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건비 줄여도 손님이 없어 매점운영은 갈수록 힘들어
◼ LA 한인타운 LA 위험 지역순위 상위 10위 안 ‘불명예’
◼ 경찰 3년새 사직-퇴직 줄이어 1천명 감소, ‘치안부재’
◼ LAPD, 강력재산범죄 급증, 보너스 제공안도’기대난망’
K-타운이 ‘코비드’이후 고물가에 따른 경기 침체로 운영난까지 장기화하면서 한인 업주들의 고민이 날로 깊어지고 있다. 손님이 없어 장사는 안되고… 매일같이 떼강도가 설쳐대고… 도둑들이 들끓고… 인건비는 올라가고… 거리엔 홈리스들만 성시를 이루고… 경찰은 속수무책으로 전화해도 받지 않고… 신고해도 오질 않고… 불안해서 살수가 없어, 이젠 한숨도 안 나올 정도로 절박한 심정이다. 한편 LA코리아타운 경기는 묘하게도 한국 경기와 밀접하다. 한국내 경기가 좋으면 LA 코리아타운도 기쁘다. 그러나 한국 경기가 나쁘면 LA코리아타운은 죽쓰게 된다. 원달러 환율이 1350원에 이르는 지금은 속타는 시절이다. 관광객이 들어와도 무서워서 돌아다닐 수가 없을 정도니 돈을 쓸수가 없다. 신문 방송을 보면 마치 LA는 무법천지나 다름이 없고 해방구로 인식되고 있으니 경기는 계속해 곤두박질을 치고 있다. 더 이상 견딜수가 없고 자포자기한 심정이다. LA한인타운의 실상을 짚어 보았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LA코리아타운 8가에 위치한 한 월남 음식점은 종업원이 모두 한 가족으로 총출동이다. 종업원이 따로 없다. 같은 쇼핑몰에 있는 카페는 최근 주인이 바뀌었다. 한때 이 주인이 커피점을 타운에만 5개가 성업 중이었었는데 지난달 마지막 남은 카페마저 매각했다. 더 이상 버틸 힘이 없었다. 인근 옥스포드에 위치한 카페도 지난 달까지 여종업원이 근무했는데 이달 들어 남편이 주방장이고, 부인이 서브를 다 맡고 있다. 종업원을 내보낸 것이다. 8가의 또 다른 한식당은 저녁에 만 문을 연다. 8가와 옥스포드 코너 한 건강제품점에는 최근 도어에 <주말에는 영업을 하지 않습니다. 주중 영업시간 월-금 오전 9시-오후 5시>라는 안내문이 부착됐다. 건강제품점 대표는 “요즘 손님도 줄고하여 영업시간을 단축하는 방법 이외 지금 다른 방법이 없다”면서 한숨을 쉬었다.
전에는 이 점포에서는 주말에도 오후 6시까지 영업을 했었다. 지금은 주말 휴업이다. 이 같은 현상은 비단 8가와 웨스턴 지역만의 모습이 아니다. 올림픽과 버몬트 근처 꽃집도 지난 2개월 전까지 파트타임 보조원이 있었는데, 이제는 주인 여사장이 모든 것을 도맡아 하고 있다. 덩달아 한인 택시 영업도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타운에서 택시 영업만 16년째 종사한다는 L모씨는 “요즘 택시 손님이 많이 줄어들어 하루 100달러 벌기가 힘들다”면서 “그나마 개스 요금이 요동을 치지 않아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전에는 양로센터가는 시니어들이 많이 택시를 이용했 는데, 요즘 양로 센터들이 이들 시니어들을 경쟁적으로 모셔(?)가는 바람에 택시를 이용하는 시니어들이 크게 줄었다. 이어 L씨는 “한국에서 오는 여행객들도 대폭 줄어 이래저래 힘들다”고 말했다. 국내 여행객이 줄어들면 타운 전반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같은 환경에서 타운내 주차 요금도 천정부지로 뛰어 올라 기존 고객들마저 식당에 가는 것을 두려워 하고 있다. 최근 타운 거주 L씨는 “SF에서 회사에 다니고 있는 아들이 부모를 만나러 LA에 와서 타운내 식당을 방문했는데, 주차비가 10불이라는 바람에 거의 황당한 입장을 나타냈다”면서 “그 아들이 최근 다시 LA를 와서 식사를 하러 가면서 주차비 받지 않는 코리아타운 플라자를 방문해 그곳 중국집으로 갔다”고 말했다. 타운내 6가와 켄모어 애비뉴에 한인 상점들이 위치한 주차장 담당 파킹 컴퍼니에 대한 불만 제보가 이어지고 있다.
L모씨는 2주 전 주문한 음식을 픽업하기 위해 파킹장에 들어가 파킹 안내원에게 “음식을 픽업하러 왔다”고 했음에도 불구하고 ‘돈을 내든가 아니면 다른 곳을 가라’는 횡포를 당했다며 제보했다. 더 황당한 일은, 새로 나온 신형 전기차는 기존 개솔린 차량 키와는 달리 카드식 키로 운전을 하는 데, 이런 차를 타고 이 주차장에 들어간 C씨는파킹 안내원이 주차료를 무려 20 달러를 요구해 “Why?”라고 했더니 “특수 차량이기 때문”이란 상상도 못할 답변에, 화가 치밀어 자신이 들어가려는 식당에 항의했더니, 그 식당 주인이 미안하다며 10 불을 주는 바람에 더 황당(?)했다며 본보에 제보했다. 코리아타운내 주차 문제의 “악명”은 이미 주류언론에서도 “악몽의 코리아타운 주차난”이라고 할 정도로 여러 차례 보도해 이제는 기사꺼리도 아니다.
“굳게 닫은 소비자 지갑”
코리아타운의 소매상들이 바닥을 치고 있는 환경에는 고객들이 줄어든 것도 큰 몫을 하고 있다. 타운 중심가인 윌셔가를 포함해 타운내 오피스들이 텅텅 비어 나가는 바람에 소비층들이 대폭 감소한 것이다. 특히 LA 한인타운 윌셔가의 오피스 공실률은 무려 36.2%까지 치솟으면서 역대 최고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LA에서도 가장 높은 공실률을 보였다. 이는 연방준비제도(FRB·연준)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코로나19로 재택근무가 늘고 있는 상황이고 기업들의 대규모 인력 감축까지 겹치면서 오피스 렌트 수요가 급감했기 때문이다. 이미 전문에서도 언급했듯이, 코리아타운 경기는 한국 국내 경기와 함께 간다고 했다.
서울의 동대문 시장이라면 한국의 소비 시장을 대변하는 시장이다. 한 예로 맥스타일이 있는 동대문패션타운은 국내 최대 패션 관광 특구로, 중저가 의류를 찾는 국내외 소비자와 보따리상 들로 발디딜 틈 없었던 시장이다. 그러나 온라인 쇼핑몰의 부상과 코로나 사태로 위기를 맞아 상가마다 공실률이 높아졌고, 올해 들어서는 누적된 고금리·고물가 폭탄에 그야말 w33로 초토화 됐다. 동대문패션타운 관광특구협의회는 맥스타일 내 점포 2653곳 중 공실률이 86%라고 밝혔다. 370곳 정도만 영업을 한다는 것이다. 인근 상가인 ‘굿모닝시티’ 등도 공실률이 70%에 달한다. LA코리아타운의 공실률은 이에 비하면 엄청난 것이다.
이처럼 현재 동대문 시장은 코로나 이후 고금리·고물가 늪에 빠진 내수 부진이 좀처럼 탈출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2022년과 2023년 물가는 각각 5.1%, 3.6%씩 올랐고, 기준금리는 1년 8개월째 연 3.5%를 유지하고 있다. 올 들어 물가 상승률이 2%대로 둔화되긴 했지만, 2년 넘게 누적된 물가 부담에 소비자들의 지갑은 굳게 닫혀 있다. 서울의 한 언론이 지난달 31일 보도한바에 따르면, 서울 동대문에 위치한 의류 도·소매 종합 상가 ‘맥스타일’에서는 옷을 둘러보는 손님이나 상인들과의 흥정도 찾아보기 힘들었다. 상가 대부분이 텅 비어 공실률이 86%에 달했다. 상인들은 “온라인에 밀려 안 그래도 장사가 안되는데, 고금리· 고물가 폭탄까지 겹쳐 그야말로 초토화 상태”라면서 “코로나 사태로 장사가 안 됐을 때도 단골들은 여윳돈이 생기면 옷 한벌씩은 해갔어요. 그런데 요즘은 연락해보면 돈 생겨도 이자 갚거나 생활비 보태는 데 급급하다고 하네요.”라고 말했다. 상황이 이 정도이니, 국내 동포들이 외국 나들이도 줄여 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강절도 범죄율 증가가 원인
LAPD는 지난해 (2023년) LA 시 각종 범죄율이 그 전년에 비해 전반적으로 감소했다고 분석했지만 주민들은 피부에는 와닿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LA 한인타운을 비롯해 일부 지역 거주자들은 치안이 개선되기는 커녕, 오히려 나빠졌다고 평가했다. 지난 2023년 한 해 LA 시 각종 범죄율 데이터는 수치 상으로 감소세를 보였지만 주민들의 치안 불안은 오히려 높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소매상을 겨냥한 떼강도나 일반 강절도 범죄들이 기승을 부리면서 주민들은 오히려 LA 시 치안이 나빠졌다고 분석했다. LA 한인타운 역시 ‘위험한 지역’으로 평가됐다. 부동산 투자 전문 회사 프로퍼티클럽(PropertyClub)가 LA 시의 지난해(2023년) 범죄율을 평가해 메긴 위험 순위를 살펴보면 LA 다운타운이 가장 위험한 동네 1위로 꼽혔다. LA 다운타운의 범죄 율은 노숙자 문제와 소매치기, 강도 등에 큰 영향을 받으면서 전국 평균보다 530% 더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위험한 지역 2위로 평가된 곳은 웨스트 아담스(West Adams)이다. 웨스트 아담스 주민들이 범죄의 피해자가 될 확률은 15분의 1에 달할 만큼 치안이 불안정한 곳으로 꼽힌다. 이곳에서 흔히 발생하는 범죄로는 총기 폭력, 강도, 절도, 그리고 폭행 등이다. 3위로는 노숙자 밀집 지역인 스키드로우로 나타났다. 보안 업체 ADT에서 제공하는 범죄율 분석사이트 Crimegrade.org는 이 지역 안전 등급을 F로 정한 수준이다. 또 통계적으로 평균 2시간 5분 마다 범죄가 발생하는 곳으로 평가됐다. 마약과 갱 관련 범죄도 가장 흔히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됐다. LA 한인타운 역시 위험한 지역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리는 불명예를 안았다. 총 평가에서 8위를 기록한 LA 한인타운은 갱과 마약 관련 범죄, 그리고 성매매가 심각한 수준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도 헐리웃, 사우스 LA, 컴튼, 왓츠, 패션 디스트릭트, 노스 헐리웃이 상위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반면, 전국에서 웨스트 코비나와 글렌데일 등 일부 남가주 지역들이 안전한 지역으로 분류됐다. 오렌지 카운티의 경우 CA주에서 가장 안전한 카운티로 평가됐다. SNS에서도 심각한 댓글이 뜨고 있다. Cherrycherry이라는 아이디는 “신고를 해도 폴리스는 오지 않고, 폴리스 리포트가 작성되지 않아서 범죄 통계에 잡히지 않는다”면서 “이것이 현실과 경찰 통계간의 괴리이다.”라고 지적했다. yellowtail3이라는 아이디는 “가게 직원이 범죄 신고를 해도 아무런 조치가 없어서 가게 주인이 범죄자를 직접 잡아서 경찰소에 끌고가서 넘기니 경찰이 놔주고 , 그 직원은 다른 비지니스 돌아 다니면서 계속 범죄 중이다.”면서 분개했다.
“범죄자 잡아도 바로 석방’
한인타운을 비롯한 LA시 전역에서 각종 강력범죄 및 재산범죄가 급증하면서 치안에 대한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LAPD 소속 경찰 인력이 지난 3년여 간 무려 1,000여 명이나 줄어든 것으로 확인돼 경찰력 감소가 치안 불안의 큰 요인이 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LAPD 경찰력을 증원하기 위해서는 이를 위한 예산을 확보해야 하는데, 현재 LA 시의회에 진출해 있는 니디아 라만(4지구), 휴고 소토-마티네스(13지구), 유니세스 에르난데스(1지구) 등 급진 진보 성향의 시의원들이 경찰력 강화에 반대하고 있어 실제로 LAPD 경찰력 강화가 이뤄지기까지 진통이 예상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이어진 최근 3년 동안 LAPD 경관수가 지난 2019년에 비해 약 1,000명이나 줄어들어 현재 9,103명으로 집계됐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배스 시장은 LAPD 채용 장벽을 철폐해 채용을 늘리겠다고 밝히며 지난해까지 LAPD 경관수를 9,500명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지만 제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LAPD 관계자에 따르면 올해 2024년까지 퇴직과 사직으로 약 600명의 경관이 사퇴할 것으로 예상 되기 때문에 배스 시장이 목표로 한 9,500명의 경관 수를 채우기 위해서는 약 1,000명의 신규 경찰 관을 고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찰력 약화 문제를 겪고 있는 것은 비단 LAPD만은 아니다. FBI 자료에 따르면 2019년 이후 뉴욕과 필라델피아 경찰국도 각각 8%, 9% 경찰 인력이 감소했고, 시카고에서도 11%의 감소세가 나타났다.
전국적으로 경찰력이 약화되고 있는 추세는 조지 플로이드 사건 이후 대중적으로 반 경찰정서가 생겼고, 경찰 예산이 감소됐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동시에 경찰 인력이 줄어들면서 남아 있는 경찰 들의 근무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데다 젊은 세대가 짧은 근무 시간, 안전성이 높은 직업을 선호하고 있는 것도 또다른 원인으로 꼽힌다. LA 시의회에서는 신규 채용 경관에게 1만 5,000달러에서 2만 달러 사이의 보너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의 안건, 은퇴한 경찰을 다시 현역으로 복귀시킬 수 있는 ‘바운스 프로그램’을 부활 하자는 내용의 안건이 추진되는 등 경찰력 강화를 위한 노력이 얼마나 료과가 있을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