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WP “AM 라디오 퇴출 4,185개 방송사광고 치명타”
■ 한국어, 베트남어, 일본어, 중국어, 스페니쉬도 위축
■ AM라디오 방송 광고 시장에 신문 TV 유투버가 진출
■ 라디오코리아, 라디오서울 등도 ‘생존전략’ 모색해야
미국에서 지난 100여년동안 생활의 한 부분을 차지하던 AM 라디오 방송이 시대변화에 따라 우선 자동차에서부터 사라질 운명이라, 미주한인 언론계에서 신문, 라디오, TV 등 3대축의 하나인 AM라디오 방송도 대변화가 예상되어 한인 언론계의 커다란 지각 변동이 예견된다. 미국의 최고 주류 언론 워싱턴 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AM 라디오가 주요 사용처인 자동차에서 퇴출되고 있다”면서 “일부 방송국 소유주들과 광고주들은 자동차에서 AM라디오를 제거시키는 것은 실제로 미국의 많은 4,185개의 AM 방송국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지난14일 보도했다. 이같은 AM 라디오 방송의 파장은 한인 라디오 업계에도 그대로 반영될 것으로 예상돼 이에 따른 시대적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성진 취재부기자>
지난 34년간 한인들에게 한국어 AM라디오방송을 제공했던 시카고 지역의 ‘K 라디오’가 지난 3월 31일 자로 폐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같은 환경은 비단 시카고 뿐 아니라, LA를 포함한 미 주요 도시의 한인 언론계로 비화될 공산이 크다. LA라디오코리아, 라디오서울을 비롯한 일부 한인이 운영하는 AM방송도 생존 전략을 모색해야 할 판이다. 여기에 종교방송도 예외가 아니며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이미 MBC와 SBS는 지난해 11월 부터 AM 라디오 송출을 중단한 뒤 이달 (5월) 8일 공식 종료했다.
전기차엔진 AM 방송 전파 교란
LA코리아타운의 한인 택시기사들은 90% 정도 한결같이 한인 AM라디오 방송을 들으면서 하루 일을 시작하고 AM 방송을 들으며 하루 일과를 마친다. 남가주의 한인 직장인들이나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한인들도 출퇴근 때 한국어 라디오 방송을 듣는 사람들이 10명중 5-6명이고 그 이외는 FM음악 방송을 듣거나, 미국의 뉴스 방송 NPR 등을 포함해 CNN이나 CBS 등 주요 라디오 방송을 청취한다. 직장인 피터 장씨는 ‘자동차에서 AM 라디오를 못 듣게 되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우선 한인 라디오를 못 들어 조금 답답하겠지만 FM방송을 듣는 수밖에 없다”고 답했다. 한편 미국인의 93%는 라디오를 소유하고 있으며, 이 중 67%는 매일 라디오를 청취하는데 라디오 청취가 스마트 기기로 이동하는 추세이다. 라디오는 미국인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매체로서 2018년 기준 15,508개 라디오 방송국 운영 중, 전통적인 AM방송 또한 지역성을 확보하면서 산업적으로도 활성화되어 2017년 3월 기준으로는 4,666개 방송국이었으나, 코로나 펜더믹을 거치면서 4,185개로 약 500개 정도 줄어 들었다.
한인들은 하루 일과중에서 한국어 신문이나 라디오나 TV를 통해 한인 커뮤니티나 국내외 소식을 접하게 된다. 미주 한인에 대한 구체적 통계는 없지만, 국내 한인들 통계를 보면 요즘에는 기술 발전으로 새로운 정보 플랫폼과 미디어 채널이 늘어나면서 라디오, 신문, 잡지, 텔레비전 등 전통 미디어를 소비하는 사람들이 급격히 줄어들었다. 국내 경우 스마트폰 보유율이 94%가량(2021년 기준 93.4%)달하면서 이제는 전통 미디어매체 대신 스마트폰(77.5%)을 통해 포털사이트 및 온라 인 동영상 플랫폼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아졌다. 그 다음으로 TV(60.2%), PC(33.6%) 라디오(11.7%), 종이신문(4.6%) 순으로 뒤를 이었다. 그런데 미국에서 100년 가까이 운전자들의 반려자나 다름없었던 중파 방송인 ‘AM라디오’가 자동차에서 퇴출되면서 사라지는 현상은 전기차(EV)가 대세로 자리잡으면서 부터다.
이미 1960년대부터 AM 라디오 방송계에서 FM라디오의 확장으로 AM의 미래가 예견된 불길한 징조를 보였다. 워싱턴 포스트(WP)는 거의 한 세기동안 미국인의 사랑을 받아오며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됐다는 평을 받는 AM(중파방송) 라디오가 주요 사용처인 자동차에서 퇴출되고 있다고 14일 연방 상원 상업 과학 교통위원회 자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심각성을 나타낸 것이다. WP에 따르면 독일의 BMW와 폭스바겐, 일본의 마쓰다, 미국의 테슬라와 리비안, 스웨덴의 폴스타 등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 모델에서 AM 라디오 기능을 없앴다. 전기 엔진이 AM 방송 전파를 교란해 방송 수신이 잘 안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뉴욕타임스(NYT)도 전기자 제조업체들이 전파 방해가 심하다는 이유로 AM라디오의 차량 탑재를 기피하고 있어 전기차가 대세로 자리잡아가면서 AM라디오는 수동형 창문과 재떨이와 같이 자동차에서 사라질 운명에 처해 있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일부 방송국 소유주들과 광고주들은 자동차에서 AM라디오를 제거시키는 것은 실제로 미국의 많은 4,185개의 AM 방송국에 치명타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고 밝혔다. 이들 방송 프로그램은 주로 뉴스, 정치 관련 대화, 비상상태 기상 정보, 외국어 프로그램 등은 국가 정보 시스템의 핵심 요소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자동차에서 AM 라디오가 없어지면, 자연 라디오 방송 광고 매출이 떨어질 것은 자명하다. 그러면 이 광고들은 어디로 갈 것인가? 당연히 신문과 TV가 덤벼들 것으로 생각되나 이도 별반 다를바 없다. 요즘 신문을 읽는 사람도 갈수록 줄어들고 집에서 TV를 보는 사람들도 노인들 이외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특별한 스포츠 경기를 제외하고 TV를 시청하는 사람들이 없기 때문에 자연히 모바일로 대세가 확산되고 있다.
한인 AM 방송국들도 초 비상
텍사스주의 ‘타이어 하우스’(House of Tires)라는 자동차 정비소의 대표 바비 구티에레즈(Bobby Gutierrez)는 지난 50년 동안 라디오 방송국에 광고를 해왔다. 구티에레즈 대표는 만약 AM 방송을 더 이상 자동차에서 들을 수 없게 되면 AM 라디오의 광고를 중단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그는 “자동차 회사들이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상상할 수 없다”면서 “비상시에는 AM 라디오 전파가 농촌에 도착하지만 FM 전파는 오지 않는다”면서 “그것은 삶이 될 수도 있고 죽음도 된다”고 말했다. AM 라디오 방송이 자동차에서 사라질 경우, 텍사스주의 ‘타이어 하우스’라는 자동차 정비소의 대표의 말처럼, 많은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갈 것은 거의 확실하다. 한인 라디오 방송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LA지역의 한인 라디오 방송 시장 매출 규모는 2017년 현재 연간 약 1,200만 달러로 추산됐다. 현재 라디오코리아, 라디오 서울 그리고 우리방송 등 3개 AM 방송과 종교 방송들이 있다. 이들 라디오 방송사들은 코로나 펜더믹을 거치면서 라디오 방송 광고 시장도 신문이나 TV처럼 크게 축소되어 왔다. 이 같은 라디오 광고 시장을 라디오코리아와 라디오 서울, 우리 방송 등이 3각 경쟁을 벌이고 있으며, 여기에 한인 종교 라디오 방송이 가세하고 있다. 라디오코리아 측은 자신들이 코리아타운 시장 점유율을 60% 라고 주장했다. 또한 1997년 스포츠 중계를 듣는 동포의 숫자는 LA뉴욕, 시애틀, 포틀랜드, 휴스턴, 시카고 등지를 합하면 30만~40만명으로 추산됐다.
일반적으로 라디오 방송 광고 단가는 뉴스 시간 전후가 가장 비싸다. 많은 한인들은 라디오 뉴스를 주로 자동차에서 듣고 있다. 이 같은 라디오 뉴스를 자동차에서 들을 수 없을 경우, 라디오 광고 매출은 크게 감소될 것은 거의 확실하다. 자동차 회사들은 AM청취자 수 감소 추세와 IT 기술 발전이라는 간명한 논리로 자동차에서 AM 라디오를 빼려고 한다. FM 라디오가 훨씬 매끄러운 소리를 내보내고, 인터넷 스트리밍이나 팟 캐스트가 선명한 음질을 보내고 있기 때문이다. AM 청취자들은 점점 더 줄어들고 있고, 대안적인 형태의 차내 오디오의 성장은 폭발적이었다. AM 라디오의 프로그래밍과 청취자들은 1960년대 중반 FM 라디오가 자동차에 표준 장비로 도입되면서 바뀌기 시작했다.
FM 라디오나 온라인 팟캐스트 등 더 좋은 음질로 라디오 방송을 청취할 수 있는 방법이 많다는 점도 하나의 이유다. 아담 맥닐 BMW 미국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은 “기술 혁신으로 인해 소비자들이 (AM 라디오와) 동일하거나 유사한 정보를 받을 수 있는 다양한 선택지들이 생겼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유로 한국에서도 지난해부터 MBC와 SBS가 AM 라디오 송출을 중단했다. 미국에선 AM 라디오는 대중문화에서 적지 않은 부분을 차지했다. 1930년대 대공황을 극복하자는 프랭클린 루스벨트 전 대통령의 ‘노변담화’(Fireside Chat)부터 1970년대 DJ들의 팝 히트곡 선곡까지 AM 라디오는 미국인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또한 라디오에서 나오는 스포츠 중계나 토크쇼 등은 미국인의 장거리 자동차 여행에 빠지지 않는 오락거리였다.
전기차 모델에서 부터 기능 없애
WP는 “대중매체가 등장한 첫 100년 동안 AM 라디오는 미국인의 삶을 만들었다”고 평했다. 전미방송협회(NAB)에 따르면 지금도 매월 AM 라디오 청취자는 8천 200만명에 달한다. 특히 노년층과 유색인종의 청취 비율이 높은 편이다. AM 방송사는 미국 전역에 걸쳐 모두 4185곳 있는데, 방송 리서치 기관인 ‘BIA 자문위원회’는 이들이 송출하는 방송의 약 40%가 뉴스와 토크쇼, 스포츠 중계라고 설명한다. 소수민족 등 특정 인종 집단을 위한 방송과 종교 관련 내용을 다루는 방송도 11%이다. 2022작년 한 해 미국의 전체 라디오 광고 수익 110억달러 가운데 AM방송이 벌어들인 돈은 20억 달러였다. 하지만 IT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스마트폰이 보급되면서 AM 라디오도 발 디딜 곳이 좁아지고 있다. (2020년 통계는 200억 달러였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AM 방송국들은 그들의 프로그램을 들을 수 있는 대안적인 방법을 제공하지 않았다. 일부 자동차 제조사들은 전기자동차 모델에서 이미 AM 라디오 기능을 없앴다. 미국 3대 자동차사인 포드(Ford)는 아예 한발 더 나아가 내연 기관차와 전기차를 가리지 않고 AM 라디오를 모두 빼는 중이다. 포드 대변인 앨런 홀(Alan Hall)은 대부분의 AM 방송국들이 온라인이나 FM 자매 방송국에서도 프로그램을 제공하기 때문에, 자동차 회사는 “대부분의 새 모델과 업데이트된 모델에서 AM을 제거함에 따라 고객들이 좋아하는 AM 라디오 음악과 뉴스를 들을 수 있는 이러한 대안을 계속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2024년형 머스탱은 포드 최초로 AM이 적용되지 않은 내연기관차 모델이다.
이들이 AM 라디오를 없애는 첫 번째 이유는 전기차와 맞지 않아서다. 그래서 전기차(EV) 제조회사들이 자사 전기차에서 AM 라디오 수신 기능을 배제하고 있다. 전자파 발생이 많은 전기차에서 모터 등 전기 구동부에 전자기 간섭을 일으켜 기능 오류를 유발할 수 있고 라디오 품질도 덩달아 낮아진다는 이유다. 그래서 테슬라, 아우디, 포르쉐, 볼보, 폭스바겐 등이 자사 전기차에서 AM 라디오를 제거했다. 포드 역시 자사의 인기 전기차 픽업트럭인 F-150 라이트닝에서 AM 라디오를 제거할 예정이다. BMW는 애초부터 전기차에 AM 라디오를 장착하지 않는 대표적 회사였다. FM 라디오도 장기적 으로 볼 때 배제될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AM 라디오보다 FM방송은 상대적으로 전자 교란에 강해 아직은 논란에서 안전한 편이다.
AM 전파 파장 길고 정전기 취약
스마트폰 보급으로 AM 방송을 듣는 청취자가 크게 줄었다는 것도 이유다.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OTT)나 유튜브를 통해 다양한 콘텐츠를 볼 수 있게 되면서 플랫폼으로서 라디오의 가치가 낮아졌 다는 것이다. 여기에 품질이 낮고 유지비가 많이 드는 점도 이유다. AM 전파는 파장이 길고 단파장의 FM 전파만큼 쉽게 고체 물체를 통과할 수 없기 때문에 간섭 및 정전기에 취약하다. 이로 인해 신호를 차단하거나 왜곡할 수 있는 장애물이 많은 도시 지역과 건물 내부에서 AM 라디오 수신이 더 어려워진다. 또한 AM 전파는 전력선, 가전제품 등 전기적 간섭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많은 전기 자동차가 FM 라디오 또는 위성 라디오로 전환했다. 이러한 유형의 신호는 간섭을 덜 받고 더 명확하고 안정적인 청취 경험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FM 및 위성 라디오는 디지털 신호이므로 더 넓은 범위의 주파수를 전송할 수 있고 더 높은 품질의 사운드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AM 라디오는 널리 사용가능하며 전기 자동차를 포함하여 많은 영역에 존재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다만 AM 라디오가 역사적 가치를 지닌 만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강하다. <특집-2호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