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문제를 의표 찌르는 과감한 방법과 결단으로 해결한다는 의미로 cut the gordian knot이라는 영어 표현이 있습니다.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푼다”라고 번역됩니다. 주로 정치적 언어로 인용해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고대 그리스의 프리지아라는 도시국가에는 왕이 없었습니다. 신의 예언인 신탁에 의하면 왕이 될 사람은 마차를 타고 광장에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어느날 별 볼일 없어 보이는 농부의 아들 고르디우스가 마차타고 광장에 나타나자 사람들은 그를 왕으로 추대했습니다. 조선왕조의 철종처럼 어왕(어쩌다 왕)이 된 고르디우스는 자신이 타고 온 마차를 도저히 풀 수 없는 매듭을 지어 신전(神殿)에 묶어놓고, 이 매듭을 푸는 사람이 아시아를 정복해 동방의 왕이 된다고 예언했습니다.
누구도 매듭을 풀지못하고 300여 년이 흘렀습니다. 우리의 단군 할아버지께서 나라 세우느라 한창 고생하실 무렵입니다. 고르디우스 사망 300여 년 후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정복 길에 고르디우스 매듭 얘기를 듣고 흥미가 땡겼습니다. 잠시 생각하던 그는 어려운 매듭 풀기 대신 들고있던 커다란 칼로 단 번에 매듭을 잘라버렸습니다. 매듭은 간단히 풀렸고 그는 신탁의 예언대로 동방 정복에 성공했습니다. 엉뚱한 발상이고, 실현성이 ‘대개 난감̓이지만,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푸는 질풍노도 같은 서사가 펼쳐지기를 나는 이번 총선에서 호남인들에 기대해봅니다. 전라도 사투리가 표준말로 쓰이고, 인천에서 제일 가난하다는 참 거시기한 동네 계양구의 호남 탈향민(脫鄕民)들이 나서, 고르디우스의 매듭을 단 칼에 잘라버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5000만의 두통거리-5000만의 악성 종양̓이 돼버린 ‘여의도의 요괴(妖怪)̓ 이재명이라는 gordian knot을 단 칼에 베어, 시대의 골칫거리를 정치현장에서 강퇴(강제퇴출) 시키자는 겁니다. 최근 전라도의 총선 민심이 급변하고 있습니다. 지난 한 주 사이 호남의 민주당 지지율은 전 주(67%)보다 무려 14%나 빠져 53%,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이재명의 막천(막나가기 공천)과 임종석 홍영표 등 호남출신 비명계 의원들의 대거 공천 탈락 등 요인이 겹쳐 지역 민심을 뿔나게 했습니다. “호남은 어차피 우리 먹잇감”이라는 이재명의 자만이 호남 중진 정치인 대거 학살로 이어졌고, 이것이 지역 민심 이반이라는 역풍을 불러 왔습니다. 민주 이재명과 국힘 원희룡이 맞붙은 인천 계양을의 양자대결은 누가 이기든 5% 이내의 초접전이 될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전망입니다. 이재명이 패배하거나, 승리한다해도 1~2% 차로 신승한다면? 그리고 전국 선거에서 민주당이 원내 제1당 자리를 국민의 힘에 빼았긴다면? 이재명의 정치생명은 ‘시한부̓로 끝나고, 고르디우스의 매듭은 의외로 쉽게 풀립니다.
이재명의 계양 출마는 불체포 특권 등 사법 리스크에서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금배지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재작년 보궐선거에서 계양 유권자들이 이재명을 낙선시켰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민주당은 새로운 당 대표를 맞아 깨끗하고 합리적-상식적 리더십이 작동하는 건강한 제1야당으로 거듭났을 겁니다. 여야가 극한으로 맞붙어 정치가 모든 국정 이슈를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는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겁니다. 계양 호남인들이 ‘묻지마 민주당̓에서 ‘따져보자 민주당̓으로 코페르니쿠스적 발상의 대전환을 해 볼만 합니다. 그동안 이재명과 원희룡의 여론조사상 예상 득표는 10~15% 차로 李의 우세가 이어져왔습니다. 헌데 지난 주 세계일보의 조사에서는 45.2% 대 41.6%로 3.6%의 박빙 승부로 좁혀졌습니다. 지금까지 모든 선거에서 진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원희룡은 호남출신 축구스타 이천수, 파란 눈의 한국인 인요한(John Linton), 과거 여러차례 송영길과의 맞대결에서 만만챦은 득표력을 보인 동네의사 윤형선과 한 팀을 이뤄 온 종일 계양 바닥을 훑고 있습니다. 이재명의 천적 유동규도 전광훈목사의 자유통일당 후보로 나서 이재명을 스토킹하듯 쫓아다니며 ‘대장동 푸닥거리̓를 해댑니다.
재판정 드나들기도 바쁜 이재명으로서는 죽을 맛일 겁니다. 계양에서 이재명이 예상 밖으로 낙선할 수 있는, 고르디우스의 매듭이 단 칼로 베어질 여건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4-10총선의 전국적 판세는, 여당의 승리가 거의 확실해 보입니다. 국민의 힘은 140석에서 160석까지, 민주당은 110석에서 130석까지 전망됩니다. 국힘은 비례위성정당 득표에서 1위가 확실해 민주당을 밀어내고 의회 ‘과반 1위̓탈환이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조국이 만든 신당이 의외의 돌풍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민주당의 공천파동에 실망한 호남 유권자들이 지역구 선거에선 민주당, 비례의원 선거에선 조국 신당에 표를 몰아주는 이른바 교차투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조국은 입시비리 혐의가 유죄로 인정돼 1-2심 재판에서 징역 2년의 실형을 선고 받았습니다. 올 해 안에 대법원 확정판결이 나오면 감옥에 들어가야 합니다. 연내엔 이재명의 여러 재판 중 한 두개가 1심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조국도, 이재명도, 이번엔 ‘방탄복̓ 아니라 남산 위의 저 소나무처럼 ‘철갑̓을 둘러도 구속을 피할 방도가 마땅챦습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에 대한 여론이 워낙 안 좋은데다 여당인 국힘이 이번에 과반 원내 제1당이 되면 이재명과 조국은 방탄은커녕 1호 구속대상이 됩니다. 먼저 빵에 들어 가 있는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도 소나무당인지 참나무당인지를 엊그제 창당했다니, 가슴에 큰 별 단 야3당 대표회담이 의왕의 교도소 안에서 열릴 판입니다. 이 3인 모두 ‘호남 팔이̓로, 호남을 먹잇감으로 정치 근육을 키우면서 거물급 정치인이 된 위인들입니다. 호남이 이번에 이들을 치워야 합니다. 호남은 물론 출향 호남인들이 많이 모여사는 수도권의 거의 모든 민주당 텃밭 지역도 예외없이 낙후돼 있습니다. 민주당 의원들은 자기네 선거구가 낙후돼야 표가 더 잘 나온다며 일부러 지역 민원에 소홀하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인천 계양뿐 아니라 호남인 밀집지역인 수도권의 다른 지역에서도 고르디우스의 매듭 자르기 ‘정치 축제̓가 참 거시기하게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임춘훈. 전 KBS 미주지사장. 2024년 3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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