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류전형-면접통해 최종합격’ 이달 말 뉴욕문화원장 부임 예정
■ 예상대로 ‘어공’아닌 ‘늘공’이 공모합격…공직사회 반발 거셀 듯
■ 청와대 행정관근무 때 블랙리스트 관여의혹…조사위 ‘관여 명확’
■ 문체부, 인사처에 ‘중징계요청’…검찰 불기소로 형사혐의는 해소
지난해 10월 뉴욕문화원장 공모공고 ▶갑작스런 공모변경공고 ▶임용 무산, 그리고 지난 6월 문체부의 뉴욕-파리 문화원장 공모폐지건의 ▶현직공무원에 대한 문호개방 ▶8개월만의 재공고 등,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본보예상대로 어공이 아니라 늘공이 뉴욕문화원장 자리를 차지했다. 놀랍게도 공모에 합격한 인물은 박근혜정부 당시 문화계 블랙리스트작성 의혹을 샀던 용호성 현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중징계처분까지 받은 인물로 아직 공식발표는 하지 않았지만 빠르면 이달 말 뉴욕에 부임할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안겨다주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뉴욕문화원장 내정자로 알려진 용호성 씨는 올해 초 블랙리스트 작성과 관련, 문체부가 인사혁신처에 중징계처분까지 요청했던 인물이어서, 문화계 일부는 물론 민주당과 야당의 반발 등 큰 논란이 예상된다. 용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으로 형사적 혐의는 해소됐다 하더라도, 블랙리스트의 중간고리역할을 했음은 명백하므로 도덕적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여론이 만만찮다. 따라서 1년여 만에 간신히 뉴욕문화원장을 뽑았지만 또 다시 혼돈의 소용돌이가 되풀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용 씨는 2014년 6월 뉴욕문화원장 공모에 합격했지만 임용이 취소된 뒤 좌천되는 등 불이익을 호소했지만, 지난 2016년부터 3년간 영국문화원장으로 근무한 뒤 다시 뉴욕문화 원장에 부임하게 돼 알짜배기 자리를 두루 거쳤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계속되는 파국 끝에 국정농단 관련인물을
한국 언론들이 문체부 간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자리라고 보도한 뉴욕문화원장 자리, 너무 경쟁이 심해서인지 한국정부가 뉴욕문화원장 적임자 1명을 제대로 뽑지 못해 혼란에 혼란을 초래한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부터 1년여 간 임용대상자를 공모를 통해 선정했다가 두 번이나 취소된 뒤 간신히 합격자를 뽑아서 뉴욕에 부임시켰지만, 국정농단관련 인물이라는 의혹을 낳았었다. 또 지난해에도 제때 뉴욕문화원장 적임자를 뽑지 못하는 사태가 재연됐고, 지난해 10월 공모를 하고 서류전형, 면접 등을 거쳐 임용대상자를 뽑았지만 결국 임용이 취소되는 등 ‘파란만장’, ‘우여곡절’이 계속됐다.
지난 5월 정권이 바뀐 뒤에는 문체부가 뉴욕과 파리문화원장 공모제를 아예 폐지하고 옛날처럼 문체부 간부들이 가도록 하는, ‘내 밥그릇 챙기기’로 비칠 수 있는 과감한 시도까지 있었지만, 좌절됐다. 하지만 문체부는 공모규정에서 ‘공무원은 퇴직 뒤 3년 내 지원할 수 없다’는 요건을 없앰으로써 민간인과 함께 공무원이 지원 가능하도록 해, 표면적으로 ‘절반의 성과’를 얻어냈고, 재공모 과정에서 결국 문체부출신 공무원이 합격함으로서 실제적으로는 뉴욕문화원장 자리를 되찾아오는 ‘완벽한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한국정부가 천신만고 끝에 뉴욕문화원장으로 선임한 인물이 자칫 또 다른 논란을 불러올 여지가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충격을 주고 있다. 놀랍게도 현직공무원이 지원가능 하도록 변경된 재공모에서 합격한 사람은 용호성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확인됐기 때문이다.
용 처장은 행정고시출신으로 1992년 문체부에 입부,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며, 특히 청와대 비서실 행정관, 런던문화원장 등을 거쳤다. 또 한때는 국립국악원, 사행산업 통합감독위원회등 본부가 아닌 외곽으로 돌기도 했던 인물이다. 이처럼 용처장의 자질은 충분하다고 평가되면서도, 용처장의 합격이 공직사회에 충격을 주는 것은 용처장이 박근혜정부시절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다. 문체부가 문체부 간부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자리를 ‘어공’으로 부터 되찾아 왔지만 그 자리에 가는 첫 ‘늘공’이 블랙리스트 작성의혹의 중심에 선 인물인 셈이다.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실무
현재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 사무처장으로 재직 중인 용 씨는 국립중앙박물관 행정운영단장으로 재직 중인 김낙중씨와 함께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한 실무자로 꼽힌다. 공교롭게도 이들 2명은 청와대 행정관 자리를 이어받았고, 지난 2016년 2월 11일 용 씨는 영국문화원장으로, 김씨는 LA문화원장으로 발령받는 등 동일한 시기에 해외로 나가기도 했었다. 지난 2017년부터 2018년까지 활동한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진상조사 및 제도개선위원회’는 2019년 2월 발간한 조사백서를 통해 두 사람을 블랙리스트 실무담당자로 적시했다. 특히 위원회는 ‘용 씨가 2014년 청와대 교육문화 수석실에 파견돼 행정관으로 근무하면서 모 수석으로부터 블랙리스트 관련, 문화예술계 배제인사명단 등 지시사항을 받아서 문체부에 전달한 인물이라고 밝혔다.
또 위원회는 ‘그해 영화 ‘변호인’의 파리 한국영화제 출품을 배제하라’고 지시했고 이듬해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장 재직 때는 국악원공연에 박정희 풍자극 ‘개구리’ 등을 만들었던 박근형 연출가의 작품을 ‘포함시키지 말라’고 지시해 이를 관철시킨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김씨도 2014년 10월 용 씨의 후임으로 청와대 교문수석실 행정관으로 파견돼 1년여 동안 근무하며, 청와대가 작성한 블랙리스트를 문체부에 전달한 것으로 밝혀졌었다. 이에 따라 문체부는 2018년 이들에 대해 검찰수사를 의뢰했고, 검찰은 4년간 수사 끝에 대통령선거에서 윤석열후보가 당선된 다음날인 올해 3월 10일 불기소결정을 내렸다. 형사적인 혐의는 없는 것으로 밝혀진 셈이다. 그러나 2018년 당시 문체부장관이던 도종환 더불어민주당의원이 용 씨와 김 씨가 블랙리스트 작성에 관여한 핵심인물이라는 판단에 따라 검찰수사와 별도로 수사가 종료되면 징계절차에 착수하겠다고 문화계인사들에게 약속했었다.
이에 따라 지난 4월 7일 황희 장관이 인사혁신처에 이들에 대한 중징계를 요청했고, 이같은 사실을 미리 파악한 전직관료들이 황장관의 인사혁신처 요청보다 더 빨리 재고요청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직관료들은 매우 발 빠르게 움직여 엄청난 정보력을 과시했다. 황희장관이 인사혁신처에 중징계를 요청하기 이틀 전 이미 황 장관에게 서한을 보냈던 것으로 확인됐다. 4월 5일 유진룡, 박양우 전장관, 오지철, 나종민, 송수근, 김정배 전 차관 등 전직 문체부 고위관료 12명이 황희 문체부장관 등에게 ‘문체부 간부공무원 징계관련 청원’이라는 제목의 서한을 보낸 것이다.
이들 전직 고위관료들은 ‘문체부 김낙중 국장과 용호성 국장에 대한 중징계 추진을 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부제목을 단 청원서에서 ‘두 사람이 지난 4년여 동안 충분한 불이익을 받았고, 검찰조사결과 징계할 만한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으므로 징계절차를 멈춰 달라’고 요청했다. 전직관료들은 ‘이들이 소위 블랙리스트 사건에 관여하게 된 것은 본인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사건당시 보직이 부당한 명령을 전달해야 하는 통로에 해당됐기 때문이며, 그 위치에 있었다면 누구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이들에 대한 징계와 처벌은 지금까지 5년이 넘는 오랜 기간 이들이 겪은 치명적 인사 불이익과 물질적, 정신적 고통을 감수해야 했던 것으로 충분하다’고 강조했다.
‘본인 의지 상관없는 상관 압력’ 주장
특히 ‘사실관계도 충분히 소명했고, 검찰도 ‘사실여부에 대한 의견 상충만으로 이들의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최종결론을 내렸음에도 중징계를 요청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며, 타당한 처벌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더 이상 혐의가 없거나 사실관계가 불확실한 과거 사건에 매달려 징계하고 갈등을 더욱 키우는 일은 피해야 한다. 선배공무원으로서 현재 진행 중인 두 국장에 대한 더 이상의 징계조치를 멈춰주실 것을 간곡히 청원한다’고 호소했다. 하지만 전직고위관료들의 서한에 따르면, 검찰이 불기소처분을 한 것은 ‘사실여부에 대한 의견이 상충되기 때문’이며, 용처장이 명확하게 블랙리스트와 무관하다는 사실이 입증되기 때문은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
쉽게 말하면 서로 주장이 엇갈려 아리송하므로, 이른바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으로’라는 원칙에 따라서, 또 형사사건에서는 ‘합리적으로 의심할 수 없는 수준의 증명이 필요’하지만 이를 충족시키지 못해서 불기소처분을 받은 것으로 추정된다. 완벽하게 무혐의가 입증된 것은 아닐 가능성이 제기될 수 있는 것이다. 설사 용처장이 형사상 혐의는 완전해소됐다고 하더라도, 청와대와 문체부사이에서 블랙리스트 관련 메모를 전달한 사실은 분명하며, 이에 따른 도더적 책임, 관료로서 최소한의 준법의무에 대한 면죄부는 아닌 셈이다. 현재도 일부 문화계 인사들이 블랙리스트 관련 인물들에 대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용처장의 뉴욕문화원장 부임은 또 다른 파문을 몰고 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문체부등 친정집 공무원도 논란 분분
한 공직자는 ‘뉴욕문화원장 자리가 장기공석인 것은 물론 선발과정에서 공모자격을 변경하고 임용을 취소하는 등 논란이 적지 않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재공모 끝에 선발을 완료했는데 하필 합격자가 용처장이라는 것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용처장의 자격이 충분한 것으로 평가되지만, 용 처장을 둘러싼 논란과 그 논란의 사회적, 역사적 의미를 감안한다면 최종적으로 임용결정을 하는 장관이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용 처장 부임은 한류전파의 핵심기지역할을 해야 하는 뉴욕문화원의 전력을 또다시 약화시킬 수 있다. 용 처장 개인적으로 불이익을 당했고 억울하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가 문체부, 나아가 대한민국을 생각한다면 뉴욕문화원장에 지원하는 것은 재고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또 다른 공직자는 ‘공직자도 한 인간이며, 직업선택의 자유가 있고, 어떠한 일에서도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된다. 용처장이 검찰의 불기소처분을 받았으므로 이제 블랙리스트논란에서는 완전히 자유롭고, 엄격한 선발과정을 통해, 적어도 해당 지원자 중에서는 가장 적임자로 선정된 만큼 뉴욕문화원장 부임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 이번 문제는 공직사회에 중요한 선례가 된다. 법대로, 규정대로만 집행하면 된다’고 말했다. 한편 용 처장은 자신이 지난 2014년 뉴욕문화원장 공모에 합격했으나 석연찮은 이유로 부임이 취소됐다고 주장했으며, 이를 감안하면 8년 만에 다시 뉴욕문화원장에 발탁된 것이다. 용합격자는 지난 2017년 봄 서울중앙지법에 출석, ‘나는 블랙리스트에 반대했다가 뉴욕문화원 장부임이 취소되는 등의 불이익을 받았다’는 취지로 진술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영국문화 원장으로 근무 중이던 용합격자는 지난 2017년 5월22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 30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16회 공판기일에 출석, 증언했다.
공개모집 파행 거듭하다 최종 발표
2014년부터 2015년까지 당시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실 산하 문체비서관실에 행정관으로 근무했던 용 씨는 ‘청와대가 정부에 비판적인 문화예술계 인사에 대한 지원을 배제하고자 하는 움직임을 견딜 수 없어, 개방직인 뉴욕한국문화원장직에 지원, 합격했으나 알 수 없는 이유로 출국직전 합격이 취소됐다’고 주장했다. 용 처장은 ‘2014년 하반기부터 그런 기조가 강조되기 시작했고, 개인적으로 심리적 부담을 많이 느꼈지만 실무의견을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였다. 제가 더 이상 청와대에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해 뉴욕한국문화원장 선발공고가 난 것을 보고 비서관께 ‘더 이상 여기에 있고 싶지 않고 뉴욕문화원은 오래전부터 가고 싶었으니 지원하겠다’고 말했다’고 증언했다.
용합격자는 ‘통상 6월말, 7월초면 발표가 나는데 계속 지연이 됐다. 김소영 문체비서관이 최소 5-6차례이상 ‘당신 인사검증에 문제 있는 것 아니냐, 당신도 유진룡 라인으로 분류되는 사람 아니냐. 요즘도 진보진영 사람과 자주 만나느냐 등 인사검증에서 상당히 문제가 발생했다는 이야기를 여러차례 하셨다’고 강조했다. 특히 용합격자는 ‘1차, 2차, 3차 모두 합격했고 마지막 인사검증 완료했다는 것을 공직기강비서관실 담당 행정관에게 들었고, 외교부 공식통보도 받았고, 외교관 여권까지 발급받았다.
갑자기 연락이 와서 이유는 묻지 말라, 너는 못나간다는 말만 들었다’고 말했다. 또 ‘문체부에 복귀한 뒤에도 과장으로 부터 ‘개인사정으로 지원을 철회했다’라는 문서를 작성하라는 강요를 받았다. 왜 그런 일이 벌어졌는지 현재도 이유를 알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본보 확인결과 외교부는 지난 2014년 4월 23일 뉴욕문화원장 개방형직위 공개모집 공고를 냈고, 5월 16일 서류전형합격자 등을 발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용합격자 주장대로 임용이 취소됐고, 2014년 11월 19일 다시 뉴욕문화원장 공개모집공고를 냈고, 2015년 2월 13일 서류전형합격자를 발표한 뒤 이수동씨가 합격했으나, 이 씨는 신원조회에서 부적격판정을 받아 임용이 취소됐었다. 이처럼 2회나 임용이 취소된 끝에 외교부는 다시 2015년 6월 16일 뉴욕문화원장 공개모집공고를 냈고 6월 26일 서류전형 합격자를 발표했고, 사상처음으로 공무원이 아닌 민간인 출신인 오승제 제일기획 상무가 임용됐다. 오 상무는 2015년 8월 26일에 부임, 공모공고부터 부임까지 불과 70일밖에 걸리지 않았고, 박근혜 국정농단사건 때 특혜임용논란이 불거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