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美 웨스팅하우스 한국전력 상대 소송 내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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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웨스팅하우스, 워싱턴DC 연방법원에 ‘한전 수출막아달라’ 소송
■ ‘APR1400 원천기술은 컴버스천엔지니어링소유’ 반출금지 요청
■ 한국형 원전 14호기 2010년–2012년 계약서 기술 차용 인정
■ ‘폴란드, 사우디, 체코’ 3개국 원전수출 WH 승인 없이 힘들 듯

한국원전이 10여 년 전 UAE수출로 대박을 친데 이어, 최근 폴란드와 사우디아라비아, 체코에도 수출논의가 활발히 진행됐지만, 미국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 등을 상대로 전격 소송을 제기, 윤석열 정부의 원전수출드라이브에 빨간 불이 켜졌다. 한국원전 대부분을 건설한 웨스팅하우스는 한국형원전인 ‘APR1400’이 자신들의 기술이라며 미국연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고 수출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0월 중순 79억 달러에 매각돼 새 주인이 들어서자마자 소송을 제기, 앞으로 극단적 실력행사가 우려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세계적인 원전건설 원천기술보유업체인 웨스팅하우스, 한국 원전 대부분을 건설한 웨스팅하우스가 한국전력과 한국수력원자력을 상대로 지적재산권 소송을 제기함으로써 한국원전 수출에 제동이 걸렸다. 당장 폴란드 등에 대한 수주가 어려움을 겪는 것은 물론 윤석열 정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온 2030년까지 10기의 원전을 수출한다는 정책도 큰 타격을 받게 돼 향후 전망에 대해 귀추가 주목된다.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0월 21일 워싱턴DC연방법원에 한국전력 및 한국원자력발전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고 한국형 원자로로 잘 알려진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가 개발한 미국의 통제 기술 파트 810이 사용됐으므로, 웨스팅하우스 동의 없이 이를 사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 등 피고는 최근 폴란드 정부와 원전수출 의향서 체결을 추진 중이며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에도 원전수출에 나섰지만, APR1400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파트 810은 웨스팅하우스 기술

웨스팅하우스는 ‘가압경수로는 당초 컴뷰스천엔지니어링의 기술이며, 웨스팅하우스가 이 회사를 인수함으로써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이 됐다’고 설명하고 ‘한국이 UAE에 원전을 수출할때 웨스팅하우스가 미국 에너지부로 부터 특별승인을 받아준 것도 웨스팅하우스가 파트810기술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 등 한국 측이 이미 파트 810기술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임을 스스로 인정했다고 강조 하며 양측사이에 체결된 두가지 계약을 제시했다. 첫 번째 계약은 지난 2010년 3월 22일 한국전력과 웨스팅하우스 간에 체결된 ‘비지니스협력 합의서’로, 이는 APR1400기술의 한국이외 반출에 관한 것을 규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합의서에 ‘현재 한국 내 14기의 원전은 웨스팅하우스의 기술과 설계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돼 있으며 이는 한전이 웨스팅하우스 기술을 차용했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OPR1000과 APR1400 수출은 프로젝트 특정합의에 따라 상호 합의된 국가에 한정된다고 명시된 사실도 원천기술이 웨스팅하우스에 있음을 자인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두번째 계약은 지난 2012년 8월 27일 체결된 ‘UAE원전수출관련협약’으로, 2012 ‘라이센싱서포트합의’이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의 UAE원전수출때 미국 에너지부로 부터 파트 810관련 특별허가를 얻어줬으며, 이 합의서에는 ‘APR1400 등은 컴뷰스천엔지니어링이 한국 수력원자력에 준 기술 등에서 파생된 것’이라고 규정돼 있다는 것이다. 특히 APR1400에는 1997년 KLA 라이센스합의에 따른 부품이 포함돼 있다며 폴란드 등에 파트 810등과 관련된 기술을 이전하려면 이 기술 보유자인 웨스팅하우스는 이전 행위 개시 30일 이내에 이를 연방에너지부에 보고할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설사 폴란드가 파트 810에 대한 특별 승인을 받을 필요가 없다고 하더라도 웨스팅하우스는 수출업체이며, 통제기술의 보유자로서 파트 810 관련, 보고조항을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파트 810 보고를 빌미로 한전을 통제하려 하는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이를 근거로 재판부에 5개 사항을 요구했다. 첫째, 한국형원자로인 APR1400과 APR1000은 통제기술인 파트810 관련 기술에서 파생된 것이며, 한국 측이 폴란드 측과 체결하려는 원전수출의향서에 이 통제기술이전이 포함돼 있음을 선언해 달라고 요청했다. 또 둘째 한국전력이 APR1400을 비롯한 한국형원자로를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체코 등 한국 밖으로 수출하려면 파트 810에 대한 의무사항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세 번째 요구사항은 ‘원전수출을 금지시켜달라’는 것으로 확인됐다. 웨스팅하우스는 ‘한국전력이 한국형원자로에 대한 기술정보를 한국 밖으로 전달하는 것을 금지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폴란드 측과의 의향서에 따른 APR1400 원자로 인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원전 입찰에 따른 기술정보전달을 금지시켜달라고 요청했다. 네 번째는 변호사 비용 및 소송비용을 피고 부담으로 하고 다섯 번째는 피고에게 정당하고 적절한 보상을 하게 하라는 것이다. 즉 한국형원자로 수출금지 및 손해배상을 요구한 것이다.

한전 원전 프로젝트 막기 총력전

웨스팅하우스가 한전을 상대로 전격 소송을 제기함에 따라 이달 초로 예정된 한국전력 및 한국수력원자력과 폴란드 측의 원전건설의향서 체결이 성사되지 못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웨스팅하우스는 한전의 폴란드원전수출을 의향서 체결단계부터 적극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소송이라는 극단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되며 앞으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등 한전의 원전수출 때마다 사사건건 문제를 제기할 것이 확실시된다.지난 10월 20일 폴란드 언론들은 폴란드전력공사와 폴란드 민간에너지기업 ‘제팍’이 한국전력 등과 2주내에 원전건설사업 의향서를 체결할 것이라고 일제히 보도했다. 폴란드 언론은 이번 공동컨소시엄은 ‘제팍’이 2024년 말 운영 중단인 페트노프 화력발전소 부지에 원전을 짓는 프로젝트로, 폴란드정부가 고려중인 4개 원전신축사업 중 2번째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폴란드 원전프로젝트 중 첫 번째 프로젝트는 루비아토보-코팔리노지역 원전건설로 미국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 전력공사, 한국전력 등 3개사가 지난 4월 입찰제안서를 제출하는 등 치열한 3파전을 벌이다 웨스팅하우스 쪽으로 기울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즉 웨스팅하우스가 6기를 건설하는 첫 번째 원전프로젝트를 따낸 가운데, 한전이 두 번째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으로 전망되자 사생결단식으로 저지에 나선 셈이다. 웨스팅하우스는 최근 폴란드가 한국으로 부터 다연장로켓 천무와 K-9자주포, FA-50 경공격기 등의 수입계약을 체결하는 등의 한국과 방산협력이 가속화하는 가운데 원전건설까지 맡기려 하자 총력전을 펼치는 것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장에서 사우디아라비아와 체코 원전건설을 언급했듯, 한전은 이들 두 나라에서도 원전수주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웨스팅하우스의 소송으로 한전의 이들 두 나라에 대한 수출을 물론, 원천기술에 문제를 제기한 만큼 모든 원전수출에 제동을 건 셈이다. 세계적 산유국인 사우디아라비아도 에너지원 다변화를 위해 오는 2030년까지 1.4기가 와트 규모의 원전 2기를 건설하기로 했다. 사우디정부는 지난 5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를 대상으로 입찰제안서 제출을 요구했다. 또 체코는 두코바니지역에 1.2기가와트규모의 원전 1기를 건설하기로 하고, 지난 3월 입찰절차를 시작, 한전과 웨스팅하우스, 프랑스 전력공사 등이 이달 중 입찰제안서를 제출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전이 폴란드에서 원전수주에 성공하게 되면 이들 2개나라 수주에도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이 크지만, 상당한 어려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WH 발목잡기에 원전수출에 차질

윤석열대통령은 지난 5월 한미정상회담에서 바이든대통령과 해외원전시장 공동 진출을 위한 협력에 합의했고, 이에 따라 지난 6월초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이 극비리에 한국을 방문, 한미 정상의 합의에 따른 후속절차를 논의했다는 국내언론의 장미빛 보도가 이어졌다. 특히 웨스팅하우스 사장단이 한전, 한국수력원자력, 한전KPS 등 전력 공기업은 물론 원전주무부처인 산업 통상자원부등을 만나 원전수출 협력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폴란드, 사우디아라비아, 체코에서의 공동수출 교두보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됐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을 제기하면서 한국 언론이 웨스팅하우스의 속내를 전혀 파악하지 못한 아전인수 격 보도였음이 드러났다.

당시 일부 원전전문가들이 웨스팅하우스는 자신들이 직접 수주를 받고 한전이나 한국 업체들에게 하청을 맡기는 방식을 선호한다며 공동전선이 삐걱거릴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고, 결국 이 같은 우려가 적중한 셈이다. 웨스팅하우스가 소송장에서 주장했듯 한국원전 1호인 고리원전부터 웨스팅하우스의 기술을 전수받았으며, 현재 대부분의 원전에 웨스팅하우스가 깊이 관여한 것이 사실이다. 그동안 한전 등은 웨스팅하우스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고 기술을 전수받은 뒤 독창적 기법으로 한국형원자로 개발에 성공했지만, 웨스팅하우스가 원천기술을 주장하면 현실적으로 상당한 분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한편 웨스팅하우스는 지난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원전사고이후 원전건설 최소화를 추진, 원자력산업기반이 무너지면서 사양길을 걸어왔고, 해외사업으로 명맥을 이어왔다. 그 뒤 2006년 일본 도시바에 매각됐고 2017년 파산보호신청을 한 후 2018년 캐나다사모펀드인 브룩필드비지니스파트너스에 팔렸었다. 그리고 지난 10월 12일 다시 79억 달러에 매각됐다. 즉 주인이 바뀌자마자 웨스팅하우스는 한전을 상대로 한 극단적 실력행사에 나서면서 새 주인의 결사저지의지를 밝힌 셈이다. 세계원전시장은 웨스팅하우스와 프랑스전력공사, 한국전력공사의 3강 체제지만, 웨스팅하우스가 강력한 경쟁자인 한전에 대해 원천기술을 주장하면서 발목을 잡고 있다. 웨스팅하우스 새 주인이 쉽게 물러설 기미가 없는 만큼 2030년까지 원전 10기를 수출한다는 윤석열정부의 야심찬 계획은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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