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엔운전기사, 초과근무수당 등 35만 달러 배상청구 소송 제기
■ 법정초과근무수당 5분1만 지급…정상임금의 1.5배 전혀 안지켜
■ 5년간 미지급액 13만 달러 포함해 손해배상 청구액 35만 달러
■ 연방법원, 조현대상 등 외교관 소송은 기각했지만 패소할 수도
유엔한국대표부 국정원공사 전담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행정직원이 유엔한국대표부를 상대로 노동법위반소송을 제기한지 약 1년 6개월 만인 이달 13일, 법원명령에 따라 구체적 손해배상액을 약 35만 달러로 확정, 청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직원은 단 하루도 초과근무를 하지 않은 날이 없었지만 초과근무수당은 법정수당의 20% 정도만 지급받았고, 10시간 연속근무에 따른 수당도 지급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해외공관 행정직원의 자세한 임금수준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번 소송을 통해 기본급 외에 기본급의 1.5정도의 주거보조비와 의료보험비가 지급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유엔대표부는 1년 365일 중 근무일수가 209일로, 전체의 절반을 조금 넘는 환상적인 워라벨을 자랑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1년 7월 19일 뉴욕남부연방법원에 유엔한국대표부와 조현대사, 정대용공사, 조진호영사를 상대로 초과근무수당 미지급, 연령차별에 따른 부당해고 등 노동법소송을 제기하면서 고위외교관들의 사생활을 적나라하게 폭로했던 남현희씨. (선데이저널 단독보도: 1274호 2021년 7월 21일자) 유엔한국대표부에 근무하는 국정원파견 공사의 운전기사로 근무했던 남씨는 지난 13일 재판부에 손해배상액수와 이 같은 청구의 근거를 밝히는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남 씨가 청구한 손해배상액수는 34만 9962달러로, 남씨가 2016년 7월 1일부터 2021년 6월 30일까지 5년간 근무하면서 실제 수령한 보수 34만 7725달러보다 조금 많았다. 사실상 5년 치 실제수령액 만큼 더 배상해 달라는 것이다.
배상청구 5년 실지급액과 맞먹어
남씨는 5년간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액이 13만 83달러, 10시간 이상 연속근무에 따른 수당이 만 3759달러로, 초과근무 및 연속근무 미지급액이 14만 3849달러라고 밝혔다. 여기다 뉴욕주법에 따라 계약위반에 따른 피해액 14만 3849달러를 가산했고, 페이스텁 등의 미 보관에 따라 1만 달러의 배상금도 추가됐다. 특히 여기다 판결 전 이자 9%를 지급하라고 요구했다. 남 씨는 5년간의 근무기간 중 중간지점인 2018년 12월 31일을 기준으로 현재 1474일이 지났으므로, 배상요구액 약 30만 달러에 연이율 9%를 계산하면 5만 2279달러에 달하며 결국 배상총액은 34만9962달러라는 것이다. 남씨는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액이 자신이 받은 기본급, 주거보조비, 의료보험 보조비 등을 근거로 산정됐다고 밝혔다. 남씨는 2016년 7월 1일 계약 때 기본급이 1900달러, 주거보조비가 1450달러, 의료보험 보조비가 1087달러로, 1년 실제수령액이 5만 4952달러라고 밝혔다.
여기다 초과근무수당으로 1년 동안 받은 돈이 7234달러라고 밝혔다. 남씨는 고봉우 공사와의 계약 때 초과근무수당은 평일은 시간당 12달러, 주말은 시간당 15달러로 산정됐지만, 매월 최대한도는 570달러였다고 밝혔다. 어떠한 경우라도 초과근무수당이 매월 570달러를 넘을 수 없는 것이다. 초과근무수당을 시간당 14달러라고 가정할 경우, 매월 570달러는 1개월에 약 43시간 정도에 불과하고, 1년에 526시간에 해당한다. 하지만 남씨는 초과근무일지를 통해 2016년 7월부터 1년간 초과근무시간이 1029.5시간이라고 밝혔다. 또 단 하루도 초과근무를 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고용계약에 따른 초과근무수당 14달러만 적용해도 1029.5시간을 근무하면 만 4400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월 최대한도 570달러 규정에 따라 절반정도인 7200달러만 지급받은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피해액은 어디까지나 고용계약상 초과근무수당을 인정할 때의 피해액이며 뉴욕주법에 따르면 피해액은 4만 달러를 넘는다. 초과근무수당은 정상근무수당의 1.5배이다. 남씨의 1년 치 임금총액과 근무시간을 계산하면 정상근무 때 시간당 임금은 26.42달러에 달했고, 여기에 1.5를 곱하면 39.63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1029.5시간에 39.63달러를 곱하면 초과임금은 4만 799달러에 달하고 여기서 실지급액 7234달러를 빼면 못 받은 돈이 3만 3565달러가 되는 것이다. 남씨는 유엔한국대표부가 초과근무수당으로 정상지급액의 5분의 1도 안 되는 18%만 지급했다고 주장했다.
남씨는 2017년 7월 1일부터 1년간 초과근무시간이 857.25시간에 달했고, 정상근무 시간당임금이 26.48달러, 초과근무 시간당 임금이 39.72달러지만, 초과근무수당으로 실제 받은 돈은 8551달러에 불과했고, 2만 5천여 달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2018년 8월 1일부터 1년간 초과근무시간이 806시간에 달했지만 정상적으로 지급받지 못한 수당이 2만 9933달러, 2019년 1월 1일부터 1년간 초과근무시간이 569시간으로 지급받지 못한 수당이 2만 8백여 달러, 2020년 1월 1일부터 1년간 초과근무시간이 550시간으로, 지급받지 못한 수당이 2만 2백여 달러라고 주장했다.
남씨, 고위외교관들 비리의혹 폭로
특히 남씨는 2019년 7월 1일 기본급 1900달러, 주거보조비 1450달러, 의료보험보조비는 실제 납입액의 80%를 지급받는다는 고용계약을 체결했으나, 이 계약 체결당일 수정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드러났다. 수정계약에 따르면 기본급과 의료보험보조비는 기존계약과 동일했지만 주거보조비가 2천 달러로 인상된 것으로 확인됐다. 한 달에 약 550달러가 인상된 것으로 35%이상 갑자기 인상된 것이다. 한국정부의 공무원월급인상율이 매년 2%가 채 안되는 것을 감안하면 주거보조비를 35% 가량 인상한 것은 매우 파격적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남씨는 당초 소송장에서 고위외교관들의 비리의혹을 대거 폭로한 것을 감안하면, 이 같은 파격적 인상이 이와 관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씨는 소송장에서 2018년 3월 27일 모공사가 차량 안에서 여성과 진한 스킨십을 가졌고, 그 여성의 아파트로 함께 들어갔다고 주장했고, 2018년 10월 16일 모공사가 친구가족의 픽업을 부탁하는 가하면 외교관 면세카드를 친구에게 빌려줬다고 주장했었다. 이 같은 소송장내용을 고려하면, 2019년 7월 1일 갑자기 두 번씩이나 고용계약서를 작성하고, 주거보조비가 크게 인상된 것은 고위 외교관의 비리의혹과 관련됐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엄청난 비밀을 알고 있는 사람에게 모종의 배려가 제공됐을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처럼 2019년부터 주거보조비가 대폭 인상되면서 2019년 7월부터 1년간의 정상근무 때 시간당 임금은 약 34.3달러, 이의 1.5배인 초과근무 때 임금은 51.5달러를 기록했다. 2016년 7월부터 2019년 6월까지의 정상근무 시간당 임금 약 26.5달러, 초과근무 시간당임금은 39.5달러보다, 약 25%가 인상되는 효과를 낳았다. 따라서 마지막 2년간 초과근무시간은 줄었지만 초과근무수당은 2만 달러를 넘었던 것이다. 남씨는 5년간 자신이 받아야 할 초과근무수당이 16만 6천여 달러에 달하지만 실제로는 5분의 1정도인 3만 6500달러밖에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또 5년간 자신이 받은 임금총액은 34만 8천 달러지만, 실제로 뉴욕 주 노동법을 적용하면 47만8천 달러를 받았어야 한다며, 초과근무수당 미지급액이 13만 달러에 달한다고 강조했다. 남씨는 또 10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면 특별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며 5년간 1만 3759달러를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씨는 사실상 모든 근무일동안 단 하루도 10시간 이상 연속근무를 하지 않은 날이 없다고 주장했다. 2016년 7월 1일부터 2016년 말까지 6개월간 116일 동안 연속근무를 했다고 밝혔으며, 이는 정상근무일 뿐만 아니라 휴일도 연속근무를 했음을 의미한다. 2017년 1년 동안은 206일, 2018년 1년 동안은 207일, 2019년 1년 동안은 201일, 10시간 연속근무를 했다고 주장했다. 유엔한국대표부 직원의 1년 평균 근무일수가 209일임을 감안하면, 남씨는 사실상 근무만 하면 무조건 10시간 이상 근무한 셈이다. 2020년 1년 동안은 연속근무일이 186일로 209일 중 약 23일은 연속근무를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2021년 상반기 6개월간 연속근무일이 98일에 달해서 다시 연속근무일이 늘어났다. 연속근무일은 1시간임금을 더 지급해야 하므로, 5년간 연속근무 만 3759달러에 달한다는 것이다.
꼼꼼하게 적은 근무내역서 재판부 제출
특히 남씨는 ‘유엔이 지난 2020년 7월 1일부터 1년 간은 정년이 지났으므로 더 근무하려면 기본급 10%를 삭감해야 한다고 했으며 이에따라 기본급이 매월 1900달러에서 1710달러로 줄었다’고 주장했다. 남씨가 실제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한 돈은 약 14만 3천여 달러지만, 위약금에다 판결 전 이자까지 포함, 약 35만 달러 상당의 손해배상을 요구했다. 이는 남씨가 5년간 근무하면 받았던 35만 달러와 비슷한 것이다. 또 이와 별도로 변호사 비용을 요구했기 때문에 유엔한국대표부가 패소하면 망신은 망신대로 당하고 50만 달러 상당의 손실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남씨는 이같은 손해배상청구와 함께 매년 작성한 고용계약서, 5년 치 월급수령내역, 5년 치 초과근무내역 등 증거를 함께 제출했다. 월급수령내역에는 2016년 7월 20일부터 2021년 6월 21일까지 매달 실수령 액이 꼬박꼬박 적혀있었고, 남씨 본인과 이를 지급한 고위외교관의 서명이 기재돼 있었다.
또 초과근무내역에는 날짜, 근무자, 근무시작과 종료시각, 초과시간, 초과근무사유, 확인관의 서명 등이 적혀 있었다. 5년 치 60개월 동안의 초과근무내역이다. 남씨가 당초 소송장에서 고위외교관의 비리의혹을 언급하면서 제시한 날짜의 초과근무내역을 확인한 결과 정확히 일치했으나 초과근무사유는 소송장내용처럼 상세히 적어놓지는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아무래도 초과근무일지는 확인관이 서명하는 문서이므로, 세세한 행선지를 적지 않은 것으로 보이며, 소송장에 언급한 이동 경로 등은 남씨가 별도로 기록해둔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앞서 남씨는 지난 2021년 7월 초과근무수당 등 적정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이에 대한 배상을 주장했고, 유엔 측은 ‘유엔대표부 및 유엔근무 외교관들은 외국주권면제법에 따라 소송대상이 되지 않으므로 소송을 기각해 달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남씨는 ‘외국주권면제법에도 예외가 있다. 외교기관의 상업적 행위는 주권면제법 적용이 되지 않으며, 유엔대표부의 운전기사 채용은 본래의 목적인 외교업무가 아닌 상업적 행위이므로, 주재국의 노동법을 준수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즉 쟁점은 유엔대표부의 인력채용이 상업적 행위냐 아니냐 하는 것이다.이에 대해 재판부는 지난 2022년 1월 4일 ‘조현 유엔대사와 정대용공사, 조진호영사 등 외교관 3명에 대해서는 외교관 면책특권을 인정, 소송을 기각한다’고 명령했다. 하지만 ‘유엔한국대표부에 대해서는 소송기각 요청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즉 소송피고 중 개인은 모두 빠져나왔지만 유엔한국대표부는 빠져 나오지 못한 것이다. 이에 따라 원피고 양측은 지난해 7월 28일 손해배상요청과 소송기각을 요청하는 약식판결요청서를 각각 제출했고, 지난해 10월 6일 피고 측은 ‘원피고 양측이 서로에 대한 디스커버리를 실시, 관련문서 등을 모두 확보하는 한편 데포지션도 모두 마치는 등 재판전 준비를 완료했다’고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1년 365일중 156일간 근무 안 해
재판부는 이처럼 디스커버리 절차를 모두 완료했다는 보고를 받은 뒤 지난 1월 3일, 원고 측에 1월 13일까지 구체적 손해배상 액수를 확정, 이를 청구하고, 피고 측은 1월 20일까지 이에 대한 반박 서류를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소송제기 약 1년 6개월 만에 사실상 약식판결이 떨어지든지, 아니면 정식재판이 시작되는지 갈림길에 처한 것이다. 어느 쪽이 되던 이제 결말을 향해 달려가는 것이다. 또 원고 측에 구체적 배상액수를 설명하라고 명령했다는 점에서 원고 측이 다소 유리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엔 측은 아르헨티나, 페루, 사우디아라비아, 네덜란드, 스웨덴, 수단, 볼리비아 등이 행정직원 고용과 관련, 노동법소송을 당했지만, 모두 기각됐다며, 뉴욕남부연방법원이 재판이 열리는 법원으로는 합당하지만 재판관할권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남씨가 2021년 6월말 기준 퇴직에 동의했고,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했으므로, 이미 노동법 문제는 해결된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에 재판관할권이 인정돼 재판이 열린다면, 재판기간은 4일 정도면 충분하다고 밝혔다. 소송 본질과는 별도로 이 소송은 그동안 베일에 쌓여있던 재외공관 행정직원의 임금이 낱낱이 드러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한국에서 파견된 외교관등에게만 주거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행정직원에게도 기본급에 버금가는 주거보조금이 지급되는 것으로 확인됐다. 또 의료보험보조비 명목으로, 의료보험 납입료의 80%가 지급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이외에도 1년에 1회 기본급 백%가 상여금조로 지급된다. 이같은 사실을 감안하면 행정직원의 임금이 결코 고임금은 아니지만, 아주 낮은 수준도 아닌 셈이다. 또 놀라운 사실은 유엔한국대표부에 근무하는 외교관과 행정직원들의 연평균 근무일수가 209일이라는 점이다. 남씨가 재판부에 증거로 제출한 고용계약서에 따르면 시간외 수당 계산에 있어 연평균근무일수를 209일로 간주한 것으로 확인됐다.
쉽게 말하면 유엔한국대표부 근무자들은 1년 365일 중 209일, 즉 57%만 근무하고, 나머지 43%, 156일은 노는 것이다. 유엔한국대표부의 워라벨이 그야말로 환상적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이처럼 환상적인 워라벨이 가능할까. 일단 주 5일제 근무를 하게 되므로, 1년을 52주로 간주할 경우 104일을 쉬게 된다. 여기에 한국정부가 인정하는 법정공휴일은 쉬게 되며, 한국의 법정공휴일은 15일로, 다른 나라의 10-12일보다 많다. 그리고 유엔한국대표부 소재지인 미국정부가 인정하는 법정공휴일도 모두 휴무하므로, 10일을 더 쉬게 된다. 또 하나 유엔이 지정한 공휴일도 휴뮤한다. 유엔이 지정한 공휴일인 모두 9일이지만, 새해 첫날인 1월 1일과 크리스마스 등 미국법정공휴일과 중복되므로 이틀을 뺀 7일을 더 쉬게 된다. 즉 한국과 미국, 유엔이 지정한 공휴일이 32일에 달한다. 365일에서 주말공휴일 104일과 법정공휴일 32일을 빼면 228일이 된다. 이게 끝이 아니다. 여기서 개인휴가가 추가된다.
3년 이상 근무한 사람은 1년에 최소한 14일 유급휴가가 부여된다. 그리고 3년 이상 근무한 경우 매 2년이 늘어날 때마다 유급휴가일이 하루씩 추가되며, 근무연수에 따라 1년에 최대 25일까지 휴가가 주어진다. 이에 따라 유급휴가일을 14일과 25일의 중간치인 약 19일 정도로 계산하면 1년 근무일은 209일이 되는 것이다. 미국에 주재하는 한국대사관 및 영사관근무자는 유엔공휴일은 적용되지 않는다. 따라서 209일에서 7일을 더 근무하므로, 1년 근무일수가 약 216일로 추정된다. 1년에 약 59% 근무를 하고 41%를 쉬는 셈이다. 미국 일반 근로자들이 주말휴무 및 미국법정공휴일, 그리고 유급휴가만 쉬게 되지만, 미국근무 한국해외공관 근무자들은 여기에다 한국정부 법정공휴일 15일을 더 쉬게 되는 셈이다. 사정이 이러니 월급이 많지 않다고 불만을 터트리지만, 그래도 행정직원 1명을 채용한다는 공고가 나가면 수십 명이 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