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태원-노소영’이혼 1심 판사 갑작스러운 의문의 로펌 行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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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태원 손들어준 1심 판사, 3개월 만에 의문의 로펌 行
◼ 법무법인 바른, 최태원회장 개인 대형사건 맡고 매출 ↑
◼ 김현정 1심 판사 갑작스런 로펌 행에 갖가지 의혹 쏠려
◼ 바른, 지난해 창립 후 처음으로 매출 1000억 이상 기록

SK그룹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아트나비 센터 관장과의 세기의 이혼소송이 대법원 판결만을 남겨놓고 있다. 두 사람이 이혼 소송까지 가게 된 것은 최 회장이 김희영이란 내연녀를 만나서 이혼도 하지 않고 사실혼 관계를 유지한 사실이 본지의 첫 보도로 알려지면서부터다. 본지는 2016년 두 사람의 사실혼 관계 및 김희영에 대한 SK 측의 부당지원 등에 보도한 바 있다. 이후 사태는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결국 두 사람은 이혼소송까지 가게 됐다. 최근 본지가 두 사람의 이혼소송 2심 재판 판결문에 나와 있듯이 2심 재판부는 노 관장의 손을 들어줬지만 1심 재판부의 판단은 정반대였다. 워낙 1심과 2심의 간극이 컸던 것도 법조계에서는 의아하게 생각했었다. 그런데 최근 본지 취재 결과 1심 판사가 판결 후 대형 로펌으로 옮겨갔고 이 로펌에 최태원 회장 개인 회사가 거액의 일감을 몰아준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일종의 사후에 보은한 셈인데 이는 두고두고 논란이 일 전망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지난해 3월 국내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법무법인 바른은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 1심을 맡은 김현정 서울가정법원 부장판사를 영입했다. 3월부터 바로 변호사 활동을 한 그는 1998년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2001년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같은해 청주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이후 수원지법 성남지원,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안양지원 부장판사 등으로 근무했다. 김 변호사는 퇴직 전까지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 재판장을 맡으며 2022년 12월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상대로 낸 이혼 소송을 맡은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최 회장과 노 관장의 이혼 및 재산분할 소송을 받아들이고 “최 회장은 노 관장에게 위자료 1억원과 재산 665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666억’을 큰돈으로 볼 수도 있지만 1심은 노소영 관장의 사실상 패배였다. 재산분할 665억 원과 위자료 1억 원 판결을 받았다. 큰돈임에는 분명하지만 최 회장의 재산 4조원(항소심 재판부가 추산한 액수 기준)에 비하면 미약한 수준이었다. 2022년 12월 6일 1심 재판부인 서울가정법원 가사2부(부장판사 김현정)는 최 회장의 재산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SK 주식 등을 ‘특유재산’으로 보고 노 관장의 기여분을 인정하지 않았다. 노 관장이 당초 재산분할을 요구한 SK 주식 650만주(최 회장 보유주식 중 42.29%) 가치는 1조 3700억 원이었다.

같은 사건, 너무 다른 판결

그러자 법조계 안팎에서 법원이 너무 일방적으로 최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당연히 노 관장도 받아들일 수 없었다. 노 관장은 1심 판결을 뒤집기 위해 본인의 기여분을 인정할 수 있는 증거를 여럿 수집하고, 자신이 가정에 헌신한 모습을 부각시킬 수 있는 카드를 들이밀었다. 그래서 나온 첫 번째 카드가 세 자녀의 탄원서였다. 윤정 씨·민정 씨·인근 씨가 노 관장을 지지하는 입장을 재판부에 제출한 것이다. 2심 재판부는 살펴본 기록만 3만 4700페이지에 달할 정도로 심리에 공을 들였다. 1심에 비해 4배나 많았을 정도였다. 노소영 관장 측도 1심 때는 제출하지 않았던 각종 증거자료를 냈다. 그 때 재판부에 눈을 사로잡은 것이 ‘노태우 비자금’이었다.

노 관장의 모친인 김옥숙 여사가 보관해 온 300억원어치 약속 어음이 증거자료로 제출됐다. 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비자금 300억이 SK 측으로 흘러들어가 태평양 증권의 인수와 더불어 그룹 성장에 기여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었다. 선고일을 앞두고 법조계의 의견은 분분했다. 판결 전에는 노소영 관장의 재산분할 금액이 소폭 오를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그리고 맞이한 선고일. 2024년 5월 30일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최태원)는 피고(노소영)에게 위자료 20억원과 재산분할로 1조 3808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대반전이었다. 대한민국 가사소송 역사상 최고액의 재산분할이었다. 법조계 어느 누구도 이 정도의 재산분할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 자세한 판결문은 본지가 4차례에 걸쳐 나누어 공개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태원 회장이 보유한 주식을 특유재산으로 인정하지 않고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인정했다. 노소영 관장 측이 제출한 300억원 어치 약속 어음도 SK의 신사업 진출 자금에 활용됐다고 봤다. 최태원 회장 측의 “계열사 자금을 활용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증거가 제출되지 않았다”면서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태원 회장이 1994년 11월 사들인 대한텔레콤(SK C&C 전신) 주식 70만주 취득에 사용된 자금 2억 8000만원도 부부 공동자금으로 사용됐다고 재판부는 판단했다. 위자료 또한 가사 소송 역대 최다액인 20억에 달했다는 것도 화제를 불렀다.

1심 부장판사 의문의 로펌행

1심과 2심 판단이 너무 달랐기에 법조계 안팎에서는 1심 판결 후 나왔던 우려의 목소리가 의문섞인 시각으로 바뀌었다. 1심 판결이 문제였는지, 2심 판결이 문제였는지였다. 결론은 대법원에서 날 것이다. 그런데 본지 취재 결과 이상한 점이 있었다. 1심 판사가 판결이 끝난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법원을 떠난 것이다. 그는 1심 판결 후 3개월 만에 대형 로펌 중 하나인 바른으로 옮겼다. 바른은 대형로펌이긴 하지만 이명박 전 대통령 때 가장 잘 나가고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로펌이다. 법무법인 바른은 사실상 이명박 정부의 ‘법률 전담 법인’으로 불러도 무방하단 소리를 들을 정도였다.

이명박 정부 들어 여권과 관련된 소송을 줄줄이 맡고 있기 때문이다. 바른은 정권 출범 전부터 현 정부와 인연을 맺었다. 2007년 대선 당시 불거진 도곡동 땅 사건의 실소유주 논란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처남인 故 김재정씨의 변호를 담당한 곳이 바른이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에는 여권의 주요한 정치적 사건을 담당하면서 급성장했다. 이 때문에 법조계에서는 “노무현 정부 때 최대 수혜자가 법무법인 화우라면 이명박 정부에서는 법무법인 바른이다”이라는 말이 나돌았다. 바른은 2008년 8월 정연주 KBS 전 사장의 해임 집행 정지 신청 사건에서 이명박 대통령 측 법률 대리를 맡았다.

당시 변호를 맡은 강훈 변호사는 현 정부 초기 청와대 법무비서관 출신으로 ‘바른’을 설립한 인물이다. 이때 청와대 민정수석이 바로 정동기 후보자다. 같은달 김윤옥 여사의 사촌언니 김옥희 씨의 공천 로비 사건에서 김옥희씨와 구속된 브로커 김태환씨의 변호를 잠시 맡은 곳도 바른이다. 또한 서울 광화문 일대 상인 172명이 ‘미국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시위’로 손해를 입었다며 광우병국민대책회의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가 패소한 사건에서 상인 측 법률 대리인을 맡았던 곳도 바른이었다. 바른은 지난 2009년 미디어법 날치기 처리 이후 야당이 김형오 국회의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미디어법 권한쟁의 심판청구 사건에서도 정부 측 변호를 맡았다.

바른은 1998년 변호사 5명으로 시작했지만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국내 굴지 로펌으로 성장했다. 서울고법 판사출신으로 바른을 창립한 강훈 대표변호사는 2005년 이석연 법제처장과 함께 보수적인 변호인 단체로 알려진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을 발족하기도 했다. 노무현 비자금 수사를 지휘했던 이인규 전 대검 중수부장이 바른으로 갔다. 내리막길을 걷던 바른은 이 전 부장의 영입과 함께 다시 상승세를 탔다. 본지가 몇 차례 보도했듯 이 전 부장이 본국의 TV 홈쇼핑인 홈앤쇼핑 관련 사건을 수주하면서 매출이 성장했다. 하지만 이 전 부장이 퇴사하면서 다시 주목도가 떨어졌다.

2023년 매출 급상승 이유가?

그런데 바른이 다시 매출 상승세를 탄 것은 공교롭게도 최태원 회장 1심 판사가 영입된 후다. 바른은 2023년 한 해에만 매출액이 전년도 대비 22%가 뛰면서 창립 후 처음으로 연매출 1000억원을 넘어섰다. 국세청 신고 기준 2023년 매출은 1058억이었다. 특이한 점은 바른이 지난해 처음으로 SK그룹 계열사이자 최태원 회장가 ㈜SK를 통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비 상장사 SK에코플랜트의 4400억원대의 PF 약정 자문을 맺었다는 것이다. PF 약정 자문이란 특별한 소송 없이 말 그대로 프로젝트 파이낸싱 과정에서 자문을 하는 것인데 통상 1%의 자문 수수료 등을 받는 것이 관례인데 해당 자문은 더 많은 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SK플랜트가 바른에게 없던 일감을 만들어서 찍어 준 것이다. 대법원 판결을 봐야하겠지만 대법원이 2심의 판결에 가까운 손을 들어준다면 이런 자문 계약은 논란의 여지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이제 두 사람의 이혼 소송은 대법원으로 넘어갔다. 법조계 의견은 양분된다. 대법원이 가사소송 사건 대부분을 ‘심리불속행 기각’한다는 점을 들어 항소심 판결이 확정될 것이라는 의견이 한 축을 이룬다. 또 다른 인사들은 1심과 항소심 판결이 극명하게 갈리는 만큼, 대법원이 일단 심리는 해볼 것으로도 관측되고 잇는 가운데 최태원 회장은 먼저 노태우 비자금 300억 원에 대한 시시비비를 가려야한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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