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방예정지 따라 ‘희비 엇갈릴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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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방법원, 사상 첫 유죄판결 판결 1주일 만에 이민국에 추방 명령
■ ‘북한 또는 국토부장관지명 제3국에 추방’ 최악의 상황 맞을 수도
■ 북한 추방 땐 ‘미국에 협조한 배신자’보복우려…북한엔 안 보낼 듯
■ 무기밀매 돈세탁혐의 등 실형 선고직전 항소포기-추방동의서 제출

북한에 사치품을 조달하고 돈세탁을 하는 등 대북제재위반혐의로 사상처음으로 미국법정에 섰고 유죄판결을 받은 북한인이 북한 또는 제3국으로 추방된다. 연방법원은 지난달 20일 북한인 문철명 씨에게 기존복역기간만큼의 징역형을 선고한데 이어, 27일 문 씨가 석방되는 즉시, 북한 또는 국토안보부장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국가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 이에 따라 문 씨는 조만간 추방이 불가피하지만, 만약 북한으로 추방되면 보복이 예상되므로 북한이 아닌 제3국으로 추방될 것으로 예상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1년 3월 22일 사상 처음으로 미국으로 강제송환 돼 연방법원 법정에 섰던 문철명 씨, 지난 2017년 3월말 본보가 보도했던 ‘동남아지역 북한 무기밀매’의 핵심인물이었던 문 씨가 조만간 미국에서 강제 추방된다. 워싱턴DC연방법원 루돌프 콘트레라스 연방판사는 지난 1월 27일 ‘연방이민세관단속국은 문철명씨가 석방되는 즉시 신병을 인수, 북한 또는 국토안보부장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국가로 추방하라’고 명령했다. 콘트레라스 연방판사는 ‘문 씨는 미국국민이 아닌 북한 국적자로서, 범죄혐의로 기소돼 2021년 3월 22일 말레이시아에서 미국으로 강제송환 됐으며, 워싱턴 DC연방법원에서 1건의 돈세탁음모혐의와 4건의 국제돈세탁혐의에 대해 유죄판결을 받았다.

기존복역 인정 선고와 동시 석방

문 씨는 외국인으로서 이민비자 등 미국에 합법적으로 체류할 수 있는 신분이 없기 때문에 이민법상 형기를 마치는 즉시 미국을 떠나야 한다. 문 씨는 이미 추방에 동의했으며, 난민신청자격등을 포기하기로 합의했다’며 추방명령의 이유를 설명했다. 또 연방이민세관단속국은 지난 1월 26일 연방판사에게 ‘연방검찰의 요청으로 적법한 절차에 따라 문 씨를 추방할 준비가 돼 있다’는 확인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문 씨는 조만간 강제추방이 불가피하지만 북한으로 추방된다면 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연방검찰은 ‘만약 문 씨가 추방된다면 문 씨가 정치적 박해를 받지 않을 국가로 보내야 한다. 문 씨가 북한 국적자지만, 문 씨로 인해 북한과 말레이시아의 외교관계가 단절됐고, 북한이 문 씨가 연방검찰수사에 협조, 북한을 모욕했다고 판단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북한으로 추방된다면 보복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문 씨의 강제추방을 요청하면서도 사실상 북한으로의 송환은 반대한 셈이다. 문 씨 측도 ‘아내가 중국에서 암투병 중이며 두 딸 중 1명이 중국에서 어머니를 돌보고 있다’며 북한보다 중국으로 가기를 희망하는 듯한 뉘앙스를 보였다. 특히 문 씨는 지난 1월 20일 선고공판 직전에 1심 선고 결과와 관계없이 항소를 하지 않겠다며 항소포기각서를 제출했고, 형기를 마친 뒤 강제추방에 동의한다는 각서 등 2가지 문서에 서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문 씨가 항소포기, 강제추방 등에 동의함에 따라 1심 재판부는 문 씨에게 5개 혐의에 대해 각각 선고 시까지의 기존수감기간을 형량으로 선고했고, 이민국이 신병인수준비가 끝나는 대로 석방하라고 판결했다. 즉 사실상 선고와 동시에 형기가 종료된 것이다. 문 씨가 이미 말레이시아에서 2019년 5월 14일 체포됐음을 감안하면 선고기일까지 44개월 6일을 복역하고 형기를 마친 셈이다.

한국 송환 시 북한 자극 우려

연방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 1월 9일 구형에서 ‘양형 가이드라인상 121개월에서 151개월 형에 해당하지만, 문 씨의 부인이 중병을 앓고 있으며 대북제재위반사건 기존 판결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양형가이드라인보다 낮은 형량을 주장했다. 검찰은 ‘대북제재위반사건 대부분이 양형가이드 라인보다 3단계 낮은 형량이 선고되는 등 대부분이 12개월에서 25개월 실형선고가 내려졌다’며 구체적 사건과 형량을 상세히 설명하고, 문 씨에 대해서는 ‘몇 개월의 실형을 선고해 달라’는 식의 구체적인 구형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대신 검찰은 ‘문 씨에게 상당한 실형을 선고해 달라’는 말로 구형을 대신했고, 이는 정상을 참작, 양형가이드라인 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 달라는 말로 풀이된다. 일부언론은 검찰이 121개월에서 151개월을 구형했다고 보도했지만 검찰은 ‘상당한 실형’을 구형한 것으로 밝혀져, ‘121-151개월 구형’은 전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문 씨는 최후변론을 통해 ‘말레이시아에서 체포된 이후 말레이시아에서 약 22개월, 미국에서 약 22개월 등 44개월 정도 구금돼 있었다. 지금까지의 구금기간 만큼의 형을 선고해 달라’고 호소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인 셈이다. 이처럼 연방검찰이 구형을 통해 양형가이드라인보다 낮은 형을 선고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문 씨의 어려운 처지를 크게 고려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북한은 이를 문 씨가 미국사법기관에 협조했다는 증거로 인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연방판사가 문 씨의 국적지인 북한 외에 국토안보부장관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제3국을 추방지로 명령한 것은 바로 이 같은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즉 연방판사는 북한과 제3국 2개국을 추방예정지로 꼽았지만, 실제 북한이 아닌 제3국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중국서 부인 암투병중 중국행 희망

그렇다면 국토안보부장관은 어느 나라를 문 씨의 적절한 추방지로 결정할까? 일단 문 씨가 희망하는 중국을 최적의 추방지로 꼽을 수 있다. 암투병 중인 부인이 생활하는 곳이므로 북한을 배제한다면 중국이 가장 유력한 후보지에 꼽힌다. 하지만 넓은 의미에서 중국은 북한의 동맹국가로 인식되므로 북한과 비슷한 박해를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따라서 북한과 중국 모두 배제될 수 있고 이 경우 한국이 대체지가 될 수 있지만, 한국도 여러 면에서 곤란한 선택지로 인식된다. 만약 한국으로 추방된다면 중국에 있는 문 씨의 아내와 딸, 그리고 북한에 있는 딸이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 특히 문 씨가 한국에 온다면, 북한을 자극, 북한이 강력한 보복에 나서, 더욱 긴장이 고조될 수 있다는 현실적 어려움에 봉착한다. 결국 이런저런 사정을 모두 고려한다면, 미국이 중국으로 부터 비공식적으로라도 문 씨 및 가족에 대한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다면 중국이 제1의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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