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만의 시대 141] 하와이가 부정선거 음모론의 본산으로 떠오른 이유의 실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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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놀룰루 이승만 국부(國父)론 주장한 하와이 보수 세력들과 겹쳐
◼ 이서영 총영사부임 후 이승만 국부론 비롯, 한인사회 우경화 심화
◼ 지난해 5월에는 12·3 계엄사령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관저 초청
◼ 애니 챈은 하와이 부동산 대부호…한미 정관계 군 인사들과 친분
◼ 막대한 자금력 바탕으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속적인 전방위로비
◼ 이총영사 부임 후 애니 챈과 잦은 만남…부정선거음모론 배후의혹
◼ 부임 전에는 윤석열 만난 적도 없어…추천인도 아직 베일에 싸여

부정선거 망령이 본국 정치판을 휩쓸고 있는 가운데, 최근 본국 한국일보가 부정선거 음모론의 배후에 애니 챈이라는 (Annie M.H. Chan·한국명 김명혜) 여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의 핵심은 그가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한·미 보수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부정선거론을 확산하는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애니 챈이 윤석열 부부를 수 차례 만났으며, 한국 정치권 인사들도 계속 접촉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애니 챈이 부정선거의 대모(大母)로 불리는 것은 맞지만 애니 챈만으로 이것을 설명하는 것은 반쪽만 이해하는 것에 불과하다. 다른 한 편을 이해하려면 하와이 호놀룰루 이서영 총영사를 중심으로 군(軍) 출신 인사들의 세력을 알아야 한다. 애니 첸이 하와이에 거점을 두고 보수 진영과 관계를 맺어온 것은 맞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 부정선거 망상에 빠져 계엄까지 선포한 데에는 육군사관학교 장성 출신 이서영 주하와이총영사 부임 이후 하와이 지역의 ‘이승만 건국대통령’ 주장 세력이 힘이 모인 것과 흐름을 같이 한다. 지난해 하와이 호놀룰루 총영사관은 이서영 총영사와 이번 계엄사령관으로 임명됐단 박안수 대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버젓이 올려놓는 등 여러가지 측면에서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계엄 세력과 맞닿아 있다. 하와이가 부정선거의 총본산으로 떠오르게 된 전말을 선데이저널이 단독으로 심층 취재했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12·3 비상계엄 과정에서 드러난 것은 두 가지. 하나는 윤석열이 부정선거 음모론에 심취해 있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을 비롯한 군 일부 세력이 여기에 동조해서 계엄을 사전에 모의해왔다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따라 올라가보면 한 곳에서 만나는데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과 군 일부 세력은 모두 이승만 대통령 국부론을 주장해온 세력이란 점이다.

이승만 대통령 국부론은 사실상 하와이가 본산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이승만 전 대통령은 하와이에서 살다가 한국으로 건너갔고, 말년에 하야한 후 하와이에 와서 숨을 거뒀다. 여전히 하와이 곳곳에 이 전 대통령 관련 흔적들이 남아있다. 그래서인지 일부 하와이 한인들 사이에서 오래전부터 하와이 내에 이승만 기념관 건립을 위한 모금이 계속 되어 왔고 실제로 돈도 어느 정도 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부동산 가격이 비싼 호놀룰루에 이승만 기념관을 건립하기 위한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이런 사람들에게 기념관 건립의 보다 청사진을 가져온 것이 이서영 총영사의 부임이다.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에서 임명한 홍석인 총영사 후임으로 지난 2023년 5월 이서영 전 주미대사관 국방무관(예비역 육군 소장·사진)을 임명했다.

李총영사 부임 이후 노골적 활동

이 총영사는 지난 2013년 11월 3년간의 워싱턴 근무를 마치고 한국으로 귀국해 34년간의 군 생활을 마무리한 후 국방대학교 교수로 근무했다. 또 주한미군전우회(KDVA) 코리아 챕터 회장직을 역임했다. 이 총영사는 한미연합사에서 오래 근무했던 인사로 미군 고위직과 친분이 두터운 인물로 알려져 있다. 한반도 정세를 포함해 인도·태평양 지역에 핵심 전력이 있는 하와이란 이유로 군인 출신인 이 총영사를 홍석인 총영사의 후임으로 앉힌 것은 한편으로는 윤석열의 전략적인 판단일 수도 있지만, 그가 대한민국 군(軍)내 보수 세력의 핵심이었다는 점에서 우려하는 바가 적지 않았다. 그는 군 전역 후 한미재단과 같이 한미동맹을 중시하는 보수 색깔이 군인들과 기업인들을 꾸준히 만나며 재단 설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총영사는 현 정부 인사들 중 신원식 국가안보실장과도 가까운 것으로 전해지며, 김용현 전 국방장관보다는 육사 2기수 선배다. 이 총영사는 부임 이후 꾸준히 이승만 대통령 기념관 건립 등에 대한 여론을 만들어왔다. 다만 이 총영사가 어떤 인물의 추천으로 호놀룰루 총영사에 임명됐는지는 알려진 바가 없다. 윤석열 정권에서는 예비역 장성들의 외교관 진출이 유난히 활발했던 것의 연장선상일 수도 있다. 대사나 총영사로 나간 예비역 장성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예비역 대장이 4명, 예비역 중장이 2명, 예비역 소장이 3명이다. 민간인이지만 국방부 개혁실장을 지낸 인사까지 포함하면 10명으로, 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로 최다 기록이다. 이 총영사를 잘 아는 인사에 따르면 그는 이전에 윤석열을 전혀 만난 적이 없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아는 인맥을 통해서 자리를 제안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일각에서는 이 라인이 애니 첸 라인이란 말도 나오고 있다.

하와이 보수 세력들 사이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 기념관 설립 아젠다 이외에도 반국가세력 척결 등이 이슈가 되어 왔는데 지난 총선 이후 부정선거 음모론이 퍼지기 시작했다. 이 총영사의 부임 이후 이런 여론이 더 활개를 치기 시작했다. 특히 이 총영사 부부는 조금만 친분이 가까워지면 ‘빨갱이’란 말을 자주 쓰고, 아내의 경우 남편보다 더 강경 보수란 말을 우스갯소리처럼 하고는 한다. 이 총영사는 지난해 5월에는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을 호놀룰루에 있는 관저로 초청하며 함께 만찬을 하고, 사진을 찍기도 했다. 그는 이번 12·3계엄에서 계엄사령관을 맡았다. 이 총영사 부임 이후 한인 사회의 우경화는 하와이에 살고 있는 애니 챈과 결합하면서 더욱 커졌다. 애니 챈은 미국 하와이의 부동산 대부호(大富豪)로 알려져 있다.

부동산 대부호 애니 챈은 누구?

<선데이저널> 취재진이 여러 경로로 확인한 결과, 애니 챈은 하와이 호놀룰루에 거주하는 백만장자로, 캘리포니아와 하와이에서 10억 달러가 넘는 부동산 프로젝트를 개발한 적 있는 부동산 투자 전문사업가다. 2011년에는 남편과 함께 700평 규모의 캘리포니아 주택을 1억 달러에 매각했다. 그가 관리하는 재단들은 2020년 기준 1800만 달러의 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미 보수 인사들과 꾸준히 교류하며 막강한 자금력으로 부정선거론을 확산하는 데 물심양면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애니 챈이 한국 보수 진영에 영향력을 행사했던 것은 주로 정치권보다는 예비역 장성들을 통해서다.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KAFSP)와 원코리아네트워크(OKN), 한미동맹USA재단(KUAUF) 등이 애니 챈과 손잡은 단체들인데 이중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는 예비역 장성들이 주도하고 있다.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의 김진영 회장은 육군사관학교 17기 출신으로 육군사관학교의 전설적인 존재이며 김용현의 육사 대선배다.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는 2022년 2월 ‘공명선거를 위한 대국민 보고대회’를 열고 ‘부정선거 감시단 출정 선언’을 발표했다. 국민의힘이 참패한 지난해 4월 총선 이후에는 부정선거 수사를 촉구하는 신문 전면광고를 냈다. 당시 광고에는 “대통령은 부정선거 수사에 즉각 착수하고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은 5월 10일 이전에 선거무효소송을 제기하라”는 주장이 담겼다.

광고는 ‘부정선거수사촉구 범국민연대’ 명의로 실렸는데, KAFSP 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 민경욱 전 의원, 전광훈 목사도 함께 이름을 올렸다. 이들은 무슨 모임을 했다하면 주로 하와이에서 모였는데, 이는 애니 첸의 존재와 연관이 깊다는 말이 나온다. 무엇보다 그는 막대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미국 부정선거론자들에게 지속적으로 로비를 벌여왔다. 애니 챈은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이들을 모아 단체를 만들고 플랫폼을 마련해줬다. 그 중 하나가 KCPAC(한국보수주의연합)관계자이다. KCPAC은 미국의 연례행사인 CPAC과 유사하게 단체의 이름을 지었고 이 행사의 파트너를 자처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22~2024년 사이 최소 네 차례 이상 챈과 조우했다. 대선 후보이던 2022년 1월 KCPAC 주관 행사(대한민국 바로 세우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년 기도회 및 하례식)에 참석해 인사를 나눴다. 당시 윤 대통령은 “여러분들의 열망대로 자유민주주의와 법치주의라는 보편적 가치를 지키고 굳건한 안보 태세를 확립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윤 대통령은 앞서 2021년 12월에는 KCPAC이 주도한 종전선언 반대 행사에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에 화답하듯 챈은 윤 대통령 당선 직후인 2022년 4월 KCPAC을 내걸고 축하 콘서트를 열었다. 챈은 2023년 9월 민주평통 해외 직능운영위원에 임명됐다. 당시 민주평통 사무처장은 윤석열 최측근이며 지금도 사실상 대변인을 자처하는 석동현 변호사였다. 민주평통 해외 운영위원은 재외동포 사이에서 최고 영예직으로 꼽히는 자리다.

애니 챈과 軍 장성 출신들의 만남

애니 첸에 대한 한국일보 보도에서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그가 미국 정치권과 한국 보수 진영을 연결하려 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다음은 본국 한국일보 보도의 일부분이다.

<챈은 한국과 미국을 연결하는 작업에 공을 들였다. 우선 부정선거 관련 소송과 토론에 강점을 가진 법무법인 황금률의 박주현 대표변호사와 최원목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를 끌어들였다. 미국에서는 고든 창 평론가와 그랜트 뉴스햄 KCPAC 미국지부 대표, 프레드 플라이츠 미우선정책연구소(AFPI) 부소장 등과 친분을 쌓으며 활동 반경을 넓혔다. 챈은 또 미 공화당을 상대로 한 로비활동도 적극적으로 펼쳤다.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FEC) 공개데이터에 따르면, 챈은 2018~2020년 공화당 전국위원회(RNC)에만 9만 7,925달러(약 1억 4,000만 원)를 후원했다. 하와이 지역 매체에선 현지 공화당 위원회 후원자 상위 5명에 언급될 정도였다. 그의 이런 노력 덕분에 한국에서조차 소수의견에 불과했던 ‘2020년 4·15 부정선거론’은 한국을 넘어 미국에까지 전파됐다. 챈은 박 변호사와 최 교수를 비롯한 대표 부정선거론자들의 미국 진출을 적극 도왔다. 지난해 각각 KCPAC 대표와 공동의장을 맡은 두 사람은 올 1월 20일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취임식 행사와 무도회에 참석했다. 챈의 금전적 후원 덕분이었다. KCPAC이 미국 연례행사인 CPAC의 특별세션에 참가할 수 있었던 것도 챈의 자금 지원 덕분이었다.>

계엄 주동자인 김용현이 애니 챈과 가까운 인사들과 잘 알았던 것도 그가 윤석열 정부에서 중용됐던 이유로 보인다. 김용현이 윤석열의 충암고 1년 선배였다는 점과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의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는 그가 윤석열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었던 두 가지 이유였던 셈이다. 2021년 12월 20일, 김용현은 서울 용산의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육사 대선배 두 사람을 만났다. 예비역 대장인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과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이다. 육사 17기와 18기인 이들은 김용현을 만날 당시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라는 단체의 회장과 부회장 직함을 갖고 있었다.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는 한·미동맹을 지지하고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보수성향 안보 관련 단체다. 이들이 만난 시기도 ‘종전선언을 반대하는 한·미 전문가 연구 발표회’라는 세미나를 마친 직후였다. 김진영 전 육군참모총장은 1993년 3월 8일 김영삼 대통령이 하나회를 숙청할 때 전격 경질된 인물이다. 12·12 쿠데타 때 수도경비사령부 33경비단장이었던 그는 반란군 지휘소가 있는 경복궁에 은신했다. 장태완 수경사령관이 경복궁 모임을 진압하라며 부대를 투입시키자 직접 나서서 이를 저지했고, 진압군을 지휘하던 신윤희 중령을 회유해 하나회로 끌어들이기도 했다. 당시 장태완 사령관이 내린 일곱 개의 명령 중 첫 번째가 ‘김진영을 발견하면 즉시 체포 또는 사살하라’였을 만큼 반란에 적극 가담한 인물이었다.

김재창 전 한미연합사 부사령관도 1994년 4월 문민정부의 하나회 숙군 대상에 포함돼 군복을 벗었다. 두 사람 외에 육군본부 인사참모부장 등 요직을 섭렵하다가 하나회 숙청으로 기세가 꺾인 예비역 소장 출신 최승우 전 예산군수도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 회원이다. 또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 사건(10·26사태) 때 계엄군으로 서울 시내를 장악한 정모 대령도 이 단체에 이름을 올렸다. 정 전 대령은 과거 구술 연구자와의 인터뷰에서 “국가보안목표 58개를 4시간 안에 모두 점령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계엄이 원래 그런 거다. KBS나 신문사 이런 데는 무장한 1개 분대만으로 쉽게 장악했다”며 호기로운 모습을 내비치기도 했다.

재야 시절의 김용현과 연관된 또 다른 예비역 장성 단체로는 대한민국수호예비역장성단(대수장)이 있다. 대수장은 12·3 비상계엄의 기획자로 지목되는 전 정보사령관 노상원(육사 41기) 씨가 부정선거를 공부한 곳이라고 밝히면서 최근 떠오른 단체다. 노씨는 계엄 직후 언론에 “나도 대수장의 회원인데 부정선거와 관련해서 강의도 듣고 했다”고 말했는데, 공조수사본부에 따르면 그는 대수장의 교육자로도 활동했다. 이에 더해 노씨가 현역 정보사령부 대령에게 부정선거 관련 강의자료로 쓸 각종 책과 보수 유튜버를 정리하라고 지시했다는 진술도 확보됐다. 김용현도 2020년 대수장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장군의 소리’에 출연하고, 대수장 관련 행사에도 여러 차례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애니 챈’ 호놀룰루 만남

애니 챈이 기획한 부정선거 관련 행사에는 하나회 회원뿐만 아니라 황교안 전 국무총리와 민경욱 전 의원,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 다수의 극우 유튜버도 자주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인사로는 최근 계엄 사태를 옹호한 고든 창(Gordon Chang)도 있다. 애니 챈은 2020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각료들에게 편지를 보내 “한국의 4·15 총선은 부정 선거였다”고 주장하면서 반미 활동가들의 미국 입국을 금지하는 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이는 비상 계엄 사태 이후 극우 진영에서 전개되고 있는 ‘CIA 신고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이들은 민주당 지지자나 윤석열에게 비판적인 인사들을 CIA에 신고하면 미국 입국이 금지된다고 주장하면서 참여를 독려한다.

윤석열은 대선 후보 시절 애니 챈을 직접 만났던 것으로 <선데이저널> 취재로 밝혀졌다. 2022년 1월 20일, 그랜드하얏트 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대한민국 바로세우기 국가와 민족을 위한 신년 기도회 및 하례식’에서다. 이 행사의 주관과 주최는 모두 애니 챈의 단체인 한국보수주의연합과 한미자유안보정책센터가 맡았다. 주목할 점은 김용현이 이들과 만난 지 한 달 후 윤석열을 데려갔다는 것이다.

김용현이 애니 챈의 인사들을 먼저 접촉한 뒤 윤석열에게 소개한 양상이 드러난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애니 챈을 비롯해 연관된 인사들은 일제히 윤석열 지지를 선언했다. 애니 챈은 윤 대통령이 참석한 해외 동포 간담회에도 초청됐다. 2023년 4월 미국 워싱턴, 2024년 7월 하와이에서 열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전용기 기수를 호놀룰루로 돌렸으며 이들과 자리했다. 두 차례 간담회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했다. 당시 챈은 한미동맹USA재단(KUAUF) 회장이라는 점을 적극 활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애니 챈의 영향력은 비단 보수 정치권에만 있지 않다. 애니 챈은 국내 정치권 전반과도 네트워크를 형성해왔다. 윤상현 국민의힘 의원이 1월 11일 광화문 집회 연단에 선 것도 그의 적극적인 중재로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후보 때부터 부정선거에 경도

윤석열은 부정선거 음모론에 빠져서 급기야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다. 그의 부정선거에 대한 의심은 이미 대선 전부터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 그는 후보 시절이던 2022년 3월 경북 경주 유세 중 “4·15 총선 때문에 걱정 많으시겠다”라며 “만약 부정선거를 획책하려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이 나라에서 살 수 없게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선 캠프에서도 윤 대통령은 ‘부정선거 관리대책’ 문서를 토대로 진행된 회의에 참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신용한 전 윤석열 대선캠프 정책총괄지원실장은 “당시 부정선거 감시단이 캠프 내에 설치됐고 이는 윤 대통령 직속으로 설치된 위원회였다”며 “이 위원회 회칙에는 윤 대통령이 감시대책기구에 직접 참석하여 격려와 지원을 한다는 대목이 쓰여 있고 윤 대통령이 이를 그대로 시행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당시 작성된 문서와 회의로 미루어 보아 이번 비상계엄에서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것이 설명이 된다”고 덧붙였다. 신용한 전 실장은 “당시 회의 문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부정선거를 지속적으로 주장해온 전문가 집단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측된다”며 “당시 문서에는 부정선거 수사를 위해 선관위 서버를 확보해야 하고, 2020년 4월 15일 총선 결과에 대해 불신한다는 듯한 내용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9차례 정도 추가적으로 대선 캠프 기간 동안 부정선거에 대한 내용을 전략회의 시간에 다뤘다”며 “윤 대통령을 포함한 캠프 내 수뇌부들이 각종 부정선거에 대한 주장과 의혹들에 매료되어 있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윤석열은 심지어 국가정보원장에게 “내 선거도 이상하지 않았습니까.

10~15%(포인트) 이상 이겼어야 했는데 0.73%(포인트) 차이로밖에 못 이긴 것은 이상하지 않습니까”라고 말했다고 한다. 가장 고급 정보를 손에 쥔 대통령이 가장 저열한 음모론에 빠져든 것은 한국 사회가 얼마나 망가졌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런 대통령의 당선은 극우화 된 하와이 한인사회 일부 인사들의 재력과 만나 급속도로 커졌고 결국 오늘날의 사태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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