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FDIC에 문제보고서 제출’ 2021년 12월 ‘보복해고’ 손배소
■ 서태원 전행장등 12명 데포지션에 부담…미루다 결국 항복
■ ‘끝까지 가면 이로울 게 없다 판단한 듯’ 서둘러 종결 합의
■ 신한외 다른 은행도 고용관계 인한 ‘유사소송’ 직면 가능성
신한아메리카은행이 돈세탁 방지법 및 금융보안법 위반혐의로 컨센트오더를 받은데 이어 지난 2022년 12월초 전직부행장 4명이 집단으로 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지난 2021년 말 송구선 전 부행장이 제기한 소송에 대해서는 사실상 백기 항복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한 측은 추가제재 사실이 알려지기 직전인 지난해 11월초 합의의사를 표명한 뒤 한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전직부행장 4명이 소송을 제기한지 1주일 만에 ‘송 전부행장과 신한은행은 합의를 통한 소송종결에 합의했다’고 재판부에 통보했고, 재판부가 이를 승인했다. 신한 측은 송전부행장측이 신한아메리카은행 당시 행장 등 고위임원은 물론 이사 등에 대한 데포지션을 추진하자, 상당한 압박을 느껴 두 손을 든 것으로 보인다. 2주전 <선데이저널> 보도 이후 2주 만에 신한은행과 송구선 전 부행장과의 전격 합의에 이른 전후 관계를 따라가 보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신한아메리카은행에 FDIC의 제재, 전직 부행장 4명의 집단소송 등 내우외환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송구선 전 부행장의 소송은 결국 신한은행의 백기항복으로 종결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2022년 12월 14일 신한 측 변호사인 필립 다비도프는 뉴욕남부연방법원 폴 엔젤마이어 판사에게 서한을 보내 전격합의사실을 통보했다. 다비도프변호사는 이 서한에서 ‘송구선 전 부행장과 신한아메리카은행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에 도달했기 때문에 송 전부행장 측 변호사의 동의를 얻어 이 사실을 재판부에 통보한다. 만약 재판 종결을 위해 추가정보가 필요하다면 요청해달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엔젤마이어 연방판사는 같은 날 신한 측 변호사의 통보를 승인한다고 명령했다.
법원, ‘합의도달-소송종결’ 명령
엔젤마이어 판사는 ‘원피고양측이 원칙적인 합의에 도달했다고 통보해왔기 때문에 소송을 기각하고 더 이상 진행하지 않겠다. 만약 합의가 진행되지 않으면 이 명령을 내린지 30일 이내에 원피고측중 어느 쪽이라도 소송재개를 요청할 권리가 있다’고 명령했다. 본보확인결과 뉴욕남부연방법원은 12월 14일로 이 소송을 종결 처리한 것으로 밝혀졌다. 사실상 송구선 전 부행장 측의 승리로 마무리된 것이다. 송전부행장 측은 지난 2022년 10월21일 신한 측에 디스커비리에 대한 답변이 미흡하다며 10월 28일까지 이를 시정해달라고 요구하는 등의 압박을 가했고, 11월 4일까지 신한 측이 답변을 하지 않자 전화컨퍼런스를 요청했고, 11월 9일 신한측은 전화컨퍼런스에서 합의를 요청했었다. 이에 따라 송전부행장 측이 합의조건 등이 담긴 합의제안서를 신한 측에 전달하고 11월 16일까지 이를 수용할 것인지 확답을 요구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11월 17일까지 이에 대한 답변을 하지 않았고, 송전부행장측이 정해진 규정에 따라 직접 면담을 요청하자 은행 측은 11월 21일까지 미흡한 부분을 보충하겠다고 약속했지만 결국 이를 지키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송전부행장 측은 서태원 전 신한아메리카행장을 비롯해, 지난 2020년 3월 16일 특별이사회 및 특별감사위원회에 참석한 은행 측 임직원은 물론 은행이사들까지 데포지션을 신청하자 은행 측은 큰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데포지션을 요구받은 인물은 서태원 전행장과, 남우현 인사담당 부행장, 조정훈 부행장, 도건우, 장하나 등 은행 측 임직원과, 민대기 변호사, 제니퍼 김 변호사, 브라이언 보영 박 변호사 등을 포함한 12명에 달한다. 송전부행장 측은 이들 12명 중 일단 3명에 대해 12월 5일부터 14일 사이에 데포지션을 실시 할테니 은행편의에 따라 3명을 선택, 명단과 가능시간을 통보해달라고 요청했다, 하지만 은행 측은 이 같은 통보마저 무시했고, 결국재판부가 지난해 11월 28일, ‘은행 측에 12월 1일까지 명단제출 등을 이행하라’고 명령, 데포지션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손해배상 액수는 밝히지 않아
신한측은 송전부행장 측이 디스커버리의 권리를 최대한 행사, 대규모 데포지션을 신청하는 등 강하게 밀어붙이자, 여러차례 이에 답변하지 않는 등, 어떻게 대응할지를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되며, 합의를 제안했다가 뒤로 빠지기도 하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였다. 또 지난해 12월 5일 전직 부행장 4명이 한꺼번에 소송을 제기했고, 특히 진옥동 신한 금융그룹 회장을 피고에 포함시킴에 따라, ‘기왕에 엎지르진 물, 이판사판이다. 강경대응 하자’는 쪽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예측됐었다. 하지만 때마침 신한금융그룹 회장 및 신한은행 본점 행장 교체시기와 맞물리면서 최대한 은행의 잡음을 줄여야 할 상황이었고, 신한아메리카은행 행장 등 고위임원은 물론 은행을 도와주는 입장인 사외이사들마저 데포지션이 불가피해지자 손을 들고 만 것으로 추정된다. 송전부행장 측도 만약 신한측이 강경 대응했다면, 지난달 제기된 전 부행장 4명의 소송과 맞물려 돌아가며 장기전으로 간다면, 오랜 시간이 지난 뒤 만약 소송에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내심 합의가 불발될까봐 마음을 조아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결국 ‘배짱이 약하고 약점이 많은 은행 측이 손을 든 것이다.
송전부행장이 50만 달러 손해배상을 요구했지만 얼마에 합의했는지는 비밀사안이라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지 않은 돈에 합의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지난달 소송을 제기한 부행장 4명에게는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두 소송이 매우 유사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들 부행장 4명의 전임자중 최소한 3명도 돈세탁방지법 위반사실을 FDIC등에 제보하고, 은행 임원들에게도 개선을 요구하다 해고된 것으로 알려져, 이들 3명도 ‘송전부행장 합의’소식을 듣는다면 소송대열에 합류할 가능성도 크다. 이미 변호사들이 이들 3명에게 접촉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신한 측으로서는 올해도 험로가 불가피한 것이다. 그러나 이미 은행감독국 FDIC가 신한아메리카의 BSA규정 위반 사실을 알고 있어 합의와 상관없이 은행에 대한 조사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노동법소송은 또 다른 퇴직금?
또한 이 같은 불행은 비단 신한아메리카로만 그치지 않을 수도 있다. 한인들이 설립한 은행은 물론, 미국시장에 진출한 우리아메리카은행등도 유사한 소송을 당할 수 있으며, 송전부행장의 승리소식은 비슷한 처지의 한인은행 직원들에게 희망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송전부행장의 승전보는 아마도 일부 은행원들에게는 ‘아~ 은행이 약점이 많으니 소송을 하면 승리하는 구나, 은행에 재직할 때 과감하게 FDIC등 금융감독당국에 비리를 제보하면 나중에 소송 때 유리할 수 있겠구나’하는 메시지가 될 수 있는 것이다. 퇴직 뒤 노동법소송이 또 다른 퇴직금노릇을 톡톡히 하는 셈이다. 한인사회의 고용관계가 점점 ‘기승 전 소송’으로 귀결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