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산불이 1만 7채가 넘는 건물을 집어 삼킨 가운데서 아주 소수의 건물이 살아남은 비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A산불에서 살아남은 주택을 건축한 설계자는 ‘운’도 중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건설 자재와 설계도 중요하 건물 연식도 내화성 지표로 건설했기에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같은 주택을 건설한 설계자들은 “최근 지어진 집일수록 안전 기준 높지만 옛 설계에서 배울 점도 있다.”며 ‘구관이 명관’이라고 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내년부터 치뤄질 월드컵, 슈퍼볼, 올림픽 등 3대 이벤트를 치를 수있는 재정적 능력이 있는지 대단한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 화재 예방 염두에 두고 신축 “말짱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지난 1월 13일자에서 LA산불 속에서 주변 건물은 모두 타 없어졌는데도 몇몇 건물들이 멀쩡히 남아있을 수 있었던 비결을 소개했다. 이번 LA산불 재난에서 가장 심각한 피해를 입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에 들어선 한 주택은 주변 건물이 모두 불탄 가운데에서도 거의 아무런 피해도 입지 않고 남아 있었다. 지난해 여름 그레그 체이슨이 설계하고 지은 주택에 대하여 설계자 체이슨은 ‘운’을 가장 큰 요소라고 봤다. 그러나 운 뿐만 아니라 화재를 견딜 수 있는 설계 전략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이 집은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울타리가 둘러싸고 있었으며 마당에는 식물이 거의 없는 드문드문한 지중해 사막 스타일의 조경이 갖춰져 있었다. 이 집에는 처마나 돌출부, 금속 지붕으로 불똥이 튈 수 있는 다락 통풍구가 없다. 대신 내화성 밑받침이 깔려 있다.
지붕도 여러 개의 지붕선, 지붕창 등 화재 발생 시 취약한 교차점이 없는 전면 박공널형이다. 집의 벽은 1시간 ‘내화 등급’이다. 집의 전면은 열처리된 목재로 지어졌고 돌출된 벽과 지붕 선으로 인해 불똥과 불씨가 튀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집의 데크는 A급 목재로 만들어 졌다. 이 목재는 콘크리트나 철강만큼 발화 저항성이 있다. 집주인도 과거 산불을 경험해 봤기 때문에 집 주변에서 쓰레기통 등의 물건들을 치웠고 울타리를 따라 불이 번질 수 있기 때문에 옆 문도 열어 뒀다. 이러한 집의 ‘단순함’은 워싱턴주 시애틀 건축 스튜디오인 ‘라치랩’(Larch Lab) 설립자이자 대표인 마이클 엘리아슨이 주목한 요소다. 그는 기후 변화 시대에 맞게 초에너지 효율 주택을 짓기 위한 ‘패시브 하우스’(Passive House) 분야 권위자다. 패시브 하우스는 고효율 자재를 사용해 밀폐된 외피로 지어져 난방·냉방에 필요한 에너지를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또 3중 유리창이나 진공 단열재가 있는 창문 등의 기능은 연기를 막는 데 도움이 된다.
◦… 설계자 체이슨 ‘운’을 가장 큰 요소라고 봤다
엘리아슨은 당시 캘리포니아 역사상 최악의 산불이었던 2018년 캠프파이어 전까지 산불 예방을 감안해 집을 설계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패시브 하우스가 일반 건축 물보다 30~50% 더 비싸다는 주장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며 “다세대 건물 이라면 약 1~5% 더, 단일 세대 건물이라면 좀 더 비쌀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체이슨은 퍼시픽 팰리세이즈 주택이 패시브 하우스와 공통점이 있지만 패시브 하우 스 표준에 따라 지어진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패시브 하우스의 팬이라면서도 캘리포니아처럼 온화한 기후인 지역에서는 패시브 하우스만큼의 에너지 효율성이 필요 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건물의 연식도 산불에 얼마나 잘 견딜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말리부에서 40년간 집을 지어온 설계사이자 체이슨의 장인인 클라이브 도슨은 퍼시픽 팰리세이즈의 일부 주택은 지어진 지 90년이 넘었다며 최근 지어진 집일수록 더 높은 안전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슨은 말리부를 운전하면서 산불에서 살아남은 주택 5곳을 봤다며 이 중 3개가 자신이 지은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장 최근 기준에 따라 지어진 집 중 탄 것이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과거로부터 배운 점은 지금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도슨이 1980년대 지은 집은 2018년 울시 산불 당시 마을에서 유일하게 살아남았다. 금속 지붕과 처마 등 집 외관 자재들과 집의 방향은 지붕 안에서 불이 타는 것을 막았다. 도슨은 “불이 어디서 오는지 보통 안다”며 “이는 차이를 만들기 때문에 설계에서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집 설계와 관련된 규제를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북미 건설 센터의 스티븐 제이콥 스미스 센터장은 이런 변화를 도입하는 것이 주택 값을 더 올려 다른 위기를 낳을 수 있다 고 경고했다. 따라서 관건은 이미 높은 건설 비용을 높이지 않으면서 더 탄력적으로 집을 짓는 것이다. 체이슨은 1920년대부터 1950년대에 지어진 퍼시픽 팰리세이즈 건물들이 강렬한 화재나 기후를 견딜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며 “건축에 대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보고 있다”고 말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불이 어디서 오는지 보통 안다”고 예언한 분을 화재예방위원장에 임명하자)
◦… ‘내 집도 불 탄 줄 알았는데’… “기적의 집” 탄생
동시 다발적으로 벌어진 LA산불 중 하나였던 펠리세이즈 산불이 해안가 말리부를 덮치 면서 해안선을 따라 늘어선 주택들이 거의 모두 불에 타버렸다. 이웃 주택들은 무너지거나 골조만 남은 가운데 외관이 멀쩡하게 남아있던 하얀 3층 집 한 채가 고스란히 살아 남아 있었다. 이 집주인 스타이너 씨는 “산불 소식을 접한 직후엔 집을 잃은 줄 알았지만 뉴스를 통해 산불 피해 잔해들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자신의 집이 화제가 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의 주택이 불타지 않은 것은 콘크리트를 활용한 방진 설계 덕분이라고 말했다. 뉴욕포스트는 지난 1월 12일자에서 말리부 산불 피해 속에서도 유일하게 온전히 살아 남은 주택을 ‘기적의 집’을 소개했다. 이에 따르면, 이웃 주택들은 무너지거나 골조만 남았지만 ‘기적의 집’만큼은 멀쩡한 상태를 유지했다.
실제로 공개된 사진에는 흰색 외관의 3층짜리 건물이 불타거나 무너진 흔적 없이 꼿꼿이 서 있는 모습이 담겼다. 이 주택의 주인은 변호사이자 폐기물 관리업체 ‘웨이스트 매니지먼트’의 전 최고경영자 (CEO)인 데이비드 스타이너(64)였다. 뉴욕포스트는 이 주택이 약 900만 달러(한화 약 132억원) 짜리라고 보도했다. 산불 당시 스타이너는 집 안에 없었으며, 말리부가 화염으로 뒤덮인 영상을 지인에게서 전해 받고는 자기 집도 불에 탔을 거로 생각했다. 그는 “아무것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 같았다”며 “내 집도 잃었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집이 멀쩡하다는 사실은 언론 보도를 통해 알게 됐다고 한다. 지인들이 연기가 자욱한 잔해 가운데 등대처럼 우뚝 서 있는 스타이너 집을 보고 “당신 집이 뉴스에 나왔다”며 연락해 온 것이다.
슈타이너는 “아내가 오늘 아침에 ‘마지막까지 남은 집’이라고 적힌 메시지를 보내 줬다”며 “힘든 순간이었는데, 이걸 보고 웃을 수 있었다”고 했다. 스타이너는 집이 대형 산불을 버틸 수 있던 이유로 견고한 방화 설계를 꼽았다. 스타이너는 집을 지을 당시 외벽 마감재로 석회, 시멘트, 모래, 물을 혼합하여 만든 스투코(stucco)를 선택했다고 한다. 스투코는 불연성 재료로 만들어져 방화 기능은 물론 단열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방화 지붕을 사용하고, 강한 파도에도 견디도록 암반 속 15m 깊이의 기반도 구축했다고 스타이너는 설명했다. 그는 “처음부터 산불을 염두에 두고 집을 지었다”며 “고급 방화 재료를 사용했고, 주변 식물도 불에 잘 타지 않는 종류를 심었다”고 했다. 스타이너는 산불 진화에 나선 소방관들의 역할도 컸다고 말했다. 그는 “소방관들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집을 지켜줬다”며 “그들의 헌신에 깊이 감사한다”고 했다. 이어 “저는 약간 의 피해를 봤지만, 다른 사람들은 집을 잃었다. 결코 행복한 시간이 아니다”라며 “집을 잃은 사람들에게 위로를 표한다”고 했다.
(산불을 예상하고 안전한 집을 건설한 분을 국회로 보냅시다)
◦… 연속 산불에 나타난 ‘불기둥’에 화들짝
이번 LA에서 동시 다발한 산불이 며칠째 계속되는 가운데, 보기 드문 ‘불 토네이도’까지 발생해 사람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 1월11일 미국 폭스웨더 등에 따르면, 전날 밤 LA 서부 해변의 부촌 퍼시픽 팰리 세이즈에서 발생한 ‘팰리세이즈 산불’ 현장에서 ‘파이어네이도(firenado)’라고 불리는 불기둥 소용돌이가 목격됐다. ‘파이어네이도’는 불(fire)과 토네이도(tornado)를 합친 말이다. ‘불 소용돌이’ 또는 ‘악마의 소용돌이’라고도 불린다. 기상학자 다니 루베르티는 “파이어네이도는 상당히 드문 현상” 이라며 “극단적으로 큰 화재가 일어났을 경우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큰 화재로 뜨거워진 공기와 가스가 강하게 상승하면서 주변의 공기를 빨아들인다. 이때 연기와 잔해, 심지어 불까지 함께 빨아들이면서 회전하는 소용돌이를 만들어낸다.
한편 LA 산불로 당장 내년으로 다가온 2026 월드컵 LA 경기와 2028 LA 올림픽에 대한 우려 가 높아지고 있다. 반면, 경제 손실을 타개하기 위해, 무조건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 지만 행사 운영이 가능하겠는가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한다. 따라서 2026년부터 2028년까지 3년 동안에 걸쳐 세계적인 이벤트 3개가 잇따라서 LA에서 열리게 된다.
짐 조던 연방하원의원 등 공화당 강경파들은 LA가 그런 중요한 이벤트들을 해낼 능력이 없다며 2028 올림픽 개최지를 다른 도시로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Newsmax의 롭 피니티 진행자는 과연 LA가 이렇게 중요한 월드컵, 슈퍼볼, 올림픽 등 3대 이벤트를 치를 수있는 재정적 능력이 있는지 대단한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 했다. 이번 산불 사태로 인해 피해 복구 작업에 엄청난 많은 자금을 쏟아부어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2028 올림픽을 개최할 여력이 LA에 있는지 여부에 대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LA 시는 올림픽 개최에 따른 막대한 수익을 올릴 수있다. 그렇지만 그런 수익을 올리 기 위해서는 우선은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러야 가능한데 Independent 지는 1,500만여 명 방문객들을 유치하기 위해 대략 70억달러 정도 자금을 모금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마이크 보닌 전 LA 시의원은 NY Times와 인터뷰에서 LA 시가 2028 올림픽을 개최할 수 있을지에 회의가 든다고 말했다. 대형 산불 피해를 입은 LA 시가 월드컵, 슈퍼볼, 올림픽을 3년 연속으로 치러야 하는 상황을 맞는 것 자체가 악몽이라고 마이크 보닌 전 시의원은 지적했다.
(한국 속담에 “불탄 자리에 북이 온다”고 했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