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2024대선 특집 5] 트럼프 암살 시도와 대선 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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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YT, WP 등 주류 언론들 ‘정치폭력 비난 정치전쟁’ 우려감
◼ ‘트럼프 암살 시도’로 미국 전체 더 깊은 분열로 치우쳐진다
◼ ‘극우단체 폭력 활동 극적 증가시키는 촉매제가 될 것’ 우려
◼ 정치인에 테러 급증세 세계적인 현상…‘한국도 예외 아니다’

미국이 대선 기간 중 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에 대한 암살시도로 100일을 앞둔 미대선 가도에 최대 변수로 떠 올랐다. 미국의 주요 언론들의 머릿기사 제목에는 “미 ‘트럼프 암살 시도’ 더 깊은 분열로…” “트럼프 암살 시도, 극우 폭력 활동 촉매제 될듯” “트럼프 암살시도…”美 대선“최대 변수” 등등의 제목이 달렸다. 특히 미국의 대표적 언론인 워싱턴포스트(WP)와 뉴욕타임스(NYT)는 이념적 문화적으로 깊이 갈라진 미국이 암살시도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열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우려했다. 결론적으로 “분열을 치유하고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하는가 대한 유권자들은 고민 해야한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전대통령이 공화당 전당대회(7월 15-18일) 개막을 이틀 앞둔 13일 유세 도중 총격 테러를 당하면서 미국인은 물론 전 세계가 충격과 혼란의 늪에 빠졌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난 13일 펜실베이니아 주 버틀러에서 발생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암살 시도가 미국 정치 권은 물론이고 미국 사회를 더욱 깊은 분열로 몰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미국의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가 분석 기사를 통해 이 같은 우려를 제기했다. 이들 매체는 이념적 문화적으로 깊이 갈라진 미국이 암살시도 사건을 계기로 더욱 분열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특히 이번 사건이 공화당 전당대회를 이틀 앞두고 발생해 그 파장이 더욱 크다고 지적했다.

싸워라!!…‘누구를 향한 외침인가’

WP는 ‘미국 정치폭력에 대한 비난 속에서도 정치전쟁은 멈추지 않았다’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폭력에 대한 광범위한 비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수년간 격렬하게 이어져 온 정치전쟁은 멈추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더욱이 이번 총격이 공화당 전당대회 전야에 발생했기 때문에 캠페인의 방향과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미국인들에게 이번 선거의 중요성은 양쪽 정치적 분열을 넘어서는 존재론적 의미로 받아들여진다고 설명했다. 우파에게 이번 사건은 트럼프가 좌파의 적들로부터 박해를 받아왔다고 믿는 것의 폭력적인 상징으로 남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특히 피 묻은 얼굴로 주먹을 쥐고 외친 트럼트 전 대통령의 말은 “싸워라! 싸워라!”였고, 그의 충성스러운 지지자들은 이 끔찍한 사건에서 트럼프를 위해 더욱 열심히 일할 동기를 찾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좌파에게는 2020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공격이 또 다른 트럼프 대통령 임기의 위험성을 상징하는 가장 큰 상징이다. 그날은 트럼프가 2020년 선거 결과를 뒤집으려 하고 바이든 대통령이 합법적으로 선출되지 않았다고 부인하는 등 트럼프의 권위주의적 본능을 나타내는 것으로 기억한다. 이처럼 양진영 모두에게 이번 선거는 단순한 정치공방을 넘어선 존재론적 의미라는 해석 이다. NYT 역시 ‘미국을 더 갈라놓을 것 같은 암살 시도’라는 제목의 분석기사를 통해 이번 사건이 지닌 함의를 설명했다. NYT는 1981년 총격을 받은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는 나라가 부상당한 지도자 뒤에 단결했다며 당시 민주당 하원의장 토마스 P. 오닐 주니어는 공화당 대통령 병실로 가서 그의 손을 잡고 머리에 키스하며 무릎을 꿇고 기도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번 트럼프 암살 시도는 미국을 더 분열시킬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예상했다. 총격 사건이 발생한 지 몇 분 만에 분노, 비통, 의심, 비난이 가득 찼으며, 음모론이 제기되었으며, 적대감 으로 가득 찬 나라는 더욱 분열되었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민주당원들은 오랫동안 트럼프를 비난해 온 정치적 폭력을 한탄했지만, 공화당원들은 전 대통령을 파시스트로 지칭하고 민주주의를 파괴할 것이라는 선동적인 언어가 공격의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즉시 바이든 대통령과 그의 지지자들을 비난했다. 이를 통해 이번 사건이 민주당에 의해 박해받고 있다는 트럼프의 내러티브를 강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탄핵, 기소, 소송 및 유죄 판결을 받은 트럼프는 지난 토요일(13일) 이전에도 민주당이 그를 FBI 요원에게 총을 맞게 하거나 사형에 처하게 하려고 했다고 비난한 바 있다.

특히 WP와 마찬가지로 총격으로 부상을 입은 후 트럼프는 얼굴에 피가 묻은 채 군중을 향해 주먹을 쥐고 “싸워라! 싸워라! 싸워라!”라고 외쳤다는 점을 주목했다. NYT는 이번 사건은 미국이 이미 이념적, 문화적, 당파적 선을 따라 깊이 분열되어 있는 시기에 발생 했으며, (현재 미국은) 두 나라, 심지어 두 현실로 나뉜 것처럼 보인다고 지적했다. 분열은 너무 뚜렷해져서 지난 5월 마리스트 여론조사에서 미국인의 47%가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두 번째 내전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거나 매우 높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는 점도 지적했다. 또 정치적 폭력이 끝없는 당파 전쟁의 또 다른 형태로 전이될 위험도 거론했다. 5월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 면 11%의 미국인이 트럼프를 대통령으로 복귀시키기 위해 폭력이 때때로 또는 항상 정당화된다고 말했으며, 21%는 중요한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폭력이 정당화된다고 말했다.

이처럼 WP와 NYT 두 매체는 이번 사건 이전에 미국에서 발생했던 다양한 정치적 폭력과 암살 시를 거론했다. 1960년대는 존 F. 케네디,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로버트 F. 케네디의 암살로 특징 지어졌으며,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이 총격을 당했다. 또 2011년 가브리엘 기퍼즈 하원 의원이 총격을 당했고, 2017년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의원이 의회 야구 경기 연습 중 총격을 당했다. 이들 매체는 이번 총격 사건으로 미국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과 누가 그 길을 이끌어야 할지에 대한 깊은 분열을 드러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치 지도자들과 시민들은 이 분열을 치유하고 폭력을 예방하기 위해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WP “계속 되고 있는 정치전쟁” 개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3일 총격으로 오른쪽 귀 윗부분이 관통되는 부상을 입었다. 이날 총격 으로 유세장에 있던 참가자 1명이 사망했고 2명이 중상을 입었다. 암살 용의자인 토머스 매슈 크룩스는 총격 직후 비밀경호국 요원에 의해 사살됐다. 크룩수는 공화당원으로 알려졌다. 총격 동기는 수사중에 있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세 도중 총기 습격을 당하면서, 최근 전 세계 곳곳에서 잇따르고 있는 정치인 테러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극단의 정치가 상대에 대한 혐오로 이어지면서 유력 정치인 들을 향한 테러가 급증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몇 년 사이 전 세계적으로 유력 정상들을 겨냥한 테러가 잇따르고 있다.

대표적인 정치인 피습 사례로는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에 대한 총격 사건이 거론된다. 아베 전 총리는 2022년 7월 8일 나라현 나라시 선거 유세 중 전 자위대원이 개조한 사제 총을 맞고 사망 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도 테러의 표적이 됐다. 아베 전 총리 사망 후 불과 9개월 만인 지난해 4월 현직 총리에 대한 폭발물 테러가 발생한 것이다. 영국에서는 지난 2021년 데이비드 에이메스 보수당 하원의원이 지역구 주민들과 만나는 정례 행사에 참석했다가 소말리아 출신 영국인 알리 하비 알리의 흉기에 수차례 찔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당시 영국 검찰은 “범인은 극단적 광신도 이슬람 테러리스트”라고 밝혔다. 2016년에는 조 콕스 노동당 하원의원이 극우 테러리스트의 공격으로 흉기에 찔려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남미 아르헨티나에선 지난 2022년 9월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이자 당시 현직 부통령에 대한 총격 시도가 발생하기도 했다. 같은 해 11월에는 임란 칸 파키스탄 전 총리가 유세 중 다리에 총상을 입었고, 로베르트 피초 슬로바키아 총리 역시 지난 5월 수도 브라티슬라바 외곽 마을에서 가슴과 복부에 세 발의 총탄을 맞아 중상을 입었다. 지난달 7일에는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가 코펜하겐 광장에서 선거 운동 도중 한 남성에게 폭행을 당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정치인을 노린 공격은 한국에서도 수차례 일어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당했던 ‘커터칼 습격’이 대표적이다.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1월 부산 강서구 가덕도에서 습격범의 흉기에 목 부위를 찔려 병원으로 이송됐다.
3주 후엔 배현진 국민의힘 의원이 서울 신사동의 한 건물에서 중학생이 휘두른 돌덩이에 15차례 가격 당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주한 미국대사 마크 리퍼트가 서울에서 피습 당하는 일도 있었다. 이같은 정치 테러에 전문가들 사이에선 전 세계에서 정치인에 대한 테러 사건이 끊이지 않고 있는 데 대해 상대에 대한 존중 보다는 상대를 증오하고 혐오하는 극단적인 정치 문화의 산물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군기 동국대 객원교수는 BBC 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도널드 트럼프 피습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정치 진영간의 극단적 대립, 나아가 상대에 대한 증오와 혐오가 정치 테러로 나타난 대표적 사건” 이라며 “상대 진영, 상대 후보 중 그 대상이 국가 지도자급일 경우, 물리적 제거만이 자신의 가치관 을 지키고 사회와 국가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잘못된 신념으로 테러를 자행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정치 테러 현상은 역사적으로 항상 있어왔지만, 최근 더욱 심각하고 빈번하게 일어나는 양상이다.

정치 테러 행위 전 세계적극성

펜실베이니아주 대선 유세 현장에서 총격이 발생하고 트럼프가 극적으로 생존한 이틀 뒤, ‘공화당 전당대회’라는 초대형 정치 행사가 열러 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공화당은 15~18일 밀워키에서 11월 열릴 대선의 후보를 공식 선출한다. 경선 과정에 압도적 지지를 받은 트럼프가 일찌감치 후보로 확정된 상황이라 형식적 행사가 될 전망이었지만, 총격 사건으로 인해 전당대회가 트럼프의 극적인 ‘대관식’처럼 치러질 가능성이 커졌다. 공화당은 전당대회를 통해 총격에도 끄떡없는 트럼프의 건재함을 과시하면서 지난달 대선 첫 TV 토론 완승 기세를 몰아 ‘트럼프 대세론’을 공고히 하겠다는 전략이다. 전당대회는 미국의 정당 최대의 축제이자 당의 미래와 정책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행사이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지는 4년마다 양당 전국위원회 주관으로 열린다. 전국서 모인 대의원들이 본선에 나갈 대통령· 부통령 후보를 공식 지명하고, 국내 각종 현안과 관련된 당의 정강 정책도 논의한다. 마지막 날엔 후보 지명자가 후보 수락 연설을 한다. 미국의 전당대회는 야당이 먼저 개최하고, 여당이 나중에 하는 것이 관례다. 미공화당 전당대회 공식 개막 하루 전 밀워키는 이미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란 뜻의 트럼프 선거 구호)의 도시로 변한 모습이었다. 전날 병원에서 퇴원한 트럼프는 이날 오후 6시 전용기를 타고 밀워키 공항에 도착했다. 그는 부축 없이 계단을 성큼성큼 걸어 내려가다 잠시 멈추고는 두 번에 걸쳐 오른손 주먹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전일 오른쪽 귀를 관통한 총격 후 몸을 숙였다가 부활하듯 일어서며 취했던 동작을 재연했다.

그의 ‘굳게 쥔 주먹’은 약 4개월 남은 대선 레이스 내내 ‘강한 트럼프’를 상징하는 동작으로 지지자들을 결집할 전망이다. 트럼프는 14일 공개된 워싱턴이그재미너·뉴욕포스트 인터뷰에서 “이(피격 사건)는 우리나라를 하나로 모을 기회다. 나에게 그런 기회가 주어 졌다”고 했다. 애초 민주당 후보인 조 바이든 대통 령과의 ‘진흙탕 싸움’에 몰두하는 후보 중 하나였다면 피격 이후엔 국가 전체를 거론하고 국민을 논하는, 대통령 같은 태도를 보인 것이다. NYT는 “트럼프 피격 사건은 여러 건의 기소와 재판을 겪으며 ‘그들이 우리를 탄압 한다’ 는 프레 임을 만들어온 트럼프 측의 서사를 완성해 주었다”라고 했다. ‘그들’이란 민주당, 공화당 내 반 트럼프 인사들, 언론과 기술 기업, 트럼프를 기소한 검사 등 트럼프의 재선에 방해가 되는 불특정 정적 모두를 뜻한다고 NYT는 전했다.

이날 트럼프와 그의 측근들은 잇따라 ‘단결’과 ‘통합’의 메시지를 내놨다. 평소 트럼프 진영에서 접하기 어려운 표현들이다. 트럼프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단결해 악이 승리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평소 대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아 온 트럼프의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도 성명을 내고 “용기와 상식을 일으켜 우리는 하나로 뭉쳐야 한다”고 했다. 차남 에릭 트럼프도 “미국이여 단합하라(UNITE AMERICA)!”란 글을 소셜미디어에 올렸다. 전날 극적인 ‘총격 생존 드라마’를 바탕으로 강성 지지층의 결속은 물론 이번 대선 결과를 좌우할 중도층 표심도 함께 노리겠다는 의도로 분석됐다.

수세 몰린 바이든 국민통합 메세지

당 경선 과정에 막판까지 트럼프와 경쟁하면서 대립했던 니키 헤일리 전 유엔 주재 미국 대사도 총격 직후 전당대회 연사로 나서기로 하면서 당 내부는 더욱 결집하는 모양새다. 트럼프와 거리를 둬왔던 헤일리는 당초 이번 행사에 초대받지 않았다고 했었다. 하지만 중도 지지층이 두꺼운 헤일리가 본격 트럼프 지원에 나서기로 하면서 트럼프의 외연 확장이 이뤄지고 대세론이 굳어질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TV 토론 열세로 ‘인지력 저하’ 논란과 함께 민주당 안팎에서 후보 퇴진 요구를 받고 있는 바이든 대통령은 수세에 몰린 모습이다. 바이든은 트럼프 피격 이후 세 차례나 대국민 연설을 하면서 ‘국민 통합’ 메시지를 발표했다. 지난 13일 오후 8시에도 백악관에서 약 6분 동안 대국민 담화를 하고 “미 국민 모두 이 사건에서 한 발짝 물러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의견 대립은 인간 본성의 일부지만 정치가 ‘킬링 필드(서로 죽이는 곳)’가 돼서는 안 된다” 고도 했다. 바이든의 연쇄 담화를 두고 미 정가에선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대세론이 거세지는 상황을 차단하고 현직 대통령으로서의 상황 관리 면모를 내세우기 위한 차원”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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