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석열 반말의 진짜 문제는 검사 마인드 아직 못 버렸다는 것
■ 한동훈은 법무부 장관이 아닌 검찰 대변인처럼 언론에 브리핑
■ 정영학 녹취록에 최재경·박영수 50억 클럽 나와도 감감무소식
■ 검사 출신 장관 및 비서관들 정작 김건희 여사 앞에서 숨죽여
검사 출신이 정권을 잡으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에 대해서는 본지뿐만 아니라 이미 절반이 넘는 국민들과 교포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었다. 그 우려가 현실화 된 것은 생각보다 빨랐고 그 수위는 점점 높아만 가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설화는 어제 오늘 일 아니다. 외국에 나가서 참사 수준의 결례를 범하는 건 애교 수준이고 미국 대통령과 국회를 향한 듯한 정체불명의 막말로 나라를 시끄럽게 만든 적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반말의 일상화다. 이미 방송사 카메라에 공무원들을 향해 내뱉은 반말지거리가 여러차례 노출된 바 있다. 이것은 결코 우연이 아닌 검사들의 평소 말투다. 그의 최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역시 검사들의 개 버릇을 남 주지 못하고 검사 시절 습관 그대로 언론에 노출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 지켜야 할 품격은 없고 일부 지지층만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말투, 언어습관, 수사 상황을 생중계하는 검사 시절의 버릇만 남아 있다. 정적은 없는 죄도 만들어서 구속하고, 같은 검사 출신들의 의혹을 덮고, 다른 사람들을 습관적으로 하대하는 검사 왕국의 민낯이 대한민국 스탠다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그리고 그 위에 살아온 인생 궤적 자체가 불분명한 여성이 있다. 뭔가 잘못돼도 단단히 잘못되어 가고 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습여성성(習與性成)이란 행동이 반복되면 버릇이 되고 버릇을 오래 놔두면 타고난 성품처럼 된다는 고사성어다. 이 말의 출전은 서경 제5편 ‘태갑상 3’이며 신하 이윤의 말이다. 혼용무도(昏庸無道)는 상식을 멋대로 거스르는 짓이나 그런 사람을 가리키며, ‘황음무도’는 음탕하기 짝이 없다는 뜻이다. 바로 윤대통령 부부를 두고 하는 말처럼 들린다. 해외로 나갈 때마다 혀를 잘못 놀려 일으키는 풍파는 방문하는 곳 교포들의 입에서 두고두고 회자된다. 이번 아랍에미레이트 순방도 예외는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아랍에미리트(UAE)의 적은 이란”이라는 발언에 이란 외교부가 직접 반발하고 나섰다. 복잡한 중동 정세에 무지한 비외교적 발언이 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그렇잖아도 석유 대금 문제로 꼬여 있는 두 나라 관계에 대통령의 혀가 한 술 더 뜬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순방 때마다 외교 논란을 일으키거나 실언을 거듭했다. 지난해 영국과 미국에서 일으킨 ‘여왕 조문 생략’과 ‘바이든-날리면’ 비속어 논란을 기억하는 국민들의 마음은 조마조마하다.
정부는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보도가 국익을 해쳤다며 언론사를 상대로 소송까지 냈다. 밖에 나가서 나라망신 시키는 것은 국격의 문제지만, 안에서 일반 공무원들을 향해 툭하면 반말지거리를 하는 것은 그가 국민들과 공무원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의 문제이자 그의 삶이 어떠했는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 그는 이태원 참사 현장에 일하던 소방공무원에게도 청년 경찰관을 만나도, 마트에서 50대 이상으로 보이는 분을 만나도 반말이 그냥 습관처럼 나온다. 결국 이런 말투는 검사 시절 몸에 밴 습관이며, 여전히 그가 대통령이 아닌 검사의 시각과 마인드로 나라를 운영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검사의 언어가 있고 대통령의 언어가 있어서 대통령이 되면 달라져야 되는데, 아직까지 바뀌지 않는 것은 결국 본인이 검사라는 정체성이 더 강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유아독존 한동훈의
아래도 위도 없고 세상천지에 자신만이 잘났다고 설쳐대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유아독존(唯我獨尊) 마인드도 윤 대통령과 다르지 않다. 원래 법무부 장관은 검찰이란 개별 기관의 입장을 대변하지 않고 오히려 거리를 둔다. 검사 출신 법무부 장관들도 계속 그래왔던 것은 ‘검찰이란 수사기관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움직인다’라는 오해를 주지 않기 위해서다. 즉 독립성을 보장한다는 메시지가 법무부 장관의 말 한 마디, 행동 하나를 통해 드러난다. 그래서 개별 사건 수사에 대해서 최대한 말을 아낀다. 하지만 한 장관은 다르다. 개별 수사에 대해 거침없이 언급하는 것은 물론이고 수사에 가이드라인을 준다는 뉘앙스가 강하고, 심지어 유죄가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에 대해 유죄를 확정하듯 말하고, 피의사실 공표도 서슴치 않는다. 야당 대표의 혐의에 대해서도 거침없이 말한다.
한 장관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이 국내로 송환되기 전 KBS 인터뷰에서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고 말한 데 대해 16일 “해외 도피한 중범죄자들이 못 견디고 귀국하기 직전에 자기 입장을 전할 언론사를 선택해서 일방적인 인터뷰를 하고 자기에게 유리하게 보도되게 하고 관련자들에게 일종의 말맞추기 신호를 보내는 것은 과거에 자주 있던 일”이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날 국회에 출석하는 길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자 “최근에 남욱 씨도 그랬고 최서원(최순실)씨도 그랬다. 그런다고 범죄 수사가 안 되지 않는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를 만난 적 없다’는 김 전 회장 발언을 ‘허위 발언’ ‘말맞추기 시도’로 규정한 것이다. 김 전 회장과 이 대표가 특수관계라고 기정사실화한 셈이다. 설혹 둘의 관계가 특수관계라고 하더라도 검찰이 수사 결과를 통해 밝힐 일이지 법무부 장관이 공표해 정치적 논란을 자초하는 게 적절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 장관은 당일 법사위 질의답변 과정에서도 ‘이 대표의 성남FC 후원금 의혹에 대한 법리 검토 결과 충분히 죄가 성립되느냐’는 질문에 “구체적 사건에 대해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면서도 범죄가 성립한다는 취지로 말했다. 한 장관은 “제3자 뇌물죄는 부정한 청탁과 결부됐는지가 핵심이지, 돈을 받는 곳이 공공성이 있다는 부분은 죄의 성립에 영향이 없다”며 “부정한 청탁과 결부돼 있으면 그 돈을 받은 곳이 불우이웃단체라 하더라도 제3자 뇌물죄는 성립된다”고 했다. 한 장관은 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체포동의안 설명 과정에서의 피의사실 공표 논란에 대해서도 “민주당과 노 의원은 돈 받은 사실이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라고 반박했다. 한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 정부를 대표해 법률에 따라 설명 의무를 다한 것이고 최선을 다했다”며 “민주당은 어차피 다수당이 힘으로 부결시킬 테니까 상세하게 설명하지 말고 대충대충 설렁설렁하고 넘어가자 라는 말씀 같다”고 지적했다.
이어 “세금으로 월급 받는 공직자가 그럴 수는 없다. 민주당과 노웅래 의원은 돈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피의사실 공표가 아니라 허위사실 공표라고 주장해야 하는 거 아닌가”라며 “그런데 피의사실 공표라고만 주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한 장관은 노 의원의 구체적 혐의를 나열한 것이 체포동의안 부결에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저 때문에 기분이 상해서 옳지 않은 줄 알면서도 일부러 틀린 결정을 했다는 것”이라며 “그게 진짜 국민을 대리하는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한 장관의 말은 얼핏 보면 상식적 주장 같지만 결국은 말장난 같은 말로 보수적 지지층만을 대변한다. 한 장관의 이런 스탠스는 결국 국민 전체를 대변하는 법무부 장관이라기보다는 정권 핵심 지지층을 긁어주기 위한 레토릭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장관은 경험적으로 검찰이 어떻게 움직일 때 여론이 반응하는지를 잘 알고 있는데 이런 검사 시절 배운 공식들은 정권 운영에 그대로 써먹고 있다. 즉 자신들의 지지층 35% 만을 위해 나라를 운영하는 것이다.
김건희에 쪽 못 써
하지만 이른바 검찰 식구들에 대해서는 한없이 관대한 것이 바로 그들의 양면성이다. 최근 본국 법정에서는 대장동 개발 민간업자들의 대화가 담긴 정영학 회계사의 녹취록 전문이 공개되면서 이른바 ‘김만배 리스트’에 담긴 검사장 출신 인사들의 로비 명단이 실명으로 공개됐다. 본지로 몇 차례 실명으로 보도했던 최재경, 박영수 등 검찰출신 고위직들의 이름이 터져 나온 것이다. 정영학 녹취록에서 이른바 ‘50억 클럽’으로 거론된 인물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김수남 전 검찰총장, 최재경 전 청와대 민정수석, 권순일 전 대법관, 홍선근 머니투데이 미디어그룹 회장 등 6명이다. 홍 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법조계 인사다. 이들 중 곽 전 의원만 지난해 2월 수뢰 및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정영학 녹취록에는 이들 외에도 전·현직 법조계 인사가 더 거론된다. 주로 수원이나 성남 지역에 근무했던 법조인이다. 대장동 일당 중 한 명인 남욱 변호사 역시 검찰 조사에서 ‘김 씨에게 들었다’는 걸 전제로 김 씨가 대장동 관련자나 이 대표 관련 수사를 무마하려고 검찰 고위 인사에게 청탁했고, 판·검사와 수없이 골프 라운딩을 하면서 100만원씩 줬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하지만 1년 전부터 터진 50억 클럽 의혹에 검찰은 수사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검찰은 순차적으로 수사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나고 사건의 실체가 어느 정도 드러난 만큼 거기에 맞게 50억 클럽 인사들이 대비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줬다. 그야말로 검사들만 노가나는 세상이 온 것이다. 하지만 이런 검사 출신들이 정작 힘을 못 쓰는 것은 다름 아닌 김건희 여사다. 현재 대통령실과 정부 각 부처에는 수많은 검사 출신 인사들이 있지만 정작 이들은 제대로 된 인사권조차 활용하지 못하고 김건희 여사의 눈치만 본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특히 대통령실 내부는 김 여사의 그립력이 워낙 강해서 다른 검사 출신 비서관들은 아예 입도 뻥긋 못한다는 후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