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흥사단 단소 사적지 신청서 곳곳에 오류 투성 발견
■ 도산유족 측 ‘도산의 참정신을 이용 말라’ 반대의사
■ 단소사적지 활용방안 두고 여러가지 미비점들 노출
■ ‘단소 방치하고 폐기 했던 흥사단 자격없다’ 목소리
한국 국가보훈처(처장 박민식)는 지난 1월 31일 부동산 재개발로 인한 멸실위기의 LA소재 흥사단 옛 본부 건물(단소)을 사적지로 보존하기 위해 매입계약 체결했다고 공식 보도했다. 보훈처는 우선 건물 내외부 안정화 작업을 실시한 뒤 연내에 건축물에 대한 기록화 작업 및 정밀 실측에 나설 계획이며 이후 관계 전문가와 한인사회의 의견수렴을 거쳐 건물 활용방안을 수립, 2025년 상반기까지 재 단장(리모델링)공사를 완료한 후 2025년 8월 15일 개관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LA시 사적지 지정이 완료되면 주(州) 및 연방차원의 문화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여 우리의 독립 운동자산이 미국의 문화유산으로도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본보 취재진이 취재한 자료에 따르면 보훈처의 흥사단 전 단소 활용 방안을 실시하기 전에는 여러가지 노출된 미비점들이 많고 또한 시급히 보완해야 하는 사안에 관한 문제점들이 무엇인지 짚어 보았다. <성진 취재부 기자>
미주한인 이민사를 두고 일부 학자들이나 사회운동가들은 종종 역사를 ‘신화’로 만들려고 한다. 역사는 누군가 혹은 어떤 집단의 사람들이 원해서 만들어 지는 것이 아니다. 역사학자라고 하면 논픽션과 소설을 구분하는 지혜가 있어야 한다. 역사는 단지 진실에 의해서 기록되어야 한다. 이번에 국가보훈처는 흥사단 전 단소 매입 결정과 관련해 한글과 영문으로 두 가지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이 보도자료에서 한글에는 없는 내용이 영문 보도자료에는 실렸다. 즉, 영문으로 “The Government of the Republic of Korea has just purchased the 113-year-old Young Korean Academy(Hung Sa Dahn) building in Los Angeles, California, which was once a major center of the Korean Independence Movement.”(대한민국 정부는 LA에 소재하고 있는 미주한인독립운동의 한 때 거점인 113년 된 흥사단 건물을 매입했다.)라고 밝혔다. 이 영문보도자료를 읽은 영어권인 도산의 외손자 필립 커디(Flip Cuddy)씨는 본 기자에게 “보훈처의 보도자료가 불충실 했다”면서 “마치 흥사단이 그 건물에서 113년 동안 활동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게 작성되어졌다”고 지적했다. 흥사단은 도산에 의해 샌프란시스코에서 1913년 5월 13일 창단되었으며, 올해 5월 13일이면 창단 110주년이 된다.
신청서 사진자료부터 오류
한국의 국가보훈처는 이번에 흥사단 전 단소 건물 매입과 관련해 “앞으로 LA시 사적지 지정이 완료되면 주 및 연방차원의 문화 유산으로 등재를 추진하여 우리의 독립 운동자산이 미국의 문화 유산으로도 보존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지난 2021년 당시 흥사단 전 단소 철거 반대 캠페인 때 신청한 ‘흥사단 단소 사적지 신청서’에 절대적인 오류를 범했는데, 이를 위한 개선 작업은 물론, 사적지 신청을 위한 국내외 한인사회의 전문가 그룹 구성 등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본보가 수집한 LA시청에 제기된 ‘흥사단 단소사적지 신청서’(CHC-2021-5125-HCM)를 분석한 결과 실제로 여러 곳에 오류가 발견되었다. (참조: 선데이저널 지령 1286호 2021.10.31).
한 예로 사적지 신청서에는 <도산이 1938년 순국 당시 USC 옆 교회에서 추도회가 거행되었는데, 신청서에는 “LA시청 시의회 본회의장에서 거행됐다”고 잘못 설명했다. 또 다른 오류는 더 심각했다. 신청서 사진 자료로 제출된 사진 중에 ‘도산의 부인 안혜련(헬렌 안 (Helen Ahn)여사와 자녀들’ 사진이라고 설명했는데, 도산의 외손자 필립 커디씨가 “이는 헬렌 안 할머니도 아니고, 자녀들 사진도 도산의 자녀들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본보가 수집한 도산과 부인(이혜련) 자녀들이 함께 한 사진을 보면 사적지 신청서에 있는 사진과 전혀 달랐다. 이 같은 사진에 대해 커디씨는 “신청서에 ‘도산의 부인’이라고 제출된 사진은 도산의 부인이 아니고 도산의 동지인 이암의 부인과 자녀 엠마, 포웰 등의 사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사적지 신청을 하면서 거짓 증거물을 제출한 것이다.
이처럼 커디씨는 지난번 ‘흥사단 단소 철거’ 공청회 당시 사적지 신청서에 오류가 있음을 지적하면서 이를 검증없이 접수한 LA시 도시계획국 문화전통위원회(Cultural Heritage Commission)에도 항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당시 LA시 담당 켄 번스타인 담당관은 ‘오류가 발견되어 유감’이라며 ‘검증을 새로 하겠다’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당시 이 신청서는 한인사회에서 직접 신청한 것도 아니고, 신청서에 나타난 신청인은 ‘아시아 태평양역사보존회 회장 미셀 마가롱’(Michelle Magalong, Asian&Pacific Island Americans in Historic Preservation)과 ‘LA 보존회 로사린드 사가라’(Rosalind Sagara, Los Angeles Conservancy)로 되어 있었다. LA시청 담당국은 물론 한인사회의 무책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사례이다.
사적지 전문가 그룹 구성 시급
보훈처는 연내 건축물 기록화 작업 및 정밀 실측 시행하면서 건물 활용방안 수립하고 재단장 공사 완료 후 2025년 광복절에 개관을 목표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매입은 국외 독립운동사적지 보존 위한 국가보훈처가 해외 부동산을 매입한 첫 사례라고 설명한 보훈처는 “흥사단 옛 본부 건물 보존은 현지 한인사회와 시민단체, 대한민국 정부가 한마음이 되어 이뤄낸 성과라며, 역사 문화, 교육 기관이자 미주지역 독립운동사적지 거점기관으로 활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떻게 어떤 방법으로 단소 운영을 하게 될지 윤곽조차도 알려지지 않고 있다. 이번에 보훈처가 단소 매입이 이루어질 수 있었던 환경에는, 애초 이 건물이 철거될 위기에 처했다 는 청청벽력 같은 사실이 알려지면서 당시 대한인국민회기념재단의 윤효신 이사장이 솔선하여 ‘잔 다크’처럼 구국의 일념으로 흥사단 단소 구하기 캠페인을 주도하여 1차와 2차공청회까지 성공적인 운동을 벌였기 때문이다.
그러한 기반이 있었기에 건물주도 마음을 바꾸게 된 것이다. 특히 한국 보훈처나 LA총영사관 그리고 한인사회는 흥사단 건물의 사적지 지정을 위한 1차 공청회 (21. 7. 15)와 2차 공청회(21. 11. 4)의 성공적인 결과로 ‘사적지 등록 권고’라는 성과를 이끌어냈던 점을 상기하고, 공청회에서 제기된 다른 의견들에 대하여 앞으로 이에 대한 대책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LA흥사단 단소 사적지 지정(Historic-Cultural Monument Application Hung Sa Dahn)을 위한 지난 2021년 11월 4일 제2차 공청회(비대면)는 코로나-19 재난이 한참 몰아지는 시기임에도 LA시 공청회 역사상 한인사회 관련 단일 안건에 약 4시간 동안 무려 70여명의 공개 발언자가 찬반 의견을 제기하는 이례적이고 역사적인 자리였다.
한인사회 각계각층에서 뜨거운 관심으로 찬성 발언들이 쏟아졌다. 일부에서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 이례적으로 도산 유족 측은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들 반대 의견에도 한인사회가 귀담아 들어야 할 사항이 제기됐다. 당시 공청회에서 흥사단 전 단소 건물을 소유하고 있는 개발업체(3423 S. Catalina St. LLC 소유주 Donghao Li)측 차스틴 변호사가 나서서 사적지 지정의 부당성을 주장했다. 그는 “사적지 지정을 원하는 사람 중에서 해당 건물에 직접 들어가 본 사람이 없다”며 “누구든 원하면 보여 주겠다”고 말하고는 ‘흥사단 단소’였던 건물이 너무 오래돼 낡았고 내부 자체도 많이 바뀌어 흥사단 본부라는 의미나 면모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날 한인 이민사 연구가이며 전기 작가인 한인 존 차(John Cha)씨는 미주독립운동에서 흥사단 보다는 대한인국민회가 독립운동에 더 역할이 컸고 특히 도산 선생은 이 단소에서 활동한 적도 없다고 말하며 사적지로서의 가치가 미흡하다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오늘 많은 흥사단 단원들이 공개 찬성 발언을 했는데 1978년에 그들은 단소를 버리고 팜 스플링스의 아파트를 구입할 때에는 다들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꼬집으면서 “저도 과거 한국에서 미국을 방문하는 도산 학자들과 중요 인사들을 모시고 흥사단 단소에 수차례 방문하면서 단소 형태가 너무나 황폐하여 부끄럽게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안수산 여사의 따님 크리스틴 커디씨가 오늘 발언한 것처럼 그 자리에 USC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아마도 도산선생께서 옹호할 것이다”면서 “차라리 건물 앞에 후손들의 역사 교육을 위해서 도산 선생의 업적과 독립운동을 표명하는 예술 작품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이 같은 도산 유족 측까지 사적지 반대 의사에 대하여 한인사회 일각에서는 ‘도산의 업적을 표명 하는 일인데 왜 유족들이 반대하는지 의아스럽다’라는 의견이 많이 제기되었다. 이에 대하여 도산의 외손자 커디씨는 “많은 사람들이 도산의 참 뜻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도산이 우리에게 가르친 가장 큰 계명에는 ‘거짓을 하지말라’인데 일부에서는 도산의 뜻과는 달리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도산을 이용한다”고 말했다.
유족, 전단소 사적지 지정 반대
특히 당시 공청회에서 도산의 외손자 커디씨와 외손녀 크리스틴 커디(Christine Cuddy) 변호사는 흥사단 단소 자리에 USC 학생들을 위한 기숙사를 건립하는 방안을 도산 선생께서 옹호할 것이다 라며 문제의 건물이 사적지 요건을 갖추지 못했으며, 도산이 원하는 바도 아니라고 강력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당시 ‘흥사단 단소’ 2차 공청회에서 화두는 흥사단 보다는 흥사단을 창단 한 도산 안창호(Dosan Ahn Chang Ho)에 대한 관심이 더 많았다는 점으로 의미가 컸다. 따라서 당시 공청회를 통해 한인사회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에 대한 막중한 과제를 남겨 주었다. 흥사단 단소가 만약 LA사적지로 지정될 경우, 한인사회와 미국사회가 어떻게 이를 보존하고 보전 할 것인가? 그리고 흥사단 단소가 미국 역사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가? 또한 오늘의 흥사단은 과연 도산 정신을 따라 가고 있는가? 이에 대한 대답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