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취재] LACMA ‘한국의 보물’ 전시작품 ‘위작’ 논란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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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작 의혹”한국 보물전시회 LACMA 최대위기 봉착
◼ LACMA 이사회 유일한 한국인 2명 ‘후원 경쟁’비롯
◼ ‘위작 논란’으로 한국 문화 예술품에 대한 인식 오도
◼ LACMA 자체 미술품 검증관리체제에 개혁의 필요성

미국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미술관(LACMA, 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이 최근 전시된 ‘한국의 보물’ 전시회에서 5개월여 동안 전시한 작품 중 이중섭과 박수근 그림이 “위작”이라는 의혹이 불거져 나오고 있다. 이와 함께 작품감정여부를 둘러싸고 미국과 한국에서 크게 논란이 일어나고 있는 미국의 대형 미술관 역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해 세계 미술계와 박물관 등에서도 크게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한국의 삼성가와 조선왕조 세도가인 민씨 후손가가 LACMA에 대한 영향력 경쟁(?)에서 발생했다는 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2006 년 한국인으로 최초 LACMA 이사(Trust Member)가 된 체스터 장 박사는 조선왕조 세도가 명성왕후 집안 후손으로 지난 수년동안 LACMA에 한국의 보물들을 기증해왔는데, 최근 1000점을 목표로 한국의 유명 화가 작품을 포함 조선시대 등 보물들을 기증해, LACMA는 지난 2월부터 6월까지 열렸던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를 열었다. 특히 출품된 이중섭·박수근의 그림 총 4점(각 2점)이 ‘위작’이라는 논란과 함께 고미술로 나온 이인문과 김명국의 그림, 청자와 백자 등까지 모조품 이라는 지적이 일자 LACMA 측은 이례적으로 지난 6월말 국제적 감정 간담회까지 개최하여 의혹 제기에 재 감정할 의사를 표명, 지난 7월 8일 성명서를 통해 ‘LACMA의 감정은 공정하다’며 의혹 제기에 정면으로 반박하기까지 했으나 이후 현재까지 양측이 조용(?)하다. 한편 이번 사건을 두고 미국 미술계와 박물관 관련 문화 예술계 에서는 “1965년 LACMA 창설 이래 존폐를 가름할 최대 위기”라고 우려하고 있다. 어찌된 영문인지 전후사정을 짚어 보았다. <특별취재반>

LA카운티 미술관이 지난해 2023년 3월 7일 새로운 이사회 멤버 11명을 발표했는데 여기에 한국 삼성가의 이부진 신라호텔 사장이 포함됐다. 이부진 사장이 LACMA이사 선임전에는 한국인 이사는 최근 ‘위작 논란’의 주인공 체스터 장 박사가 유일하다. 새로 이사가 된 이부진 사장은 고 이건희 삼성 총수와 홍라희 전 삼성 리움 미술관장 부부의 장녀이다. 이부진 사장은 아트+필름 갈라를 포함해 LACMA의 전시회와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했다. LACMA의 한국 국립현대미술관과 LACMA가 공동 주최한 ‘사이의 공간’ 또한 삼성문화재단을 통해 이부진 사장의 지원을 받았다. 새 이사에는 이부진(Boojin Lee) 호텔신라 사장, 가수 라이오넬 리치(Lionel Richie), 카타르 공주 H.E. 셰이카 알 마야싸 빈트 하마드 빈 칼리파 알-타니(H.E. Sheikha Al Mayassa bint Hamad bin Khalifa AI-Thani, 카타르뮤지엄 회장, 도하영화협회 창립자)를 비롯, 존 브룩스(Jon Brooks, JMB 캐피탈 창립자), 수잔 헤스(Susan Hess, 휘트니뮤지엄 이사), 치치 마린(Cheech Marin, 코미디언), 애슐리 메릴(Ashley Merrill, 의류회사 Lunya 대표), 리치 폴(Rich Paul, 스포츠에이전시 Klutch Sports Group 대표), 짐 태넌바움(Jim Tananbaum, Foresite Capital 대표), 그레고리 아넨버그 웨인가텐(Grego-ry Annenberg Weingarten, 아티스트, 아넨버그재단 디렉터), 제프 야부키(Jeff Yabuki, 사모펀드회사 Motive Partners 회장) 등이다.

그야말로 미국 사회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내노라하는 쟁쟁한 인사들이다. 이부진 사장은 연세대 아동가족학과를 졸업했다. 1995년 삼성복지재단에 사원으로 입사해 삼성 에버랜드, 삼성물산 등 을 거쳐 2001년 호텔신라 기획부에서 시작, 2010년부터 대표이사 겸 사장이 됐다. 이부진 사장은 2022년 포브스지 선정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서 85위에 올랐다. 지난해 이부진 사장과 함께 이사가 된 알 마야싸는 2006년 카타르 국왕이었던 아버지에 의해 국립 미술관 관장으로 임명 된 후 세잔, 마크 로스코, 데미안 허스트 등을 경매시장에서 매입했으며, 2013년 이코노미스트지가 세계미술 시장 파워 넘버 1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배경에 삼성가와 민씨 후손 대결?

한편 LACMA에 따르면 현재 공사중인 줌토르 빌딩 건축에 필요한 기금 7억 5000만 달러 중 7억 3600만 달러를 모금했으며, 이중 3억 3천만 달러를 이사회가 기부했다고 밝혔다. 한편 LACMA에서 지난 2월 ‘한국의 보물들: 체스터&캐머런 장 컬렉션’이 전시되면서 삼성가로 잘 알려진 한국의 중앙일보가 2월말 단독기사로 ‘위작’ 논란을 제기했다. 대상이 되는 작품은 박수근의 ‘와이키키’(1960년대 초),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1961년경).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1953~ 54년), ‘기어오르는 아이들’(1950년대 초)이었다. 전시가 준비되기 전 기증 컬렉션을 본 한국의 미술 전문가는 ‘위작’ 의견을 LACMA에 전달하기도 했다. 이후 한국화랑협회가 LACMA에 연락하는 등 의혹 제기가 계속됐다. 여기에 LA의 미주중앙일보가 5회에 걸처 ‘LACMA 체스터 장 컬렉션 전시 위작 의혹’을 보도했다.

미주중앙일보는 지난 2006년 체스터 장 박사가 LACMA의 최초 한인계 이사로 선임 당시부터 주목받는 문화계 인사로 소개하면서 2022년까지 미국내 각계에 한국 보물을 기증하고 있는 ‘한국 문화를 알리는 인물’로 계속 보도하여 왔는데, 지난 2월말 느닷없이 서울 본사 중앙 일보가 ‘체스터 장 박사 LACMA 기증품 위작’ 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과거와는 달리 체스터 장 박사를 ‘위작 기증자’로 보도하기 시작했다. 한국의 중앙일보를 선두로 여러 언론 등을 포함 삼성 리움미술관 등과 한국 내 문화예술계에서도 ‘LACMA 한국보물전시회에 위작이 있다’라는 문제 제기가 거세게 일어나자 LACMA도 공식적으로 확인에 들어갔는데 이례적으로 초청 비용을 부담하면서 한국의 전문가들을 초청해 감정 간담회를 개최했다. 미국의 대형 미술관이 전시 기간 중에 작품의 진위 여부를 감별하기 위해 한국 전문가를 직접 불러들인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다.

이같은 감정 간담회에는 이화여대 명예교수 홍선표, 경기도박물관 이동국 관장, 부산 시립 미술관 전 관장 김선희, 리움 미술관 큐레이터 태현선 등 4명의 한국 미술 전문가가 참석했다. 전문가들은 박수근, 이중섭의 4점의 작품 모두 ‘위조품’이라고 제기했다. 이어 LACMA의 한국 미술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고 비판했다. 중앙일보와 미주중앙일보는 이를 구체적으로 자세하게 보도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전문가들은 이중섭·박수근 작품으로 출품된 각 2점에 대해 위작 의견을 내놨다. LACMA 전시에 나온 이중섭의 ‘기어오르는 아이들’은 1950년대 이중섭의 세로로 된 그림 원작을 가로로 바꿔 그린 복제본이라는 게 그들의 설명이다. 이중섭의 ‘황소를 타는 소년’도 위작 의견이 제시됐다. 황소의 눈을 표현하는 작가 특유의 화풍이 다를 뿐 아니라 ‘중섭’ 서명의 ‘ㅅ’ 자 획마저 잘려 있었기 때문이다. 박수근의 ‘세 명의 여성과 어린이’, ‘와이키키 해변’에 대해서도 진작과 다르다는 의견이 제시됐다. 다만 사진 등을 본따 서명 없는 주문용 상품 그림을 박수근이 제작했을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나왔다.

LACMA 과욕에서 비롯된 사건

이인문과 김명국 작품으로 나온 그림은 심지어 중국 그림이었으며, 전시된 청자와 백자 대부분이 20세기 중반 이후에 만들어진 모조품인 것이라고 제기했다. 이뿐 아니라 함께 전시된 조선시대 회화와 도자 등 다른 작품들 역시 위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는 한국 미술 작품의 이해도 및 진위 여부에 대한 서구권의 이해가 초보적인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으로 일부에서는 해석하고 있다. 이에 간담회를 개최한 마이클 고반 LACMA 관장은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하겠다”고 일단 밝히면서 전시 준비 과정에서 한국 전문가들의 사전 감별을 검토하지 않은데 대해서는 “기증자 에 대한 예우로 시작된 전시”라고 말했다.

이에 앞서 LACMA는 지난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체스터 장과 그의 아들 캐머런 장으로부터 회화·도자·수석 등 100점을 기증받았다. 이 중 35점을 선정해 전시를 열었다. 전시는 지난달 6월 30일 일정대로 막을 내렸다. 이 작품들은 전시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체스터와 카메론 장의 컬렉션’이다. 이들은 부자 지간으로 2021년 기증된 한 집안의 컬렉션이다. 이는 100여 점의 기증으로 LACMA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한국 미술 기증품이 되었고, 이 전시에 35점이 선별되어 전시됐던 것이다. 체스터 장 박사의 부친은 조선조 세도가 명성왕후 후손가로 1948년 초대 LA 총영사관 영사로 임명되며 미국으로 이주했다.

이들의 컬렉션은 100년 이상 보존되었으며 전통 한국화, 서예병풍, 남북한의 20세기 중반 유화, 고려와 조선시대 도자기가 포함되어 있다. 애초 LACMA미술관 측은 간담회에서 문제점을 인정하고 전시 도록 발행을 취소할 예정이라고 했다가, 입장을 바꾸어 지난 8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의 전시는 잘못이 없다’면서 ‘앞으로 과학적인 증거를 제시하겠다’라고 밝힌 것이다. 한국과 미국의 미술계에 정통한 한 문화계 인사는 <선데이저널> 취재진에게 이번 LACMA ‘위작 논란’ 사건에 대하여 “최근 한국의 문화 작품들이 전세계적으로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 과정에서 LACMA가 독점적으로 한국 작품들을 수집하는 과장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전제하면서, “여기에 한국의 미술관 등이나 예술계가 서로 경쟁적으로 LACMA를 마음대로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이라고 보고 싶다”고 전했다.

LACMA의 이중체계에 문제

LACMA(Los Angeles County Museum of Art)는 로스앤젤레스를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미 서부 최대 규모를 자랑한다. 2015년부터 10년 동안 현대자동차와 컬래 버레이션으로 프로젝트 전시회를 개최 중이기도 하다. 현재 로스앤젤레스 카운티 미술관 LACMA은 전시관 신축 공사 중으로 일부 작품은 관람할 수 없다. 공사는 2024년 말 종료 예정이다. 1965년 설립된 이래 LACMA는 규모나 수준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캘리포니아 남부에서 가장 중요한 문화센터이자 국제적 위상을 갖춘 박물관으로 예술에 관심이 많은 여행자라면 반드시 방문할 만한 가치가 있는 곳.

1965년에 설립된, LA에서 가장 큰 주립 미술관. 프랑스 화가 ‘피카소’와 ‘앙리 마티스’ 등 세계적인 거장의 예술 작품을 포함해 약 25만 점의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야외 공원에 자리한 설치 미술품 ‘어반 라이트’는 많은 사람이 기념사진을 남기는 포토 스팟으로, 밤이 되면 라이트 업되어 낮과는 다른 분위기의 멋진 야경을 감상할 수 있다. 현재 전시관 신축 공사로 야외 작품을 제외한 일부 영구 컬렉션들은 관람이 제한되고, ‘레스닉 파빌리온’과 ‘브로드 컨템퍼러리 아트 뮤지엄’ 전시관만 방문할 수 있다. LACMA는 이번 ‘한국의 보물’ 전시를 두고 위작 논란의 대상이 되었지만, 과거 한국의 불교 문화재도 잘못 소장해 한국으로 반환한 적도 있고, 네팔 불상 전시를 두고도 말이 많았다. 그리고 ‘한국관’을 30여년 동안 유지하다가 아무런 해명도 없이 폐관하고 있는 실정으로, 한국문화를 홀대(?)하여 오면서 한편으로는 한국 작품들을 독점적으로 수집하려는 이중적인 자세를 보여왔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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