1300만 달러어치를 매각했으므로, 약 7100만 달러 상당의 주식이 20여만 달러로 줄어든 것이다. 350분의 1토막 정도가 난 것이다. 계산조차 힘들 정도이며, 빈 깡통이라는 표현이 적당하다. 포스코에너지는 2021년말 기준 사업보고서에서 퓨엘셀과의 소송이 모두 7건이나 계류돼 있으며 지난해 12월 20일 양 사 간에 분쟁을 취하하기로 전격 합의했다고 밝힌 것으로 드러났다. 포스코에너지가 퓨얼셀을 상대로 한 소송은 ICC국제중재재판소에 모두 4건, 뉴욕남부연방법원에 1건등 모두 5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퓨얼셀이 포스코 에너지를 상대로 ICC국제중재재판소에 2건의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집계됐다.

포스코에너지는 ICC국제중재재판소에 설정계약 관련 111만 달러, 공급계약 관련 181만 달러, 지원계약 관련 43만 달러, 라이선스계약 손해배상 반대청구로 8억 8천만 달러 등 8억 8035만 달러, 한화 약 1조 1천억 원의 중재소송을 제기했다. 또 뉴욕남부연방법원에도 1억 달러의 소송을 제기, 포스크에너지가 소송을 제기한 금액이 9억 8035만 달러로, 약 1조 2500억 원에 달한다. 반면 퓨얼셀 측은 런던관할 국제중재소에 라이선스계약 손해배상청구로 2억 달러, 싱가포르관할 국제중재소에 역시 같은 이유로 2억 달러 등 4억 달러의 배상을 요구했다. 즉 포스코 에너지는 1조2500억 원 손해배상을 요구하다 한 푼도 건지지 못하고 막대한 변호사 비용만 날린 셈이다. 특히 포스코 에너지는 지난해 12월말 분쟁취하에 합의했다고 밝혔을 뿐 뉴욕남부연방법원이 포스코소송 기각명령을 내렸다는 사실은 일언반구 언급하지 않음으로서 이 소송의 실상을 은폐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기각명령을 보면 포스코의 잘못 내지 실수가 명확하므로 문책을 우려, 이를 숨긴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피할 수 없다.

계약 규정 이해 못해 수천만 달러 털려

포스코 에너지는 이밖에도 퓨얼셀이 하자가 있는 설비를 공급함에 따라 335만 달러 손해를 입었다며 중재소송을 제기했지만, 이 소송도 모두 취하하기로 함에 따라 이 손해 금액을 고스란히 떠안았다. 포스코 에너지는 주식투자로 7천백만 달러, 하자설비인수로 335만 달러 등 약 7400만 달러의 손실을 입었고, 7개 소송에 따른 변호사비용도 수백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돼, 실제손해는 8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포스코에너지와 퓨얼셀 간의 합의내용은 ‘소송취하–소송비용 각자부담’만 알려졌을 뿐 연방법원은 합의서를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해 말 퓨얼셀이 합의내용 일부를 공개함으로써 연방법원에서 기각명령을 받은 포스코에너지는 8천만 달러를 날리고 을의 지위로 전락한 반면 퓨얼셀이 갑의 지위가 올라섰음을 알 수 있다.

퓨얼셀은 지난해 12월 28일 나스닥공시를 통해 포스코에너지 및 한국퓨어셀과 소송종결에 합의했으며, ‘포스코에너지는 기존 고객에 대한 유지 보수권한만 인정받으며, 퓨얼셀이 한국 및 아시안시장에 대한 독점적 기술판권을 갖는다’고 밝혔다. 반면 퓨얼셀은 포스코에너지의 기존고객을 위해 2022년 슈어소스 모듈 최소 20개 이상을 공급해 주기로 합의했다. 즉 포스코에너지가 퓨얼셀과의 합의에서 기존에 보유한 한국 및 아시아에서의 퓨얼셀 기술판권을 모두 빼앗긴 것이다. 퓨얼셀은 ICC 국제중재재판소에 라이센스계약해지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음을 감안하면, 한국과 아시아에서 기술판권 독점권을 인정받음으로써 이 중재소송에서 도 사실상 승소한 셈이다.

뉴욕남부연방법원에서의 소송에서 기각명령을 받아낸데 이어 중재소송에서도 소기의 목적을 달성함으로서 백전백승, 완승을 거둔 것이다. 한 가지 재미난 것은 포스코에너지가 정부승인도 받지 않은 채 연료전지사업부문을 물적 분할해서 설립한 한국퓨얼셀과 전혀 손발이 맞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본보가 한국퓨얼셀의 2021년치 감사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퓨얼셀이 한국퓨얼셀과 포스코에너지를 상대로 런던 및 싱가포르의 국제중재재판소에 라이센스계약위반으로 2건의 소송을 제기했고, 한국퓨어셀과 포스코에너지가 싱가포르의 국제중재재판소에 퓨얼셀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한국 퓨어셀은 이 소송에 대해 ‘당기 말 현재 당사는 관련소송을 최종결과에 대해 예측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습니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 감사보고서는 2021년 12월 31일 기준이며, 지난 3월 29일 금융당국에 보고된 것이다.

반면 포스코 에너지는 2021년 치 사업보고서에서 똑같은 소송 등을 언급하면서 ‘관련분쟁모두 상대방과 체결한 2021년 12월 20일 세틀먼트 어그리먼트에 따라 양사 간 분쟁을 취하하기로 합의한 바 현재 취하절차 중에 있습니다’라며 합의가 이뤄져 사실상 소송이 종결됐다고 밝혔다. 이 어찌된 영문인고? 아버지는 합의했다는데 한 몸인 아들은 아직 싸우고 있다니, 누구 말이 맞는 것인가? 이처럼 포스코에너지는 합의완료–소송취하를 밝혔지만 똑같은 소송의 원피고인 포스코에너지의 자회사 한국퓨얼셀은 소송당사자로서 소송취하에 합의를 하고서도 소송합의 사실조차 모르는 코미디를 연출하고 있다. 또 퓨얼셀이 2021년 12월 28일 나스닥 공시를 통해 합의로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혔으며 이 같은 사실이 국내외 언론에 보도됐음도 한국퓨어셀은 이 같은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자신들이 소송을 취하한 사실도 몰랐던 회사에 대해 신문보도를 왜 몰랐느냐고 따지는 건 유치원생에게 대학 공부를 물어보는 것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한국퓨어셀의 이 같은 행태에 대해 세간에서 ‘멍청’하다는 비판이 쏟아지는 것도 무리라고 보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이처럼 어처구니없는 회사 경영은 모회사격인 포스코 에너지가 계약규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주식 실물을 제때 제출하지 않아 수천만 달러를 손실을 입고 손배소 기각명령까지 당한 것을 고려하면, 새삼 놀라운 일도 아니다.  포스코는 공기업으로 출발했지만 이미 지난 2000년 10월 민영화됐고 현재는 외국인 지분이 절반이 넘는 민간 기업이다. 이미 22년 전 공기업의 옷을 벗었기에 국민혈세 낭비 운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대표적 기업이 이처럼 허술하게 운영된다는 것은 인정하기는 싫지만 어엿한 현실이기에 포스코 자체적으로도 치밀하게 진상을 규명하고 신상필벌을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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