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령 선포’ 제2의 차지철이 내란 총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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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의 차지철’ 김용현, 경호실장 때부터 계엄 준비
◼ 갑작스러운 국방장관 교체는 비상계엄선포 신호탄
◼ 김용현, 모든 책임지고 사퇴 반란수괴 꼬리자르기
◼ 어설프기 짝이 없는 초등학교 학예회 같았던 계엄

지난 8월 <선데이저널>은 김용현 국방장관을 제2의 차지철로 부르며, 그의 갑작스러운 국방장관 임명이 10월의 계엄정국과 무관치 않다고 보도했다. 시기가 좀 늦춰지긴 했지만 그는 윤석열에게 비상계엄 선포를 건의하며 결국 우려를 현실로 만들었다. 사실상 ‘친위 쿠데타’라는 혐의까지 받는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는 느닷없고 충격적이었다. 지난 9월 1일 열린 여야 대표회담 때만 해도 대통령실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계엄 의혹을 제기하자 “말도 안 되는 정치공세”라며 “설사 하더라도 국회에 통보해야 되고, 국회 과반수 동의로 해제된다. 유지가 될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박했던 터였다. 이번 계엄 발동은 군에서도 극소수만 알 정도로 극비리에 진행됐다. 그 극소수에는 김용현을 중심으로 한 충암고 라인들이 있다. 그는 계엄이 실패로 돌아간 다음날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했지만 이는 반란수괴의 전형적인 꼬리자르기다. 이번 계엄은 사실상 내란 사태이자 민주주의를 말살하려는 역모로써 윤석열, 김용현을 비롯한 내란 주동자들을 처벌해야 비로소 마무리 될 것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기자>

3일 밤 11시13분 윤석열의 갑작스러운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무장한 채 투입된 계엄군이 국회 보좌진 등과 곳곳에서 몸싸움을 벌였지만 우려와 달리 적극적인 물리력 행사를 하지 않았다. 이날 본국 언론 보도와 본지 현장 통신원 등에 따르면 비상계엄 선포 후 국회에는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소속 병력이 투입됐다. 소총으로 무장한 계엄군은 본청 진입이 막히자 창문을 깨고 들어가는 모습도 포착됐고 경내 곳곳에서 보좌진과 대치했다. 계엄군은 국회의 계엄 해제 요구 가결을 막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여겨졌지만, 본회의장에 진입하거나 본회의에 출석하려는 국회의원을 체포하지는 않았다.

2018년에 논란이 된 ‘기무사령부(현 방첩사령부) 계엄문건’에 등장하는 ‘국회에 의한 계엄해제 시‧도시 조치사항’과도 다른 움직임이다. 당시 문건에는 국회의 계엄 해제 시도를 막기 위한 주요 조치방안으로 ‘국회의원 대상 현행범 사법처리로 의결 정족수 미달 유도’를 적시했다. 국회의원을 체포해 본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하게 한다는 의미였다.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은 약 280여명으로 알려졌다. 기무사 계엄문건에 ‘계엄군은 기계화 6개 사단, 기갑 2개 여단, 특전사 6개 여단 등이 맡는다’고 적시한 것에 비해 병력 규모도 크지 않았다. 국회에 진입한 계엄군 중에는 탄창이 장착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이 있는가 하면 탄창이 제거된 총기를 소지한 병력도 있었다. 일사불란한 움직임과는 거리가 있었던 셈이다. 탄창 박스로 추정되는 물건도 취재진 카메라에 포착됐지만, 실제 계엄군이 실탄이 들어간 탄창을 장착하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충암고 출신들의 반국가적 역모

육군 대장 출신인 더불어민주당 김병주 최고위원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비상계엄 선포를 전후로 한 군의 동향과 관련, “준비가 잘 안된 상태에서 몇몇이 비밀리에 움직인 걸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는 이번 계엄이 극소수에 의해 준비됐으며, 오래 전부터 계엄 가능성을 염두에 뒀지만 정작 발동 자체는 즉흥적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보여준다. 그 중심에는 군내 김용현과 충암고 라인들이 있다. 윤석열의 모교 ‘충암고교’ 출신인 이들은 국방장관과 방첩사령단, 특전단 등을 장악했다. 특히 김용현이 이번 내란의 수괴로 꼽힌다. 본지는 김용현의 갑작스러운 국방장관 임명이 석연치 않다고 보도한 바 있는데 실제로 이번 비상계엄을 그가 건의했다.

윤석열은 취임 첫날인 2022년 5월10일 김용현을 대통령경호처장에 임명했다. 윤석열이 충암고 출신들을 중용하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얘기다. 계엄 건의는 국방부 장관과 행정안전부 장관만이 건의할 수 있는데 이상민 행안부 장관 역시 그의 충암고 후배다. 김용현 역시 대선 경선 때부터 윤석열 외교 및 안보에 대해 조언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그는 대통령의 안보선생 정도로 알려졌으나 그가 윤석열 정부 첫 대형 프로젝트인 대통령실의 용산 이전의 TF팀장을 맡으면서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대통령실이 청와대에서 용산으로 이전하는 과정에서 공사업체가 김건희 여사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다는 의혹이 나왔는데 이런 업체 선정에도 그가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정설이다.

심지어 그는 풍수 전문가와 함께 대통령실 이전 후보지를 함께 방문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실세라는 의혹을 샀다. 대통령실 이전에 풍수라는 비합리적인 요소가 개입됐음에도 윤석열이 그에게 이를 맡긴 것은 김용현에 대한 신뢰를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는 불도저처럼 용산 이전을 밀어붙였고 이 과정에서 예산이 계속 불어났다. 그가 경호처장을 하면서 별의별 일이 다 일어났다. 유튜버들이 대통령의 출근길을 취재하는 일도 생겼고 한남동 관저에 택시들이 출동하는 해프닝도 일어났다. 2022년 8월 수도권에 폭우가 내렸지만, 대통령 사저인 서울 서초동 아크로비스타 주변이 침수되면서 대통령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에 출근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그해 반지하에서 침수로 일가족이 사망했다. 방공망, 도청 문제도 터졌다. 2022년 12월엔 북한 무인기가 용산 인근 비행금지구역에 침투하는 일이 있었으며, 지난해 4월엔 미국 정보기관이 국가안보실을 도청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그래도 김 처장은 승승장구했다.

군 핵심인사에도 직간접 관여

2022년 11월엔 경호처장이 경호 활동을 수행하는 군과 경찰에 대해 지휘 감독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대통령경호법 시행령을 개정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군·경을 포함한 대통령 경호 인력은 3000여 명으로 추산된다. 시행령대로면 경호처장이 연대급 병력을 지휘하는 거대 조직이 되는 셈이다. 경호 책임자가 군과 경찰을 쥐락펴락 하는 것은 전두환 정권 시절 이후에 없었던 일이며 오직 박정희 정권 때만 있었던 일이다. 2022년 9월 윤석열 정권 첫 군 고위급 인사에서 인사를 총괄하는 핵심 요직인 국방부 인사기획관에는 ‘김용현 사단’으로 알려진 예비역 준장 조모 씨가 내정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조 씨는 김 장관이 주도해서 만든 윤석열 대선후보 지지 모임인 ‘국민과 함께하는 국방포럼’의 일을 도운 것으로도 알려졌다.

당시 국방부는 논란이 되자 채용 절차를 돌연 중단했고, 김 장관의 육사 2기수 후배인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국회에서 관련 의혹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하지만 김용현이 경호처장 시절부터 군 인사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말은 끊이지 않았다. 심지어 군 내에서는 경호처장인 그를 ‘국방상관’이라고 불렀다. 무엇보다 그는 경호처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핵심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김용현 본인은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과 임성근 전 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당사자이기도 하다. 윤석열의 격노에 이어 국방부의 채 해병 사건 기록 탈취, 수사외압 시도 등이 동시다발적으로 벌어진 지난해 7월 31일부터 8월 9일까지 통화 내역에 따르면, 김 처장은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7차례 통화했다. 대통령의 경호임무만을 맡아야 하는 김 처장이 직권을 넘어서는 모종의 역할을 한 것 아닌지 의심이 드는 대목이다.

또한 최근 공개된 전직 청와대 경호처 간부 송호종 씨와 공익신고자 김규현 변호사의 통화 녹취에서는 ‘임 전 사단장 구명의 배후가 김용현 경호처장이라고 한다’는 취지의 발언도 등장했다. 아울러 지난해 채 해병 수사결과 발표를 연기하기 직전,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이 통화했던 대통령실 전화번호 02-800-7070이 대통령 경호처로 확인되면서 김 처장이 수사외압에 개입했을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경호처는 입장문을 내고 “허위날조”라고 강하게 부인하고 있지만, 의심을 지우긴 어렵다. 박정희 정권을 제외하고는 역대 어느 정권도 이처럼 경호처장의 이름이 많이 언급된 적이 없었다.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업무특성상 경호처장의 이름이 나오는 것 자체가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권 내에선 국방부 장관 교체를 두고 윤석열이 군 장악력을 높이기 위해 김 처장을 국방부 장관 후보자로 내정하고 신원식 국방부 장관을 국가안보실장으로 밀어냈다는 해석도 나온다.

계엄령은 미리 짜인 시나리오

여권 관계자는 신원식 국방실장은 김 처장보다 육사 1기수 선배라 ‘컨트롤’에 어려움이 있어 김 처장을 국방부 장관으로 보낸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지난해 12월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을 국정원장으로 밀어내기 하듯이 안보라인의 권력구조를 개편한 것으로 보인다. 신 장관이 채 해병 수사외압 의혹으로 수사를 받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명예전역을 불허한 데 대해 대통령실에서 못마땅하게 보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에 김용현은 계엄 가능성을 부인해 왔다. 특히 장관 후보자 신분이었던 9월2일 국회 국방위원회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계엄령 준비 의혹을 제기한 민주당 부승찬 의원 등의 질의에 “국민과 군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용현은 당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 군이 과연 따르겠는가. 저라도 안 따를 것 같다”며 “계엄문제는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했었다. 김용현은 취임 후에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 등에서 “(계엄령 발령을 위한) 요건이 정해져 있고 요건을 충족하더라도 발령되고 나면 국회에서 해제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돼 있다. 이런 것들이 다 돼 있는데도 불구하고 (야권에서) 계엄, 계엄하시는 것에 대해서 저도 이해가 잘 안된다”고 말했다. 계엄법상 계엄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수 있는 또 다른 직위인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역시 공교롭게 충암고 출신이다. 또 2017년 ‘계엄령 검토 문건’을 작성해 논란을 일으켰던 국군 방첩사령부의 여인형 사령관, 대북 특수정보를 다루는 국군 777사령부의 박종선 사령관 등이 각각 윤 대통령의 충암고 9년, 11년 후배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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