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특집] 줄리 터너 북한인권대사 LA방문 ‘이산가족들과 만나 애끓는 심정 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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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터너 대사 “이산가족의 사연이 내 마음에 깊게 담겨졌다”
◼ ‘이산가족 상봉 문제는 정치를 떠난 인간 삶의 근본 문제’
◼ 하와이에서 한미 양국 인권대사 심도 있는 북한인권 논의
◼ 중국정부 탈북자 강제북송 등 현안 공동성명서 채택 강구

미국무부 줄리 터너 북한인권특별대사(Amb. Julie Turner, Special Envoy on North Korean Human Rights Issues)가 1일부터 3일까지 LA를 방문하여 남가주 지역 이산가족들과 탈북민들을 처음으로 면담하고 재미한인 이산가족들의 북한의 가족상봉을 이루기 위한 노력을 다각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터너 대사는 2일 오전 11시부터 낮 12시까지 LA한인회관에서 재미한인이산 가족상봉추진위원회(이하 상봉위) 가주지회(회장 최창준)가 마련한 자리에서 최창준 회장, 김준배 이사장등을 포함, 이산가족 7인과 탈북민 5명들을 만나 이산가족들의 염원을 진지하게 청취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총 21차례 이산가족 대면 상봉이 이뤄졌지만 미국 거주 한인 이산 가족들은 민감한 미북 관계와 법적 문제로 인해 한국 정부 공식 채널을 통한 상봉 기회를 단 한번도 얻지 못했다. 지난해말 우여곡절 끝에 이산가족상봉법안이 통과되고 바이든 대통령의 서명으로 발효된 가운데 줄리 터너 북한인권대사가 임명되면서 새롭게 한가닥 희망을 품게 됐다. <성 진 취재부 기자>

이날(2일) LA지역 이산가족들은 북한의 가족과 헤어져서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정을 소개하며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상봉과 관련한 의견을 토로했다. 이들은 지난 70여년 동안 떨어져 ‘트라우마’로 살아온 심정을 쏟아내었다. 특히 이들 이산가족들은 한국을 떠나 미국이라는 새로운 터전에서 삶을 시작했지만, 북한에 남아있는 가족들을 ‘한 번도 잊은 적이 없다. 안 찾은 것도 아니고 잊은 적도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권성주 상봉위 가주협회 부회장은 ‘3일의 약속’이 70여년의 이산가족이 되었다며 “다리가 불편한 셋째 형만 남겨둔 채 가족과 함께 집을 나섰다”면서 “70년 넘게 가족사진 그 어디에도 셋째 형의 흔적은 찾을 수 없다”고 목을 메었다. 또 다른 이산가족인 폴 차(부동산 서비스업)씨는 “이미 부모님은 이산가족의 아픔을 등지고 모두 돌아가셨다”며 부모가 남겨준 이북의 살던 집 주소를 똑똑히 외우고 있었다. 이어 그는 “통일이 빨리 되어 남은 이산가족이나마 만났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산가족 애끓는 사연 청취

이산가족들의 사연을 들은 터너 대사는 “이산가족들의 애끓는 사연이 가슴 깊게 다가왔다”면서 “이산가족들의 상봉은 정치를 떠난 인도적인 문제”라고 전제하면서 “워싱턴 DC로 돌아가면 미국 정부를 포함해 가능한 방법을 동원하여 이산가족 상봉 문제를 해결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터너 대사는 “저 개인적으로 입양인 출신으로 한인들의 이산가족의 염원을 누구보다 깊이 인식하고 있다”면서 “다 함께 염원이 이뤄지도록 노력하자”고 말했다. 이날 광복회미서남부지회 헬렌 김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면담 모임에서 최창준 회장은 “LA지역에서 처음으로 줄리 터너 대사와의 면담은 역사적인 자리로 멀리서 오신 터너 대사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면서 “오늘의 이 자리가 우리의 염원인 이산가족 상봉이 하루빨리 이뤄지는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고대한다”고 말했다.

터너 대사는 이날 이산가족 면담에 앞서 2일 오전에 코리아타운 옥스포드 팔레스 호텔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 탈북민 관계자들과 만났으며, 전날 1일 오후 4시에는 LA총영사관에서 김영완 총영사와 면담했으며, 이에 앞서 LA말리브 소재 페퍼다인 대학교를 방문해 강연을 했다. 터너 대사는 LA 페퍼다인 대학을 졸업했다. 이번 터너 대사의 LA방문에는 국무부를 돕는 북한전문가 제임스 퍼슨 박사(Dr. James Person)가 수행했다. 한편 재미이산가족 상봉추진위원회(전국의장 김왕기, 사무총장 이차희)는 지난 11월 21일 줄리 터너 대사와 미 국무부에서 첫번째 면담을 가졌다.

당시 면담에는 터너 대사 외에 백악관 아시안 정책 담당자와 인권담당자를 비롯해 LA, 시카고, 필라델피아, 워싱턴DC의 재미이산가족상봉추진 위원회 대표단 12명과 전문가로 구성된 3명의 자문위원 등 총 15명이 참석해 북한의 가족과 헤어져서 다시 만나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사정을 소개하며 북한에 있는 가족과의 상봉과 관련한 의견을 전했다. 이산가족상봉, 그리고 부모님의 유언으로 재를 북한 고향 땅에 모시기 위한 이산가족들과 부모 님들과 형제들의 유해를 정리하기 위한 이산가족들의 고향방문, 그리고 이산가족들의 고령화로 인한 영상상봉 등이 포함된 방안을 제안하며 미국 정부가 조속히 행동에 나서 줄 것을 호소했다. 당시 터너 대사는 면담이 끝난 후 LA최창준 회장에게 “12월 1~3일까지 LA를 방문해 이산가족들을 만나겠다”고 말한바 있다.

중 체류 탈북민 강제 북송 반대

터너 대사는 1~3일까지 LA방문을 마치고 4일부터 5일까지 하와이를 방문, ‘2023 북한 인권 컨퍼런스’에 참석했다. 이 컨퍼런스에는 한국의 이신화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도 참석해 함께; 북한인권 문제 등을 논의했다. “북한인권, 하와이 컨퍼런스 2023”은 한국과 미국 양국을 대표하는 북한인권 전담대사들이 하와이에 모여 북한인권을 논하는 첫 번째 자리였다. 터너 대사와 한국의 이신화 대사가 토론자로 참석하여 기조 연설도 했다. 앞서 이 대사는 지난 11월 29일 한 웨비나에서 “중국에 억류 중인 탈북민 강제 북송에 반대하는 공동성명을 준비 중”이라며 “터너 특사와의 만남이 예정됐다”고 밝힌 바 있다.

“북한인권, 하와이 컨퍼런스 2023”는 한국의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글로벌전략위원회 (위원장 김명혜), 동서문화교류센터 (East-West Center), 주호놀룰루 대한민국 총영사관, 민주평통 하와이 협의회가 공동 주최했으며 태평양포럼, 아시아다이얼로그, 한미동맹재단-USA (KUSAF-USA), 원코리아네트워크 (OKN)가 공동 주관했다. 이 컨퍼런스에 터너 대사 및 이신화 대사 외에도 수잔 바레스 럼 동서문화교류센터 회장, 랄프 코사 태평양포럼 한다 평화연구소 석좌, 스티븐 노퍼 아시아다이얼로그 회장, 모르스 단 리버티 대학교 법대 학장 (전 미 국무부 국제형사사법대사), 그렉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이번 북한인권 컨퍼런스는 올해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발족 10주년 및 내년 10주년을 맞는 유엔 북한인권 최종보고서 발간을 맞아 다시 한번 북한 인권 실태, 김정은 정권의 계속되는 도발, 그리고 중국의 탈북민 북송에 관한 인식을 높이기 위해서 마련됐다.

한미 양국의 북한인권대사와 인권 전문가들로부터 북한 주민들의 인권침해 상황을 듣고 인권 개선 마련책을 논의하는 의미있는 행사가 되었다. 한편 지난 11월 9일 유엔 총회 제3위원회는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인권결의안 초안을 공개했다. 북한인권결의안은 18년 연속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으며 2016년부터는 7년 연속 컨센서스로 채택됐다. 컨센서스는 해당 결의안이 표결을 거치지 않고 전원 합의 개념으로 채택됐다는 뜻으로 국제사회가 북한 인권 문제를 얼마나 심각하게 받아들이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2600만 북한 주민 해결책 촉구

올해 결의안은 특히 북·중 국경 개방에 따른 탈북자 강제 북송 문제를 우려하는 내용이 새롭게 추가 됐다. 앞서 중국은 지난달 중국에 거주하는 탈북자 500여명을 북한에 강제 송환해 국제사회로부터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이번 결의안에는 ‘고문방지협약’을 근거로 강제 북송 문제를 지적했는데 이 역시도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이번 컨퍼런스에선 북송 문제를 비롯한 여러 인권 관련 주제가 다뤄졌다. ‘김정은’이라는 한 사람에 의해 억압받고 희생당하고 있는 2600만 북한 주민들을 위한 해결책은 무엇일지 등을 한미 양국 인권 전문가들이 심도있게 논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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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미국무부 ‘줄리 터너’ 북한 대사는 누구?

‘입양아’ 출신으로 베테랑 외교관’

한국계 입양아 출신인 줄리 터너 대사는 미국무부에서 북한인권 관련 분야에서 20여년간 근무한 베테랑 외교관으로, 북한인권특별대사에 공식 취임하자 3일 만인 지난 10월 16일 첫 해외 활동으로 한국을 방문한 이래 지금까지 거의 휴일도 미룬 채 북한인권과 재미이산가족 상봉 등 과제로 LA를 비롯 전국 주요 도시를 방문하고 있는 열성적인 공직자이다. 터너 대사는 지난 5월 상원 청문회에서 “저는 한국계 미국인 입양아”라면서 “저를 환영해준 미국을 위해 봉사하는 것이 어릴 적 꿈이었다”고 말했다. 상원 인준을 통과한후 지난 10월 13일 공식 취임했다. 취임 후 첫 해외 일정으로 지난10월 16∼18일 서울을 방문해 박진 외교장관을 접견한 뒤 전영희 평화외교기획단장과 만나 북한인권과 관련한 한미 간 협력 방안을 논의했으며, 같은 날 고려대학교에서 이신화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 탈북민을 포함해 국내외에서 북한 인권 증진 활동을 하는 청년·학생들과 대화 시간도 가졌다.

지난해 말 이산가족상봉법안이 의회를 통과 후 바로 서명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올해 1월 23일 당시 터너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과장을 북한인권특사(대사 급)로 지명했다. 북한인권특사는 2004년 10월 발효된 ‘북한인권법’에 따라 신설된 직책이다. 북한 인권 정책 수립과 집행 전반에 관여한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로버트 킹 전 미 하원 외교위원회 국장 이 7년간 재임하고 2017년 1월 퇴임한 이후 6년간 공석이었다. 터너 대사는 한국계로 입양인 출신으로 LA에서 페퍼다인대 졸업 후 동부 메릴랜드대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영어는 당연하고, 한국어와 불어에도 능통한 외교관이다. 국무부 인턴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20여 년간 베테랑 외교관으로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에서 16여 년 근무하면서 북한 인권문제를 주로 다뤘다. 북한인권특사사무실 특별보좌관을 지내고 국가안보회의(NSC)에서 동남아시아 업무를 담당했다.

특히 2017년 12월 국무부 민주주의·인권·노동국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SNS)를 통해 공개한 동영상 ‘인권 영웅들(Human Rights Heroes)’에서 북한이탈주민 여성 지현아 씨와 직접 인터뷰해 눈길을 끌었다. 한미 외교에도 힘썼다. 2019년 11월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정상회의에선 로버트 오브라이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만날 때 배석 했다. 2021년 10월 15일엔 서울에서 열린 ‘한미 민주주의 거버넌스 협의체’ 1차 회의에 미국 측 수석대표로 참여해 양국의 민주주의 및 인권 증진을 위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터너 대사 임명은 향후 미국 정부가 대북 압박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히는 신호로 읽힌다.

애초 대사 지명 브리핑에서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바이든 행정부는 인권 문제를 외교 정책의 중심에 놓고 있으며, 미국은 수십 년간 북한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에 노력을 기울여 왔다”며 “북한 정권의 지독한 인권 관련 전적에 더욱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터너 지명 발탁은 북한의 처참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겠다는 우리의 우선순위를 반영하는 것” 이라며 터너 대사가 20년 가까이 북한 인권을 비롯한 관련 문제에 근무한, 해당 자리에 가장 적합한 인사다”고 말했다. 한미 당국 모두 북한 인권 관련 인사를 복구하며 양국 간 공조도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7월 윤석열 대통령은 이신화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를 2017년 이후 5년간 공석이던 북한인권 국제협력대사에 임명한 바 있다. 당시 한국 외교부는 “미국의 북한인권특사 지명을 환영하며 “북한 인권 상황 개선을 위한 한미간 협력을 더욱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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