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李 경기도지사 시절 처음 만나 지금도 배후에서 막강 입김
◼ 삼성그룹 법무 좌지우지 하더니 어느새 이재명에 빈대붙어
◼ 검사들 “최재경은 무슨 재주로 매 정권과 잘 지내나? 의문
◼ 검찰 개혁한다던 이재명, 최재경 업고 거짓 개혁 부르짖어
최근 더불어민주당 핵심부에서 이재명 대표를 검사장 출신이자 검찰 특수통 칼잡이로 불리던 최재경 변호사가 돕고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신뢰할 만한 본국 정치권 소식통에 따르면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를 방어하기 위해 최 변호사를 비롯해 고검장 출신인 양부남 의원과 이성윤 의원 등이 전략을 짜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와 최 변호사의 연결 고리는 전주 출신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대장동 게이트 김만배 등이 거론되고 있다. 반대급부는 50억 클럽으로 불리는 검찰 출신 전관들의 비위에 대해 민주당도 더 토를 달지 않는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다. 아직 본격적인 대선국면이 아니기 때문에 최 변호사가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또한 항상 ‘그림자 실세’로 통하는 최 변호사이기에 구체적으로 직함을 달지 여부도 미지수지만 그가 이재명 대표와 연결되고 있다는 내부의 전언만으로도 가히 엽기적이라하지 않을 수 없다. 최재경은 누구인가? 검찰 특수통으로 오랜 기간 검사 신분으로 호가호위 했으며, 박근혜 정부 마지막 민정수석에, 변호사 개업 후에는 이종왕(작고)의 뒤를 이어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최측근으로 사실상 삼성그룹 법무팀의 그림자 실세로 통한 인물이다. 검찰 개혁과 재벌 개혁을 기대하는 이 대표가 다른 사람도 아닌 최 변호사와 손을 잡았다면 그야말로 정권을 잡기 위한 야합에 불과할 수 밖에 없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최재경 변호사와 가장 가까운 인물은 채동욱 전 검찰총장이 꼽힌다. 채 전 총장이 혼외자 의혹으로 낙마한 후 칩거하며 그림을 그릴 때 최 변호사가 한 주에 한 번 채 전 총장을 찾아갔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각에서는 같은 특수통인 윤석열이 채동욱 전 총장과 가장 가깝다는 소문이 있지만 실제로 채 전 총장은 윤석열보다는 대구출신인 최재경 변호사를 비롯해 전북 지역 민주당 출신 의원들과 가까운 것으로 전해진다. 이외에도 최 변호사가 이미 오래 전 대장동 게이트 김만배를 통해서 이재명 대표를 만났다는 것은 본국 언론을 통해서도 보도된 바 있다.
대장동 게이트의 핵심인물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은 2023년 11월 공판에 출석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경기지사 재직 시절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을 때 최재경 전 민정수석이 변호사를 소개했다”고 법정에서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당시 이 대표의 법적 대응을 위한 텔레그램 ‘법조방’이 있었는데, 이 법조방에 최 전 수석의 소개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변호한 A변호사도 있었다고 했다. 그는 “정진상 전 민주당 대표실 정무조정실장이 공직선거법 위반 재판에 ‘검찰 출신 변호인’이 필요하다면서 최 전 수석에게 연락해 보라고 했다”며 “최 전 수석이 A변호사를 소개해줬고, 경기지사 본관에서 이 대표와 저, A변호사가 저녁자리를 함께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저녁자리 후에 최 전 수석이 (A 변호사가) 어떻냐고 연락이 와서 이 대표에게 ‘어떻게 할 거냐’고 물었는데, 이 대표는 ‘나는 있으면 좋은데 돈이 없잖아’라고 했다”고 했다. 이어 “그 후 최 전 수석과 통화를 해 ‘비용은 걱정하지 말라’는 대답을 듣고 이를 이 대표나 정 전 실장에게 전달했고, A변호사가 변호인단에 들어왔다”고 했다. 유 전 본부장은 지난 5월 재판에서 최 전 수석을 대장동 민간업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소개받았다고 진술한 바 있다. 유 전 본부장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된 두 사람의 관계는 최근 민주당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다.
최재경은 서면조사만 받아
이 대표가 최 변호사를 찾은 이유는 자신에 대한 검찰 수사와 관련이 있다. 대장동 및 백현동 게이트를 비롯해 각종 사건으로 윤석열 정권과 검찰의 타깃이 되면서 조력자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특히 현재 이 대표를 돕는 민주당의 검찰 출신 정치인들은 대부분 지역적으로 편향되어 있기 때문에 윤석열 정권 검찰과 가깝지 않다는 어려움이 있었다. 이 때문에 검찰 특수통과 연결고리가 필요했는데, 하필 손을 내민 것이 최재경 변호사였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최근 계엄과 탄핵 국면에서 이재명 대표의 대통령 당선이 유력해지면서 최 변호사의 입김이 사법리스크를 너머 미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이재명 대표와 민주당이 대장동 게이트의 또 다른 핵심 줄기인 50억 클럽에 대한 검찰 수사에 더 이상 문제제기를 하지 않는 이유도 이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검찰은 대장동 게이트 의혹이 불거진 이후 오랜 기간 이재명 대표에 대해서만 수사를 하다 언론 등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50억 클럽 의혹에 대해 뒤늦게 수사에 나섰다. 대장동 업자 김만배로부터 50억을 받았다는 권력자들의 명단인 50억 클럽에는 ▶박영수 전 중수부장 ▶권순일 전 대법관 ▶김수남 전 검찰총장 ▶홍선근 머니투데이 회장 ▶최재경 변호사 등 5명이 거론됐다. 이 중 검찰은 수사 착수 3년 만에 권 전 대법관을 변호사법 위반 혐의로, 홍 회장을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한 바 있으며, 박영수 전 중수부장에게는 12년을 구형했다. 이들을 기소하면서 검찰은 지난해 8월 김수남 전 총장과 최재경 변호사 등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한다는 말만 남겼다. 검찰은 이들에 대해서 서면조사만 한 것으로 전해지고 그 후로 수사는 흐지부지 되고 말았다. 검찰 출신 전관들에 대한 봐주기가 명백함에도 민주당은 별다른 문제제기를 하지 않았다.
사실 최재경 변호사와 관련된 대장동 의혹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상당히 구체적이고 심지어 재판에서도 이름이 거론된 바 있다. 박영수 전 중수부장 관련 재판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최재경 변호사의 이름이 남욱 변호사에 의해 거론됐다. 박 전 중수부장의 영향력 행사로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우리은행 참여가 확실시됐는데, 이때 두 사람(이 대표와 최 전 수석)이 “부국증권은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김만배 씨가 말하는 걸 남 변호사가 들었다는 증언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최 변호사가 이 배경에는 최 변호사와 이 대표와의 인연이 작용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도 최 변호사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 문재인 정부, 윤석열 정부 등 네 정권을 지내면서도 검찰 관계자들과 잘 지내는 것에 의구심을 나타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만약 그가 이 대표와도 잘 지내고 있다면 그의 카멜레온적 습성이 이를 설명한다고 밖에 보기 힘들다.
삼성에 붙었던 최재경→이재명에?
최재경 변호사는 비단 정치권 및 검찰과만 잘 지내는 것이 아니다. 최 변호사는 최근까지 삼성그룹 이재용 회장의 배후에서 역할을 한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에서 이재용 회장에게 조언을 할 수 있는 인물은 정현호 사장과 최재경 변호사 두 명 정도가 꼽힌다. 최 변호사는 과거 삼성그룹 이건희 회장의 최측근이었던 이종왕 법무실장 역할을 지금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최 변호사는 공식적으로 삼성그룹 준법감시위원회에 참여하지 않고 있지만 준감위 구성 과정에서 여러 법조계 인사들을 추천한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준감위는 준감위원 6명과 그 밑에 수십 명의 변호사, 회계사 등이 일하고 있다. 특히 감시기구인 만큼 변호사들의 비중이 월등히 높은데, 이 변호사들을 꾸리는 데 있어서 최재경 변호사가 보이지 않는 손으로서 막강한 힘을 발휘하고 있다고 한다.
이재명 대표가 최재경 변호사와 손을 잡은 것은 스스로 검찰 개혁의 명분을 걷어차는 것이 다름없다. 최 변호사는 검사로서의 기득권을 가장 오랜 기간 누렸던 인물이다. 그는 2005년 대검 중앙수사부의 삼성 수사 당시 주임검사 역할을 했던 인물로 삼성에게 면죄부를 줬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그는 200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조성된 800억 원대 삼성 채권의 사용처를 수사해 온 대검 중수부는 2005년 삼성 채권이 노무현 캠프와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 흘러들어간 사실 등을 추가로 밝히고 수사를 마무리 지었다. 검찰은 삼성 채권의 총규모를 837억 원으로 결론을 내렸으며, 수사 과정에서는 퇴직 임원들에게 20여억 원의 채권이 전달되고 이들이 증여세를 내지 않은 사실도 확인했다.
검찰은 그러나 “삼성에 공이 많고 우리나라 경제발전에도 기여한 사람들에게 준 격려금이니 그냥 넘어가자”고 애써 사건을 감쌌다. 여기에 최재경 변호사는 검사 재직시절부터 삼성 장학생이란 비판을 받았던 인물이다.
최 변호사의 부인 황모 씨는 약사인데, 2002년 삼성엔지니어링 사옥 준공 때부터 점포를 임대해서 약국을 운영했다. 사옥 맞은편에 타워팰리스가 있고, 당시는 입주가 시작될 때였다. 최 변호사가 대검 중수부장이던 2012년, 이런 사실이 국회에서 논란이 됐다. 서기호 당시 정의당 의원 등이 이 문제를 거론했었다. 고위 검사 가족에게 삼성이 베푼 특혜라는 것이다. 당시 최 변호사는 공직자 재산 신고 내역에는 없었던 타워팰리스에 주소지를 뒀던 사실도 드러났다. 타워팰리스 역시 삼성이 시공 및 분양을 했다. 고위층에 대한 특혜 분양 의혹이 불거졌었다.
그는 가장 정치권을 잘 아는 검사이기도 하다. 힘이 있는 정치권력과 손잡다가도 힘이 빠지면 내치는 스타일로 유명하다. 2007년 이명박 당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연루된 도곡동 땅 차명보유와 BBK 사건을 무혐의 처리하여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다. 노무현 정부가 끝난 2008년에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형인 노건평과 박연차 前 태광실업 회장을 구속기소했고(통칭 ‘박연차 게이트’), 제18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노무현 前 대통령의 딸인 노정연의 미국 아파트 구입 의혹에 대한 수사를 했다.
이명박 정부가 힘이 빠진 말기에는 이상득 前 의원, 최시중 前 방통위 위원장, 박영준 前 차관 등 이명박 정부 때 실세로 통했던 이들을 금품수수 비리로 구속기소했으나, 이들이 받은 돈을 불법 대선자금으로 썼다는 의혹이 있었음에도 이에 대해서는 수사하지 않아 사건을 축소 수사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현재 이재명 대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차기 대통령 후보 중 가장 유력한 주자다. 그는 윤석열 정부 검찰에 의해서 조리돌림을 당했다. 누구보다 검찰 개혁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인물이다. 그런 그가 검찰 기득권자인 최재경 변호사와 손잡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대통령 병에 눈이 뒤집혔다 해도 정치의 기본적인 도리가 있는 법이거늘 이재명과 최재경이 한배를 탔다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모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