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인의 정체성을 찾아 주는 고향의 맛 ‘H 마트’
█ 재미 인기 한인 여성 예술인 3명 ‘우린 H마트 팬’
█ NYT의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H마트에서 울다>
█ 코리안마켓을 넘어 미국의 식품문화를 바꾼 매장
미국 최대 신문인 뉴욕타임스(NYT)는 2024년 6월 11일자와 지난 2021년 5월 11일 자에서 이례적인 특집기사로 ‘H마트는 미국의 식품 문화를 바꾼 곳’이라고 정의했다. NYT는 “H마트를 포함 아시아계 식료품 업체는 식료품 업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지만 미국 문화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당하다”고 밝혔다. ‘우수한 품질과 신선함을 기본으로 원스탑 샤핑이 가능해야 한다’는 H마트의 운영 철학의 바탕에는 H마트의 H는 “두 팔을 벌여 감싸안을 만함”을 가리키는 “한아름”을 마음이 자리잡고 있다. 지금 H마트의 인기는 특히 NYT선정 베스트셀러에 올랐던 <H마트에서 울다> (Crying in H Mart)처럼 책 제목에까지 붙여질 정도로 잘 알려져 있다. 또다른 재미 여류 인기 예술인 2명도 H마트 찬가에 동참하고 있다. 지금까지 하나의 마켓 유통업체가 이처럼 예술인들의 찬미의 대상이 된 적은 일찍이 없었다.
<성진 취재부 기자>
“엄마가 돌아가신 뒤로 나는 H마트에만 가면 운다” 이 글귀는 <H마트에서 울다>라는 책 첫 장을 들치면 나오는 첫 장 제목 “H 마트에서 울다”에 이어 그 다음 바로 시작되는 첫 문장이다. 재미 한인 여류 뮤지션이 한국인 어머니를 그리며 쓴 에세이 스타일의 <H마트에서 울다.(Crying in H mart)> 라는 책은 2021년 뉴욕 타임스, 타임지, 아마존에서 선정된 “올해의 책”이다. 특히 뉴욕 타임즈 논픽션 베스트셀러 목록에서는 60주 동안이나 계속 됐을 정도로 그야말로 대박을 터트린 책이다. 애독가로 유명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SNS에 매년 추천 도서를 올리는데, 2021년에는 <H마트에서 울다>를 선정했다. 이를 계기로 이 책이 더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감동의 <H마트에서 울다>
이 책의 저자는 재미 한인 뮤지션인 미셸 정미 자우너 (Michelle Chongmi Zauner)으로 인디 팝 밴드 ‘재패니즈 브랙퍼스트’의 리드 보컬로 가수이자 기타리스트이다. ‘파친코’ 이민진의 뒤를 잇는 미국 출판계가 주목하는 작가라는 호평도 받고 있다. 그녀는 한때 빌보드 ‘상반기 최고 앨범 50’ 선정 등 화려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아버지는 유대계미국인이고 어머니는 한국인이었다. 그녀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생후 9개월 만에 미국 오리건 주 유진으로 이민해 그 곳에서 자랐다. <H마트에서 울다> 책에는 감동적인 문장들이 많은데, “엄마가 사랑을 표현하는 방법은 음식을 통해서였어요. 내 입맛에 꼭 맞춘 점심 도시락과 식사는 엄마의 깊은 애정을 느끼게 해주었죠.”(“Food was how my mother expressed her love. I could always feel her affection radiating from the lunches she packed and the meals she prepared for me just the way I liked them.”)
책에서 그녀는 어린 시절 오리건 주 유진에 있는 학교에서 몇 안 되는 동양계 아이로 자란 이야기, 자신에 대한 어머니의 특별하고도 높은 기대에 시달렸던 이야기, 고통스러웠던 사춘기, 서울의 작은 아파트에서 할머니와 함께 밤 늦게까지 음식을 먹으며 정을 쌓았던 소중한 시간들을 유머와 진심을 담아 들려준다. 미국에서 성장하면서 대학을 다니기 위해 동부 해안으로 이사하고, 요식업에 취직하고, 신생 밴드와 함께 공연을 하고, 남편이 될 남자를 만나면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찾았지만 한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점점 더 멀어지기 시작했다. 스물다섯 살에 어머니의 말기 암 진단을 받은 소식에 자신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고, 어머니가 물려준 미각, 언어, 역사라는 재능을 되찾게 되었다. 특히 H마트에 가서 어린 시절의 어머니의 듬북담은 사랑을 새삼 느꼈다는 것이다.
H마트에서 어머니의 참사랑을
그녀는 지금도 여전히 1주일에 한번은 H마트에 방문한다고 한다. 주위의 한국인처럼 아프면 잣죽이, 비가 오면 수제비가, 더운 여름 밤에는 팥빙수가 먹고 싶다고 한다. 그녀는 첫 장 12쪽에는 온통 H마트에 대한 향수와 어머니의 추억으로 가득채웠다. 한편 뉴욕타임스는 지난 2021년 5월11일자에서 리가야 미산 기자는 ‘아시아 대륙 만큼이나 넓은 진열대를 자랑하는 H마트의 매력’(The Lure of H Mart, Where the Shelves Can Seem as Wide as Asia)이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당시 출간된 <H마트에서 울다> 에서 H마트는 “아름답고 성스러운 장소”라고 말했다.
또한 한국인 어머니의 죽음을 애도하며 반찬 냉장고 앞에 서 있는 그녀의 모습에서 시작된다며 “우리 모두는 고향의 한 조각, 혹은 우리 자신의 한 조각을 찾고 있습니다.”라며 H마트에서 작가 미셸 정미 자우너는 한국인의 정체성을 다시 찾았다고 했다. NYT는 ‘파친코’라는 책으로 일약 미국에서 유명 작가인 이민진을 소개하면서 ‘한아름’으로 불리던 80년대 뉴욕 맨해튼 코리아타운에서 일하는 사람들에게 H마트가 얼마나 중요한 곳인지 기억하며 “통로를 지나갈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없을 정도로 작았다”고 전했다.(이후 웨스트 32번가 건너편으로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했다.)
‘이민진, 에밀리 김의 ‘H마트 찬가’
그녀의 부모님은 모퉁이에서 보석 도매업을 운영했고, 국과 밥이 함께 제공되는 저렴하지만 든든한 도시락을 이 가게에 의존해 먹었다고 했다. 이민진 작가는 “가족의 음식과 어떤 종류의 연결고리를 찾고 싶어 하는 미국인 양 부모 밑에서 자란 수천 명의 한국 태생 입양인을 포함한 한인 2, 3세대에게 현대식 가게가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NYT는 2008년에 맨해튼으로 이사 온 “망치”(Maangchi)라는 예명을 지닌 인기 유튜버인 에밀리 김(Emily Kim,한국명 김광숙)는 퀸즈 플러싱에 있는 H마트에서 대부분의 식재료를 구입하곤 했다고 소개했다.(요즘은 코리아타운까지 걸어간다.) 돈을 아끼기 위해 그녀는 빈 배낭과 장바구니를 들고 지하철을 타고 20분 동안을 걸어가곤 했다. “일단 그곳에 도착하면 심장이 뛰어요.”라고 그녀는 말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는 바비큐 집에 들러 소주를 마시곤 했다. “취해서 집에 오죠.”라고 그녀는 웃으며 말했다. 이처럼 NYT가 미국에서 활동하는 인기 한인 여성 예술인 3명을 소개하면서 H마트가 지닌 “한아름”의 마음을 표현했다. 뉴욕타임스는 2024년 6월 11일자에서 오늘날의 H마트는 20억 달러 규모의 회사로 96개의 매장과 H마트의 이름을 딴 책(미셸 자우너의 베스트셀러 회고록<H마트에서 울다>가 있음)을 보유하고 있다고 적었다.
지난해 5월에는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쇼핑센터 전체를 3,700만 달러에 매입했다. H마트와 같은 아시아 식료품점은 더 이상 틈새 비즈니스가 아니다. 하나의 문화 현상이 되었다고도 강조했다. 뉴욕 퀸즈 우드사이드에서 시작된 H마트는 김치와 두부가 진열된 넓은 통로로 유명한 미국 대중문화의 일부가 되었다고 밝히면서 아시아계 매장은 미국에서 신라면과 같은 제품을 대중화하는데 기여했다고 전했다.
2009년부터 2016년까지 홀푸드 마켓의 식료품 담당 부사장을 역임한 에롤 슈바이처는 “그들은 주류화의 선봉장”이라고 말한다. 된장, 버터기름, 강황, 간장 등 널리 이용되는 식료품이 되기까지의 여정은 모두 아시아계 식료품점에서 시작되었다. H마트의 브라이언 권 대표이사는 대형 식료품점 직원들이 매장에 와서 어떤 브랜드가 있는지 메모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H마트는 대형 마트의 고객도 끌어들이고 있다. 권 대표이사는 현재 고객 중 30%가 비아시아계이며, 아시아계 인구가 적은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매장 내 시식에 더 중점을 두고, 재료가 어떻게 사용되는지 설명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된 간판을 게시하는 등 변화를 통해 이들을 지속적으로 유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아시아 식료품점들이 변화하는 고객층에 적응하고 있지만, 그들은 자신들을 비즈 니스를 시작하게 해준 지역사회가 여전히 최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아시안 마켓에 오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느낌’을 주게 된다는 것이다.
H마트는 ‘고향에 온 듯한 느낌’
미주 최대 아시안 수퍼마켓 체인 H마트가 지난 2월 13일 LA인근 지역에 남가주에서 17번째 H마트 치노매장(3967 Grand Avenue Chino CA.)을 공식 오픈한 자리에서 브라이언 권 사장은 “H마트는 이번 치노 매점까지 영국과 캐나다까지 하면 전 세계적으로110여 점이 된다.”면서 “앞으로 미국 내에만 라스베이거스, OC비치 블러바드 등 포함해 올해 9~10개 매장을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이날 그랜드 오픈행사에는 권일연 H마트 대표이사 회장(CEO)과 브라이언 권 사장을 비롯한 H마트 관계자들과 유니스 올라 치노 시장(Eunice Ulloa Mayor of Chino) 등 커뮤니티 리더들 및 한인 언론들과 아시안 및 주류 언론 등이 참석해 지역 내 새로운 쇼핑과 식품문화 공간의 탄생을 축하했다. 이날 유니스 올라 치노 시장은 “치노시를 대표하여 H마트 개점을 진심으로 축하한다”면서 “H마트의 뛰어난 명성과 품질, 그리고 문화적 풍요에 대한 헌신은 치노 시에 귀중한 가치를 더해줄 것이다.
H마트가 치노시에서 비즈니스 커뮤니티의 중요한 일원이 되길 기대 한다.”고 말했다. 이날 오전 10시 그랜드 오프닝 시간이 되기도 전에 비기내리는 날씨에도 불구하고 수백 명의 고객들이 소문을 듣고 일찍부터 나와 줄을 서서 기다려 H마트의 개장에 큰 기대감을 나타냈다.
고객들의 긴 줄은 H마트 옆 건물 Big-5 스포츠 센터 건물을 넘어서까지 이어졌는데, 오전 10시에 문을 열자 H마트 직원들의 안내를 받으며 매장안으로 들어갔다. 치노점 첫 H마트 개점에 반가움을 나타냈다. 이날 치노시 대형 쇼핑몰인 스펙트럼 타운센터에 개장한 H마트 치노 매장은 약 3만 스퀘어피트 규모이며, 매일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연중무휴로 고객에게 봉사한다. H마트 측은 치노 매장은 원래 대형 의류 매장 건물이었는데 코벨 건축사무실 설계로 지난 해 6월 공사를 시작해 이날 개점한 것이라고 했다. H마트는 1982년 뉴욕 우드사이드에 1호점을 개점을 시작으로, 현재 미 전국 18개 주에 100개 이상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약 6,000명 이상의 직원과 5개의 지역 물류센터 및 가공시설을 보유한 미주 최대의 인터내셔널 슈퍼마켓 체인으로 자리 잡았다. 이제 H마트는 코리안 마켓의 영역을 넘어 “미 전국의 ‘월클’ 황금시대”를 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