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고 앞두고 뉴욕 주 일부 목사들 ‘주애리는 억울’ 구명운동 전개
■ ‘정부상대로 거액 사기범에 한인사회차원 구명운동 적절한가’논란
■ ‘880만 달러 사기’유죄평결 받은 후 ‘매니저가 벌인 일’ 재심청구
■ 두 번에 걸친 재심청구 모두 기각…오는 2월 9일 최종 선고 공판
지난해 3월 880만 달러 메디케어 사기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한인 류미티스전문의인 주애리 씨(김대중 정부시절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전 처제)의 새로운 증거가 발견됐다며 두차례 새로 재판을 해달라고 재심청원을 했으나 지난해 말 모두 기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주 씨는 재판 때 변호사가 제보자인 히스패닉계 직원의 공금횡령증거를 재판과정에서 제시하지 않는 등 부실한 변호로 유죄평결을 받았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주 씨는 최종선고공판일이 다음달 9일로 확정되고 중형이 예상되자 지난 1월초 한인목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갖고 ‘자신은 억울하다’라며 한인들에게 탄원서를 써달라고 요청하는 등 여론전에 나섰다. 하지만 주 씨는 끝까지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새해벽두부터 뉴욕뉴저지 한인사회에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의 전 처제 주애리 씨의 구명운동이 논란을 일고 있다. 880만 달러 메디케어 사기혐의로 유죄평결을 받은 류머티스 전문의 주애리 씨가 다음 달 선고를 앞두고 한인사회 일부 인사들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은 억울하다며 한인사회에서 탄원서 등을 법원에 제출해 달라고 호소했고, 한인교회 등에서 구명서명운동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선고를 앞둔 피고가 법정 밖에서 여론전에 돌입한 셈이다.
장철우 목사, 이병준 목사, 이호제 박사, 최재은 변호사 등은 이른바 ‘주애리 구명위원회’는 지난해 12월 29일 교회지도자 및 한인단체장들과 구명논의를 한 뒤 지난 1월 4일 뉴저지 주 팰리세이즈팍의 한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주 씨는 죄가 없다’며 구명운동을 벌이겠다고 밝혔다.
구명위 ‘주 씨는 억울’ 서명운동 논란
이날 모임에서 최재은변호사는 ‘20년 이상 병원에서 매니저로 일했던 타민족 직원이 자신의 부당행위를 주 씨에게 뒤집어 씌워 억울한 처벌을 받게 됐다. 법 집행기관은 제대로 수사를 하지 않고 주 씨를 법정에 세웠고 재판과정에서 국선변호사의 무성의, 배심원단을 불공정한 구성으로 제대로 된 변론없이 유죄평결이 내려졌다’고 주장했다. 일부언론은 최재은 변호사가 주 씨의 변호인이라고 보도했으나 연방법원 확인결과 이사건의 변호인은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최 변호사는 또 ‘주 씨 체포과정에서 미란다 고지를 하지 않는 것부터 시작해 기소자체가 고발자인 타민족 매니저의 일방적인 모함성 제보에만 의존해 증거가 제대로 제시되지 않았고, 재판과정에서 배심원구성에 피고 측 견해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피고인 측 증인이 전혀 채택되지 않는 등 허술한 재판이었으며, 유죄평결을 바로잡기 위해 재심을 청구했지만 기각됐다’고 주장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주애리 씨 본인도 참석,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을 인정할 수는 없다. 인정 한다는 것이 오히려 범죄’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즉 자신은 무죄라는 것이다. 특히 구명위원회는 한인들 5천명의 서명을 받아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고, 지난 7일과 8일 주말동안 일부 한인교회에서 서명운동에 벌인 것으로 알려졌다. 과연 몇 명이 구명운동에 동참할지는 모르지만 일부 교회목사들이 한인사회 차원의 구명운동을 주장함으로서 미국정부를 상대로 한 사기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이 내려진 인물에 대해 개인차원이 아닌 한인사회차원의 구명운동이 바람직한 일인지 논란을 초래할 것으로 보인다.
주애리 씨는 류머티스전문의로 잘 알려져 있지만, 임창열 전 경제부총리 및 최창윤 전 총무처 장관의 전 처제이기도 하다. 주 씨는 지난 2019년 9월 미국정부의 전국적 메디케어 단속에서 사기혐의로 적발된 인물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최소 880만 달러 이상을 부당하게 청구, 이득을 처한 혐의로 기소된 뒤 지난 2022년 3월 3일부터 8일까지 6일간의 배심원재판 끝에 메디케어사기 등 6개 혐의에 대해 유죄평결이 내려졌다. 그 뒤 주 씨는 재판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았다며 두 차례나 새 재판을 열어달라고 요청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당초 지난 2022년 7월 14일로 예정됐던 선고공판은 연기됐고, 재판부는 지난해 말 재심요청을 기각하면서 오는 2월 9일을 선고공판일로 최종 확정했다.
주씨 ‘나 모르게 매니저가 벌인 일’주장
주 씨는 유죄평결 뒤 보름만인 지난 2020년 3월 22일 뉴저지연방법원에 새로운 재판을 열어달라며 재심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주 씨는 재심청구서에서 ‘20년 이상 매니저로 일했던 히스패닉계 직원 로사 칼바니코가 보험료청구, 직원관리 등 모든 행정업무를 담당했으며, 나는 보험료 청구와는 무관하다. 특히 칼바니코가 병원에서 일한 적이 없는 2명에게 임금수표를 발행했고, 그 수표는 칼바니코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칼바니코는 병원공금도 횡령했다. 검찰은 오로지 칼바니코의 진술을 유일한 증거로 제시했지만 이는 일방적 주장이다. 칼바니코의 부정을 입증하는 새로운 증거가 발견된 만큼 새로 재판을 열어 달라’고 요청했다. 한마디로 주 씨는 직원의 모함으로 자신이 의료보험사기죄를 뒤집어썼다는 것이다.
특히 주 씨는 재판 때 국선변호인에게 칼바니코의 비리를 입증하는 증거를 전달했지만, 국선변호인이 재판 때 이를 제대로 제시하지 않는 등 부실한 변호로 유죄평결을 받았다’며 자신의 변호사를 비난했다. 주 씨는 이 같은 주장을 입증이라도 하듯 4월 12일 기존 변호사를 교체하고 알란 제가스 변호사를 새 변호사로 선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뉴저지연방법원은 배심원단이 지난 2022년 3월 8일 주 씨에 대해 유죄평결을 내리자 지난 2022년 7월 14일 선고공판을 열 예정이었지만, 주 씨의 재심요청으로 재심이 끝날 때까지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원고인 연방검찰과 피고인 주씨 측이 출석한 가운데 구두 심리를 개최한 뒤 지난 2022년 6월 28일 주 씨의 재심요청을 전격 기각했다. 재판부는 주 씨의 주장과는 달리 ‘배심원 재판과정에서 검찰이 칼바니코 뿐 아니라 환자들과 병원의 다른 직원들, 랩의 테크니션 등 많은 증인을 출석시켜 증언을 하도록 했고 혐의를 입증할 증거를 제시했다.
배심원 재판은 6일간 진행돼 유죄평결이 내려졌으며, 칼바니코가 허위진술을 했다는 피고의 주장은 근거가 없으므로, 재심요청을 기각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다는 주 씨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하지만 주 씨는 재심에 대한 열정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 씨는 재심이 기각된 지 1주일 만인 2022년 7월 6일, 지난 4월 12일 선임했던 알란 제가스 변호사를 해임하고, 다시 사무엘 브레이버맨 변호사를 새로 선임한 것으로 확인됐다. 국선변호사에 이어 새로 선임한 변호사도 해임한 것이다. 그리고는 브레이버맨 변호사의 도움을 받아 지난 2022년 10월 31일 또 다시 재심요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본인 자술서에서도 ‘25년 실형’ 언급
두 번째 재심요청의 이유도 ‘칼바니코의 부정을 입증할 새로운 증거를 발견했고, 배심원 재판 당시 국선변호사의 부실한 변호로 제대로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는 등의 두 가지 이유였다. 특히 주 씨는 재심요청서와 함께 자신의 진술서 및 자신의 병원 직원이었던 강민혜 씨의 자술서를 첨부했다. 주 씨는 자술서에서 ‘매니저였던 로사 칼바니코가 공금을 횡령한 것은 물론 보험료 청구는 물론 직원채용 등 모든 행정업무를 전담했다. 하지만 칼바니코가 나에게 자신의 범죄를 뒤집어씌우면서 나는 25년 이상의 실형위기에 처했다’며 공금횡령증거 등 새 증거가 나온 만큼 다시 재판을 열어달라고 요구했다.
강민혜 씨도 자술서에서 ‘주 박사를 15년 이상 알고 있으며, 2016년 5월부터 2019년 2월까지 주 박사 병원에서 근무했다. 내가 병원에 근무할 때 칼바니코가 모든 병원업무를 총괄했으며, 특히 칼바니코가 샘 박 및 사무엘 박이 병원에 근무한다며 임금수표를 발행했지만 실제로 이 같은 이름의 직원은 없었다. 그 뒤 샘 박 및 사무엘 박에게 발행된 수표는 칼바니코의 은행계좌에 입금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진술했다. 주 씨의 진술을 뒷받침하는 내용이다. 이처럼 주 씨와 강 씨 등은 칼바니코가 정부에 메디케어를 부정 청구했으므로 주 씨는 무죄라고 주장한 셈이지만, 과다청구액 880만 달러의 대부분은 칼바니코가 아닌 주 씨가 실수혜자였다는 점에서 주 씨의 무죄주장이 무리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특히 재판부는 주 씨의 두 번째 재심요청도 근거가 없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지난 2022년 12월 19일 원피고 양측이 출석한 가운데 구두심리를 열었으며, 12월 29일 재심요청 기각명령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가 제출한 증거가 새로운 증거가 아니며, 이미 검찰 심문과정에서 모두 밝혀진 것’이라고 판단했다. 또 국선변호인의 부실한 변론주장에 대해서도 ‘통상적으로 변호인의 부실한 변론이 재심청구의 합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는다’며 기각사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기각결정과 함께 오는 2월 9일 주 씨에 대한 선고공판을 개최한다며, 1월 13일까지 원피고양측은 구형과 탄원서, 최후변론 등 부속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당초 주 씨에게 적용된 혐의는 메디케이드사기사건과 관련한 6개 혐의, 킥백 2개 혐의 등 8개 혐의였으나 배심원재판에서 킥백 2개 혐의는 무죄평결이 내려짐으로써 6개 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 상태다. 특히 메디케이드 사기혐의는 각 혐의 당 최대 10년형에 처해질 수 있어 현행법 상 최대 60년형의 선고가 가능하다. 주 씨 본인도 자술서에서 25년 실형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적절성 논란을 빚고 있는 주 씨 구명위원회의 구명운동이 과연 몇 명의 서명을 받게 될지 모르지만, 주 씨가 끝까지 유죄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범죄금액이 550만 달러를 넘기 때문에 가중처벌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중형이 선고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