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40] 이준석, 유승민 이번엔 나경원 ‘김건희 살생부 리스트’…차례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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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대지마라’는 대통령부부 의중도 모르고 설쳤다가 정치적 큰 위기
■ 부부 모임 때 김건희에 찍힌 나경원은 대통령 취임식 참석도 못 해
■ 궁지 몰린 나경원, 급히 이철규 만난 건 김건희에 ‘살려달라’ 메시지
■ 이철규, 윤석열 부부 스폰서 황하영과 가깝게 지내며 사실상 메신저

윤석열 정권의 나경원 죽이기가 현실이 됐다. 국민의힘 중진의원이자 대표적 여성의원으로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서 새빨간 거짓말쟁이로 모는 등 공격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나 전 의원이 역임했던 저출산위원회 위원장은 장관급인데 대통령실이 자기 정권 장관을 공격하고 있는 셈이다. 발단은 물론 나 전 의원의 발언이었지만, 다른 때 같으면 해명 한 마디로 넘어갈 수 있었던 사안을 ‘상종 못할 사람이다’, ‘애도 아니고’ 라는 발언까지 쓰면서 비판한다는 것은 대통령의 의중이 담겼다고 밖에 해석할 수 없다. 그렇다면 그 대통령의 의중이란 무엇일까. 본지는 지난해 11월 30일 <나경원이 김건희에게 찍혀 홀대받는 기막힌 이유> 제하의 기사에서 나 전 의원이 윤석열 정부에서 홀대 받고 있고 그 배경에는 김건희 여사와의 악연이 있다고 보도했다. 그리고 이 여자들의 감정싸움이라는 것이 간단히 않을 것이라고 봤는데, 모든 것이 그 시나리오대로 가고 있다. 본국 정치권에서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에게 저출산고령화사회 위원장을 맡긴 것이 중용이라고 했지만 본지는 이것이 ‘나대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는 김건희 여사의 메시지로 봤다. 그런데 결국 윤석열 대통령 측과 나경원 전 의원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모양새다. 나 전 의원이 부랴부랴 이철규 의원을 찾아간 것은 결국 김건희 여사에게 ‘살려달라’고 항복 메시지를 전했다는 해석인데, 이 또한 마음처럼 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본지가 11월 30일자에도 보도했듯이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을 하던 시기만 해도 나경원 위원장 간 관계는 나쁘지 않았다. 윤 대통령과 나 전 의원은 서울 마포구 서교동 일대에서 함께 고시 공부를 할 정도로 가까웠으며 세 사람은 각각 검사와 판사로 일하면서도 일년에 한 두 번은 사석에서 만날 정도로 가깝게 지낸 사이로 알려졌다. 특히 윤 대통령이 전격적으로 서울중앙지검장에 오른 이후로는 서교동 한 술집에서 다른 서울대 법대 동문들과 함께 정기 모임을 할 정도로 가깝게 지냈다. 과거에는 윤 대통령이 나 전 의원을 ‘경원아’라고 부르고, 나 전 의원을 윤 대통령에게 ‘오빠’라고 불렀다.

하지만 나 전 의원이 현 남편인 김재호 판사와 결혼한 이후 나 여사라고 불렀다고 한다. 어쨌든 세 사람은 이후에도 꾸준히 가깝게 지냈다. 실제로 과거 나 전 의원이 딸의 성신여대 부정입학 문제로 검찰에 고발당했을 때 검찰은 이 사건을 오래 뭉갰고 끝끝내 무혐의 처리했다. 두 사람은 이 정도로 끈끈했으나 윤 대통령이 이른바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급부상 하면서 두 사람의 역학관계가 뒤바뀌었다. 4선 중진으로 정치적 무게감이 더 있던 나 전 의원이 졸지에 을이 됐고, 정치 신인이었던 윤 대통령이 갑이 됐다. 여기서 멈추지 않고 윤 대통령은 결국 대통령의 자리에 올랐고, 주종 관계는 더욱 확실해졌다.

눈 밖에 난 나경원의 딜레마

문제는 대한민국의 정사(政事)를 다루는 실세가 대통령이 아니라 그의 부인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며 김건희 여사가 나 전 의원을 좋아하지 않다다는 소문이 정치권 안팎에 파다할 정도라는 점이다. 이런 실체 없는 소문에 대해 본지가 취재한 결과 그 배경에는 다음과 같은 사연이 있었다고 한다. 나경원 전 의원은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 부부 동반 식사 자리에서 김건희 여사와 처음 마주했고, 이 자리에서 미묘한 긴장감이 돌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서울대 법대 동문들 3명 사이에 참석한 그가 상당한 열등감을 느끼면서 그 화살이 고스란히 나 전 의원에게 향했다는 후문이다. 실제로 나 전 의원은 취임식에 초청받지 못했고, 에둘러 서운함을 표했다. 뿐만 아니라 나 전 의원은 지난 7월 한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여사의 팬클럽인 ‘건희 사랑’을 정면으로 저격하기도 했다.

나 전 의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나와 “김건희 여사 팬클럽이 정말 눈에 거슬린다“라며 “정치적 발언을 해서 이게 김 여사 발언으로 오인될 수 있지 않겠나”라고 저격했다. 나 전 의원은 “다행히 김 여사께서 팬클럽의 발언은 본인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이런 부분은 빨리 선을 그었으면 어땠을까 생각한다”고 팬클럽만 저격했지만, 당시 팬클럽은 김 여사의 활동 사진을 단독으로 입수해 공개하는 등 김 여사와 밀접한 관계를 맺었던 곳이다. 어쨌든 이 날 식사 자리 이후 김 여사는 윤 대통령에게 나 전 의원을 가급적 주요 보직에서 제외할 것을 권했고, 현재까지는 그의 정치적 무게감에 비해 이런 주문이 실현되고 있다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나 전 의원이 윤 대통령의 당선인 시절에 다보스포럼 특사로 파견을 나가고 취임 후에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임명됐기 때문에 중책을 맡고 있다고 주장할 수 있지만 나 전 의원의 정치적 무게감을 따지면 사실상 방구석에 처박아 놓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볼 수 있다.

나 전 의원은 수도권 4선을 한 데에다 원내대표까지 지낸 여당 대표 여성 정치인이다. 비록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위원장이 대통령이고 부위원장은 장관급이긴 하지만 과거 2명의 위원장을 보면 나 전 의원과 비교해서 이름값이 훨씬 떨어진다. 그만큼 저출산 고령화 문제에 현 정부가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해명할 수도 있지만, 이 자리가 명백한 한직이며 지난 정권에서는 중진 의원들 대부분이 거부한 자리다. 또한 나 전 의원 역시 현 정부에서 당 대표를 비롯한 보다 중량감 있는 자리를 원했으나 여당 패권은 윤핵관들이 주름 잡고 있다. 사실 윤핵관은 나 전 의원보다 이름값이나 정치 경력에서 밀리지만 그들이 나 전 의원보다 나은 것은 김건희 여사를 형수로 부르며 사이좋게 지낸다는 점이다. 이런 에피소드들은 결국 윤 대통령이 김건희 여사의 치맛자락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일각의 소문과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적의 적은 동지라더니…

나 전 의원은 대통령 부부의 이런 뜻을 전혀 눈치 채지 못하고, 아마 본지가 보도했던 내용 역시 추문으로 흘려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본인의 섣부른 발언은 대통령실, 그보다 더 깊숙한 대통령 부부의 역린을 건드렸다. 나 전 의원은 먼저 본국시간으로 1월 6일 한 방송사 프로그램에 출연해 “최근에 전당대회 모습을 보면서 관전만 하는 것이 맞느냐에 대한 고민이 깊어졌다”며 “그래서 마음을 조금 굳혀가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그런데 나 부위원장이 출마 의사를 밝힌 다음 날(6일), 공교롭게도 대통령실이 나 부위원장을 언급하는 입장문을 하나 내놨다. 나 부위원장이 저출산 대책으로 자녀 수에 따라 대출금을 탕감하거나 면제하는 안을 내놓은 게 화근이 됐다. 이에 대통령실이 “개인 의견일 뿐 정부 정책과 다르다”고 선을 그은 것이다. 상황은 이후 더 악화됐다.

나 부위원장이 8일 페이스북을 통해 “돈 없이 해결되는 저출산 극복은 없다”며 “정치권 일부 인사들이 저의 전당대회 출마 여부에 따른 향후 유불리 계산에 함몰돼, 이번 사안을 정략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반박하면서다. 이 발언에 대해 윤 대통령이 격노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고, 결국 대통령실에서는 나 부위원장을 해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된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나 전 의원이 대통령의 분노를 산 것은 저출산 관련 발언보다 당권에 욕심내지 말고 잠자코 있으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전혀 읽지 못하고 당권도전 의사를 밝힌 것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상황이 급해진 나 전 의원은 윤핵관 중 한 명인 이철규 의원을 만났다. 두 사람은 지난 10일 한 시간여 가량 배석자 없이 대화한 것으로 파악된다. 나 전 의원이 이 의원을 만난 것 자체는 단순히 윤핵관 의원 한 명을 만났다는 것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이 의원은 윤핵관 중에서도 가장 김건희 여사와 긴밀하게 소통하는 인사다.

본지가 몇 차례 보도했지만 현재 윤석열 대통령 부부의 스폰서로 알려진 강원도 동해 출신 황하영 사장은 이철규 의원과 가깝게 지내고 있는데 사실상 김건희 여사의 눈에든 인물들의 호위무사처럼 움직이고 있다. 장예찬 청년재단 이사장이 최고위원 출마 발표를 할 때 이철규 의원이 동석한 것이 대표적인 장면이다. 장 이사장은 윤 대통령이 정치권에 출마할 때 처음부터 함께 했던 참모로 김 여사의 두터운 신임을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결국 이 의원이 가지고 있는 정치적 함의로 인해 나 전 의원이 장제원 의원과 같은 평소 더 친분이 있으며 대통령과 가까운 의원보다는 이 의원을 찾아간 것으로 보인다.

비尹들은 죽으라는 신호

김건희 여사와의 불편한 관계도 있지만 윤 대통령 측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역시 내년 있을 총선 공천권을 윤핵관과 거리가 있는 인사가 가져가는 것이 최악의 상황이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오는 2월에 있을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9월 기자들에게 “대통령으로서 당무에 ‘이래라 저래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지만,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은 실질적으로 당무에 관여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주요 당권 주자들이 너나없이 ‘윤심팔이’에 나서고 있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묵인하는 모습도 이어진다. 윤 대통령은 ‘윤핵관’ 장제원 의원과 손잡은 김기현 의원을 지난해 11~12월 사이 최소 두 차례 만났고, 이런 내용은 언론을 통해 고스란히 보도됐다. 윤 대통령이 지난 7일 큰아들 혼사를 조용히 치른 김 의원에게 축하 전화를 한 사실도 8일 알려졌다.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한 안철수 의원 쪽도 “부부 동반 관저 초대를 받았다”고 지난 4일 언론에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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