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원, 버지니아 주 제7지방법원 대체판사 김노숙, 탈세혐의 철퇴
■ 검찰구형은 46개월인데 법원선고는 6개월 많은 52개월 실형선고
■ 추징금도 87만 달러 외에 별도 벌금도 20만 달러 추가 징수판결
■ 기소 직전까지 대체판사 활동에 충격…지난해 8월 자격박탈 동의
■ 남편은 2021년 8월 정부상대 765만 달러 부당이득 혐의로 유죄
■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정부상대 사기로 2500만 달러이상 수주
■ 남편 장남 등 일가 5명 모두 탈세범죄로 실형…무관용 원칙 적용
■ 부부 동시 실형은 매우 이례적…정부상대 죄질 나쁘다 판단한 듯
버지니아 거주 한인남성이 미 해병대 등 군부대에 중국산제품을 미국산으로 속여서 납품했다가 58개월 실형을 선고받은데 이어, 약 1년 5개월만인 1월초 이 남성의 부인이 탈세혐의로 52개월 중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연방법원은 버지니아 주 지방법원의 대체 판사, 버지니아 주 변협의 징계담당임원까지 역임한 30여년 경력의 한인여성변호사의 죄질이 나쁘다고 판단. 검찰구형보다 더 중한 형을 선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신의 변호사 트러스트계좌까지 탈세에 악용한 것으로 드러난 이 여성변호사는 실형 외에 추징금 87만 달러, 벌금 20만 달러가 부과됐고 변호사자격도 박탈당했다. 법원은 통상 부부에게 동시에 실형을 선고하지 않는 관례를 감안하면, 이번 판결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이 여성변호사는 최후변론 때 ‘아버지와 어머니가 과도한 음주를 일삼았고, 부모가 나를 육체적으로 학대했다’고 주장하면서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89년 버지니아 주 변호사 자격을 취득, 30여 년간 변호사로 활동했던 61세 한인여성 김노숙 씨. 특히 김 씨는 최근까지 버지니아 주 해밀턴 지역을 관할하는 제 7지방법원의 대체판사로 활동했고 버지니아 주 변호사 협회에서 징계를 담당하는 임원을 역임하는 등 지역사회에서 성공한 변호사로 알려진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이면은 자신의 변호사 자격을 이용해 개인소득세를 탈세한 화이트칼라 범죄자로 드러나면서 변호사면허를 박탈당한 것은 물론 차디찬 감방에서 노년을 보내게 됐다.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은 지난 1월 5일 김노숙 변호사에 대해 2015년 치 개인소득세 및 2016년 치 개인소득세 탈세혐의에 대해 유죄가 인정된다며, 징역 52개월 실형에 추징금 87만 달러, 벌금 20만 달러를 선고했다. 법원은 또 만기복역 후 3년 간의 보호관찰을 받으라고 명령했다. 김 변호사는 이에 앞서 지난 2022년 7월 11일 기소됐으며, 기소 후 1개월도 안된 7월 28일 2건의 탈세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탈세혐의 유죄 인정, 57개월 실형
특히 법원이 선고한 형량은 검찰의 구형량보다 더 높은 것으로 드러났다. 연방양형가이드 라인에 따른 김 씨의 형량은 46개월에서 57개월이며, 김 변호사측은 지난 2022년 12월 8일 최종변론을 통해 ‘피고인이 전과가 없는 점, 변호사로서의 사회기여 등을 감안, 양형가이드 라인보다 훨씬 낮은 형을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다. 반면 같은 날 검찰은 ‘변호사인 것은 물론 대체판사로서, 법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고, 법을 잘 지켜야 할 피고인이 끝없는 탐욕으로 정부와 국민을 농락했다’며 46개월을 구형했다. 검찰구형은 양형가이드라인의 최저수준이다. 통상 재판부는 피고인의 최후변론보다는 높게, 검찰구형보다는 낮은 형을 선고하는 것이 관례지만, 김 변호사에 대한 판결은 달랐다. 검찰 구형량 46개월보다 6개월이나 많은 52개월 실형을 선고한데다, 추징금 외에도 벌금을 20만 달러나 때렸다. 이는 재판부가 김 변호사의 죄질을 극히 나쁘게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특히 김 변호사가 버지니아 주 제 7지방법원의 대체판사임에도 탈세를 저질렀다는 점이 중형을 초래한 것으로 보인다. 버지니아 주 현행법상 판사의 휴가나 병가 때 업무공백을 막기 위해 현직판사와 똑같은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대체판사를 임명하도록 돼 있으며, 버지니아 주 31개 지방법원에 5명에서 7명의 대체판사가 임명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는 검찰의 기소 직전인 지난 2022년 7월 1일 대체판사 사직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돼, 검찰수사기간 중에도 판사로서 활동했고 이 같은 점이 양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검찰의 기소장과 김 변호사의 유죄인정합의서 등에 따르면 김 변호사는 지난 2016년 10월 10일 남편 김병섭 씨와 함께 공동으로 2015년 치 개인소득세를 보고하면서 소득이 33만 4287 달러라고 신고했지만 검찰수사결과 96만9천 달러의 소득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즉 총소득은 최소 130만 달러였지만 25% 정도만 신고하고 75%를 누락시키는 방법으로 세금을 포탈한 것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 부부는 2015년 5월부터 9월부터 미 해병대에 프로모션 아이템 등을 납품하고 290만 달러를 받았으며, 2015년 12월초 이 돈 중 일부인 97만 달러를 중국의 골드웨이인터내셔널트레이딩에 물품대금명목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이 중국업체는 돈을 송금받은 다음날 김 변호사의 변호사 트러스트계좌로 97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중국업체와 짜고 97만 달러를 비용으로 처리한 뒤 똑같은 액수를 바로 그 다음날 되돌려 받은 것이다.
변호사 트러스트계좌까지 악용
이들 부부가 소득세 탈세를 위해 변호사 트러스트계좌까지 사용했다는 점에서 충격을 금할 수 없다. 변호사 트러스트계좌란 변호사가 소송의뢰인으로 부터 각종 공탁금이나 수수료 등을 받아서 보관할 때 사용하는 계좌로서, 국세청 등이 변호사 트러스트계좌에 대해서는 잘 조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부부가 변호사 트러스트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97만 달러 중 62만여 달러는 공동소유주택인 퍼거슨주택의 대출금 상환에, 14만 달러는 ‘개인 1’로 부터 CC인베스트 먼트 지분 매입에, 20만 7천 달러는 CC인베스트먼트의 대출금 상환에 각각 사용했다고 밝혔다. 소득에서 누락시킨 돈을 찾았고, 이 돈의 사용처까지 완벽하게 규명한 것이다. 김 씨 부부는 2015년 치 소득 97만 달러를 숨겨 개인소득세 37만 5천 달러를 탈세했으며, 김 변호사는 이 같은 혐의를 모두 인정했다.
김 변호사는 2016년에는 더 많은 소득을 숨긴 것으로 밝혀졌다. 김 변호사는 지난 2017년 10월 19일 남편 김병섭 씨와 함께 공동으로 2016년 치 개인소득세를 보고하면서 소득이 47만2197 달러라고 신고했지만 검찰수사결과 125만 달러의 소득을 숨긴 것으로 드러났다. 즉 총소득은 최소 172만 달러였지만 27% 정도만 신고하고 73%를 누락시켰다. 검찰에 따르면 김 변호사부부는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미 해병대에서 물품대금으로 115만 달러, 인디애나 주 방위군으로 부터 물품대금으로 14만 천달러를 받았으며, 이중 2016년 4월말 이돈 중 일부인 125만 달러를 중국의 골드웨이인터내셔널트레이딩에 물품대금으로 송금했다. 하지만 이 중국업체는 송금받은 다음날 김 변호사의 변호사트러스트계좌로 125만 달러를 송금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 변호사가 부부가 변호사 트러스트계좌를 통해 송금받은 125만 달러 중 118만여 달러는 부부공동명의로 설립한 BBK엔터프라이즈유한회사의 대출금상환에, 6만 7천여달러는 CC인베스트먼트의 대출금 상환에 각각 사용했음을 밝혀냈다. 김 씨 부부는 125만 달러의 소득을 숨김으로서 49만 3천여 달러의 소득세를 탈세했다. 김 씨 부부가 공동으로 탈세범죄를 저질렀지만, 검찰은 이미 정부상대 사기혐의 등으로 실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인 남편 김 씨는 추가기소하지 않고, 부인인 김 변호사에게 이 2건의 혐의를 적용했고 김 변호사는 이에 대해 7월 28일 유죄를 인정했다. 법원이 지난 1월 5일 김 변호사에게 52개월 실형과 함께 약 87만 달러의 추징금을 선고한 것은 2015년과 2016년 치 탈세금액을 합한 금액이다.
특히 검찰은 이들 부부의 탈세소득의 사용처로 CC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와 BBK 엔터프라이즈유한회사를 지목했으며, 이들 부부는 이들 2개법인 명의로 부동산을 소유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CC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는 지난 2002년 10월 2일 버지니아 주에 설립된 법인이며, 김노숙 변호사와 윌리암 코워딘 주니어 변호사 등 2명이 멤버인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의 기소장 등에는 CC인베스트먼트유한회사가 김 변호사와 ‘개인 1’이 공동으로 설립했다며, 동업자인 ‘개인 1’의 이름을 공개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변호사 자격 영구 박탈에 합의
하지만 본보가 이 법인의 등록서류 등을 입수, 검토한 결과 놀랍게도 ‘개인 1’은 코워딘 주니어 변호사인 것으로 밝혀졌다. 또 기소장에는 이 법인이 매입한 부동산의 주소를 공개하지 않았으나, 법인등록 서류를 통해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의 제이 클라이드 모리스 블루버드 696번지 부동산으로 드러났다. 특히 동업자인 코워딘 주니어 변호사는 최근까지도 김 변호사와 함께 ‘코워딘-김- 리들 법무법인’을 공동 운영한 것으로 조사됐다. 파트너 변호사와 법인을 함께 설립해 부동산을 공동매입 소유했던 셈이다.
또 BBK 엔터프라이즈유한회사는 지난 2004년 9월 3일 김 변호사와 남편 김병섭 씨가 버지니아 주에 공동으로 설립한 법인이며, 주소지는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의 모이어로드 1364번지 로 확인됐다. 이 주소지는 김 씨 부부가 사는 주택이다. 이 법인의 등록에이전트는 김 변호사로, 사무실 주소는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의 제퍼슨애비뉴 11790번지로 드러났다. 기소장에는 이 법인이 소유한 2개의 부동산 주소가 공개되지 않았지만, 법인이 김 변호사 사무실 및 버지니아 주 햄튼 2210 이그제큐티브드라이브 D호 소유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가 대범하게도 자신의 변호사 트러스트계좌까지 탈세에 악용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결국 변호사 면허도 박탈당한 것으로 밝혀졌다.
버지니아 주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지난 2022년 8월 5일 김 변호사의 변호사면허를 영구 박탈한 것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입수한 변호사자격박탈명령서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김 변호사는 지난 1986년부터 1989년까지 서폭유니버시티 로스쿨을 졸업한 뒤 1989년 10월 12일 버지니아 주 변호사 자격을 획득했다’고 밝히고, ‘김 변호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조사도중 김 변호사가 자신의 불법을 인정하고 변호사자격 박탈에 동의한다는 자술서를 제출함에 따라 조사를 중단하고 변호사 자격을 박탈한다’고 설명했다. 김 변호사가 지난 2022년 8월 5일 변협 징계위원회에 제출한 자술서에 따르면, ‘연방검찰이 나를 기소한 사건과 관련, 지난 2022년 7월 28일 2건의 탈세혐의에 대해 유죄인정합의서에 서명했으며, 나의 혐의가 불법인 만큼 변호사 자격박탈에 동의한다’고 밝히고, 노스캐롤라이나 주의 한 도시에서 서명을 하고 공증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김 변호사는 유죄인정합의서 및 범죄사실동의서도 증거로 제출했다.
‘부모에게 학대’선처 호소까지
김 변호사는 지난 2022년 12월 8일 최후변론 때 자신이 어린시절 불우한 환경에서 부모로 부터 학대를 받았다며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변호사 측은 이 서류에서 ‘나는 한국에서 3남 1녀 중 외동딸로 태어났으나 부모로 부터 육체적인 학대를 당했다. 또 아버지와 어머니는 술을 마시고 육체적 학대를 하고 욕을 서슴지 않았다. 1971년 미국에 이민 와 아버지는 1983년까지 용접공으로, 어머니는 1980년대 초 식당을 운영하다 1983년부터 그로서리가게를 운영했다. 불행하게도 미국에 이민 온 뒤에도 부모의 육체적 학대가 계속됐다. 큰 오빠는 1983년 교통사고로 사망하는 등 불우한 가정에서 생활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자신이 가벼운 형량을 받기 위해 부모를 과도한 양의 술을 마시는 사람, 자녀들을 육체적으로 학대하는 사람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김씨는 ‘1991년 남편과 결혼, 4자녀를 두고 있으며, 큰 아들 김 아무개는 남편의 조카지만 부모님이 이혼을 해서 우리가 입양을 했다. 또 둘째는 워싱턴DC에, 셋째는 뉴욕에서 대학에 다니고 있으며, 28세 아들 벤자민은 청각장애자로 내가 데리고 살고 있다. 내가 햄픈지역의 청각장애인학교 설립자 중 한명이며, 윌리암앤메리 로스쿨 조교수로 일하고 있으며 약 30년간 이민법 전문변호사로 활동했다’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 측은 자신의 가정형편 등을 설명하고 선처를 호소하는 것 외에도 김 씨의 남편과 4자녀들, 그리고 친척과 지인 등, 85페이지에 달하는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탄원서에도 불구하고 수사를 담당한 검찰보다도 더 김 씨의 죄질이 나쁘다고 보고 중형을 선고한 것이다.
이 사건이 더욱 눈길을 끄는 것은 김 변호사의 남편 김병섭 씨가 약 1년 5개월 전인 지난 2021년 8월 19일 정부상대 사기혐의 등으로 징역 58개월의 중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며, 762만 달러에 달하는 추징금도 부과받았다는 점이다. 즉 연방검찰은 남편 김 씨의 정부상대 사기를 적발, 엄벌한데 이어, 탈세혐의를 적발, 부인에게 중벌을 내린 것이다. 통상 법원은 부부나 범죄가 적발될 경우 관례적으로 가능한 한 부부를 동시에 처벌하지 않는 관용을 베풀어 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은 부부 2명을 모두 처벌한 것은 물론 형량도 58개월과 52개월 등 중형을 선고했다는 점에서 매우 이례적이다. 이는 재판부가 이들 부부의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판단한 때문으로 풀이된다.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친데다 변호사 트러스트계좌까지 악용, 탈세를 저질렀기 때문이다.
남편 등 일가족 5명 정부상대 사기
남편 김병섭 씨는 지난 2020년 8월 17일 버지니아동부연방검찰에 의해 정부상대 사기혐의, 송금사기, 우편사기, 허위진술 등 모두 32개 혐의로 기소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뿐 아니라 박병곤, 박동진, 김승, 창유 등 한인 4명과 비비안 투를 비롯한 중국인 1명, 아이리스 김[아이텍]등 법인도 같은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김 씨와 함께 기소된 한인 4명은 모두 김 씨 및 부인의 친척이라고 밝혀 일가족 5명이 한꺼번에 체포된 셈이다. 검찰 기소장에 따르면 김 씨는 올해 63세로, NASA, 연방항공우주국 과학자 출신으로, 2003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으며, 1995년부터 버지니아 주 햄튼에 아이리스김[1997년부터 아이텍이라는 명칭도 사용]을 설립, 미 해병대 등 주로 군부대에 머그컵, 티셔츠, 와이어로프 등을 납품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씨는 2011년부터 2018년까지 미국정부에 2500만 달러 이상을 납품했지만, 이중 약 34%에 달하는 762만여 달러 상당은 불법으로 수주한 것으로 밝혀졌다.
검찰은 김 씨가 해병대 등 정부기관 입찰에 제안서를 제출할 때 ‘아이리스 김’이 ‘상이군인소유소기업’이라고 주장, 가산점을 받으면서 입찰에 성공하는 등 불법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상이군인소유소기업 우대법은 지난 2003년 연방의회를 통과한 법으로, 상이군인소유소기업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상이군인이 반드시 회사 전체지분의 51%를 이상을 소유하는 것은 물론 회사의 관리와 일일업무 등을 모두 통제하고, 회사의 가장 최고위직을 차지해야 한다. 하지만 아이리스 김은 김병섭 씨가 혼자서 지분 100%를 소유한 기업으로 확인됐다. 김 씨가 상이군인을 바지사장으로 앉혀서 명목상 상이군인 회사인 것처럼 위장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지분은 100% 김 씨 소유였기 때문에 아이리스 김은 절대로 상이군인소유소기업이 될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검찰수사결과 아이리스 김은 2012년 9월 10일부터 2016년 1월 24일까지 최소 17차례 이상 정부기관 입찰 때 상이군인소유소기업이라고 거짓주장을 한 것으로 밝혀졌다.
또 바이아메리칸법, 즉 미국산제품우대법도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바이아메리칸법이란 정부기관에서 3천 달러이상의 물품을 구매할 때 적용되는 법으로, 이른바 미국산 제품을 우대해 주는 법이다. 동일입찰에서 미국산 제품이 최저가가 아닐 경우, 경쟁 외국산제품에 최소 6%에서 최대 50%까지 금액을 가산하는 방식으로 미국산 제품을 우대해 주는 것이다. 특히 국방부 조달물품의 경우에 외국산제품은 최대 50%가 가산됨으로, 미국산 제품이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김씨는 주로 미 해병대등 국방부산하 군부대에 입찰을 했고, 이때 중국산 제품을 다른 회사 명의로 수입한뒤 이를 미국산으로 둔갑시킴으로써 쉽게 계약을 따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김씨가 2012년 ‘아틀랜틱솔라파워’라는 회사를 설립해서, 아이리스 김 대신 중국 상품을 수입, 미국산으로 둔갑시켰으며, 아이리스 김과 무관하다고 주장했지만, 김 씨가 한때 이 회사의 대표를 역임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는 이 회사 외에 또 2014년에도 또 다른 회사를 설립, 2016년까지 수입을 대행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남편 58개월 실형 추징금 762만 달러 선고
김 씨는 미국 해병대에 머그컵, 티셔츠, 마우스패드 등 프로모션아이템을 납품, 621만 달러, 미 해안경비대에는 2015년 7월 28일 와이어로프를 납품해 92만 달러, 육군에는 2015년 4월 29일 낙하산부대의 프로모션 티셔츠 7200달러, 인디애나 주 방위군에는 2015년 8월 24일 티셔츠 14만 달러, 아칸서스 주 방위군에는 2015년 6월 9일 프로모션아이템 11만 달러, 노스다코타 주 방위군에는 2016년 4월 8일 프로모션아이템 16만 달러, 미육군사관학교인 웨스트포인트에는 2014년 4월 3일 수영복 8만 3천 달러 등을 각각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7개 군 관련기관에 762만 5천 달러 상당을 납품한 것이다. 검찰은 이 부당이득은 2011년부터 2018년까지 아이리스 김의 매출 중 약 33.56%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검찰은 이 부당이득 전체를 환수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김 씨 회사직원 4명 등의 소득을 조사하고 이 소득의 33.56%를 추징금으로 계산한 다음 전체 추징금에서 모자라는 돈은 아이리스 김 법인과 법인대표 김병섭 씨가 부담하도록 한 것으로 확인됐다. 범죄행위 기간 중 박동진 씨는 141만 달러 상당의 임금을 받았기 때문에 이중 33.56%인 47만 5천 달러를, 박병곤 씨는 14만 7천여달러, 창유씨는 24만 7천여 달러, 김승 씨는 3만 6천여 달러의 추징금을 부과했다. 전체 부당이득, 즉 추징금 약 762만 달러 중 이들 직원 4명이 부담한 추징금 외에 나머지 518만 달러는 아이리스 김 법인과 법인대표 김병섭 씨에게 부과된 것이다. 하지만 직원 4명의 추징금도 김 씨와 공동으로 부담하도록 함으로써 사실상 김병섭 씨에게 762만5천 달러, 추징금 전액이 부과된 셈이다.
김 씨 등은 기소 뒤 약 4개월이 채 안된 2020년 12월 4일 유죄를 인정하고 선처를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씨 외에 직원 4명도 모두 유죄인정합의서에 서명했다. 그 뒤 2021년 8월 18일 버지니아동부연방법원은 김 씨에게 징역 58개월 실형에 추징금 762만여 달러가 선고됐다. 또 나머지 직원 4명은 재직기간과 범죄가담정도에 따라 박병곤 씨는 징역 32개월의 실형, 박동진 씨에게는 징역 31개월, 창유 씨와 김승 씨에게는 각각 징역 5개월에 재직기간 소득의 33.56%의 추징금이 부과됐다. 재판부는 정부를 상대로 한 희대의 사기극인 점을 감안, 관련자 전원에게 실형이라는 엄벌에 처한 것이다.
재판부는 또 추징금 환수를 위해 김 씨의 벤츠 E400승용차와 버니지아 주 뉴포트뉴스의 56 퍼거슨코브주택, 버지니아 주 햄튼의 2210 이그제큐티브드라이브의 D호도 압류했다. 퍼거슨코브주택은 방이 6개, 욕실이 3개에 건평이 5천 스퀘어피트에 달하는 대형주택으로 확인됐다. 또 김씨 부부는 지난 2001년 5월 1일 버지니아 주 뉴포트뉴스의 1364 모이어 로드의 주택을 매입했으며 이 주택은 방이 4개, 욕실3개에 건평이 2913 스퀘어피트에 달한다. 하지만 이 주택 역시 추징금으로 압류될 것으로 보인다.
7지방법원 대체판사에서 사임
한편 본보가 연방조달내역조회시스템을 통해 ‘아이리스 김’ 법인의 낙찰내역을 확인한 결과 2008년부터 2022년까지 4848만여 달러어치의 물품을 군부대 등 국방관련 정부기관에 납품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2008년에는 한해만 무려 1770만 달러를 납품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검찰수사 대상이 됐던 2011년부터 2018년까지는 약 2531만여 달러어치를 납품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검찰이 추정한 매출액과 거의 일치했다.
또 김병섭 씨는 현재 웨스트버지니아주의 모건타운 연방교도소에 수감 중이고, 58개월을 선고받았지만 48개월 뒤 가석방이 가능해 2024년 7월 출소하게 되며, 김 씨가 양자로 입양한 장남 김승 씨는 이미 5개월 만기복역을 한 뒤 지난해 1월 출소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버지니아 주 대법원은 올해 1월 6일자로 웹사이트에 공지한 ‘대체판사 리스트’에 이미 지난 2022년 7월 1일 사임한 김노숙변호사가 제 7지방법원 대체판사라고 기재한 것으로 드러났다. 따라서 김 씨는 대체판사에서 사임했지만, 아직도 대체판사이며, 대체판사로서 탈세혐의 유죄선고를 받은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