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선에서 지면 둘 중 하나 감옥간다는 예언 그대로 진행 중
■ 이재명 낙선 5개월 만에 ‘국회의원-당대표’ 되면서 판 커져
■ 검찰, 최측근들 압박하며 이재명 ‘뇌물수수로 엮어 넣을 듯’
■ 이재명, 윤 20%도 위태한 여론 등에 업고 탄핵까지 염두에
대선 후 두사람 간의 극한 대결은 예고된 일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른바 김건희 리스크로 불리는 처가 관련 리스크 뿐만 아니라 삼부토건과의 관계 등 본인 관련 의혹도 많았다. 이재명 대표는 대장동 특혜, 쌍방울 변호사비 대납 의혹, 부인 김혜경 씨 관련 법인카드 관련 의혹 등 걸린게 한 둘이 아니었다. 자연스럽게 지는 쪽이 감옥에 가야한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왔다. 국민의힘 경선에서 떨어진 홍준표 대구시장이 먼저 꺼낸 말이다. 결국 대선에서 윤 대통령이 근소한 차이로 이겼고, 이재명 대표가 졌다. 이후 상황은 예상대로 흘러가는 듯 보였다.
예상보다 커진 판
윤석열 대통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 의혹 등은 대부분 무혐의 내지 불기소 처분을 하고 있는 상황이고, 심지어 박사 논문 표절 의혹까지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여기까지는 예상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변수가 생겼다. 일단 윤 대통령과 관련한 법적 리스크는 알아서 해소하고 있는데, 본인 자체가 너무 무능 그 자체이고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너무 크게 부각됐다. 외국으로 대통령 부부가 나갈 때마다 일이 생겼고, 하는 말마다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게다가 당초 예상보다 양측 대결이 복잡해진 것은 이재명 후보가 낙선 5개월 만에 국회의원 배지를 단 데에 이어, 제 1야당 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그냥 제 1야당도 아니고 180석에 가까운 의석을 차지하고 있는 거대야당 대표가 됐다.
하지만 윤 대통령의 최대 장점이자 단점은 고집이 세고 자기밖에 모른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처음 정치에 나왔을 때자신의 대변인을 맡았던 이동훈 전 조선일보 기자가 윤 대통령의 고집을 저격했을 정도다. 그는 본국시간으로 지난 5일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중국 진나라 말 항우를 인용한 짧은 글을 올렸는데 “自矜功伐(자긍공벌): 스스로 공을 자랑하고”, “奮其私智而不師古(분기사지이불사고): 그 자신의 지혜만 믿었지 옛 것을 본받지 않았다.”는 글로 시작한다. 이어 “항우가 왜 실패했나? 사마천의 간단명료한 진단이 가슴을 때린다”고 썼다. 이어진 글은 “나 때문에 이긴 거야. 나는 하늘이 낸 사람이야.”라고 쓴 뒤 “1시간이면 혼자서 59분을 얘기합니다. 깨알지식을 자랑합니다. 다른 사람 조언 듣지 않습니다. 원로들 말에도 나를 가르치려 드느냐며 화부터 냅니다. 옛 일로부터 배우려 하지 않습니다.”라고 덧붙였다.
이 전 대변인은 이어 “그래서 어찌 됐습니까? 五年卒亡其國(오년졸망기국) 5년 만에 쫄딱 망했습니다.”라며 “우연찮은 5라는 숫자가 한번 더 가슴을 때립니다. 누군가의 얼굴이 바로 떠오릅니다. 큰 일입니다ㅠㅠ”라고 맺고 있다. 이 전 기자가 저격한 윤 대통령의 고집은 대통령이 됐음에도 불구하고 검사 시절의 그것과 똑같이 발현되고 있다. 야당 대표에게 손을 내밀어 협치를 제안할 만도 한데, 찍어 누르기 식으로 사건을 몰아가고 있다. 검찰이 전형적으로 정치권 인사들을 압박하는 모양새 그대로 측근부터 압박하고 있다. 일단 쌍방울 뇌물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 최근 이 전 부지사를 구속한 뒤 확인된 범죄사실을 보강하고 여죄를 캐묻는 상황이다. 특히 이 전 부지사가 독자적으로 쌍방울과의 유착 관계를 형성했는지, 이 대표가 측근인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간 모종의 관계를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살펴보는 중이다.
이 전 부지사는 쌍방울 사외이사직을 마친 뒤 도 부지사를 역임한 2018년 8월부터 2020년 1월, 킨텍스 대표를 맡은 2020년 9월부터 올해 초까지 약 3년 동안 쌍방울로부터 법인카드와 외제차 등 차량 3대를 제공받는 등 뇌물 2억5000여 만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자신의 측근 A씨를 쌍방울 직원으로 허위 등재해 임금 9000여 만원을 지급받도록 한 혐의도 받는다. 우선 검찰은 이 전 부지사와 쌍방울 간 오랜 인연과 이 전 부지사에게 건네진 법인카드 등 금품에 주목하고 있다. 도지사였던 이 대표의 지시에 따라 이 전 부지사가 기업 이권에 개입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검찰은 이 전 부지사를 기소하기 전까지 당시 대북 사업을 추진했던 경기도와 쌍방울 간 유착 의혹을 집중 규명해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확인할 방침이다. 이밖에 검찰은 현재 비리 의혹의 핵심 인물인 쌍방울 전·현직 회장 2명의 국내 송환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들은 5월 말께부터 싱가폴, 태국 등지에서 도피 중이다. 최근 외교부는 검찰의 요청을 받아 이들의 여권을 직권으로 무효화 했으며, 인터폴 역시 적색 수배를 내린 상태다. 이보다 10여 일 전엔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정진상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검찰의 강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검찰이 성남 FC 의혹 직접수사 개시와 함께 당시 성남시 정책실장이던 정 실장 자택도 압수수색 한 것이다. 이후 검찰은 정 실장이 직함을 두지 않았던 성남 FC의 후원금 유치를 주도했다는 취지의 진술까지 확보했다.
윤, 불원간 10% 대로 떨어질 것
윤석열 정권이 검찰을 앞세워 이재명 대표를 몰아세운다면 이 대표는 여론을 등에업고 정권에 대한 공세 고삐를 다잡고 있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윤 대통령의 낮을 지지율 때문이다. 최근 본국에서 발표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는 탄핵을 우려해야 하는 수준이다. 한국갤럽이 9월 27~29일 전국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긍정평가는 24%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5%로 집계됐다. 전주 조사 대비 긍정 평가는 4% 포인트 하락했고, 부정 평가는 4% 포인트 상승했다. 8월 첫째 주 이른바 체리따봉 문자 논란 당시와 더불어 취임 후 최저치를 기록한 것이다. 리얼미터가 미디어트리뷴 의뢰로 9월 26~30일 전국 성인 2522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선 긍정 평가는 31.2% 부정 평가는 66.0%로 집계됐다.
전주 대비 긍정 평가 3.4% 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는 3.8% 포인트 상승했다. 최저치였던 8월 첫째 주 29.3%에 근접한 수치다. 지지율 그 자체로도 정부여당으로선 우려스러운 지점이지만, 세부 지표를 뜯어보면 곳곳에 심각한 경고등이 울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가장 먼저 눈에띄는 건 20대(만18세~29세)에서 9%라는 한 자릿수 지지율을 기록한 한국갤럽 수치다. 전 연령대에서 윤 대통령의 긍정 평가가 하락했지만 20대에서 가장 낙폭이 컸다(전주 대비 긍정 평가 13%포인트 하락). 부정 평가는 74%로 집계됐다. 같은 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대한 20대 지지율도 21%로 나타나,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높은 40대와 함께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이준석 전 대표와의 갈등이 장기화하고 있는데다 순방 중 비속어 논란이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로 확산되면서 이들의 민심을 잃은 것으로 해석된다. 스스로 중도층이라고 응답한 이들의 민심도 싸늘하다. 갤럽 조사에선 이들 중 18%만이 윤 대통령에 대해 긍정평가했다. 리얼미터 조사에선 27%로 나타났는데, 이 역시 전체 지지율을 밑도는 수치다. 중도 민심을 놓친 만큼 전통 지지층의 결집이 이뤄졌을까. 전 지역에서 부정 평가가 긍정 평가보다 높게 나타난 가운데, 여권의 핵심 지지 기반인 영남에서도 부정이 앞섰고, 그 격차도 더욱 벌어졌다. 갤럽 조사 결과 TK는 긍정 35% 부정 55%, PK는 긍정 30% 부정 55%를 기록했다. 리얼미터 조사 역시 TK에서 전주 대비 부정 평가가 8.1% 포인트 늘어나 53.1%를 기록했고 긍정 평가는 6.3%포인트 줄어 44.0%를 기록해 오차범위 밖으로 역전됐다.
PK도 부정 평가가 상승해 58.4%를 기록해 39.8%인 긍정 평가를 크게 앞섰다. 다만 핵심 지지층인 70세 이상에선 여전히 두 조사 모두 긍정 평가가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갤럽이 조사한 긍·부정평가 이유다. 갤럽과 리얼미터 조사 모두 지지율 하락의 주요 원인으로, 순방 당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과 이후 파장을 지목했다. 갤럽이 조사한 부정 평가 이유를 보면 이를 더욱 증명한다. 부정 평가한 이유 1위로는 외교(17%)가 가장 높게 나타났다. 뒤이은 경험·자질부족·무능함(13%), 발언 부주의(8%)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온 응답으로 해석된다. 취임 5개월도 되지 않아 20% 초반대의 지지율을 기록한 대통령은 없었다. 문제는 뚜렷한 반등기미가 보이지 않고, 상승한다고 해도 30% 초반을 넘기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오히려 10% 대로 떨어질 확률이 더 높다. 이럴경우 대통령직 유지가 어려운 수준에 다다르게 된다. 이 대표는 이 점을 노리고 있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정면으로 저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2022년 연말 두 사람의 사생결단 싸움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