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84] 대장동 의혹 유동규 무죄 막전막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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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동규, 본인 스스로가 나는 죄인이라고 말했지만 무죄
◼ 기소해놓고도 재판에선 “배신자 아니라 용기있는 사람”
◼ 재판부가 공소장 변경해야 요청, 검찰 “그럴 필요 없어”
◼ 유동규 무죄 지켜본 다른 이재명 관련 증인들에게 압박

법원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에게 금품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위원장에게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대장동 의혹에 연루된 이 대표 측근 중 법원의 판단을 받는 첫 사례다. 본국시간으로 지난달 30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재판장 조병구)는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70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남욱 변호사에게는 징역 8개월을 선고했고, 유 전 본부장과 정민용 변호사에게는 각각 무죄를 선고했다. 이날 재판은 ‘대장동 의혹’과 관련한 법원의 첫 판단으로, 유·무죄에 따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향후 재판·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관심이 쏠렸다. 이에 따라 본국 언론은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다시 부각시키며 검찰과 이재명의 재판 1라운드에서 검찰이 이겼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날 재판은 단순히 이 대표의 재판과 관련이 있는 것이 아니라 현재 수사하고 있는 모든 전 정권 관련 수사에 대해 검찰이 보내는 시그널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평가다. 즉 유 전 본부장이 무죄가 나온 것은 검찰에 순순히 협조한 대가로 검찰이 무죄를 만들어 준 것이고, 이는 향후 다른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심지어 유 전 본부장이 스스로가 “나는 죄인”이라고 고백했음에도 검찰은 그의 죄를 무죄로 만들어 준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검찰은 김용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남욱 변호사에게 받은 불법정치자금 6억 원이 결국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대통령 선거 경선에 사용됐다고 보고 사건을 수사 중이다. 불법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유죄 선고를 받았음에도 이 돈을 전달했다고 자백한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본부장 등은 무죄 판단을 받아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검찰은 이 사건에서 애초 유 전 본부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정치자금 부정 수수의 공범이라고 할 수 없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판결문을 자세히 뜯어보면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이 불법적 정치자금 전달에 관여한 것은 명백하다고 봤다.

이 같은 행위는 자금의 원천인 남욱 씨의 ‘기부’에 가담한 공범에 해당하기 때문에 김 전 원장의 ‘수수’ 공범으로는 처벌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유 전 본부장 등은 정치활동으로 볼만한 행보를 한 적이 없고, 남씨로부터 조성된 정치자금을 분배·관리, 사용할 재량권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는 점을 그 근거로 들었다. 구체적 사용처나 배분 대상·방법 등 중요한 사항에 대해선 김 전 본부장과 상의한 적이 없으며, 오히려 남 변호사와 수시로 연락했다는 점도 기부 공범에 가깝다고 판단했다. 이 때문에 재판부는 유 전 본부장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이 같은 ‘수수 공범’공소장을 ‘기부 공범’으로 바꿔야 한다는 취지로 검찰에 검토를 권고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검찰은 공소사실을 변경하지 않았고, 기소한 범위에 대해서만 심리·판결할 수 있는 형사소송법상 ‘불고불리의 원칙’에 따라 무죄로 선고했다고 재판부는 설명했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의 또 다른 축인 김씨의 1억 9천만 원 뇌물 수수 혐의 역시 남씨의 자금이 원천이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구조가 유사한데도, 검찰이 유 씨를 뇌물 수수의 공범이 아닌 뇌물 공여자로 판단했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검찰이 김 씨를 뇌물 수수 혐의로 추가 기소할 당시 유 씨는 뇌물공여죄 공소시효(7년)가 지나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즉 재판부가 검찰의 엉터리 기소를 지적한 것인데 검찰이 대놓고 기소 변경을 거부한 것이다. 심지어 유 전 본부장 스스로가 “나는 죄인”이라고 죄를 인정했다.

檢 압박에 갑작스런 태도 변화

결국 이것은 유 전 본부장이 지난해 9월부터 심경에 변화를 일으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이 대장동 민간업자와 유착됐다는 취지로 진술을 번복한 것 이외에는 설명하기 어렵다. 심지어 검찰은 지난 9월 결심공판에서 유 씨에게 징역형을 구형하면서도 “범행의 주요 공범인 동시에 신고자이기도 하다”며 “유씨가 ‘배신자’가 아니라 용기를 보여준 사람으로 인정받길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정황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선데이저널>이미 여러 사건 기록들을 살펴보면 유 전 본부장과 검찰이 거래를 한 정황들이 여럿 포착된다. 지난해 10월 17일 공판에서는 재판부가 유 전 본부장의 갑작스런 태도 변화에 의구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당시 부장판사는 “(입장 변화에) 이해가 안 가는 측면이 있다. 유 전 본부장 수사기록을 보니 자신이 구속된 뒤 검찰과 딜을 하더라. 휴대폰을 갖다 줄 테니 불구속 수사하자고 하면서 휴대폰을 지인에게 맡겨놨다는 부분이 나온다”고 했다. 구속을 피하기 위해 검찰에 증거물 거래 시도를 했다는 것이다. 주 부장판사는 “실제로 증거를 인멸할 것이었으면 본인이 직접 해도 됐는데 굳이 (사실혼 관계의) 여인에게 부탁한 점이 이상하다. 휴대전화에 실제로 중요한 증거자료가 있다면 본인의 방어 수단이 될 수도 있었을 텐데 버리라고 지시한 점 자체도 이상하다”고 했다. 본인의 범죄 혐의를 직접 없애는 것은 죄가 되지 않으며, 오히려 검찰에 거래를 시도할 정도의 증거가 있다면 이를 없앨 이유도 없었던 것 아니냐는 것이다. 유 전 본부장은 이 사건을 비롯해 대장동 사건 수사 전 과정에 비협조적이었다고 한다. 출석 요청에 잘 응하지 않고, 혐의도 계속 부인했다.

그런데 지난해 9월 구속기한 만료 석방 전후를 기점으로 입장을 바꿔, 김용 민주연구원 부원장과 정진상 민주당 당대표 비서실 정무조정실장, 이재명 대표를 겨냥한 진술을 쏟아냈다. 검찰 안팎에서는 유 전 본부장이 증거인멸 재판에서 불리함을 무릅쓰고 기습 자백을 한 것은 진술 신빙성 확보 전략 차원일 것이라고 분석한다. 이 대표 등을 향한 본류 사건 진술도 거짓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기초 쌓기였던 셈이다. 유 전 본부장은 과거 “내가 교도소에서 몇 년을 살게 될지는 판사가 정해주는 것 아닌가. 검찰과 딜을 왜 하나. 검찰과 거래를 했다면 혜택이 있어야 하는데, 한 번도 기소에서 빠진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무죄로 인해 그거 검찰과 모종의 결정적인 딜을 했을 이유는 충분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재명 엮기 위한 모종의 뒷거래

유 전 본부장이 무죄가 나왔다는 것은 대장동 재판뿐만 아니라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전 정권 관련 모든 수사에 보내는 시그널이다. 현재 검찰은 대장동 사건은 물론이고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 민주당 전당대회 불법자금 의혹 등 야당을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이 사건의 공통점은 대부분 직접적인 증거가 없고 관련자들의 진술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검찰은 집요하게 핵심 관련자들의 입을 열기 위해 노력했었다. 최근 범죄수익 390억 원을 은닉한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만배 씨와 쌍방울 그룹으로부터 수억 원의 뇌물을 받은 의혹으로 기소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씨는 여전히 이 대표와의 연관성을 부정하고 있다.

김 씨는 대장동 의혹의 핵심 연결고리로 꼽히지만 유의미한 진술을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부지사는 최근 진술을 번복하고 혐의를 인정한 방용철 쌍방울 부회장을 향해 “검찰과 모종의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며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이다. 현재 검찰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관련 의혹을 수사하면서 관련자들의 사돈의 팔촌까지 터는 형국이다. 특히 가족까지 검찰 수사 대상이 되는 상황에서 “검찰에 협조하면 무죄가 나온다”는 시그널을 주는 것은 상당히 유의미한 효과를 볼 수 있다. 미국은 플리바게닝을 공식으로 도입하고 있지만 본국은 아직 도입되지 않은 상황이다. 미국에서는 형사 사건의 90%가 플리바게닝을 통해 해결된다는 통계가 있고, 독일과 프랑스 등에서도 일부 범죄에 적용하고 있다.

부패·조직범죄의 경우 증언을 받아내기가 어려운 상황에 더 큰 범인을 잡기 위해 ‘악마의 거래’를 하는 것이다. 법치의 원칙에는 맞지 않지만 수사 현실에선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많다. 그러나 검찰이 각종 피의자 인권보호 장치로 자백을 받아 낼 수 있는 카드가 없어진 상황에 기소나 적용 법률의 재량권을 이용해 유효한 수사 기법으로 사용한다. 이번 유 전 본부장뿐만 아니라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때 특검이 최 씨의 조카 장시호 씨에 대해 다른 피고인과 달리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 협조를 구했던 적도 있다. 그러나 법원이 이를 무시하고 징역 2년 6개월에 법정구속하면서 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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