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송년특집 1] 우리도 책을 사랑하는 민족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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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인 성인 10명 중 6명, 1년에 책 한 권 안 읽어”
◼ 책 읽기 1위 미국, 2위 일본, 3위 프랑스, 4위 독일
◼ 노벨상에 관심을 두기 이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 노벨문학상 수여하는 ‘스웨덴 국민독서율 세계1위’

한국이 지난 10월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많은 나라 사람들은 ‘한국인도 독서를 많이 하는 나라’로 여기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 통계 (2017년)에 한국은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1위는 미국 6.6권, 2위는 일본 6.1권이다. 더 부끄러운 이야기가 있다. 당시 연합뉴스는 미국의 문학 평론가 마이틸리 라오 (Mythili Rao)는 지난 2016년 1월 28일자 뉴요커 온라인판에 ‘한국 작가는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는데, 라오는 문학이나 독서를 회피하면서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한국 국민의 문제를 꼬집기도 했다. 한강에게 2024 노벨문학상을 수여한 스웨덴 한림원이 존재하는 스웨덴의 국민 독서율은 세계 1위 수준이다. 결론적으로 한국인은 독서를 하지 않는다는 부끄러운 이야기다. <성진 취재부기자>

미국 굴지의 시사교양지 ‘뉴요커’가 한국 문학의 노벨문학상 수상 가능성을 다룬 마이틸리 라오의 칼럼을 보도한지 한국은 8년만에 노벨문학상에 올랐다. 평론가 라오는 뉴욕 타임 스·퍼블리셔스 위클리 등에 문학 칼럼을 기고하고 있었으며 뉴욕 공영 라디오 방송 에서 ‘테이크 어웨이’라는 대담 프로그램을 제작하고 있었다. 당시 뉴요커 칼럼에서 라오는 ‘한국은 식자율이 98%에 달하고, 연간 4만 권의 책이 출간되는 국가이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명에 불과하다며 국민들 사이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염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8년 전 라오 평론가가 미래의 한국인 노벨문학상 후보로 예상한 인물은 고은 시인이었다. 그는 고은 시인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던 그가 정치, 종교, 자연 등 다양한 시를 썼다고 소개했다. 또 매년 해외 도박 사이트로 부터 유력 후보로 점쳐져 한국은 그를 노벨문학상 수상이 가능한 유일한 작가로 보고있다고 덧붙였다.

라오평론가의 무서운 예언

라오는 동국대 교수인 찰스 몽고메리 교수의 말을 빌려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좋아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고은이 나이 많은 남성 작가이고, 이상을 위해 싸운 정치적 인물이라는 점에서 앞으로 20년 동안 그를 대체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도 곁들였다. 라오는 고은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여기며 호들갑을 떠는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쏟아냈다. 라오는 문학이나 독서를 회피하면서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한국 국민의 문제도 지적됐다. 그는 신경숙과 김영하, 그리고 황선미 작가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해 큰 성공을 거둔 KL 매니지먼트 의 조셉 리의 말을 들었다. 조셉 리는 “한국인들은 문학에 관심이 적다”며 “노벨상에 관심을 두기 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상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칼럼은 한국문학번역원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한국문학 해외진출을 위한 정부의 노력도 중점적으로 다뤘다. 라오는 한국문학번역원은 전문번역가 양성교육기관인 번역아카데미를 운영하고, 작품 전체의 번역을 지원하는 시스템을 갖췄다며 이는 다른 국가와 차별화되는 지원이라고 강조했다. 또 한국 문학번역원은 해외 출판 관계자에게 국내 작가를 소개하고, 보다 원활한 해외 출판을 위해 현지 출판사 건립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는 한국문학을 세계화하려는 노력은 결국 정부의 지원에 달렸다며 노벨문학상 수상 후 에도 이러한 노력을 중단해서는 안 된다고 조언했다. 8년전의 라오 평론가의 조언은 지금 더 귀담아 들어야 한다.

한국문학 세계화와 정부 지원

전세계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나라는 스웨덴이다.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에 따르면, 유럽연합 27개국의 15세 이상을 대상으로 유럽위원회가 조사한 ‘유로바로미터-유럽의 문화활동’ 2013년 보고서에 따르면 스웨덴 국민의 연평균 독서율(1년간 1권이라도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은 90%로 세계 1위다. 그 다음은 네덜란드 86%, 덴마크 82%, 영국 80% 등의 순이다. 공공도서관 이용률도 74%로 역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참고로 같은 해 한국의 독서율은 73%, 공공 도서관 이용률은 32%다. 독서율이란 1년 동안 1권 이상의 책(교과서, 참고서, 수험서, 잡지, 만화를 제외한 일반도서)을 읽은 사람의 비율을 뜻한다. 해당 자료는 OECD의 주도로 시행된 15세 이상 ‘2015년 해외 주요국 독서실태 조사’를 인용했다.

스웨덴이 85.7%라는 1위의 높은 독서율의 비결은 공공도서관과 수준 높은 독서 문화이다. 스웨덴 인구는 1,100만 명이며 한국의 5분의 1 수준이다. 하지만 공공도서관은 약 1,300개(분관 포함)이며, 한국은 약 1,100개가 있다. 대형 쇼핑몰마다 도서관이 입점해 있고 스웨덴 수도인 스톡홀름 지하철역 구내에도 도서관을 만들어 운영한다. 또한 지역에 있는 서점에서는 베스트 셀러보다 점장이 추천하는 책을 따로 전시함으로써 서로 간의 취향을 공유하는 등 폭넓은 독서 문화를 지향하고 있다. 스웨덴의 공공도서관은 만민교육이라는 굳건한 전통에 바탕을 두고 있다. 20세기 초 노조와 정당을 중심으로 민주사회를 이끌어갈 시민 교육 차원의 학습동아리 운동이 크게 일면서 생겨난 작은 도서관들이 전국적인 공공도서관 체계로 발전해 오늘에 이른다.

한 예로 1928년 건립된 스톡홀름 시립도서관은 스웨덴 최초의 공공도서관이자 현대 건축의 걸작물인데, 내부가 원형 서가로 둘러싸인 공간이 인상적이다. 43개의 공공도서관이 있는 수도 스톡 홀름에서 도서관은 지하철 역에서 30분 이내에 있어야 한다는 게 원칙이다. 최근에는 아예 지하철 역 구내에 도서관을 만들기도 한다. 스톡홀름의 외스터 말름스토리 역 안에 2009년 5월 문을 연 스투레도서관은 지하철도서관 3호다. 퇴근길에 들르기 좋고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공공도서관마다 북클럽 운영은 기본이다. 도서관이 장소를 제공하기도 하지만, 집이나 카페 등에서 만나는 책모임이 훨씬 흔할 만큼 일반적 풍속이다. 책 읽는 나라, 스웨덴은 이러한 노력과 전통 덕분에 가능했다. 스웨덴은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 도서관법은 지식의 소통과 자유로운 여론 형성을 통한 민주사회 발전에 도서관이 중요하다는 철학 아래 ‘모든 사람을 위한 공공도서관’을 목표로 내세웠다. 특히 어린이와 청소년의 문해력과 독서를 높이고, 장애인과 외국계 이주민, 사회적 소수자를 위한 서비스를 강화하는게 핵심이다.

도서관은 지하철역에서 30분 거리

예로부터 ‘책은 마음의 양식’이라고 했다. 육체에 필요한 주식이 없으면 피폐해지듯 정신도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지 않으면 빈곤한 정신세계에 갇히고 만다. 즐거움과 함께 우리의 정신에 영양분을 주는 독서야말로 인간이 황폐해지지 않게 하는 마지막 보루일 것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량은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2017년 발표한 OECD 국가별 성인 1인당 월간 독서량은 미국 6.6권, 일본 6.1권, 프랑스 5.9권에 이어 독일, 영국 등이 상위 순위에 랭크되었다. 우리나라는 0.8권으로 세계 최하위권(166위)이다. 이러한 충격적인 통계자료는 우리나라 성인의 독서문화와 청소년 독서교육에 대해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독서는 학교 밖 배움터이다. 진정한 배움은 학교에서 배운 기본적인 지식에 학생 스스로 익히고 배운 학교 밖의 지식이 결합해 이뤄지는 것이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 교육계에서도 독서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독서를 기반으로 하는 논술과 토론 교육이 이뤄지고 있다. 이제 학생들에게 독서는 여유가 생기면 하는 것이 아니라 배움의 한 부분으로서 적극적인 자세로 도전하고 노력하는 공부의 하나로 인식되어야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 빌 게이츠는 “오늘의 나를 만든 것은 마을의 작은 도서관이다. 나에게 소중한 것은 하버드대학의 졸업장보다 독서하는 습관이었다”라고 하였다. 많은 학자들은 바람직 한 인간에게 필요한 능력이 사고력과 인내력이라고 한다. 그것도 창의적 사고력을 중시하고 있다. 책을 많이 읽으면 풍부한 상상력을 소유하게 되며 그것이 곧 창의력의 원천이 된다. 필자가 소속된 삼척교육문화관의 홍보 문구는 ‘책을 보다. 나를 만나다!’이다. 독서의 달 9월에는 보다 많은 시민들이 책을 통해 진솔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볼 성찰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 한 사람이라도 더 책을 접하고 느끼고 상상하고 책과 함께 가을을 맞이하는 성숙의 시간을 갖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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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가 건강에 주는 혜택

스트레스 해소
서섹스대학의 인지심경심리학과 데이비드 루이스(David Lewis) 박사는 스트레스 해소법으로 독서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독서를 통해 6분 정도 책을 읽으면 스트레스가 68% 감소하고, 심박수가 낮아지며 근육의 긴장도 풀렸다고 전했다. 음악 감상은 61%, 커피 타임은 54%, 산책은 42%, 비디오 게임 21%의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었다고 밝혔다.

치매 예방
옥스퍼드대학 신경학의 명예교수인 존 스테인(John Stein)은 “독서는 대뇌의 운동”이라고 말했다. 독서는 뇌 속의 다양한 부분을 자극하기 때문에 알츠하이머를 예방하는 효과도 있다. 특히 독서에 의해 대뇌가 자극을 받으면 알츠하이머의 원인 중 하나인 베타 아밀로이드 생성이 억제된다.

우울증 개선 효과
독서는 우울증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독서는 ‘독서요법 치료’라고 부르는 인지행동치료의 일종으로 이용되고 있으며, 가벼운 우울증을 겪고 있는 환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미국 병원과 도서관 협회에서도 1941년부터 독서치료에 대해 신경증을 치료하기 위해 책을 읽는 것 이 라고 정의하고 있다.

공감 능력 향상
보건전문가들은 환자의 질병만 치료하지 않는다. 신체적, 심리적으로 병이 든 환자들을 이해하기 위해서 가장 필요한 공감 능력이 독서 활동을 통해 향상될 수 있다는 연구가 있다. 캐나다 요크대학의 심리학자 레이몬드 마르(Raymond Mar)의 연구에 따르면 책을 잘 읽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높고 자신과 다른 의견이나 신념을 관대히 받아들일 수 있다고 한다. 그에 따르면 특히 소설을 즐겨 읽는 사람의 공감 능력이 높았다.

어휘력 향상
보건전문가들에게 어휘력은 논문 작성, 환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큰 영향을 미친다. 전문용어를 논리적으로 풀어내 이해하기 쉽도록 쓸 수 있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된다. 어휘력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 것이 좋다.

폭넓은 지식 습득
독서의 가장 큰 효과는 다양한 지식과 생각을 경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적인 성장을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직접 체험하면서 몸소 깨닫는 것이 가장 좋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한 권의 책속에는 다양한 저자들의 생각이 담겨져 있다. 우리는 책을 통해 몰라서, 멀어서, 혹은 생존해 있지 못해 만나지 못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고, 발전하는 기술로 생겨나는 새로운 정보들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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