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해욱 진술서에 조남욱 회장이 모든 만남의 연결고리
■ 다른 내용 다 배제해도, 조 회장의 역할을 확인했어야
■ 안해욱 회장, 조 회장과 대질신문 요청 거부하고 기소
■ 조남욱은 윤석열 대통령 및 스폰서 황하영하고도 친분
본지가 지난주 보도한 안해욱 전 회장의 경찰진술서는 A4 약 40장 분량의 진술서 하나와 13쪽 분량의 진술서 2개로 이루어져 있다. 지난주 공개한 40장 분량의 진술서는 이미 기소된 성북경찰서에 제출한 것이고, 13장짜리 진술서는 본지가 지난 주 공개한 첫 번 째 진술서에서 미처 답하지 못한 내용들이 담겨 있다. 특히 두 번 째 진술서를 보면 성북경찰서 경찰관들이 안해욱 전 회장의 주장의 사실을 입증하려 하기 보단 지엽적인 부분들을 물고 늘어지며 허위임을 밝혀내려 했음이 잘 드러나 있다. 이와 관련해 안 전 회장이 두 번째 진술서에 적힌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조사관님께서는 진술인이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스위트룸에서 열린 VVIP 연회에서 조남욱 회장이 비즈니스 페밀리로 포섭할 대상 중에 리더 격인 인사에 대하여 파트너로 섹스의 에이스인 쥴리(김명신)를 공급하였고 연회가 열린 스위트룸 객실문 밖에 조남욱 회장이 제공한 와인 2병과 카드에 라마다르네상스호텔 회장 조남욱이라고 적혀있었다는 서면진술서 내용을 허위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로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은 1994년경부터 상호가 르네상스로 바뀌었다고 하였으나, 진술인 등은 1997년 당시에도 ‘라마다르네상스호텔’로 불렀다고 하였으며, 진술 후 여러모로 알아보니 라마다르네상스호텔은 이름이 여러 번 바뀌었으나 호텔 큰 간판이나 중요한 시설물 등 표식에는 1997년 당시에도 여전히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이름을 그대로 사용하였으며 객실 메모지 등 소품 정도에만 여러번 바뀐 호텔 이름을 쓴 것이었고 호텔외관 간판 사진 등에도 ‘라마다르네상스호텔’ 이란 자료가 남아있었던 것입니다.”
몇 가지 중요한 사실
경찰이 허위사실이란 결론으로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고, 검찰 역시 경찰의 수사 내용에 대해 별다른 조사를 하지 않고 기소했지만 사실 안 전 회장의 저 내용이 전부 허위라면 김건희 여사의 명예를 훼손할 목적이 너무나 명백하기에 구속을 해도 모자람이 없다. 또한 소환조사가 아닌 서면진술서로 대체했다. 만약 그의 주장이 허위였다면 정권 초 영부인을 음해한 죄로 그는 소환조사는 물론이거니와 구속도 해야했다. 하지만 경찰과 검찰은 불구속이라는 비교적 안전한 방법을 택했다. 이는 안 전 회장의 주장이 완전히 허위로 보기 어렵다고 할 수 있는 대목이 그의 진술 곳곳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가장 주목할 부분은 바로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에 대한 부분이다. 진술서를 보면 안 전 회장과 김건희 여사, 그리고 김 여사의 모친 최은순이 만나게 된 연결고리와 장소를 제공한 인사가 바로 조 회장이다. 조 회장에 대한 안 전 회장의 진술은 상당히 구체적이다. 안 전 회장의 진술에 따르면 조 회장의 역할을 몇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쥴리와의 만남은 조남욱 회장에 의해 이뤄졌다
1997년 5월 라마다르네상스 나이트클럽에서 조남욱 회장을 처음 만났고, 조 회장이 태권도에 관심이 많아 안해욱 전 회장 일행을 직접 초대했다. 조 회장은 “안 회장 일행은 귀한손님이니 내가 오늘 대화가 될 만한 레벨이 높은 여성분을 파트너로 부르겠다”하고 비서에게 지시했다. 조회장의 안내로 들어간 연회장은 약 100백여평이었으며 곧이어 젊은 여성 두 사람이 합석했고, 조 회장이 그 중 한 사람을 김 교수라고 불렀고 그가 김건희였다. 조 회장은 김 교수라는 여성을 안 전 회장의 파트너로 지정했다.
2)쥴리의 이름과 허위경력, 이렇게 만들어졌다
안 전 회장이 합석한 다른 여성에게 쥴리가 무슨 뜻이냐고 물으니 별명이 쥬얼리인데 친구들이 빠르게 부르다보니 쥴리가 되었고 김건희도 싫어하지 아니하여 예명으로 굳어졌다고 했다. 쥴리(김명신)에게 어느 대학교수냐고 물어보니 대학교수는 아닌데 조남욱 회장이 쥴리(김명신)를 돋보이게 하려고 덕담하는 것이고 사실은 시간강사인데 성신여대에 재직한다고 하였다.
3) 조남욱이 쥴리의 전시회에 초대하다
쥴리(김명신)가 라마다르네상스 호텔에서 열리는 그림전시회에 안 전 회장을 초대했다. 이 자리에서 모친 최은순을 처음 만났다. 전시회에 참가한 조 전 회장에게 쥴리와 최은순이 꽃을 꽂았고, 조 회장은 개회사를 통해 “김(명심)교수가 쥴리라는 작가 명으로 개최하는 첫 전시회를 축하한다”고 말했다. 이 전시회 자체도 조남욱 회장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서 개최되었으며 초청인사 대부분도 조 회장의 측근이었다. 40장에 달하는 진술서의 내용 중 이 정도의 내용들은 감히 안 전 회장이 꾸며내기 어려운 내용들로 보이고, 수사기관에서도 노력 여하에 따라 어느 정도는 확인이 가능한 내용들로 보인다. 하지만 수사기관에서 조 회장을 불러서 조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조남욱과 윤석열 그리고 황하영
조 회장의 조사 여부가 중요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을 둘러싼 많은 인연들이 조 회장과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일단 조 회장과 윤 대통령이 오랜 기간 알아왔던 것은 여러가지 정황상 틀림없는 팩트로 보인다. 두 사람은 일단 서울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나이차이가 제법 나지만 윤 대통령이 서울대 법대 출신이나 충암고 출신들을 각별히 챙기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다. 지난 대선 전 <한겨레>를 비롯한 몇몇 본국 언론들이 보도한 내용을 보면 2002년부터 2016년까지 삼부토건 조남욱 회장의 일정이 기록된 달력, 휴대용 일정표, 전화번호부, 명절 선물 명단 등에는 윤 대통령에게 15년 이상 명절 선물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2012년 김건희 씨와 결혼한 이후에도 최소 4년간 지속해 조 회장이 설, 추석 선물을 보내온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이런 명단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괴문서로 치부하며, 윤석열 대통령의 뇌물죄에 대해 소리소문없이 무죄를 줬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의 관계에 있어서 중요한 연결고리인 황하영 동해전기산업 대표가 조 회장 회사의 사업을 수주했다는 사실은 또 다른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본지가 대선 전 보도했듯이 윤석열 대통령 부부는 황 사장의 자녀 함들어오는 행사에도 참석할 정도로 돈독한 사이다. 두 사람은 윤석열 대통령의 초임 검사 부임지인 강릉에서 처음 만나 수십년 간 형 동생 관계를 이어온 사실상의 스폰서 관계이며 황 사장의 아들이 현재도 대통령실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런 황 사장의 회사인 동해전기산업이 오랜 기간 삼부토건의 하청을 받아 성장했다는 것은 황 사장이 직접 지인들에게 떠벌리고 다닌 이야기다. 이런 부분들이 확인이 되면 조남욱 회장을 둘러싼 대통령 부부와의 관계 등이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날텐데 경찰은 현재까지 별다른 조사에 임하지 않고 있다.
안 전 회장은 두 번째 진술서 말미에 자신이 김건희 의혹에 대해 폭로한 이유를 다음과 같이 주장하고 있다. 과연 이런 진술이 누군가의 명예를 훼손하기 위해 한 것인지, 공익을 위해 한 것인지는 대중이 판단할 몫이다. “김건희는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회장 조남욱에게 스카우트되어 비호와 지도를 받으면서 권력의 끝자락을 밟기는 하였어도 조남욱의 촉수가 되어 조남욱 권력 비지니스를 돕기 위해 사용되는 도구로 1997경 사회적 지위가 없는 일개 대학원생에 불과하였다. 진술인의 태권도 지인들과 교류하면서 행사에 능한 지인들의 도움으로 조남욱 회장의 적극적인 후원을 받아 라마다 르네상스 호텔 1층 회랑에서 김(명신)교수 쥴리작가 그림 전시회를 개최하였는데 이것이 김명신(쥴리)의 첫 사회적 지위였던 것입니다. 쥴리(김명신) 작가의 그림 전시회는 근본적인 두가지 잘못이 있었어니, 첫째 전시 그림이 모조품과 습작 등이어서 그림 전시회 본질을 훼손한 것이고, 둘째는 조남욱 회장 등의 권력자들이 대학원생 김명신(쥴리)을 대학교수이고 쥴리 작가라고 터무니없이 신분을 격상 시킨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