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한인여성들 동참, 특별법 시효만료직전 성폭행 소송제기
◼ 한인 A씨, ‘2004년 12월 친분있던 산부인과 의사가 성폭행’
◼ 1년간 2500건 소송 ‘트럼프-쿠오모-에릭아담스’등도 피소돼
◼ ‘20-30년 전 성범죄피해자 수치심에 신고도 못해’소송 봇물
뉴욕 주가 지난 2022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1년간 한시적으로 공소시효가 만료된 성범죄라 할지라도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함에 따라 40-50년 전의 사건 등 무려 250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된 가운데 한인여성도 약 19년 전 산부인과의사에게 강간을 당했다며, 특별법 만료직전에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여성은 자신의 실명을 밝히고 ‘2004년 말 뉴욕 퀸즈의 한 산부인과의사로 부터 진료실에서 다리가 묶인 채 성폭행을 당했으며, 충격으로 인해 학업과 직장까지도 그만 뒀다’고 주장하는 등, 어렵게 용기를 내서 법의 준엄한 심판을 호소했다. 한인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여성도 2011년 8월 성폭행을 당했다고 특별법 만료직전 소송을 제기했고, 피고는 지난해 12월말 이 사건을 연방법원으로 이관시킨 것으로 확인됐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2년 5월 뉴욕 주가 제정한 한시적 특별법인 성인성범죄피해자보호특별법[ADULT SURVIVORS ACT], 이 특별법은 지난 2022년 11월 24일부터 지난해 11월 24일까지 1년간, 성범죄 공소시효가 만료됐다 하더라고,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한 법이다. 즉 성범죄 피해자들이 수치심등으로 사법당국에 신고하지 못했거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해 시효가 끝났더라도, 다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늦게나마 피해를 회복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법 제정 이후 트럼프 전대통령, 코메디언 빌 코스비, 뉴욕시장인 에릭 아담스, 인기배우 이자 가수인 제이미 폭스 등 유명인들이 20-30년 전 성추행혐의로 피소되는 등 최소 2500건 이상의 민사소송이 제기된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한인여성도 용기를 내서 시효만료직전에 약 20년 전의 아픔을 법에 호소한 것으로 확인됐다.뉴욕거주 한인여성 A씨는 지난해 11월 22일 뉴욕 주 한 카운티지방법원에 산부인과 의사를 상대로 성범죄에 따른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시효만료 이틀 전 어렵게 용기를 낸 것이다.
‘분만의자에 다리 묶은 뒤 강제로’
이 여성은 소송장에서 ‘지난 2004년 12월 30일 뉴욕시 퀸즈의 한 산부인과를 방문했다가 산부인과 의사로 부터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2004년 12월 30일 오후 5시30분부터 6시 30분까지, 어머니의 치료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산부인과 의사를 방문했다. 당시 병원에 의사가 없었기 때문에 의사에게 전화를 했고, 의사는 몇분 뒤 ‘카페’ 또는 ‘바’에서 돌아와서 함께 병원으로 올라갔다. 병원에는 아무도 없었고 의사는 나를 진찰실로 데려가서 진료의자에 강제로 앉게 한 뒤 지지대에 다리를 묶어 버렸다’고 설명했다. 이 여자는 바로 산부인과 진료실에서 사용하는 의자로, 여성들 사이에서는 ‘굴욕의자’로 불리기도 하는 의료장비다. 이 여성은 ‘너무 무서워서 저항했지만 다리가 묶여서 속수무책이었고, 산부인과의사가 하의를 벗긴 뒤 성추행을 했다. 의사는 강제로 성추행을 벌이고 난 후 나에게 화장실에 가서 씻으라고 했으며, 엘리베이터를 타고 나를 병원 1층으로 데려가, 자신의 차에 태웠고, 플러싱의 유명한 식당 앞에 나를 내리게 한 후 가버렸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특히 이 의사는 내 친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이며, 나의 대모가 소개해 준 사람이라서 더욱 충격을 받았다. 이 의사는 전문적 의료시술을 가장해 강제로 성폭행을 했으며, 한국여성들이 이 같은 피해를 입더라도 수치심에서 이를 숨긴다는 점을 악용했다. 나도 수치심 때문에 이를 신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여성은 ‘의사가 성폭행 뒤 나를 병원 밖으로 데리고 갈 때 CCTV를 의식,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행동하는 등 가증스런 모습을 보였다. 나는 성추행 뒤 충격으로 디자인공부를 중단했고, 수년 동안 충격을 이기지 못해 직장생활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여성은 실명으로 소송을 제기했으며, 피고인 산부인과의사는 수십 년 경력의 미국인 산부인과 의사로 드러났다.
현재 원고 측은 ‘지난 11월 28일 오전 8시 17분 이 의사의 집을 방문, 의사본인으로 추정되는 남성에게 소송장과 소환장을 송달했다’며, 같은 날 법원에 송달증명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고, 아직 피고 측은 답변을 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성폭행범 법의 준엄한 심판 호소
이외에도 한인으로 추정되는 또 다른 여성 B씨도 지난해 11월 22일 뉴욕 주 한 카운티지방법원에 외국인 남성 및 법인을 상대로 성추행 관련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명으로 소송을 제기한 이 여성은 소송장에서 ‘지난 2011년 8월 뉴욕 주 마운트키스코의 한 빌딩에서 성폭행을 당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 여성은 ‘당시 나는 31세였으며, 큰 충격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피고 측은 지난 12월 27일 연방법원으로 이 소송을 이관한 것으로 확인됐으며, 조만간 답변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특별법이 시행됨으로 인해 진 캐럴은 약 30년 전 뉴욕의 한 백화점에서 트럼프 전대통령으로부터 강간을 당했다고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진 캐럴은 특별법이 시행된 첫날 ‘1996년 뉴욕 맨해튼의 버도프굿맨백화점의 탈의실에서 트럼프 전대통령으로 부터 성폭행을 당했다’고 가장 먼저 소송을 제기했다.
진 캐럴은 이에 앞서 뉴욕남부연방법원에 트럼프 전대통령을 성폭행 및 명예훼손 혐의 등으로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5월 9일 뉴욕남부연방법원 배심원단으로 부터 명예훼손혐의가 인정된다며 5백만 달러 배상평결을 받았었다. 하지만 이때 배심원단은 ‘트럼프 전대통령이 캐럴을 성추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캐럴은 강제로 성폭행을 당했다는 주장을 입증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며 성폭행은 인정하지 않았다. 진 캐럴은 연방법원 소송 진행 중 뉴욕 주가 특별법을 시행하자, 첫날 주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했던 것이다. 약 27년 전의 사건에 대해 처벌을 호소한 것이다.
또 성추행의혹으로 자진사퇴했던 앤드류 쿠오모 전 뉴욕주지사도 지난해 11월 22일 전 여성보좌관으로 부터 2020년 가슴과 엉덩이를 강제로 만지고 포옹한 혐의 등으로 뉴욕 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에 소송을 당했고 에릭 아담스 뉴욕시장 역시 이 특별법 만료 나흘전인 지난해 11월 20일 뉴욕 주 법원에 피소됐다. 여 여성은 소송장에서 ‘지난 1993년 에릭 아담스가 동료경찰들과 함께 나를 성추행했다’고 주장했다. 뉴욕 주는 성인성범죄피해자보호특별법[ADULT SURVI-VORS ACT]에 앞서, 지난 2019년 1월 28일 미성년성범죄피해자특법법[CHILD VICTIMS ACT]를 제정, 18세미만 시기에 당한 성폭행에 대해 2019년 8월 14일부터 2021년 8월 13일까지, 2년간 한시적으로 시효가 지난 성범죄에 대한 민사소송을 허용, 무려 9900건 이상의 소송이 제기되기도 했었다.
특히 이때 가톨릭 성직자, 보이 스카우트 등의 아동성범죄소송이 잇따르면서 가톨릭교구 등이 손해배상액을 견디지 못해 파산신청을 하기도 했다. 뉴욕 주 의회는 미성년성범죄피해자 특별법이 제정됐지만, 약 6개월 뒤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특별법 만료 전 미처 소송을 제기하지 못한 사례가 많다며, 다시 성인성범죄피해자보호 특별법을 제정했던 것이다. 뉴욕 주의 특별법으로 한인여성 및 한인으로 추정되는 여성들도 19년 전과 13년 전 성폭행사건에 대해 매우, 매우 어렵게, 그렇지만 용감하게 입을 열고 법의 준엄한 심판을 호소하고 있다. 비록 이 특별법이 성폭행범을 형사 처벌하게 하지는 못하지만 민사상으로나마 피해를 회복하게 해주는 것은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어렵게 용기를 낸 피해자들, 피해사실을 적법하게 입증, 늦게나마 법의 보호를 받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