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시대134] 윤석열 파면의 변수 정형식 헌법재판관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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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지 삼성 봐주기 판결시리즈에 등장했던 판사가 바로 정형식
◼ 무난한 판결과 달리, 자기 이익과 권력 봐주기 판결로 유명해
◼ 태극기 부대가 미는 정치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친인척 지간
◼ 현재 헌재 시스템 상 鄭 만 기각해도 윤석열이 대통령직 수행

<선데이저널>은 지난 2018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과정에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판결들을 보도하면서 당시 정형식 대법관의 황당 판결문을 수차례에 걸쳐 해부했다. 당시 정형식 대법관은 노골적으로 이재용 회장에 대한 봐주기 판결을 하면서 그에게 면죄부를 줬다. 이 회장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높은 상황에서도 여론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놓고 이재용의 편을 들었다. 시간이 6년 흘러 그는 헌법재판관이 됐으며, 그를 헌법재판관으로 지명한 사람은 바로 윤석열이다. 그런데 그런 그가 이번 윤석열 탄핵심판의 주심으로 선정됐다. 현재 재판관이 6인 밖에 없는 상황에서 6명 모두가 파면을 결정하지 않으면 윤석열은 대통령직에 복귀한다. 그런 의미에서 정형식 재판관의 변수는 생각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그가 단순히 보수 성향에다 윤석열의 지명을 받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그가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는 막가파식 판결을 해 온 사람이라는 점이다. 게다가 그는 태극기 부대의 대표적 정치인인 김진태 강원도지사와 친인척 관계다. 따라서 국회가 헌법재판관을 3명 임명해서 9인 체제로 판결을 내리는 것이 급선무다. 그렇다 하더라도 주심이 재판 절차를 지연시킬 가능성도 작지 않다. 여전히 20%의 인사들이 윤석열의 파면을 반대하고 비상계엄을 지지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그의 돌발 판결은 마지막 걸림돌이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보수 성향 정형식 헌법재판관이 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 주심 재판관으로 지정된 데 대한 우려가 이어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 재판관은 고법 부장판사 출신의 정통 법관으로 분류한다. 본인 성향보다는 법리와 증거에 기초해 판결을 내리는 훈련이 돼 있는 법관이며 수십 년 법관 생활을 일탈 없이 해온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하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본지가 2018년 삼성 이재용에 대한 판결문을 시리즈로 분석한 바 있는데 당시 그에게 무죄를 준 정형식의 논리는 일탈 그 자체였다.

이재용 막가파식 봐주기 판결

2008년 대법원은 이른바 삼성에버랜드 사건과 삼성 SDS 사건을 심리했다. 삼성그룹의 3세 승계작업을 위해 삼성그룹 임원들이 관리자의 임무를 저버리고 회사에 손실을 입혔다고 기소된 사건이다. 검찰은 삼성그룹 오너 일가는 제외한 채 경영진만 기소했으나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 이후 조준웅 특별검사가 이건희 회장을 기소했다. 두 사건 모두 삼성그룹을 순환지배 할 수 있는 주식을 이재용 부회장 등에게 헐값에 넘긴 혐의다. 2009년 대법원은 에버랜드 사건을 무죄로, SDS사건을 유죄로 결론 내렸다.그런데 두 사건 모두 무죄라는 별개 의견을 주장한 사람이 있었다. 한 사람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었고 다른 한 사람이 바로 정형식 헌법재판관이다. 두 사람은 “아무리 헐값에 주식을 넘겼다고 해도 얼마라도 회사에 돈이 들어왔는데 어떻게 배임이 되느냐”고 했다.

게다가 이재용 회장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해 그를 풀어준 고법 담당 재판부서였던 형사 13부는 이재용 재판 1심이 주어질 그 무렵에 신설된 부서였고 이 부서를 만든 이가 바로 양 전 대법원장이었다. 양 전 대법원장은 이재용 재판을 이 부서에 배당하고 여기에 정형식 재판관을 임명했다. 정형식 재판부는 ‘최지성- 장충기’ 사장에게도 징역 4년에서 징역 2년에 집유 3년이 선고돼, 이 사건으로 구속 중이던 3명 모두 교도소를 유유히 빠져나가 집으로 향했다. 또 1심에서 37억여 원의 추징금이 부과됐지만, 2심에서는 추징금 부과가 없었다. 이 회장이 집행유예 판결을 받은 것에 대해서는 이 회장 자신도 예상치 못할 정도로 파격이란 말이 법조계에서 많았다.

당시 2심 판결의 요지는 ‘박근혜-최순실’은 가해자이며, 이재용은 피해자라는 것이며 ‘경영권 승계 작업’이라는 현안은 존재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이재용의 승마지원과 관련한 36억 원의 뇌물공여는 인정함으로써, 그 대가성은 도대체 무엇인지 자체모순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뇌물은 대가성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이때 본지가 항소심 판결문을 검토한 결과, 어떤 대가에 따라 뇌물죄가 성립되는지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아 논란의 소지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항소심판결은 무죄의 길을 열어준 판결이 아니냐는 의혹을 지울 수 없다. 대가성이 없으면 뇌물죄가 성립되지 않으며, 판결로 봐서는 이 회장이 사실상 재산을 강탈당한 단순 피해자나 다름없어서 대법원의 무죄선고가 가능한 것이다. 특히 항고심 재판부는 이 회장이 박근혜-최순실의 적극적 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한 점을 참작, 형을 감면한 것으로 밝혀졌다. 재판부는 원심을 파기하고 다시 쓴 판결문에서 ‘박 전 대통령이 삼성후계자인 이재용 부회장에게 승마지원을 요청해달라는 최순실의 요청을 수락, 두 사람이 이재용에게 요구해 뇌물을 수수하기로 공모했다’고 밝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순실의 공모를 인정했고, 공무원이 아닌 최순실의 뇌물수수가 인정되려면 최순실의 이익이 박 전 대통령의 이익임이 인정돼야 하는데, 재판부는 두 사람이 경제공동체인 점도 인정한 것이다. 이처럼 재판부는 뇌물죄는 성립된다고 밝히면서도 정작 어떤 대가성이 있었는지는 밝히지 못하는 오류를 범한 것이다.

정형식 때문에 청와대 게시판 불나

그렇다면 당시 정형식 재판관이 쓴 판결문처럼 이재용 회장은 아무런 대가성이 없이 이 일을 했을까? 이는 시간이 지나서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과 관련, 자신이 많은 주식을 가진 제일물산 주식을 가능한 1주라도 많은 삼성물산 주식과 맞바꾸려 했다. 그래서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장관, 홍완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장이 청와대 비서실에 보고를 해가면서, 가능한 이부회장이 한주라도 삼성물산 주식을 많이 가질 수 있도록 온갖 압력을 행사했던 것이다. 그래서 이재용은 결국 자신이 원하는 비율대로 제일모직 주식과 삼성물산 주식을 바꿀 수 있었고 경영권 강화는 물론 경제적 이득도 얻었던 것이다.

국민들로부터 연금관리를 위탁받은 국민연금은 삼성물산의 대주주임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손실을 초래하면서까지 이 부회장편을 들었다. 그래서 문형표, 홍완선 두 사람에게는 1심에서도 징역 2년6월 실형, 2심에서도 단 하루도 감형되지 않은 징역 2년 6월 실형이 선고된 것이다. 눈에 보이는 이 같은 명백한 이익, 나아가서는 경영권승계와 강화를 더욱 촉진시키는 명백한 대가성이 있었기에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영재센터, 승마지원 등에 나섰던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삼성이 제공하는 뇌물에 대해 박근혜 정권은 삼성물산합병과 경영권강화라는 댓가를 제공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항소심재판부는 대부분의 뇌물혐의를 무죄로 판결하고, 일부 무죄로 판결한 뇌물에 대해서는 대가성을 명시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이재용 부회장이 일방적으로 강탈당한 것처럼 판결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게시판에 정형식 부장판사에 대한 감사 청원 내용에 불이 날 정도였다.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진 2월 5일 시작된 국민청원은 사흘 만인 8일 동의 20만 건을 돌파했다. 청원에 동의한 숫자가 20만을 넘으면 청와대 참모인 부처 장관이 이에 대답해야 한다. 청와대는 개별 판사에 대한 징계를 할 권한이 청와대에 없다는 답변을 남기며 일단락됐지만, 정 부장판사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를 엿볼 수 있는 해프닝이었다.

뼛속까지 보수 성향 법관

이처럼 정형식 재판관은 뼛속까지 보수적 성향의 법관이었고 철저하게 일탈에 가까운 판결을 내린 인물이었다. 그를 둘러싼 주변 인물도 철저하게 보수적 아니 극우에 가깝다. 최근 윤석열이 임명한 박선영 진실 ‧ 화해를 위한 과거사 정리위원장의 제부(여동생의 남편)이기도 하다. 박 위원장의 배우자인 민일영 전 대법관과는 동서 사이다. 태극기 부대가 밀었던 대표 정치인인 김진태 강원도지사 역시 그와 친인척 관계다. 한명숙 전 총리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에서 무죄를 선고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2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당시 판결도 논란이 많았다. 정황만 가지고 유죄를 판단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정형식 재판관 혼자만으로 재판의 속도 등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정형식 재판관이 과거 삼성의 사례처럼 여론의 눈치를 보지 않고 멋대로 판결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일단 헌법재판소는 오는 27일을 윤석열 탄핵심판 사건의 첫 변론 준비 기일로 정하면서 최종 판단에 영향을 끼칠 재판관 수와 각자의 성향에 관심이 집중된다. 탄핵안이 헌재에서 인용되려면 최소 6명 이상 찬성이 필요해 재판관 수에 따라 탄핵 인용 여부가 갈릴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헌법재판소법 23조에 따르면 탄핵심판은 헌법재판관 9명 중 7명 이상이 출석해야 심리를 열 수 있다. 탄핵소추 인용은 6명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하지만 앞서 퇴임한 이종석 헌재 소장 등 헌법재판관 3명의 자리가 공석이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이 이뤄지게 됐고, 만약 이대로 탄핵심판이 진행된다면 재판관 6명 전원이 찬성해야만 탄핵이 결정된다. 1명이라도 반대하면 탄핵소추는 기각된다. 6명 중 찬반이 5 대 1이나 4 대 2, 3 대 3으로 나뉠 때는 뒤이어 선임되는 재판관의 의견에 따라 탄핵 여부가 바뀐다. 9명이라면 3명이 반대해도 탄핵소추는 인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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