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추진부터 윤석열 킹메이커까지
◼ 한 달째 이어가는 폭로전에 25명 여야정치인들 떨고 있어
◼ 휴대폰 대리점-인터넷 매체 편집장거쳐 여론조사업체설립
명태균 씨는 2021년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오세훈·안철수 후보 단일화 추진, 2021년 6·11 국민의힘 전당대회 당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여론조사, 2022년 제20대 대통령 후보 윤석열 캠프 등 크고 작은 선거와 박완수 경남도지사, 김재원 국민의힘 최고위원 등의 경선과 공천 등에 개입해 여당 후보들의 책사로 활동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거론된 여권 중진과 자치단체장들은 하나같이 명씨의 주장이 거짓이며 과시욕으로 부풀리려는 전형적인 브로커의 발언일 뿐 신빙성이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명씨는 자신과의 친분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는 이들을 저격하면서 SNS에 과거의 사진과 나눴던 대화를 게재하며 폭로전을 한 달째 이어가고 있다.
이준석 당 대표 당선에 큰 활약
1970년생인 명태균은 경남 창녕 출신으로 2021년 이전까지는 주로 경남 지역에서 활동해 온 것으로 알려진다. 대학 졸업 후 휴대폰 대리점을 운영하면서 ‘114’ 전화번호부 관련 업체를 창업해 텔레마케팅 사업을 했다. 이후 경남 창원 지역을 기반으로 종합광고 대행업체 좋은날, 여론조사 업체 좋은날리서치 등의 대표이사를 맡았다. 한때 인터넷매체 <시사경남>의 CEO 겸 편집국장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그가 여론조사업계와 언론의 생리에 밝은 이유다. 이후 여론조사업체 ‘미래한국연구소’를 설립하는데, 이때만 해도 창원시 일대에서나 명함을 내밀면 알아주는 ‘촌놈’에 불과했다고 한다. 경남 지역에서 활약하던 ‘촌놈’ 명씨의 인생은 김영선 전 의원과의 만남을 계기로 바뀌기 시작한다. 1960년생인 김 전 의원은 명씨를 보자마자 ‘보통이 아닌 애’라면서 높이 평가했다고 한다.
김 전 의원이 사용하던 변호사 사무실을 반으로 갈라 한쪽은 김 전 의원이, 나머지 반을 명씨가 사용하도록 했을 정도였다. 이후 2021년 초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김종인 전 위원장과 이준석 대표를 소개한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국민의힘 전당대회,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줄줄이 예정돼 있던 시기였다. 명씨에 따르면 이때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이어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 각각 오세훈 서울시장 당선, 이준석 당 대표 당선에 큰 활약을 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김종인 전 위원장의 신임을 얻게 됐다고 한다. 명씨는 이후 2022년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당시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던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을 만났고, 이후 윤석열·김건희 부부와 스피커폰으로 수시로 전화통화를 하는 등 정치 책사로서 친분을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에게 국민의힘 입당 시기를 조언하는 등 본격적인 대권 경쟁에 뛰어들도록 적극적으로 부추겼다고도 했다. 야권에서는 이때 명씨의 주무기인 미래한국연구소의 여론조사 결과 데이터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본다. 2021년 4월 치러진 서울시장 재·보궐선거는 명씨의 첫 번째 시험대였다. 당시 국민의힘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위원장에 김종인, 오세훈 선거캠프의 홍보총괄이 이준석 의원이었다. 명씨는 자신이 오세훈·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성사시켰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서는 명씨가 자신의 주특기인 여론조사 데이터를 기반으로 판을 설계하고 실력을 발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명씨는 두 번째 시험대인 국민의힘 전당대회에서도 선거판을 운용하는 능력을 보여줬을 수 있다. 선거기간 내내 ‘돌풍’이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특히 젊은 층에서 인기몰이를 했던 이준석은 당원조사에서는 나경원 후보에 비해 뒤졌지만, 국민여론조사에서 절반이 넘는 58%의 표를 가져가면서 한국 정치사상 첫 30대 제1 야당 대표 자리에 오른다.
윤 부부의 비공식적인 ‘정치 책사’
아무튼 정치판에서 자신의 능력을 보여준 명 씨는 이제 큰 판인 대선으로 눈을 돌린다. 당시 여러 라인을 통해 윤석열 검찰총장과 만나게 해달라는 주문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세간에는 당시 명 씨가 비공개용 자체 여론조사 결과 데이터를 들고 윤석열 총장과 김건희 여사를 만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여의도 정가에서는 대통령 선거 준비 기간부터 당선 이후, 그리고 최소 2022년 말까지는 명씨가 윤 부부의 비공식적인 ‘정치 책사’로 활약했을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후 명 씨는 자신에게 중앙 정치판 진출의 교두보 역할을 해준 김영선 전 의원의 정치 참모를 자처한다. 2022년 국회의원 재·보궐선거에서 창원의창 공천장을 받아온 것이 이들 관계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이것이 명씨와 김건희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이 불거진 첫 번째 선거였다.
당시 4선이던 김 전 의원은 2012년 이후 약 10년간 원외에 머물며 정치 인생이 저물어 가는 시기였다. 그런 김 전 의원이 연고도 없는 창원의창에 국민의힘 후보로 공천되고, 결국 5선 중진 반열에 이름을 올린다. 그 과정에서 명씨는 윤핵관 3인방 중 한 명인 윤한홍 의원과 지역구를 두고 마찰을 빚었고, 윤 의원은 윤대통령에게 명씨를 ‘조심해야 할 사람’이라며 경고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명씨에 따르면 윤 대통령은 ‘명박사’의 손을 들어줬다. 윤 대통령은 대선을 함께 치른 명씨에 대해 평소 ‘명박사’라고 부르며 대우했다고 알려져 있다. 탁월한 능력을 보여준 보궐선거 이후 김 전 의원은 명씨에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된 것으로 알려진다. ‘세비 절반 상납’이라는 기가 막힌 자금 지원도 이런 배경에서 나왔다.
김 전 의원의 보좌관이었던 강혜경 씨의 증언에 의하면 김 전 의원은 보좌진에게 “이 방에는 국회의원 두 명이 있다. 나와 명태균이다”라는 말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2022년 3월 제20대 대통령선거에서 명씨가 실질적으로 운영하는 여론조사 업체 미래한국연구소의 데이터는 큰 역할을 한다. 당시 머니투데이와 미래한국연구소가 공동 의뢰하고 PNR리서치가 실행한 대통령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후보가 1위를 차지했고, 여러 언론들이 PNR 조사 결과를 경마중계 식으로 앞다투어 인용 보도하면서 윤석열 후보 콘크리트 지지층을 만들어낸다. 명씨는 또 공표용 PNR 조사와는 별개로 대선 기간 비공표용 자체 여론조사도 20회 이상 실시했는데, 야권에서는 당시 결과치가 나올 때마다 윤석열 후보에게 보고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尹에 ‘토사구팽’ 당하자 돌아서
승승장구하던 명 씨의 운이 기울기 시작한 때는 2023년부터로 알려진다. 윤석열 대통령과 멀어진 시기가 그때였다. 그 사정은 베일에 싸여 있다. 다만 김건희 여사와는 이후에도 연락을 주고받으며 친분을 이어온 것으로 파악된다. 이는 2024년 총선 당시 명 씨가 김영선 전 의원의 지역구 이동과 단독 공천 요구 등으로 김건희 여사와 나눈 대화를 통해 입증된다. 당시 창원시 의창구에서는 검찰 출신 김상민이 후보로 출마했다. 김상민은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을 때 그 밑에서 일했던 후배로 조국의 웅동학원을 수사했던 검사다. 하지만 당시 한동훈 비대위원장은 김영선, 김상민 두 사람을 모두 컷오프시키면서 김 여사의 부당한 공천 개입을 자신이 막았다는 명분을 얻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