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환매중단 4년만에 매출채권관리회사 시버리 등 뉴욕주법원에 소송
◼ 아름드리 7호 및 9호, 3954만 달러 투자 한 푼도 못 건지고 ‘폭망’
◼ 실사도 없이 싱가포르 아그리트레이드 매출채권 4300만 달러 매입
◼ 매출채권 사기 아그리트레이드, 지급유예선언 직 후 전격 파산신청
◼ 실체 없는 매출채권신한은행이 앞장서 판매…사흘 만에 펀드 완판
◼ 아그리 사기에 보증사 중국보험회사도 사기펀드 이유로 보상 거부
지난 2019년 싱가포르의 한 업체에 매출채권을 담보로 약 4천만 달러를 투자한 뒤 채 6개월도 안 돼 이 업체가 디폴트를 선언, 결국 사기사건으로 판명이 난 ‘아름드리자산운용’ 환매중단사건, 결국 아름드리자산운용은 다른 회사에 매각됐고, 개미투자자들은 470억 원 이상의 손실을 입었던 이 사건이 미국법원으로 비화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이 사건과 관련, 매출채권 관리회사 등 미국과 홍콩, 싱가포르의 법인을 상대로 뉴욕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들 피고회사 중 일부는 뉴욕에 있지만, 과연 이들 회사의 실체가 있는지, 또 아그리 등이 실제로 이들 회사에 매출채권관리를 맡겼는지는 의문이어서, 피해자금 회수가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2020년 6월 1일과 같은 해 12월 24일 환매 중단된 아름드리자산운용의 대체투자전문 사모신탁펀드 제7호와 제9호, 환매중단이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돌려줘야할 만기가 돌아왔지만, 이를 돌려주지 못하게 됐다는 의미이다. 즉 투자자들이 가진 채권에 대해 그 채권에 합당하는 돈을 지급하고 채권을 되찾아 와야 하지만, 이를 되찾아 오는 것이 중단됐다. 한마디로 원금과 이자를 못 돌려주게 됐다는 것이다. 바로 이 사건이 환매중단 약 4년 만에 뉴욕 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으로 비화됐다.
투자사기사건의 전형적 형태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아름드리 7호 및 9호의 환매중단과 관련, 지난 6월 18일 뉴욕 주 뉴욕카운티지방법원에 시버리투자 등을 상대로 3950만 달러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피고는 법인이 8개, 개인이 5명에 달해서 특정하기조차 쉽지 않다. 돈을 돌리고 돌려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 파악조차 못하게 하는 사기사건의 전형적 형태를 보여주는 셈이다. 피고는 시버리캐피탈그룹유한회사, 시버리캐피탈유한회사, 시버리트레이드파이낸스 익스체인지유한회사, 서비리트레이트캐피탈특수목적법인, 서버리TFX 홍콩, 시브릿지홀딩, 빌보도 텍스, 리버트위드 등 8개 법인과, 마가렛 챤, 로버트 린, 퐁냥센, 글렌고, 장석원 씨 등 개인 5명이며, 이름을 볼 수 없는 20명 또는 20개 법인도 포함된다고 밝혔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소송장에서 ‘아름드리자산운용은 2022년 11월 블랙펄자산운용에 매각됐고, 그 뒤 이오비스자산운용으로 이름을 바꿨다. 또 당초 아름드리자산운용이 투자한 아그리트레이드인터내셔널의 매출채권을 시버리홍콩이 관리했고, 뉴욕. 싱가포르의 관련회사도 이에 관여됐다’고 주장했다. 또 ‘시버리캐피탈그룹은 뉴욕에 본사를 두고 있으며, 조 루스가 설립한 지주회사로 자산이 13억 달러에 달한다. 시버리캐피탈과 시버리트레이드파이낸스익스체인지도 뉴욕에 주소를 두고 있으며, 시버리트레이드캐피탈은 케이만군도, 시버리 VTX 홍콩은 홍콩, 시브릿지홀딩과 빌보드는 싱가포르, 리버트위드는 한국 전라북도 완주군 구이면소재 기업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개인피고인 마가렛 챤은 시버리의 CFO, 로버트 린은 CEO, 퐁냥셍은 시브릿지트레이드의 설립자이며 아그리트레이트인터내셔널의 최고운영책임자로 드러났다. 글렌고는 시브릿지트레이드의 전이사이며, 한국인 장석원은 리버트위드의 이사라고 한국투자금융지주는 밝혔다. 소송장에 따르면 ‘2019년 5월 장석원 씨가 아름드리자산운영에 접근해 시버리와 시브릿지를 소개하며 투자를 요청했고, 아름드리자산운용 대표단이 2019년 5월 9일부터 5월 11일 가지 싱가포르소재 아그리트레이드인터내셔널 사무실을 방문, 프로젝트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아그리트레이드 측은 매출채권을 35%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한다고 말했고, 이 회사 재무제표상 2018년 6월 30일 기준 순자산이 1억 1300만 달러 이상으로 부채를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것을 믿을만한 합리적 근거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 뒤 아름드리자산운용은 2019년 5월 21일 2천만 달러, 2019년 6월 20일 1954만 달러를 각각 투자한 것으로 드러났다.
제대로 실사도 않고 무조건 투자
즉, 아름드리자산운용이 싱가포르를 방문하고 돌아온 뒤 열흘 만에 2천만 달러, 그리고 한 달 뒤 또 약 2천만 달러를 투자, 아그리트레이드의 매출채권을 사들인 것이다. 4천만 달러투자가 약 열흘 만에 결정된 것이다. 단 열흘 만에, 그것도 한국이 아닌 해외에 있는 회사에 대해 실사를 하고 투자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누가 봐도 졸속결정의 우려를 낳게한다. 졸속투자로 결정된 이 2개 펀드는 신한은행이 앞장서서 판매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아그리트레이드가 8개 업체로 부터 받을 돈 4300만 달러를 매입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들 채권을 모두 가짜였던 것으로 밝혀졌다. 3954만 달러를 투자, 4300만 달러짜리 매출채권을 사들여서, 약 8%가까운 이득을 올렸다며 희희낙락 했지만 그 기쁨을 오래가지 않았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소송장에서 ‘2020년 1월 16일 아그리트레이드가 지급유예를 신청했다’고 밝혔다. 투자한지 8개월만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한 달도 채 안된 2월 14일 아그리트레이드는 파산을 신청했고, 싱가포르검찰은 아그리트레이드의 사기혐의에 대한 수사에 나섰다. 아그리트레이드의 파산신청과 관련, 법정 관리인으로 선임된 E&Y 회계법인은 2020년 8월 싱가포르법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했으며, 아그리트레이드의 불법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법정관리인은 2020년 7월 7일 기준, 아그리트레이드의 회계장부에 매출채권 등이 기록돼 있지 않으며, 이 회사경영진과 이사들이 오랜 기간 부정을 저질렀고, 최소 121개 이상의 선하증권을 중복적으로 기재, 매출채권 미수금을 부풀린 것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즉 매출채권이 없지만, 예전에 수출때 받았던 선하증권을 반복적으로 회계장부에 기재하는 방법으로 자산을 허위로 늘렸던 것이며, 아름드리자산운용은 이 엉터리 채권, 즉 실체가 없는 매출채권에 거금을 퍼부은 것이다.
법정관리인은 또 2020년 4월 보험사인 차이나타이핑 등 2개 보험회사에 보험금지급을 요청했지만 보험회사는 보험가입자가 부정행위를 저질렀다며 보상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특히 아그리트레이드의 경영진 다수가 해외로 도주했고, 결국 이 회사는 2020년 9월 21일 강제 해산됐다. 한국투자금융지주는 ‘아름드리자산운용측이 2023년 10월 16일 매출채권관리회사인 시버리 측에 상환요청을 했고 시버리는 2023년 12월 19일 약 4만 3천 달러와 31만 6천여 달러를 송금했다’고 밝혔다. 3954만 달러를 투자하고, 약 4년 6개월 만에 36만 달러를 돌려받은 것이다. 한마디로 아름드리 펀드 7호와 9호가 ‘폭망’한 셈이다.
당초 이 상품은 싱가포르의 원자재무역업체인 아그리트레이드인터내셔널의 매출채권을 담보로 설립된 특수목적회사에 투자하며 이 투자금의 상환을 중국보험회사가 보장하는 펀드다. 매출채권인 1차 담보이며, 2차로 보험회사가 보장한다니 2중 안전장치가 있다고 선전하며 펀드투자자를 모았다. 2019년 5월 19일 투자 뒤 2020년 1월 16일 아그리트레이드 인터내셔널의 소유주가 지급유예를 선언하면서 투자금을 보장하던 중국타이핑보험도 사기의혹을 제기하면서 보험금 지급을 거절했다. 이에 따라 아름드리펀드 제7호는 지난 2020년 6월 1일이 만기였지만, 환매가 중단됐고, 아름디리펀드 제9호 역시 약 6개월 뒤인 2020년 12월 24일 환매가 중단돼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은 상태다.
신한은행이 앞장서 판매해 완판
아름드리펀드는 아름드리자산운용에서 설계-운용했으며, 신한은행이 판매했다. 아름드리펀드 제9호는 가입금액 4억 원 이상 2백억 원 한도로 가입이 한정된 폐쇄형 사모펀드로, 2019년 6월 17일 판매시작 뒤 단 이틀 만에 완판 된 인기펀드였다, 이 펀드의 위험 등급은 4등급으로 고위험상품이었지만, 등급A의 보험회사가 투자금을 100% 보장한다는 약속이 완판의 비결이었다. 하지만 100% 보장 약속은 그저 호객행위에 불과했고, 단 한 푼도 보장되지 않았다. 그 뒤 신한은행은 이 상품의 판매사로서, 상품특성도 파악하지 못한 채 ‘깜깜히 투자’에 불을 질렀다는 질타를 받았고, 지난 2022년 4월 서울남부지방법원에 한국투자증권과 아름드리자산운용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아름드리 7호와 9호 펀드의 판매액은 약 470억 원 규모, 신한은행은 펀드판매사로서, 투자자들에게 선지급 절차를 밟으며 운용사인 아름드리자산운용, 중개역할을 맡은 한국투자증권에 책임을 물은 것이다. 특히 이 펀드로 투자를 유치한 싱가포르회사는 전형적인 금융사기회사로 드러났다. 아름드리펀드가 투자한 아그리트레이드인터내셔널은 매출채권이 많다며, 이 채권을 담보로 투자금을 유치했지만, 실제로는 매출채권도 없이 16개 금융기관으로 부터 약 5억 달러상당의 투자금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싱가포르법원은 지난 2023년 1월 이 회사의 최고재무 책임자 임모씨에게 징역 20년형을 선고한 것으로 확인됐었다.
싱가포르법원은 임씨가 아그리트레이드의 2016년부터 2018년까지의 재무제표 등 회계문서를 허위로 조작, 약 5억 8650만 달러를 가로챘고, 2020년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뒤 파산, 금융사들이 4억 6910만 달러의 피해를 입은 것으로 밝혀졌다. 바로 이 업체의 피해를 입은 16개 금융기관 중 하나가 바로 신한은행이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시버리관련사들을 대상으로 뉴욕주법원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과연 이들 회사들과 1차채권자인 아그리트레이드간에 매출채권관리계약 등이 실제로 체결됐는지 의문이다. 시버리는 항공기담보대출, 외환거래중개 등의 업체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아그리 측이 실제 시버리와 계약을 했는지, 아니면 시버리의 명의를 도용했는지 등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한국투자금융지주가 아그리와 시버리 간의 거래가 실제 했음을 입증하는 것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과연 1차 지급의무가 있는 아그리트레이드는 이미 사기를 저질렀음이 드러났기 때문에 보험회사들처럼 시버리도 사기사건의 피해자로 주장할 가능성도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