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옥숙 메모와 노태우 판결문과 일치해 재판부 인정한 듯
◼ 35%분할 1조4040억 원, 판결액은 1조3808억 원 차이는?
◼ 차액 232억 원은 이미 노소영재산이라 판단해 제외한 듯
◼ 이혼재산 분할 인한 논란 잠재우기위해 추징금 완납 의혹
노태우전대통령은 지난 1995년 10월 28일 대국민사과를 통해 ‘재임기간 중 5천억 원의 통치자금을 조성했고, 퇴임 때 1700억여 원이 남았다. 단 한 푼이라도 남더라도 이를 나라와 사회에 되돌려주겠다’고 말했지만 그 이후에도 ‘엄청나다’고 표현할 수 밖에 없는 1천억 원상당의 비자금을 숨겨두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그야말로 충격이 아닐 수 없다. 최태원-노소영의 항소심재판과정에서 노 씨 측은 SK에 노태우비자금이 유입됐음을 입증하기 위해 결정적 증거를 제시했고, 그 결정적 증거가 신빙성이 있다고 인정됨에 따라 1조 4천억 원 상당을 받아내게 됐다. 그 결정적 증거는 다름이 아닌 비자금을 어디에 숨겼는지를 기록한 메모로, 반드시 숨겨야 할 서류였지만 노 씨 측이 한 치의 부끄럼없이 이를 제출했고, 이는 노태우가 단 한 푼이라도 국가와 사회에 돌려주겠다고 대국민사과를 하고 나서 뒤로는 엄청난 돈을 숨겼음을 보여준다. 특히 노태우일가가 추징금은 완납한 시기는 2013년 9월이며, 이는 노 씨가 최 회장과 별거하기 시작했다고 밝힌 시기인 2011년 9월 11일보다 2년 뒤이다, 2011년 별거를 시작했으므로 노 씨는 이혼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추정되며, 이혼 때 추징금 논란으로 거액 재산분할을 받지 못할 가능성을 우려, 추징금을 완납했을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특별취재반>
앞서 소개한 ‘1999년 2월 12일 현재 현금상황’이라는 김옥수 씨의 메모에는 ‘금고 10억 1천만 원, ROOM 1 억, 별채 5억’ 등 엄청난 현금이 기재돼 있지만, 현금 외에도 은행에 61억 원, 채권에 84억 원, 기타 투자금 27억 원 등 218억 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고 기록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이와 함께 ‘선경 300억, 최서방 32억. 노재우 150억 상당, 신회장 100억 등 최소 7명 이상에게 686억 원을 맡겨뒀다고 기재했던 사실이 이번 재판 판결문에 의해 드러났다. 즉 1999년 2월 12일 기준 약 904억 원을 보유하고 있었던 셈이다. 단 한푼이 남아도 국가와 사회에 반납한다는 약속과는 달라도 너무 다른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씨는 이에 앞서 1998년 4월께도 비자금관련 메모를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추징금 내고도 904억 비자금 숨겨
이 메모에도 ‘선경 300억, 최상무 32억 등 모두 6명에게 757억 원을 맡겨두고 있다고 기록된 것으로 전해졌다. 즉 1998년 현금 외 맡겨둔 돈이 757억 원, 1999년엔 맡긴 돈이 686억 원에 은행예금과 채권, 집에 숨겨둔 돈 등 현금이 218억 원이라는 것이다, 맡긴 돈 액수가 1998년과 1999년 엇 비슷하다. 김 씨가 직접 작성했다고 딸인 노 씨가 증언하고, 법정에 증거로 제출됐으며, 판사들이 이를 신빙성있는 증거로 인정했다. 1995년 전액 헌금 약속 뒤에도 약 1천억 원 이상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을 김옥숙 씨가 스스로 증거로 제시했고 대한민국 법원의 공인을 받은 것이다. 즉 노 씨 측이 엄청난 돈을 숨기고 있었음이 백일하에 드러난 것이 최태원-노소영 이혼재판의 대한민국 현대사에 던지는 의미이다. 이 재판에서 노소영 씨의 재산이 만만치 않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언론보도를 잘 살펴보고 이를 재구성하면 노 씨 재산이 엄청나다는 사실이 저절로 확인된다.
언론보도에 따르면 항소심재판부가 판단한 최 회장의 재산은 약 4조115억여 원이다. 재판부는 이중 65%는 최 회장, 35%는 노관장의 소유라고 판단했다. 따라서 노관장이 최 회장에게 지불해야 할 재산분할금은 4조 115억 원의 35%인 1조 4040억 원이다. 하지만 재판부가 최 회장에게 지불하라고 판결한 돈은 1조 3808억이다. 즉 최 회장 재산의 35%에서 재판부가 지불판결을 내린 돈이 232억 2천여 만 원에 달한다. 왜 재판부는 1조 4040억 원이 아닌 1조3808억 원 지불판결을 내렸을까. 추측컨대 이 차액 232억여 원은 이미 노 씨가 소유한 재산이며 그래서 이 돈을 최종지불금에서 제외시킨 것이다. 즉 노 씨의 기존 재산이 엄청난 셈이다.
지난 4월 중순 구속 기소된 노 씨의 비서 횡령사건도 노 씨의 재산이 얼마나 엄청난 지를 잘 보여준다. 지난 4월 중순 한국 각 신문과 방송 등은 ‘서울 용산경찰서가 4월 12일 노 씨의 비서를 특가법상 사기, 사문서 위조 등의 혐의로 구속했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이 보도에 따르면 ‘노 씨의 비서는 2019년 아트센터 나비에 입사한 뒤 2019년 12월부터 2023년 말까지, 수십 차례에 걸쳐 노관장의 계좌에서 19억 7500만원을 자신의 계좌로 이체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
이 비서는 2020년 부터 2022년 까지 노관장의 명의와 인감도장 등으로 은행계좌를 개설한 뒤 두 차례에 걸쳐 1억 9천만 원을 대출받았고, 2023년 노 관장을 사칭해 아트센터 회계담당직원에게 상여금을 송금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내 5억 원을 중간에서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노씨의 재산 약 22억 원, 그리고 아트센터 나비의 재산 5억 원 등 약 27억 원을 가로챈 것이다. 아트센터 나비 재산은 차지하더라도 노 씨 자신의 재산이 22억 원이 사라졌다. 범행기간이 2020년부터 4년에 달하지만 그동안 노 씨가 이를 몰랐던 것은 그만큼 재산이 많아서 20억 원 정도의 차이는 전혀 신경을 쓰지 않을 정도였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언론은 노 씨가 지난 1월 이 비서를 고소했고, 이 비서는 지난 5월 2일 구속 상태에서 기소돼 재판에 넘겨졌다.
추징금 완납시점과 거의 일치
한 가지 염두에 둘만한 대목은 노태우 측이 1997년 4월 17일 비자금 2629억 원 추징선고를 받았고, 16년 만인 2013년 9월 4일 이를 모두 완납했다는 점이다. 특히 주목할 점은 완납시기이다. 노태우 측은 지난 2005년 3월 대검중수부의 비자금수사 도중 75억 원 상당의 차명계좌가 발견돼 국가에 납부할 세금 등을 제외하고 16억 4천억 원 상당을 추징했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3년 9월 4일 노태우의 동생 노재우로 부터 약 150억 4천여 만 원, 노태우의 사돈인 신명수 전 동방회장으로 부터 80억 원등 노태우 측이 230억여 원을 납부함으로써 추징금을 완납했다. 노태우 측의 추징금완납시점인 2013년 9월은 일반인들은 전혀 몰랐지만, 노 씨는 최 회장과의 이혼을 예견했던 시기였다. 노 씨는 이혼소송과정에서 2009년께 최 회장과 각방을 쓰기 시작했고, 2011년 9월 최 회장이 가출, 별거가 시작됐다고 주장했고, 이 같은 주장은 언론을 통해 세상에 알려졌다.
즉 노 씨가 적어도 2009년께부터 정상적 결혼생활이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가능성이 크고 최 회장이 집을 나간 2011년께는 사실상 이혼가능성을 염두에 뒀을 것으로 추정된다. 즉, 노씨는 1991년께 아버지 노태우가 SK측에 전달한 343억 원 상당을 염두에 두고, 이혼할 경우 이를 근거로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재산분할금이 추징금 마지막 납입금 230억 원 보다 훨씬 클 것임을 예상하고, 추징금 논란 없이 이를 회수하기 위해서 추징금을 몽땅 납부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시기상으로만 살펴본다면, 이혼이 충분이 예상되는 시점에서 추징금 미납금 230억 원을 완납함으로써 추징금 논란의 불씨를 완전히 없애버리는 방법으로, 비자금을 안전하게 회수하기 위한 이혼대비 정지작업을 한 셈이다.
SK에 투입된 비자금 회수라는 큰 목표를 위해 추징금 230억원 완납의 그림을 그렸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리고 항소심 판결을 보면 결과적으로도 그 같은 그림이 완성됐음을 알 수 있다. 특히 항소심재판부는 대다수의 시중은행은 물론, 검찰, 국세청, 공정거래위 등에 금융거래정보와 과세정보, 수사기록 등을 요청, 꼼꼼하게 사실관계를 추적, 확신단계에 이르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항소심은 원고 피고 쌍방항소로 지난 2023년 1월 11일 시작돼, 지난 5월 30일, 약 1년 5개월 만에 끝이 났다. 4월 16일 최종공판이 진행된 것을 감안하면 약 1년 4개월간 심리를 한 셈이다. 이 기간동안 항소심 재판부는 무려 28차례에 걸쳐 소송당사자들에게 특정사안을 해명토록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의 석명요구는 단 2차례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항소심재판부가 집요하게 사실관계를 따졌던 것이다. 이 뿐만이 아니다. 증거조사 등에 해당하는 제 3자에 대한 사실조회가 수도 없이 많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시중은행에는 빠짐없이 금융거래정보 조회서가 발송됐다.
제3자 사실조회 요청 등도 수십 건
대상은행은 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한국스탠더드차티드은행, 농협은행, 하나은행, 중소기업은행 등 최소 7개 은행에 수차에 걸쳐 금융거래정보 조회를 요구했고, 회신명령을 내리기도 했다. 은행 뿐만이 아니다, 사울중앙지방검찰청에도 수사기록을 요청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아마도 비자금관련 수사기록을 요청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서울중앙지방검찰청 기록관리과 보존계에도 이를 요청했고 지난 4월 3일 회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지난 2월 19일 공정 거래위원회에도 사실조회를 요청했고, 공정위는 3월 7일 이에 대한 회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외에 세무당국도 사실조회요청을 받았고, 이에 답했다. 중부지방국세청, 용산세무서, 성동세무서 등 최소 3개 이상의 세무기관이 과세정보요청을 받았고, 성동세무서가 4월 5일 이에 회신을 하는 등 과세정보를 통보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점은 2심 과정에서 모두 10차례 탄원서가 제출된 것으로 밝혀졌다. 윤성열, 이진자씨가 모두 5차례의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윤성열, 이진자씨는 원고와 피고 등 소송당사자와의 관계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지난 2023년 5월 12일을 시작으로, 5월 25일, 6월 12일, 12월 26일, 그리고 올해 5월 21일 각각 탄원서를 제출했다. 항소심에 제출된 탄원서가 모두 10차례임을 감안하면 이들 두 사람이 절반을 제출한 셈이다. 또 김향숙 씨가 올해 3월 29일, 그리고 피고 노소영의 변호사 김수정 씨가 올해 1월 11일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3명은 최태원-노소영의 자녀 3명이다.
올해 5월 15일 차녀 최민정 씨, 5월 16일 아들 최인근 씨, 5월 17일 장녀 최윤정 씨가 탄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노소영 씨 인스타그램을 보면 지난해 6월 5일 차녀와 아들이 미국에서 들어와 할머니를 방문했다며 사진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아마도 미국에 머물던 두 자녀가 탄원서 제출시기를 즈음해 한국에 들어왔던 것으로 추정된다. 노소영씨는 인스타그램에서 김옥숙 씨가 손주들에게 ‘항상 긍지를 갖고 매사에 최선을 다해 살라’는 말씀을 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또 노태우비자금사건을 수사했던 민유태 전 검사와 이름이 일치하는 민유태 씨가 지난 5월 3일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민유태 전 전주지검장은 대검중수부 수사기획관 등으로 근무하며 노태우비자금수사를 주도했던 인물로 현재는 법무법인 민의 대표변호사이다.
2심 인지대만 47억 3277만원
민변호사의 진술서는 ‘수사당시 노태우 비자금이 SK로 유입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내용으로, 최태원 회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판결 엿새전인 지난 5월 24일 피고본인, 즉 피고인 노소영 씨가 직접 진술서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1심 재판부는 2020년 4월 7일 재산명시명령을 내렸고 미술품 감정 등을 실시했으며. 에스케이주식회사 대표이사 최태원에게 사실조회요청, SK이노베이션에 사실조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강남세무서와 용산세무서에 과세정보를 요청했고 삼덕회계법인에도 사실조회서를 송달했다. 석명요청은 2차례로 확인됐다. 항소심이 1심보다 사실조사에 ‘상대적으로, 엄청나게’ 열심히 임했던 셈이다. 1심 재판이 끝난 뒤 서울가정법원은 송달료로 받은 돈 중 미사용금액을 노소영 씨 측에 6719원, 최태원 씨 측에 1만 2319원 환급해 준 것으로 확인됐다. 또 노 씨가 2심에서 2조원의 재산분할을 요청함에 따라 인지대로만 47억3277만원을 재판부에 납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또한 노 씨 측 재산이 엄청남을 보여주는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