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 특집취재 1] 론스타판정문에서 삭제됐던 원문입수 단독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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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정부, 버시바우 미 대사 론스타 로비 활동부분 몽땅 삭제 공개
■ 본보, 론스타 승소판정문 411페이지-정정결정문 28페이지 원문입수
■ 한국정부, 지난해 9월 인명-외교기밀 1440곳 삭제하고 판정문 발표
■ 버시바우 주한대사 로비 활동부분 통째로 삭제하거나 가린 채 공개
■ 금융위원장 전광우, 버시바우에 HSBC외환은행인수승인심사 고자질
■ 한덕수 2회 증인성명서 제출, 론스타 증인과 전문가 리스트도 삭제
■ 김승유하나은행장 27회-김석동 금융위원장 26회 변양호 38회 숨겨
■ ‘론스타 연관설’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는 론스타 판정문에서 전무

한국정부는 론스타 중재판정문중 1440곳을 삭제하고 공개했으나 론스타가 미국연방법원에 판정문 및 정정결정문 무삭제 원본을 제출함에 따라 삭제부분이 모두 공개됐다. 본보가 무삭제 원본을 입수, 검토한 결과 한국정부가 외교기밀을 이유로 통째로 삭제한 부분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전광우 금융위원장과의 대화로 드러났으며, 전위원장은 미국대사를 만나 선물이라며 금융위의 외환은행 매각 일정을 몰래 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본보가 원본과 삭제본을 대조한 결과 한덕수 현 국무총리가 이 사건과 관련, 2차례 한국정부 측 증인으로 진술서를 제출하는 등, 양측의 증인, 전문가들이 누구인지도 낱낱이 드러났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론스타 측은 지난 6월 30일 워싱턴DC연방법원에 승소판정 강제집행에 나서면서 관련증거로 2022년 8월 30일자 중재판정문 원문과 2023년 5월 8일 정정결정문 원문, 그리고 한-벨기에 투자협정 및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 중재규정을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론스타가 제출한 중재판정문 및 정정결정문은 단 한줄, 단 한 단어도 삭제되지 않은 원문이라는 점에서, 사상 처음으로 판정문등의 원문이 공개된 것이다. 이에 앞서 한국정부는 지난해 9월 2일 중재판정직후 ‘중재판정부가 발령한 절차명령 제5호에 따라 판정문은 쌍방당사자 동의 없이는 대외공개가 불가능하다’고 밝히고, 국민의 알권리 보장 및 중재절차의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론스타 측과 판정문공개협의를 하겠다고 밝혔었다. 그리고 약 1개월 만인 같은 해 9월 28일 론스타의 동의를 얻어 411페이지 분량의 판정문을 공개했었다.

버시바우 활동부분 통째로 삭제

하지만 당시 한국정부는 공무원을 제외한 사인의 개인정보 및 외교기밀에 관한 사항 등 법률상 공개가 불가능한 최소한의 내용을 제외했으며 관련법안의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판정문 원문을 공개하며, 최소한의 내용만 제외했다고 밝혔지만, 약 1천여 명의 인명 등을 포함, 모두 1440여 곳이 삭제되면서 국민들의 반발을 부르기도 했다. 심상정의원은 ‘론스타사태는 먹고 튄 먹튀도 아니고 속이고 달아난 속튀다. 단순한 정책실패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금융경제관료가 투기자본과 결탁한 거대한 비리사건’이라고 규정하고, 정부에서 문제관료를 숨기기 위해서 판정문중 상당부분을 삭제했다며 전면공개를 요구했다.

심의원은 중재판정문에는 정부, 특히 금융위원회가 법적 의무에 따라 행동하지 않고 정치적 비판을 피하기 위해, 또는 정치적 목적으로, 자기조직을 위해, 사익을 추구하기 위해 행동했다고 규정했다. 삭제된 부분을 모두 공개, 누가 이같은 행동을 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기호변호사도 ‘론스타 판정문이 나왔지만 여전히 많은게 감춰져 있고, 특히 검은 색으로 1440여개 부문이 지워졌으며, 주로 무엇이 지워졌느냐 하면 주어가 사라졌다. 따라서 행동의 주체가 누구인지 모르도록 했으며, 이는 관료들의 부적절한 행위 내지 불법행위를 숨기려 한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5월 8일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의 정정결정문도 같은 달 26일 한국정부가 공개했으나 이 또한 일부내용이 검은 색으로 지워져 있다. 이 역시 전체 내용을 명확하게 파악하기 힘들게 만들고 있다. 바로 이 같은 판정문 삭제 논란 속에 론스타가 미국연방법원에 무삭제 원문을 전격 제출한 것이다.

본보확인결과 론스타 중재판정문은 411페이지 분량이며 정정결정문은 28페이지 분량으로 밝혀졌다. 특히 한국정부가 공개한 판정문중 까맣게 처리된 부분은 거의 대부분이 관련자의 인명으로 드러났다. 론스타 관련자와 한국정부 관련자는 물론 중재심판과정에서 양측의 증인심문을 받은 인물, 그리고 전문가보고서를 제출한 인물 등의 이름이 삭제 처리됐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심상정의원이 외교기밀을 이유로 판정문의 일부가 통째로 사라졌다는 대목은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의 론스타 편들기 내용으로 밝혀졌다. 이 부분은 판정문 78페이지로, 한국정부는 이 페이지 하단의 각주 235번을 통째로 삭제했으나 본보가 원문을 확인한 결과 삭제된 부분은 ‘2008년 7월 24일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와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면담내용’으로 드러났다.

판정문 77페이지 226번 항목에는 존 그레이켄 론스타회장이 2008년 7월 9일 전광우 금융위원장에게 ‘만약 금융위가 HSBC의 인수요청을 승인하지 않는다면 론스타는 외환은행 주식을 공개시장에 내다 팔 것이다. 그 뒤 한국정부를 상대로 손실을 배상하라는 국제중재를 신청할 것’이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돼 있다. 바로 그다음 페이지인 78페이지 227번 항목은 ‘그레이켄 회장이 개입하자 주한미국대사인 알렉산더 버시바우도 관여하기 시작했다’고 적고 있다. 하지만 한국정부는 주한미국대사 버시바우의 개입사실을 언급한 부분을 삭제했고, 이 부분의 부속설명인 각주 335번도 삭제한 채 공개했다. 외교기밀이라는 것이다. 이 부분을 통해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는 마치 론스타의 대리인처럼 행동했음이 드러난다. 삭제된 각주를 살펴보면 버시바우 대사는 전광우 금융위원장을 만난 뒤 면담내용 및 결과를 3급 비밀로 분류, 본국에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위 관계자들 앞 다퉈 매각 압박

또 이 전문은 외부로 유출됐다고 적고 있다. 판정문은 청구인인 론스타 측은 버시바우대사가 전광우위원장이 금융위 입장과 추후 조치 등을 사전에 알려줬다고 주장했다고 적었고, 전광우위원장은 증인심문 때 버시바우대사가 면담내용을 미국인등의 관점에서 자신에게 유리하게 기재했다고 진술했다고 적고 있다. 이 각주에서 비밀전문이 외부로 유출돼 공개됐다고 주장한 것은 위키리크스가 2011년 말 비밀전문을 공개한 것을 말하는 것이다. 버시바우 주한미국대사가 전광우위원장 면담내용을 3급 비밀 전문으로 보고한 것은 2008년 7월 25일이며, 제목은 ‘론스타와 은행 민영화 금융규제철폐관련 전광우 금융위원장의 견해’, 전문번호는 ’08 SEOUL 1480’으로 확인됐다.

본보가 비밀전문을 확인한 결과 버시바우대사는 같은 해 7월 24일 전광우 위원장을 직접 찾아갔으며, 이례적으로 장문의 보고서를 작성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문은 국무부는 물론 재무부 국제국, 무역대표부, 국가안전보장회의 등에도 보내진 것으로 밝혀졌다. 이 비밀전문에 따르면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버시바우대사에게 자신을 방문해준 데 대한 선물이라고 말하며 금융위의 내부일정 등을 사전에 알려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대목은 이 전문에서 ‘LONE STAR’라는 제목 하에 3번 항목에 기재돼 있다.

버시바우대사는 전위원장의 발언이 매우 인상적이었는지, 3번 항목 첫 문장은 ‘THIS IS THE GIFT FOR YOUR VISIT’라고 표현했다. 말 그대로 ‘당신 방문에 대한 선물’이다. 전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이번 주 내로 HSBC의 외환은행 대주주 지분취득자격에 대한 심사착수 방침을 공식발표할 것’이라고 사전에 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전위원장은 ‘이것이 당신에게는 반가운 소식이죠, 하지만 내가 위험을 모두 감당할 것입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전위원장의 말대로 금융위는 버시바우대사와의 면담 바로 다음날인 7월 25일 이를 공식발표했다. 또 전위원장은 버시바우대사에게 ‘외환은행 매각에 대비해 한국국민들을 상대로 PR활동을 강화해 줄 것을 론스타 측에 권유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한국정부관리가 정부업무를 사전에 발설한 것은 물론 론스타의 입장에서 언론 홍보 등을 강화하라고 조언까지 한 것이다. 이같은 내용이 중재심리과정에서 쟁점이 되자 전위원장은 이를 버시바우대사가 자기가 유리하도록 왜곡해서 보고한 것이라고 둘러댄 것이다. 전위원장이 저자세로 버시바우대사의 입맛에 맞는 말을 하자, 대사는 ‘한국정부가 어떤 결정을 하든 최종발표시점은 연휴직전으로 잡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언론이 연휴로 쉬는 동안 중요발표를 해서 반대여론을 잠재우라는 조언이다. 버시바우대사는 또 자신의 7월 2일 박병원 청와대 경제수석, 7월 14일 사공일 국가경쟁력위원장, 7월 15일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등을 만나 론스타투자 및 외환은행 매각이 한국의 평판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표명했다고 주장했다. 자신이 론스타를 위해 열심히 뛰고 있다고 주장한 셈이다. 외교기밀이라는 이유로 삭제된 또 다른 대목은 판정문 91페이지 하단 261번 항목의 A부분이다. 본보가 원문확인결과 이 대목은 론스타 측이 ‘벨기에 및 룩셈부르크 외무부 관계자’의 주장을 인용한 부문으로 확인됐다. 벨기에 외교당국자의 발언이 인용된 부분이어서 전체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정부는 판정문 99페이지 하단의 각주 355번을 통째로 삭제했으며, 본보가 원문확인결과 삭제된 부분은 정진규 당시 외교통상부 개발정책과장의 증인진술서 일부로 확인됐다. 각주 355번은 99페이지 하단 및 100페이지 하단으로 이어진 부분이 모두 삭제됐다. 이 부분은 한국정부와 벨기에 정부의 투자협약 제정과 관련한 협상을 설명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론스타 및 한국정부, 즉 쌍방이 증인으로 누구를 내세웠는지도 판정문 원문을 통해 낱낱이 확인됐다. 론스타 측은 지난 2013년 10월 15일, 1) 필 그림 연방상원의원, 2) 존 그레이켄 론스타회장, 3)래리 클레인, 4)타미 오버비, 5)에반 람스타드, 6)엘리스 쇼트 론스타부회장, 7)마이클 톰슨 론스타 사장, 8)리처드 워커 등이 증인진술서를 제출했다. 또 론스타 측에서 전문가보고서를 제출한 사람은 백정웅박사와 로렌스 비어드, 루데브로이, 이창희교수, 가이 밀러, 스튜어트 마이어스교수, 박정훈교수로 확인됐다. 한국인 전문가 3명이 론스타 측 전문가 보고서를 낸 것이다. 한국정부는 지난해 9월말 공개한 판정문에서 이들 론스타 측 증인 및 전문가 전원의 이름을 삭제한 것으로 드러났다.

반면 한국정부는 2014년 3월 21일 증인심문서를 제출했고, 한덕수 현 국무총리가 지난 2007년에서 2008년 총리를 지냈다는 이유로 증인진술서를 낸 것으로 확인됐다. 또 배현기, 황도곤, 전광우, 강동훈, 김병호 하나은행 부행장, 김익남, 김정회, 김명준, 김석동 전 금융위원장, 김승유 하나은행 행장, 이해선, 손주형, 성대구 등이 증인진술서를 냈다. 또 브렌트 카즈마렉, 김용재교수, 김건식교수, 이원우씨, 오윤교수, 폴알렌 쇼트, 스테프 반 위겔교수가 한국정부를 위해 전문가 보고서를 낸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정부 공개본에는 이들 한국 측 증인 중 배현기씨, 김병호, 김승유등 3명과 전문가 김건식, 이원우, 오윤 등의 이름이 삭제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론스타는 2014년 10월 1일 추가진술을 하면서 또 다시 다수의 증인진술서를 제출했다. 필 그림 상원의원은 다시 한번 증인진술서를 작성 제출했고, 백종우 교수, 김기환박사, 이창희교수, 박정훈교수 등도 또다시 전문가 보고서를 냈다.
한국정부 역시 2015년 1월 23일 추가 반박을 하면서 배현기, 조규범, 한덕수, 황도곤, 정진규, 진승호, 전광우, 김병호, 김동현, 김정회, 김명준, 김석동, 김승유, 김태호, 권태신, 이해선, 이인기, 이재용, 이영주, 박새천, 박윤준, 손주형, 성대구, 양봉호씨가 증인진술서를 다시 냈다. 또 윈드롭 브라운, 최병일교수, 안나 주빈 브렛, 브렌트 카즈마렉, 김건식, 이원우, 김용재 교수, 권영준교수, 오윤교수, 폴 알랜 쇼트, 스테프 반 위겔교수가 전문가 진술서를 냈다. 이처럼 한국정부가 공개한 판정문에는 외교기밀 등으로 전체 진술이 통째로 삭제된 부분이 간간이 눈에 띄었고, 가장 많이 삭제한 것은 인명, 즉 사람이름으로 동일인을 포함해서 1천여 개의 이름이 검게 지워졌다.

한국정부는 판정문 42페이지 120번등의 인명을 삭제했으나 본보가 원문확인결과 삭제된 부분은 스티븐 리 론스타코리아 사장으로 확인됐다. 스티븐 리의 이름은 최소 34번 이상 삭제됐고, 론스타로 부터 외환은행을 인수한 김승유 하나은행 행장의 이름은 판정문에 최소 27회 기재됐으나 한국정부 공개본에는 모두 삭제됐다. 2003년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를 최종 승인한 당시 금융위원장 김석동이 최소 26회, 2003년 당시 론스타의 외환은행 인수결정을 내렸던 변양호 당시 재정경재부 금융정책국장이 38회 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론스타 관련설이 나돌던 추경호 현 경제부총리의 이름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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