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정부, 두건의 삼성 중재재판 배상에 변호사비까지 독박
◼ 배상액 1억 달러 변호사비용 6700만 달러 상대 변호비까지
◼ 엘리엇사건 한국 엘리엇변호사비 78% 변상…22% 변상받아
◼ 메이슨사건 한국 메이슨변호사비 60% 변상…25% 변상받아
한국정부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의 의결권 행사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 찬성하도록 함으로써 외국계 투자자인 엘리엇과 메이슨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의 판정이 내려짐으로써 한국정부는 완패했다. 한국정부는 엘리엇에게 청구금액의 7%인 916억 원, 메이슨에게 청구금액의 16%인 3020만 달러를 각각 배상하게 됐지만 실제로는 이들 배상판정액의 60-70%의 법률비용을 추가로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본보가 두건의 판정문을 분석한 결과, 한국정부는 엘리엇이 지출한 법률비용의 78%를 지불했고, 메이슨이 지출한 법률비용의 60%를 물어주는 등 중재재판 패소로 인해 막대한 법률비용까지 변상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실제 2건의 중재재판과 관련, 배상판정 액과 한국정부 측의 법률비용, 한국정부가 상대측에 변상해 준 법률비용을 모두 합하면 최소 1억 6700만 달러를 지출했으며, 이 돈은 삼성 측이 모두 한국정부에 배상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삼성물산 및 제일합섬의 합병과정에서 삼성물산의 가치를 지나치게 낮게 책정, 이재용 삼성회장 등 제일합섬 대주주들에게 큰 이익을 준 반면, 삼성물산 주주들에게 손실을 끼쳤다는 의혹과 관련, 지난 2023년 6월 30일 미국사모펀드 엘리엇이 승소한데 이어, 지난 4월 11일 미국사모펀드 메이슨도 승소했다. 지난 2018년 7월 엘리엇이, 그리고 두 달 뒤인 2018년 9월 메이슨이 소송을 제기한 것을 감안하면 약 5-6년 만에 한국정부 패소판정이 내려진 셈이다. 하지만 배상판정액은 엘리엇은 약 916억 원[약 7010만 달러]으로 당초 청구액 7억 7천만 달러의 7% 선에 그쳤고, 메이슨은 3020만 달러로, 당초 청구액 1억 9250만 달러의 16%선에 그쳤다. 2개 사건 청구액은 약 9억 6천여만 달러, 배상판정액은 약 1억 달러로, 10.6% 수준이다. 10개를 요구했는데 1개만 준 것으로, 선방을 했다고 볼 수 있지만, 우리정부가 부담한 돈은 이 돈이 전부가 아니다. 한국정부 측 법률비용은 말할 것도 없고, 패소판정에 따라 상대방의 법률비용 상당액을 변상해 준 것으로 드러났다.
두 사건 최소 1억 6500만 달러 지출
본보가 중재사건 2건의 판정문을 분석한 결과 한국정부의 법률비용과 변상해준 법률비용이 모두 6500만 달러상당으로 집계됐고, 이에 따라 한국정부는 두 사건에 최소 1억 6500만 달러 상당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배상판정액에다 배상판정액의 65%가 법류비용으로 지출된 것이다. 먼저 지난 4월 11일 배상판정이 내려졌고, 지난 5월 15일 판정문이 공개된 미국 사모펀드 메이슨사건부터 법률비용을 하나하나 살펴보자.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 중재판정부는 메이슨의 중재재판과 관련, 청구인인 메이슨 측과 피청구인인 한국정부측이 중재비용으로 각각 126만 유로씩, 252만 유로를 선지급했고 실제로 발생한 중재비용이 252만 유로였다고 밝혔다. 중재비용은 법률비용과 달리 중재 재판소에서 재판과 관련해 발생하는 비용을 의미하며, 이는 수혜자, 즉 중재재판 양당사자가 분담해야 한다.
일단 중재재판소는 사안의 경중과 중재소요시간 등을 감안, 비용을 책정해 선금으로 받고, 재판이 끝난 뒤 사후 정산해 남는 것은 돌려주고 모자란 것은 추가로 받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다행히 메이슨 중재재판은 선금으로 받은 중재비용과 실제 비용이 똑 떨어지게 일치, 사후 정산할 것도 없이 끝이 났다. 중재판정부는 판정문에서 의장중재인인 크라우스 삭스 중재인의 비용은 103만 여유로, 경비는 1만 2336유로, 부가가치세가 약 20만 유로에 달했고, 메이슨이 선정한 엘리자베스 클로스터 중재인은 비용이 34만여 유로, 경비가 1만 3천 유로, 한국 측이 선정한 피에르 메이어 중재인의 비용은 34만 여유로, 경비가 만 천 유로였다고 밝혔다. 의장중재인의 비용이 다른 중재인보다 3배 정도 많았고, 양측이 각각 선정한 중재인의 비용은 약속이나 한 듯 34만 유로로 일치했다.
여기에다 사무국직원들의 경비가 1만천 유로, 사무국직원들의 부가가치세가 2천 유로, 또 사무국의 각종 사무비용이 25만 4천여 유로, 사무국 경비가 만 9천 유로, 법원속기, 통역, 번역 서비스, IT지원, 케이터링, 배송비용, 심리장소서비스, 환차손 및 은행서비스 등 기타 비용으로 28만 2천여 유로를 지출하는 등 252만 유로 모두를 사용했다고 밝혔다. 특히 양당사자들은 2022년 8월 2일자 이메일에서 각자의 비용신청서에서 어떠한 주장도 포함시키지 않으며, 답변서 서면을 제출하지 않기로 합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따라 피청구국, 즉 한국정부는 업데이트 비용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당사자들의 사전합의에 의해 실기돼 기각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국정부가 비용신청을 처음에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를 업데이트하려다 실패한 것으로, 한국정부가 비용전체를 인정받지 못한 것이다.
메이슨 법률비용 246만 달러 배상
중재판정부는 중재규칙 제 40조 제1항에 따라 중재비용은 원칙적으로 패소한 당사자가 부담하며, 사건상황을 고려해 합리적이라고 판단한 비용을 분배, 할당할 수 있다고 밝혔다. 중재판정부는 이 같은 규칙을 적용, 한국정부가 패소했으므로 중재비용의 75%를 부담하라고 명령했다. 전체 중재비용 252만 유로 중 한국정부가 189만유로, 메이슨이 63만 유로를 부담하도록 명령한 것으로, 한국정부는 메이슨이 중재재판소에 선지급한 126만 유로 중 63만 유로를 메이슨에게 돌려줘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심리결과, 본안 전 이의제기단계에서 발생한 메이슨의 법률비용 및 경비 약 246만 달러를 한국정부가 배상할 의무가 있으며, 절차의 주요단계에서 4개의 쟁점 중 메이슨이 대체로 승소해서 메이슨이 청구액의 약 6분에 1에 해당하는 금액에 대한 배상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1억 9250만 달러 청구액 중 3020만 달러가 인용됐으므로 약 16%, 6분의 1 이라는 주장이다.
중재판정부는 이에 따라 메이슨이 본안절차의 주요단계에서 발생한 법률비용 및 경비 총액 1310만 달러 중 40%인 약 524만여 달러는 스스로 부담토록 한 반면, 나머지 60%를 한국정부가 부담하도록 했으며, 이외에 한국정부는 자신의 법률비용을 모두 부담해야 한다고 판정했다. 따라서 한국정부가 절차의 주요단계에서 메이슨이 지출한 법률비용 및 경비 1310만 달러 중 60%인 786만여 달러를 한국정부가 메이슨에게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한국 정부는 본안 전단계 246만 달러, 본안단계 786만 달러 등 전체적으로 메이슨에게 법률비용 및 경비로 1032만 달러를 배상하라고 명령했다. 즉 한국정부는 메이슨의 중재재판과 관련, 배상금 3203만 달러 및 2015년 7월 17일부터의 연리 5%의 이자, 그리고 중재비용 중 일부인 63만유로, 그리고 법률비용 및 경비 1032만 달러를 메이슨 측에 지급하게 된 것이다. 배상판정액 외 중재비용 및 법률비용으로 약 1100만 달러가 조금 넘는 돈을 메이슨 측에 지급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메이슨 측에 지급해야 할 총액은 최소 4300만 달러 이상으로 추정된다. 여기에다 한국정부가 중재재판소에 납부한 중재비용 126만 유로, 그리고 한국정부의 법률비용 및 경비 841만 4천여 달러를 부담했다. 즉 이 돈이 약 1060만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메이슨에게 지급한 돈이 4300만 달러, 중재재판소 및 자체 법률비용이 약 1060만 달러로, 이 소송관련 배상 및 법률비용이 모두 5400만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중재판정부는 한국정부는 업데이트된 법률비용을 제출했다가 기각됐다고 밝힘에 따라, 업데이트된 액수만큼 비용을 더 지출한 것이 되지만, 지출액은 알 수 없다. 즉 메이슨 중재재판과 관련, 한국정부는 5400만 달러 플러스 알파를 지출한 것이다. 즉 배상판정액은 3200만 달러, 한국정부가 부담한 양측의 법률비용이 2200만 달러상당으로, 법률비용이 판정액의 69%에 달했다.
엘리엇 법률비용 중 절반 불인정
지난해 6월 20일 패소판정이 내려졌고, 한국정부가 판결오류를 지적, 판정액을 다소 감면받은 엘리엇사건 역시 한국정부가 판정액외에 변상해준 법률비용이 판정액의 60%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네덜란드 상설중재재판소 중재판정부는 엘리엇의 중재재판과 관련, 청구인인 엘리엇 측과 피청구인인 한국정부측이 중재비용으로 각각 120만 달러씩, 240만 달러를 선지급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각 중재인은 모든 작업에 대해 시간당 750달러로 계산, 크리스토퍼 토마스 중재인은 41만 4585달러, 오스카 가리발디 중재인은 36만 2812달러, 베이조 헬이스카넨 중재인은 59만 4675달러를 각각 받았다. 또 중재판정원 구성원들의 여비 및 기타경비는 4만 8814달러이며, 수임료 및 서비스 비용은 35만 4992달러, 그 외에 법원속기, 통역, 번역 서비스, IT지원, 케이터링, 배송비용, 심리장소서비스, 환차손 및 은행서비스 등 기타 비용으로 58만 4703달러를 지출했다고 설명했다.
중재판정부는 총 중재비용은 236만 582달러를 지출했고, 나머지는 잔액은 양당사자에게 명세서와 함께 각각 균등하게 반환했다고 설명했다. 중재비용은 양당사자가 각각 절반씩, 약 118만여 달러씩 분담했고 1만여 달러씩 돌려받은 것이다. 메이슨재판에서는 한국이 패소했기 때문에 중재비용의 75%를 부담토록 한 반면, 엘리엇재판에서는 중재비용은 판정결과에 관계없이 반반씩 부담토록 한 것이다. 엘리엇사건 법률비용에서 눈에 띄는 것은 엘리엇이 청구한 법률비용이 6784만 달러로, 한국 측 법률비용 1571만여 달러의 4배가 넘는 다는 점이다. 하지만 더 주목되는 점은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의 법률비용중 약 절반에 가까운 3천만 달러를 인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엘리엇 변호로펌 중 하나인 ‘코브레앤김’이 3877만여 달러를 청구했다고 밝히고 ‘코브레앤김이 박근혜 대통령, 문형표장관, 홍완선 본부장 및 이재용에 대한 형사재판에서 수년간 공개심리에 참석함에 있어서 발생한 수수료가 전부 합리적인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규정했다.
중재판정부는 이와 관련, 심리에 참석할 때에 작성한 메모나 그 증거를 포함한 코브레앤김의 증거를 전부 인용하지 않고, 해당소송의 한국법원 판결에서 인용했음을 지적하고, 청구인은 공개심리당시 한국법원의 판결을 본 절차에서 증거로 사용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았을 수 있으며, 그 비용을 발생시키는 것이 신중하다고 판단했지만, 중재판정부는 코브레앤김의 수수료 총액 3880만 달러가 합리적이라고 인정할 수 없으며 880만 달러만 허용한다’고 밝혔다.
코브래앤김의 청구중 22%만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중재판정부가 논리가 다소 어렵지만, 중요한 것은 코브레앤김의 청구중 3천만 달러를 인정하지 않았고, 따라서 전체 법률비용 6784만 달러 중 3784만여 달러만 인정했다는 것이다. 중재판정부는 또 ‘관할, 본안, 인과관계, 손해산정 등 4가지 주요쟁점에서 엘리엇은 앞 3가지 쟁점에서 승소했고, 한국정부는 4번째 쟁점에서 크게 승소해서. 엘리엇이 각 쟁점 청구액의 13-18%를 인정받았다, 이에 따라 엘리엇은 법률비용의 78%를 배상받고, 한국정부는 법률비용의 22%를 배상받는 것이 합리적이다, 따라서 엘리엇은 한국정부로 부터 법률비용 약 2890만달러를 지급받고, 한국정부는 엘리엇으로 부터 345만 7천여 달러를 지급받으라’고 판정했다.
삼성과 박근혜 측에 구상권 청구해야
한국정부에게 엘리엇 법률비용의 78%를 엘리엇 측에 변상해주라고 명령함에 따라 한국정부는 2890만 달러를 물어줘야 한다. 즉 한국정부는 배상판정액 외에 약 2890만 달러를 추가로 지출한 셈이다. 배상판정액은 한국정부의 정정신청이 받아들여짐으로서 배상원금 622억 원, 이자 294억 원 등 916억 원이다. 하지만 지급은 판정일 기준 달러로 하라고 명령함에 따라, 대략 7010만 달러에 달한다. 즉 한국정부가 엘리엇에게 지급한 돈은 배상원금 및 이자 7010만 달러, 그리고 법률비용변상액 2890만 달러 등 약 1억 달러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정부의 부담이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다. 한국정부가 스스로의 변호를 위해서 지출한 돈을 더해야 한다. 한국정부는 중재비용으로 118만여 달러를 선지급했고, 법률비용 및 경비로 1571만 달러를 지출했다고 신고했다.
다행히 법률비용 중 22%인 345만7천 달러는 엘리엇으로 부터 변상을 받았으므로, 실제 법률비용은 1225만 달러이다, 즉 중재비용 및 법률비용을 합치면 한국정부가 1343만 달러를 지출한 것이다. 즉 한국정부의 전체 비용은 엘리엇에게 지불한 약 1억 달러, 스스로 사용한 비용 1343만 달러등 약 1억1343만 달러에 달한다. 따라서 한국정부는 메이슨중재재판과 관련해서 5400만 달러, 엘리엇중재재판과 관련해서 1억 1343만 달러 등 현재까지만 1억 6700만 달러 상당을 지출한 것이다. 실제배상액은 1억 2백만 달러 상당, 법률비용 자체지출 및 법률비용 변상액이 6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이다. ‘배보다 배꼽이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지만, 엄청난 배꼽이다. 하지만 이만한 법률비용을 지출함으로써 배상액을 청구액의 10분의 1로 줄였다는 점 또한 간과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한국정부가 막대한 예산을 지출한 이 사건의 실수혜자는 과연 누구일까?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의 가장 큰 수혜자는 제일모직 대주주였던 이재용 삼성회장을 비롯한 삼성오너일가이다. 따라서 한국정부의 이사건 중재재판 2건과 관련해 지출한 배상판정액과 법률비용 전체는 삼성 측이 부담해야 마땅하다. 또 합병과정에서 국민연금공단에 찬성하라는 압력을 가한 행위자는 박근혜 전대통령 등이므로 책임을 면할 수 없다. 이들에게 이 비용을 모두 부담하라는 구상권을 청구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도 청부가 배상액을 청구액의 10분의 1로 줄임으로써, 이에 들어간 비용은 한화로는 2천 억 정도이다. 삼성일가가 얻을 것으로 추정되는 실질적 이익, 그리고 경영권 승계 프리미엄과 비교하면 빙산의 일각이다.
정부가 합병도 승인해 주고, 합병에 반대한 소송에서도 흑기사로 나서서 잘 싸워줌으로써 삼성일가는 합병에 이어 추가로 이득을 본 셈이다. 2천 억 정도는 이들의 이익에 껌 값에 불과한 것이다. 정부는 일찌감치 중재판정결과에 따라 구상권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못 박았고, 시민단체들은 정부가 마땅히 삼성과 박근혜대통령 측에 구상권을 청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만약 정부가 모든 비용을 부담한다면, 불법합병의 이익은 이재용회장이 가져가고, 이에 따른 피해는 국민이 뒤집어쓰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익은 개인이 취하고, 피해와 위험은 전체 사회가 떠안게 된다’며 강력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당초 약속한 대로 하루빨리 구상권을 청구, 모든 비용을 받아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