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C연방항소법원, 8월 중순 절도혐의 사실 인정 변호사 자격 박탈
■ 승무원이 지갑절도 목격…1등석에서 피해자 옆 자리 옮긴 뒤 훔쳐
■ ‘돈 돌려주면 문제 삼지 않겠다’했으나 끝까지 오리발 내밀자 신고
■ 사무장이 변호사가 소지한 1백 달러 지폐 일련번호 확인하니 맞아
■ 변호사, 절도혐의 부인에 항공사가 경찰신고 착륙 뒤 경찰이 연행
■ 재판 출석 않고 출국 – 50만원 유죄판결…항소서도 절도유죄 명백
■ 연방항소법원, 박탈권고 4년만에야 박탈명령 ‘제 식구 감싸기’비난
■ 은행직원들, 징계청문회에 출석 ‘김 씨 은행위조서류5건 이상’증언
워싱턴DC한인여성변호사가 15년 전 한국행 여객기에서 옆 좌석 승객의 돈을 훔친 혐의로, 이달 중순 연방항소법원으로부터 변호사 자격을 박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항소법원은 대한항공 승무원이 이 여성 변호사의 절도혐의를 직접 목격, 경찰에 신고했고, 이 변호사는 한국법원 약식재판과 정식재판에서 각각 절도혐의로 유죄판결을 받았다고 밝혔다. 특히 이 변호사는 한국법원과 미국 변호사징계위원회 등에 은행서류 등을 위조해 제출한 것은 물론 피해자가 자신의 파트너와 짜고 자신을 포함했다는 주장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여성변호사는 지난 2011년 자격정지 처분을 받았으나 2013년 다시 이 결정이 취소돼 기사회생하는 듯 했지만 2014년부터 다시 징계절차가 시작됐고, 2019년 중반 자격박탈권고가 내려졌다. 하지만 이 권고가 연방항소법원에서 받아들여져 자격이 박탈될 때까지는 4년이 더 걸리는 등 법조계의 제식구 감싸기 논란을 빚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후사정을 짚어 보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985년 시카고지역에서 변호사 자격을 획득한 뒤 1995년 무렵부터 워싱턴DC 인근지역에서 활동한 한인여성변호사 김모씨. 변호사 경력 38년의 김모씨가 더 이상 워싱턴DC에서는 변호사로 행세할 수 없게 됐다. ‘항공기내 절도혐의’라는 수치스런 행위 때문이다.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지난 17일 ‘김모변호사가 2007년 5월 한국행 여객기에서 옆 좌석에 앉은 윤모씨의 지갑에서 현금 1100달러를 훔친 혐의를 받았으며, 한국 1심 재판에서 유죄판결을 받은 것은 물론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받았다. 또 워싱턴DC 연방항소 법원산하 전문직징계위원회에서도 절도혐의 등이 입증됐으므로, 워싱턴DC에서의 변호사 자격을 박탈한다’고 명령했다.
김 변호사에 대한 변호사징계는 이미 지난 2009년께부터 시작됐고, 그동안 변호사 자격정지, 자격정지 번복, 다시 자격박탈권고 등의 징계가 이어진 끝에 사건발생 15년 만에 변호사자격이 박탈된 것이다. 연방항소법원의 변호사자격박탈 결정문에 따르면 김 변호사의 행위는 충격적이다. 연방 항소법원이 공개한 사건 전말은 마치 한편의 영화를 연상케 하며, 특히 피해자는 자신이 현금을 도난당한 사실을 모르고 있었으며. 대한항공 승무원이 김 변호사의 절도혐의를 목격 경찰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한항공 승무원이 절도 목격
연방항소법원은 결정문 등에서 ‘지난 2007년 5월 27일 일요일, 워싱턴DC 델레스공항출발, 인천행 대한항공 여객기, 1등석 바로 뒤편의 일반석에 앉은 윤모씨는 곤하게 잠을 자다 승무원이 깨우는 바람에 깜짝 놀라 눈을 떴다. 대한항공 승무원 이은희 씨는 윤 씨에게 옆 좌석의 승객을 아느냐고 물었고, 윤 씨는 전혀 모르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승무원은 내가 방금 옆 좌석 승객이 당신 지갑을 훔치는 것을 봤다. 지갑에 없어진 것이 없는지 확인해보라고 말했다.’고 설명했다. 윤 씨는 승무원 이 씨와 함께 여객기내 갤리로 가서 지갑을 확인한 결과 1100달러가 없어진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여객기 사무장이 김 변호사에게 다가가 옆 좌석 승객의 돈이 없어졌으며, 당신이 돈을 훔치는 것을 목격했다는 증인이 있다.
만약 당신이 옆 좌석 승객에게 돈을 돌려준다면, 더 이상 문제 삼지 않겠다고 말했으나, 김 씨는 돈을 훔친 사실을 부인했다. 그러자 윤 씨가 김 변호사에게 당장 돈을 돌려달라고 요구했고, 김 씨는 당신이 나를 아느냐며 발뺌을 했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절도사실을 부인한 뒤 은행봉투에서 현금을 빼서 돈이 얼마인지 세어보았고, 여객기사무장이 김 씨에게 봉투의 돈을 보자고 요구하고 확인한 결과, 김 변호사소유 1백 달러지폐의 일련번호가 윤 씨 소유 지폐의 일련번호와 연결됐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대한항공 승무원들은 곧바로 한국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여객기가 인천공항에 착륙한 뒤 곧바로 비행기에 탑승, 김 변호사와 윤 씨를 공항내 경찰서로 데려가 조사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김 변호사 조사에 앞서 ‘묵비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변호사를 선임할 권리가 있다’고 고지했고, 김 변호사는 변호사 없이 조사를 받겠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경찰은 대한항공 승무원 진술, 윤 씨의 진술, 김 씨의 진술 등을 받은 뒤 조서를 꾸몄고, 해당자에게 자신의 조서를 읽어보도록 한 뒤 서명을 받았다. 특히 경찰은 김 씨가 자신의 돈이라는 증거로 제시한 2천 달러가 들어있던 은행봉투 전체를 압수했으나, 김 씨가 전액을 압수하면 안 된다는 항의에 따라 범죄혐의와 연관된 1100달러만 압수한 것으로 드러났다. 즉, 김 변호사는 대한항공 기내에서 절도를 하다 승무원에게 현행범으로 적발된 셈이다.
또 피해자가 소지한 지폐의 일련번호와 김 변호사 지갑에서 나온 지폐의 일련번호가 연결된다는 사실은 이들 지폐가 모두 한사람이 소유했었던 지폐일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며, 두 사람 중 한사람이 다른 사람의 돈을 훔쳤을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다. 연방항소법원은 ‘김 변호사가 인천지방법원에 기소됐지만 법원에 출석하지 않고 미국으로 출국해 버렸고 이 때문에 지난 2007년 7월 25일 궐석으로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당시 인천지방법원은 김 씨에게 벌금 50만원 및 압수된 돈을 모두 피해자 윤 씨에게 돌려주라고 판결했다’고 설명했다.
끝까지 오리발 내밀다 기소
아마도 이 재판은 약식재판일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2개월 뒤인 2007년 9월 김 변호사는 궐석유죄판결이 내려진 사실을 뒤늦게 알고, 궐석판결이 부당하다며 정식재판을 청구했고, 김 변호사의 청구가 받아들여져 정식재판이 열렸다. 하지만 정식재판에서도 김 변호사의 절도유죄를 입증하는 증거가 확인돼 2009년 8월 28일 유죄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김 변호사는 유죄판결을 받고도 이를 워싱턴DC연방 항소법원에 알리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궐석판결이후 정식재판을 청구했다는 것으로 미뤄 약식판결에 불복, 정식재판을 청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연방항소법원은 ‘김 변호사는 1심판결이 사실관계를 잘못 확인했다고 주장하며 항소했고, 검사와 김 변호사는 증인들을 불러 심리를 진행하기로 합의하는 등 항소심재판이 시작됐다. 바로 이 항소심재판[1심 재판으로 추정되나 연방항소법원은 항소심이라고 표현]이 진행될 때 메릴랜드 주 변호사징계위원회도 김 변호사의 한국법원 절도혐의 유죄판결을 알고 징계절차를 시작했고,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가 한국법원에 조작된 은행서류 등을 제출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강조했다.
본보확인결과 메릴랜드 주 변호사징계위원회는 2009년 징계에 돌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즉, 김 변호사가 한국법원 유죄판결을 뒤집기 위해 조작된 서류를 제출했고, 조작된 서류와 위증 등이 변호사자격박탈의 결정적 사유가 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 과정에서 김 변호사 거주지인 메릴랜드 주 몽고메리카운티순회법원에서도 같은 혐의에 대한 재판이 진행됐고, 이 법원은 김 변호사가 절도행위를 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은행서류를 조작하지도 않았다는 결론을 냈다. 김 변호사는 메릴랜드주법원의 판결을 한국 항소심 법원에 제출하며 판결번복을 요청했다. 하지만 한국법원은 메릴랜드주법원의 판결을 사실상 인정하지 않고 자체 심리를 통해 김 변호사의 항소를 기각했다. 즉, 김 변호사 절도혐의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린 1심 법원 판단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항소심에서도 유죄판결을 내린 셈이다.
그렇다면 한국법원이 김 변호사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연방항소법원과 변호사징계위원회는 왜 김 변호사의 변호사자격을 거듭 정지시킨 끝에 박탈했을까? 연방항소법원은 자격박탈결정문에서 김 변호사가 은행서류와 수표 등을 조작하고, 징계조사 등을 방해하는등 7가지 혐의로 자격을 박탈한다고 밝혔다. 변호사가 서류 등을 조작한 것은 변호사 윤리규정을 정면으로 위반했을 뿐 아니라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재판과정에서 날짜도 명시되지 않은 은행 문서, 2008년 2월 15일 서한, 2008년 5월 5일 서한, 2008년 8월 25일 서한, 2008년 12월 19일 서한 등 최소 5차례 이상 은행관련 서류 등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으나, 이 문서 모두가 사실상 조작한 서류라는 것이 한국법원 및 연방항소법원, 그리고 변호사징계위원회 등의 일치된 판단이다.
은행 문서까지 조작하다 덜미
김 변호사가 가장 먼저 한국법원에 제출한 문서는 커머스뱅크[현 TD뱅크]의 서류였다. 하지만 이 서류는 은행의 작성일자가 적혀있지 않은 문서였다. 이 서류에 따르면 ‘커머스은행은 김 변호사 소속로펌이 듀폰서클지점에서 1백 달러짜리 지폐 백장을 인출했다’며 1백 달러짜리 지폐의 일련번호도 기재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김 변호사가 은행에서 1백 달러짜리 백장을 인출했으며, 김 변호사가 한국입국 당시 경찰에서 확인한 1백 달러짜리 11장의 일련번호가, 커머스뱅크에서 인출한 돈이라고 주장한 셈이다. 김 변호사는 이 은행확인서를 자신의 무죄를 입증하는 서류로 사용하려 했던 것이다. 하지만 연방항소법원은 이 문서가 조작됐다고 결론을 냈다.
항소법원은 날짜조차 없는 이 서류가 커머스뱅크의 레터헤드지에 작성된 것이 아니며, 이 서류에 서명한 것으로 기재돼 있는 커머스뱅크 듀폰서클지점 브라이언 빈슨 지점장의 서명도 위조됐다고 밝혔다. 특히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절차가 진행될 때 빈슨지점장이 증인으로 출석, ‘나는 김 변호사에게 1백 달러짜리 지폐의 시리얼 넘버가 적힌 서류를 준 적이 없고, 서명도 내 서명이 아니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는 2008년 2월 15일에도 인천지방법원에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처음 제출했던 날짜가 없는 은행서류와, 1백 달러짜리 지폐의 시리얼넘버 리스트, 그리고 빈슨지점장의 서명에다 또 다른 은행직원으로, 공증인 자격이 있는 록시 안그하의 공증서명이 첨부된 문서를 제출했다. 이는 재판부가 날짜가 없는 은행문서 등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자 공증을 받아 같은 문서를 다시 제출한 것이다.
하지만 법원확인결과 어이없게도 김 변호사가 제출한 문서의 1백 달러짜리 지폐 시리얼넘버 리스트에는 윤 씨의 지갑에 남아있던 1백 달러짜리 지폐 4장의 번호가 포함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은행이 김 변호사가 파트너로 일하는 로펌에 1백 달러짜리 지폐 백장을 인출해 줬다며, 그 지폐의 시리얼넘버를 기재했는데, 엉뚱하게도 김 변호사가 소지한 1백 달러짜리 지폐는 물론 윤씨가 소지한 지폐 일련번호가 포함돼 있었던 것이다. 은행이 김 씨에게 준 1백 달러짜리 지폐와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돈을 윤 씨가 가지고 있었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항소법원은 급하게 짜 맞추다 보니 이 같은 일이 발생했다고 추정했다.
청문회 출석 은행직원들도 아연실색
특히 김 변호사가 제출한 문서에 공증인으로 기재된 은행직원 록시 안그하는 워싱턴DC 전문직 징계위원회 청문회에 출석, 위증시 처벌을 받겠다고 선서한 뒤 ‘나는 이 문서에 서명한 적이 없으며, 이 문서는 위조된 사기문서’라고 증언했다. 김 변호사가 2008년 5월 5일 세 번째로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서한에 대해서도 항소법원은 위조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김 변호사는 ‘내가 2008년 4월 30일 커머스뱅크 빈슨지점장에게 피해자인 윤 씨가 이 은행 고객인지를 묻는 편지를 보냈다’고 주장했다. 김 씨가 제출한 이 문서에는 빈슨지점장의 서명과 김 변호사로펌의 직원이 공증을 한 것으로 돼 있었다. 하지만 공증인으로 기재돼 있는 김 변호사로펌의 직원도 징계청문회에 출석, ‘이 문서를 공증한 적이 없으며, 이 같은 서한을 알지도 못하며, 빈슨지점장도 모르는 사람’이라고 증언했다.
빈슨지점장 역시 징계청문회에서 추가증언을 통해 ‘4월 30일자 김 변호사의 서한을 받은 적이 없고, 5월 5일자 확인서한에도 서명한 적이 없으며, 윤 씨가 은행고객이 아니라는 서한에 서명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즉 세 번째 법원제출 서류도 위조로 판명된 셈이다. 넷째, 2008년 8월 25일 서류 역시 위조됐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인천지방법원에 제출된 이 서류는 ‘김 변호사가 2008년 6월 빈슨지점장에서 보낸 서한이며, 이에 따라 답변을 받았다’는 서한이다. 이 서한의 내용은 ‘인천지방법원이 은행 측이 진술과 증거를 요구했지만, 은행 측은 미국연방규정에 따라 이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인천지방법원이 김 변호사 주장의 신빙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은행 측에 사실관계를 확인하려 하자, 은행 측이 미국연방법규정에 따라 이를 거부하는 것처럼 조작하려 한 것이다.
이 서한에 따르면 ‘커머스 은행은 인천지방법원 재판부가 여러차례 공증을 받고 위증시 처벌을 받겠다고 선서를 한 뒤 제출한 2개 문서에 대해 계속 의문을 제기하는 것은 판사가 검찰 쪽에 편향돼 있음을 보여준 것이며, 재판부가 우리 거래기록을 의심하는 것은 판사가 심각한 위법을 저지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서한은 커머스은행 부행장 겸 제너럴 매니저자격으로 데이빗 촐커가 서명하고, 최고법률고문 스테파니 테줌에게도 사본을 보낸 것으로 기재돼 있다. 하지만 데이빗 촐커는 징계청문회에 출석, ‘나의 라스트네임 철자가 틀렸으며, 이 편지를 쓴 사실도 없고, 나의 직책도 은행 제너럴 매니저가 아니라 스토어 매니저이며, 내가 사본을 보냈다며 은행 최고법률고문으로 기재된 스테파니 테즘이 누구인지도 모른다’고 증언했다. 마치 커머스은행이 재판부에 이의를 제기한 것처럼 조작됐다는 것이 연방항소 법원 판단이다.
다섯째, 2008년 12월 19일 인천지방법원에 제출한 문서는 2008년 8월 25일 제출문서에 언급됐던 데이빗 촐커가 다시 한 번 스스로 재판부에 보낸 서한으로 드러났다. 촐커가 자진해서 재판부에 편지를 보낸 것으로 돼 있지만, 촐커의 라스트네임과 직책 등은 네 번째 서한과 똑같이 잘못 기재된 것으로 밝혀졌다. 놀랍게도 이 서한은 ‘데이빗 촐커는 2008년 12월 은행을 사직해서 은행을 떠난다’라고 기재돼 있었다. 즉 데이빗 촐커가 이제 커머스은행 직원이 아니니 재판부는 더 이상 촐커에 대해 문의를 하지 말라는 것이다. 하지만 촐커는 징계청문회에서 ‘나는 이 편지를 쓰거나 이 편지에 첨부된 기록을 작성한 적이 없을 뿐 아니라, 2012년 5월까지 계속 은행에 근무했다’고 증언했다. 멀쩡히 은행에 잘 다니는 직원을 사직한 것처럼 조작, 이 직원에 대한 사실 확인을 못하게 하려 했다는 것이다.
여섯째 편지 역시 조작됐다는 것이 연방항소법원 판단이다. 김 변호사는 커머스뱅크 고위 고문변호사인 크리스토퍼 쿠치로 부터 5장의 서한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투치 변호사 역시 화상데포지션을 통해서 증언했고, ‘나는 이 편지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명확하게 밝혔다. 또 은행외부고문변호사로 기재된 로버트 디트릭 변호사 역시, 징계위원회에 직접 출석, ‘투치고문은 김 변호사에게 편지를 보낸 적이 없다’고 증언했다. 일곱째 조작사례로 적시된 수표지급은 피해자인 윤 씨를 되레 자신을 모함하려 한 사람으로 몰아세우려 했다는 것이 연방항소법원의 판단이다. 가해자가 피해자를 되레 범인으로 둔갑시키려 했다는 것이며, 또 이 수표 역시 훔친 뒤 서명을 조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김 변호사의 로펌 파트너인 크리스토퍼 테라스는 김 변호사의 절도혐의가 알려지고, 징계절차가 시작됨에 따라 김 변호사에게 로펌과의 관계를 정리해 달라고 요구했고, 김 변호사는 이를 탐탁지 않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절도사실 알려지자 로펌서 해고
테라스변호사는 김 변호사의 절도사건 당시 한국에 있었지만, 김 변호사는 테라스에게 이를 알리지 않았고, 1년여가 지난 2008년 12월 이 사실을 처음 알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 로펌으로서는 파트너변호사의 절도혐의가 알려진 것은 물론 한국법원에서 유죄판결을 받았으므로 로펌의 생명인 신뢰성을 잃을 것을 우려, 정리를 요구한 셈이다. 하지만 테라스변호사의 관계정리요구는 거꾸로 테라스변호사에게 부메랑이 돼 돌아온다. 테라스변호사의 관계정리요구 6개월 뒤, 절도피해자인 윤 씨의 아들과 다른 개인 2명이 로럼이 운영 중인 인력공급회사 월드와이드퍼스널로부터 의문의 수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윤 씨의 아들은 월드와이드퍼스널로 부터 1만 달러짜리 수표를 우편으로 받았으며, 이 수표는 테라스변호사가 서명한 것으로 돼 있고, 수표의 메모난에는 ‘JHW케이스’라고 적혀 있었다. JHW는 김 변호사의 영문이름 이니셜이다.
따라서 김 변호사 케이스로 윤 씨 아들에게 1만 달러를 지급한 것으로 기재돼 있었던 것이다. 김 변호사는 한국 항소심에서 이 수표를 증거로 제시하며 ‘이 수표가 윤 씨와 나의 로펌 파트너인 테라스변호사가 서로 공모해서 나를 절도범으로 몰아세운 근거’라고 주장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즉 윤 씨가 김 변호사를 절도범으로 조작한 뒤 그 대가로 1만 달러를 받았다고 몰아세운 셈이다. 또 관계정리를 요구한 로펌 파트너도 윤씨의 공범으로 만든 것이다. 테라스변호사도 징계위원회에 출석, ‘나는 수표에 서명한 적이 없으며, 또 내가 다른 사람에게 나를 대신해 수표에 서명하라고 승인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즉 윤 씨에게 배달된 수표를 누군가가 조작했다는 것이다. 윤 씨의 아들 이외에 2명도 괴 수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월드와이드퍼스널의 회계담당자인 낸시 갈란드 밀러도 테라스로 부터 수표를 받았다. 밀러는 2009년 7월 징계위원회에 증인으로 출석, ‘테라스가 항상 나와 대화해줘서 고맙다고 말하며 수표를 보내줘서 충격을 받았다. 테라스에게 전화해서 무슨 수표냐고 물었더니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항상 대화해 줘서 고맙다’는 것은 묘한 의미로 해석될 수 있으므로 깜짝 놀랐다는 것이다. 테라스 역시 증언에서 ‘나는 수표에 서명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변호사 윤리강령 위반으로 중징계
또 월드와이드퍼스널의 컨설턴트인 테오도르 김도 5천 달러짜리 수표를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데오도르 김도 2009년 7월 증언에서 ‘나는 테라스 씨에게 조언을 해주는 대가로 매달 1천 달러씩을 받기로 계약했는데, 5천 달러 수표를 받아서 깜짝 놀랐다. 테라스 변호사에게 너무 감사하다고 말했었다’고 진술했다. 그 뒤 테라스의 증언을 통해 놀라운 사실이 밝혀진다. 이 수표 또한 누군가 서명을 조작한 수표였다. 테라스변호사는 증언에서 ‘나는 테오도르 김씨가 왜 나에게 고맙다고 말하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리고 1개월 뒤 5천 달러 수표가 지급됐다는 것을 알고, 그래서 나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됐다. 이 수표 역시 내가 서명한 적이 없는 위조수표’라고 말했다.
아마도 이 수표는 서명은 조작됐지만 수표용지는 틀림없는 월드와이드퍼스널의 수표였던 모양이다. 이에 따라 이 수표의 유출경위도 조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테라스로펌의 회계담당자인 에밀리 스타트는 징계위원회 청문회에서 ‘월드와이드퍼스널의 수표가 보관된 캐비넷의 열쇠는 2개로, 테라스변호사와 내가 각각 1개씩 보관하고 있다. 아마도 내가 어딘가에 둔 열쇠가 김 변호사에게 넘어간 것 같다. 또 테라스변호사는 출장 등 자리를 비울 때를 대비해 내가 경비 등을 지출할 수 있도록, 미리 블랭크 수표에 서명을 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누군가가 회사 수표를 훔쳤다는 주장이다.
이처럼 김 변호사가 은행서류를 위조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은행도 자체조사에 들어갔고 서류조작 사실을 확인한 뒤 김 변호사가 속한 로펌과의 모든 거래를 단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사실 변호사징계에서 외국법원의 판결로 무조건 자격을 정지시키거나 박탈시키지는 않는다. 워싱턴DC 전문직징계위원회는 한국법원에서 김 변호사에게 유죄판결을 내림에 따라 자격정지를 요청했지만, 메릴랜드 주 법원은 ‘외국법원의 유죄판결에 따라 자동적으로 징계를 할 수는 없도록 규정돼 있다’며 한국법원 판결에 따른 무조건적 징계를 거부했었다. 하지만 자동징계는 안되지만, 외국법원 유죄판결이 징계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밝히며 징계절차를 시작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김 변호사가 한국법원에 제출한 서류들이 위조서류로 드러나면서 미국 징계과정에서도 큰 문제가 됐다. 전문직 징계위원회는 ‘김 변호사가 전문직 윤리강령 중, 절도, 사기, 위조, 거짓진술, 거짓증거, 조사방해 등 8가지를 어겼다’며 징계를 추진했고, 청문위원회는 ‘김 변호사가 절도 및 위조를 저지른 혐의가 명백하고 확실한 증거가 있다’며 자격박탈을 권고했다. 다만 8가지 혐의 중 사기혐의 적용은 기각했다. 이에 대해 전문직 징계위원회는 청문위원회 조사결과를 채택, 자격박탈을 권고했고, 연방항소법원이 마침내 이를 받아들인 것이다.
‘고객에 자격정지 사실 통보하라’
메릴랜드 주 변호사 징계위원회는 지난 2009년 김 변호사에 대한 징계를 시작한데 이어, 지난 2014년에도 징계를 추진하는 등 무려 14년간 징계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2009년도 징계논의와 관련, 메릴랜드 주 징계를 관할하는 워싱턴DC연방항소법원은 2011년 1월 12일 김 변호사에 대한 자격정지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전문직 징계위원회는 2013년 7월 7일 이 같은 자격정지명령을 번복, 무효화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2014년 다시 징계절차를 시작했고 워싱턴DC항소 법원 전문직책임위원회 제11청문위원회는 지난 2018년 6월 4일 김 변호사가 8가지 규정을 어겼다며,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제11청문위원회는 지난 2015년 5월 11일에서 14일까지, 2015년 6월 29일, 2016년 2월 26일, 2016년 5월 4일 각각 청문회를 열고, 증인들의 증언, 증거문서 등을 검토, 이 같은 결론을 낸 것이다.
이에 따라 전문직책임위원회는 이 결과를 근거로 지난 2019년 7월 31일 자격을 정지시키고, 자격박탈 권고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자격박탈권고가 내려진지 무려 4년만인 8월17일 자격박탈 결정이 내려진 것이다. 절도혐의 논란을 빚고 유죄가 확정된 변호사에 대한 징계가 행위 발생 16년, 징계시작 14년만에야 마무리됐다. 이는 법조계의 내 식구 감싸기가 너무나 지나치다는 논란을 낳고 있다. 이와 관련, 이민법원은 지난 2019년 말 김 변호사가 이민법원에서 변호할 자격을 정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이민법원은 ‘워싱턴DC 연방항소원이 지난 2019년 9월 30일 김 변호사에 대한 자격정지 명령을 내렸고, 2주 뒤인 2019년 10월 16일 이민법원 징계위원회와 국토안보부 징계위원회가 공동으로 김 변호사의 변호사 자격정지 청원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이민법원은 2019년 11월 6일부로 자격정지 판정을 내리고, 김 변호사에게 자격정지 사실을 고객들에게 통보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