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든 사건의 원인인 신한은행직원 거짓말 검찰 재수사로 드러나
■ ‘거짓말 위에 다른 거짓말로 불법대출 진실 은폐하려 했다’ 위증
■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이었던 신현수 김앤장 변호사가 설계 의혹
■ 법정에서 유죄로 판결나면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실체 드러날 듯
친 문재인 인사 연루 의혹이 제기됐던 ‘우리들병원 1400억 원대 불법대출 의혹̓ 위증 사건에 대해 검찰이 재수사 1년 만에 연대보증 해지에 관여한 신한은행 직원을 위증 혐의를 적용해 불구속 기소했다.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이번 기소로 인해 그동안 말만 무성했던 우리들병원 불법대출 의혹 사건의 판이 뒤집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불법 대선자금 의혹까지 불거져 나온 바 있다. 의혹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는 이상호 우리들병원 회장의 연대보증 해지 관련 수사와 재판은 신한은행 직원의 증언이 사실임을 전제로 이뤄졌던 만큼, 그의 증언이 위증이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그동안의 수사와 재판의 흐름 자체가 완전히 달라지기 때문이다. 재판에서 유죄가 입증되면 이 직원은 졸지에 실형을 면할 수 없기 때문에 위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와 위증을 지시한 세력에 대해 털어놓아야 본인이 이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만약 그렇게 될 경우 이 사건의 당사자인 친문계 우리들병원 오너 일가와 신한금융지주 그리고 사건을 설계한 것으로 추정되는 김앤장 등이 난처할 수 밖에 없고, 다음 수순은 불법대출의 과정과 용처 등에 대해 실체적 진실 파악이 이뤄질 수 있게 된다. 얼핏 보기엔 단순한 한 마디의 거짓말 같지만, 이 거짓말이 불러온 나비효과가 본국 정치권과 금융계에 어떤 파장을 일으킬지 알 수 없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한국시간으로 4월 19일 서울중앙지검 중요경제범죄조사단은 지난 17일 우리들병원 1400억 원 불법대출 의혹과 관련해 위증 혐의로 고소된 신한은행 직원 A씨에 대해 불구속 기소 처분을 내렸다. 2019년 2월 처음 불거진 우리들병원 불법 대출 의혹 사건은 2009년 강남 청담동의 여성사업가 신혜선 씨가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이자 친문 인사인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과 동업을 하며 신한은행 대출 260억 원에 연대보증을 서며 시작됐다. 그런데 2012년 이 원장이 KDB산업은행에 1400억 원을 대출받는 과정에서 신 씨 동의 없이 기존 신한은행의 연대보증이 해지됐다. 신 씨는 본인 동의 없이 연대보증이 해지돼 자신이 채무를 떠안게 됐다며 2016년 신한은행 지점장 등을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했다. 이후 검찰은 신한은행 지점장 등을 사문서위조 혐의 등으로 기소했다. 대법원에서 사금융 알선 혐의는 유죄가 확정됐으나 A씨가 재판에서 “신 씨 동의를 얻어 (연대보증 해지를 위해) 도장을 날인했다”는 취지로 증언해 핵심 의혹인 사문서 위조 혐의는 무죄가 선고됐다. 그러나 2019년 12월 신 씨는 날인에 동의한 적이 없다며 A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2021년 12월 중앙지검은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나 지난해 4월 서울고검은 재수사 명령을 내렸다. 검찰은 재수사 끝에 그를 불구속 기소했다.
범죄사실과 허위진술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입수한 A씨의 공소장에는 단순 명료하지만 핵심적인 범죄사실이 들어가 있다. 공소장에 나와 있는 A씨의 범죄사실은 다음과 같다.
<피고인(A씨)는 2016. 4. 28. 경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제 508호 법정에서, 고준석(신한은행 청담동 지점장)과 박은혜(신한은행 청담동 부지점장)에 대한 2016고합 특정경제가중처벌 등에 관한법률위반(사금융알선) 등 사건의 증인으로 출석하여 선서하였다. 피고인은 위 사건 변호인의 “신혜선(사건의 피해자)이 2012. 6. 19.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을 방문하여 채무인수약정서를 작성한 사실이 있지요”라는 질문에 “예. 있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당시 증인은 신혜선과 동석하여 채무인수약정서에 신혜선의 서명을 받고 신혜선으로부터 건네받은 신혜선의 도장을 신혜선의 서명 옆에 날인하였지요”라는 질문에 “예”라고 대답하였다. 그러나 사실 위 신혜선은 2012. 6. 19. 신한은행 청담역지점의 지점장실에서 이상호(우리들병원 원장)로부터 차용하기로 하였던 20억 원이 입금되지 아니하여, 채무인수 절차를 완료하지는 못하고 채무인수약정서 등에 서명만 하였을 뿐이고, 그때 자신의 인감도장을 피고인에게 교부한 사실이 없었으며, 피고인은 그때 그 자리에서 신혜선으로부터 그녀의 인감도장을 건네받아 채무인수약정서에 날인한 사실이 없었다. 이로써 피고인은 자신의 기억에 반하는 허위의 진술을 하여 위증하였다.>
요지는 신혜선이 동석해서 도장을 건네받아 날인한 사실이 없는 데에도, 마치 그렇게 한 것처럼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것이다. 이게 사건의 핵심적인 반전 포인트가 되는 것은 그의 진술이 거짓일 경우 이 사건의 핵심인물로 꼽히는 신한은행 전 청담동 지점장의 진술이 전부 거짓이 되는 것이고, 이 경우에는 누군가가 거짓을 덮기 위해 시나리오를 설계했다는 것이 된다. 유력한 인물로는 당시 김앤장 변호사였던 신현수 전 민정수석이 거론되고 있다. 김앤장은 신현수 변호사를 필두로 해 이번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어했다.
우리들병원 사건 무엇?
해당 사건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주치의로,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이상호 우리들병원 원장의 전처인 김수경 우리들리조트 회장과 함께 회사를 설립한 신 씨가 이번에 기소된 신한은행 직원을 법정 위증 혐의로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신 씨는 김 회장과 사업을 하면서 2009년 신한은행에서 260억 원을 대출받았다. 신 씨는 담보를 제공하고, 이 원장은 연대보증을 섰다. 그러나 2012년 이 원장은 병원 재정난 등으로 산업은행에서 1400억 원의 대출을 받았고, 기존 신한은행 대출에 대한 연대보증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신 씨는 이상호 원장이 본인 동의 없이 연대보증에서 빠졌다며 여기에 관여한 당시 A은행 청담역지점 지점장 등을 고소했다. 이들은 2016년 1월 사문서 위조·위조사문서행사 등 네가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지만 사금융알선 혐의만 유죄로 인정돼 벌금형을 받았다. 이에 신 씨가 2019년 12월 재판 과정에서 위증을 했다며 A은행 직원 B씨를 위증죄로 고소했다. 야권도 여권 인사들이 도움을 줬다며 ‘친문게이트’로 규정, 국정조사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검찰은 끝끝내 해당 사건을 무혐의로 판단했는데, 이 과정에서 한 사건에 불기소 결정문이 두 개가 공개되는 황당한 일이 <선데이저널> 첫 보도로 세상에 알려졌다. 한 사건에 불기소 결정문이 두 개인 것은 전무후무한 일로 이것 자체로 관련 수사가 엉터리 였음이 드러난 셈이다. 불기소처분 통지서라는 것은 사건을 종료한다는 의미에서 사실상 검찰의 판결문과 같은 것인데 세상 어느 사건에도 한 사건에 두 개의 판결문이 존재하지는 않는다. 상급심으로 가면서 판결문이 달라지긴 하지만 동일한 사건에 두 개의 판결문 내지 처분통지서가 존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나 관행적으로 전혀 불가능한 일이다. 그런데도 이런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상식적으로 한 사건에 두 개의 불기소처분 통지서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검찰은 최초 이 사건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신혜선를 속이기 위해 검찰이 원래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다른 엉터리 처분통지서를 보냈다는 말 밖에 되지 않는다. 결국 검찰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이 사건의 확대를 막는 것은 특별한 이유가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
위증사건 재수사…문재인 정조준
특히 검찰이 신한은행 사건을 불기소처분함으로써 우리들병원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의 차단막을 쳤다는 의구심이 일 수 밖에 없다. 만약 신한은행 사건의 피의자들이 기소되거나 법원에서 유죄가 될 경우 우리들병원 의혹에 대한 본격 수사의 필요성이 제기될 수 있다. 이럴 경우 문재인 전 대통령과 가까운 사람들과 회사가 다시금 격랑에 휩싸이게 된다. 검찰이 신한은행 사건을 무혐의처분하면서 이런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 검찰이 산업은행에서 대출을 내어주는 과정에서 있었을지 모를 불법성 여부를 수사하려면 산업은행 및 우리들병원 이상호 회장 그리고 병원 관계자들에 대한 수사가 이뤄져야 했다. 하지만 여기에 대한 별도 수사는 하지 않고, 대출 관련 의혹 자체가 사실무근인 것처럼 언론에 흘렸다. 더욱이 이 사건과 별개인 신한은행 문서위조 사건도 경찰이 넘긴 증거 등은 전혀 살펴보지 않은 채 사건을 무혐의 처분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이 엉터리 수사로 종결되게끔 만든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신한은행 직원의 거짓말이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만큼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신 씨는 위증사건을 계기로 잘못된 것을 하나하나 바로 잡아간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