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특집] 트럼프 불법이민자 단속 프란치스코 교황 쓴소리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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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가톨릭주교회의에 서한…“굴복하지 말라”
█ 교황10개항목 서한 “인간 존엄성 존중이 사랑”
█ 이민법집행 정책으로 교황, 트럼프 대통령 대립
█ “외국정부 특정 정책 겨냥하는 건 흔치 않은 일”

프란치스코 교황(Pope Francis)이 지난 10일 미국 가톨릭주교회의(U.S. Conference of Catholic Bishops)에 서한을 보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 정책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단지 불법 신분이라는 이유로 사람들을 강제 추방하는 것은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을 박탈하는 것이며 “나쁘게 시작해 나쁘게 결말을 초래할 것” 이라고 경고했다고 AP, AFP, 로이타 등 주요 통신들과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주요 신문들 ABC CBS NBC BBC등 방송들이 모두 로마 바티칸에서 주요 뉴스로 일제히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날 미국 주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미국의 이민자 단속에 대해 경고 하는 놀라운 조치를 취했는데, 이는 신학적인 이유를 들어 추방 프로그램을 옹호하는 가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도 보인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경고일 수도 있다. 교황은 평소 여러 이슈에 입장을 밝히지만, 외국 정부의 특정 정책을 겨냥하는 건 흔치 않은 일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성진 취재부 기자>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한에서 이민자와 난민의 편에 선 미국 주교들의 활동에 전폭적인 지지를 표명하고 이들에 대한 사목적 동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황은 10개 항목으로 구성된 서한에서 “대량 추방 프로그램이 시작되면서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중대한 위기’를 자세히 주시해 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리스도인의 사랑은 법적 지위와 관계없이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인정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 미국 주교들의 노력을 치하했다.

‘절대 굴복하지 말 것’

프란치스코 교황은 서한에서 “국가는 스스로를 방어하고 범죄자로부터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킬 권리가 있다”면서 “그러나 많은 경우 극심한 빈곤, 불안, 착취, 박해 또는 심각한 환경 악화를 이유로 고국을 떠난 사람들을 추방하는 행위는 많은 남성과 여성, 그리고 가족 전체의 존엄성을 훼손하고 그들을 특별한 취약성과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한다.”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기독교 교육을 받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일부 이민자의 불법 신분을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범죄와 동일시하는 조치에 대해 비판적인 판단을 내리고 반대 의사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하면서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에 대한 진실이 아닌 힘에 기초한 것은 나쁘게 시작하고 나쁘 게 끝날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이어 교황은 “가톨릭 교회의 모든 신자와 선의의 모든 사람에게 이민과 난민 형제들을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정책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했다. 아울러 미국 주교들에게 “사회적, 정치적 압력 등 어떤 장애물이 있어도 이들에 대한 연대와 연민을 증진하라”고 격려했다. 특히 카톨릭 신자인 밴스 부통령은 트럼프대통령의 이민정책을 옹호하는 발언으로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질서” 라틴어문구)라는 단어를 인용했는데 미국의 많은 가톨릭 우파, 특히 가톨릭 연맹(Catholic League)의 지지를 얻었다.

불법 이민자 추방 추진은 “수치”

교황은 이날 서한에서 J.D. 밴스 부통령의 불법 이민 단속 옹호 발언을 반박하는 듯한 언급도 했다. 밴스 부통령은 지난달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오르도 아모리스’(ordo amoris·사랑의 질서라는 라틴어 문구)‘라는 초기 가톨릭 신학 개념을 인용하며 가톨릭 신자들은 비(非)이민자들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교황은 “기독교 적 사랑은 예외를 두어서는 안된다.”면서 “진정한 ‘오르도 아모리스’는 ‘착한 사마리아인’(‘Good Samaritan)의 비유처럼 끊임없이 묵상함으로써, 즉 예외없이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는 형제애를 구축하는 사랑에 대해 묵상함으로써 발견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교황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전날인 지난 1월 19일에도 이탈리아 방송사 노베와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 추방 계획을 추진한다면 “수치”가 될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는 효과가 없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교황은 2016년 멕시코 순방에서 돌아오는 길에 당시 공화당 경선 후보였던 트럼프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공약과 관련, “다리를 만들지 않고 벽만 세우려고 하는 사람은 그 사람이 어디에 있건 간에 기독교인이 아니다”라고 말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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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란치스코 교황의 서한 주요 요지

보편적 가치기준으로
인간 존엄성 추구해야

저는 오늘 이 글을 통해 미국에서 함께 동행하는 하나님의 백성 목회자로서 살아가고 있는 미국 카톨릭교회 주교회의 추기경 및 주교들에게 몇 가지 말씀을 드리고자 합니다.
1. 출애급기에 서술된 대로 이스라엘 백성이 노예에서 자유를 찾아 떠난 여정은 이주 현상으로 뚜렷하게 드러나는 우리 시대의 현실을 역사의 결정적 순간으로 바라보게 하며, 항상 가까이 계신 하나님, 이주민과 난민에 대한 우리의 믿음 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의 무한하고 초월적인 존엄성을 재확인하도록 알려주고 있습니다.
2. 제가 시작하는 이 단어들은 인위적인 구성이 아닙니다. 교회의 사회정의 교시를 통해서도 예수 그리스도는 참된 엠마누엘(마1:23 참조)이시며, 생명의 위협으로 인해 자기 땅에서 추방당하는 어려운 체험과, 자기와 다른 사회와 환경으로 피난을 가야 했던 경험에서 분명히 알 수 있습니다. 하느님의 아들도 인간이 되면서 이민이라는 드라마틱한 삶을 선택 하셨습니다. 저는 무엇보다도 교황 비오 12세가 이주민에 대한 교회 칙서의 ‘마그나 카르타̓라고 할 수 있는「이주민 돌봄에 관한 사목 헌장」을 시작하면서 한 말을 기억하고 싶습니다.
3. 마찬가지로, 예수 그리스도는 보편적인 사랑으로 모든 사람을 사랑하시며 예외없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도록 교육하십니다.
사실, 우리가 “무한하고 초월적인 존엄성”에 대해 말할 때, 우리는 인간이 소유한 가장 결정적인 가치가 사회의 삶을 규제하기 위해 만들 수 있는 다른 모든 법적 고려 사항을 능가하고 유지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따라서 모든 기독교 신자들과 선의를 가진 사람들은 규범과 공공 정책의 정당 성을 인간의 존엄성과 기본권에 비추어 고려할 것을 요청 받으며,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4. 저는 대규모 추방 프로그램 시작과 함께 미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중대한 위기를 면밀히 지켜보았습니다. 올바르게 형성된 양심은 비판적인 판단을 내리고 암묵적으로 또는 명시적으로 일부 이주민의 불법 신분을 범죄로 식별하는 조치에 대해 저는 결코 동의할 수 없습니다. 동시에, 한 국가가 자신을 방어하고 폭력적이거나 심각한 범죄를 저지른 사람 들로부터 공동체를 안전하게 지킬 권리가 있음을 인정해야 합니다. 하지만, 빈곤, 불안정, 착취, 박해 또는 환경의 심각한 악화 때문에 자신의 땅을 떠난 사람들을 추방하는 행위는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고, 이들을 취약하고 무방비인 상태에 빠지게 합니다.
5. 진정한 법치주의는 모든 사람들, 특히 가장 가난하고 소외된 사람들이 존엄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진정한 공동선은 사회와 정부가 창의성을 발휘하고 모든 사람의 권리를 엄격하게 존중할 때-제가 여러차례 강조했듯이 가장 연약하고 보호받지 못하고 취약한 사람들을 환영, 보호, 증진 및 통합할 때 증진됩니다. 이는 질서 있고 합법적인 이주를 규제하는 정책의 발전을 방해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발전은 일부의 특권과 다른 사람들의 희생을 통해 이루어질 수 없습니다. 모든 인간의 동등한 존엄성에 대한 진실이 아닌 힘에 기초한 정책은 시작도 나쁘고 끝도 나쁠 것입니다.
6. 그리스도인들은 모든 사람의 무한한 존엄성을 긍정할 때 비로소 인격체로서 그리고 공동체로서 우리 자신의 정체성이 성숙해진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기독교적 사랑은 다른 사람과 집단으로 조금씩 확장되는 동심원적 이해관계의 확장이 아닙니다. 다시 말해, 인간은 박애주의적 감정을 가진 상대적으로 확장된 단순한 개인이 아닙니다! 인간은 모든 사람, 특히 가장 가난한 사람들과의 구성적 관계를 통해 자신의 정체성과 소명을 점차 성숙시킬 수 있는 존엄성을 지닌 주체입니다. 우리가 증진해야 할 진정한 사랑은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를 끊임없이 묵상함으로써, 즉 예외 없이 모든 이에게 열린 형제애를 구축하는 사랑을 묵상함으로써 발견하는 것입니다.
7. 그러나 이러한 고려 사항과는 별개로 개인, 공동체 또는 국가 정체성에 대한 걱정은 사회 생활을 왜곡하고 가장 강한 사람의 의지를 진리의 기준으로 강요하는 이데올로기 적 기준을 쉽게 도입합니다.
8. 저는 미국의 형제 주교 여러분, 이주민과 난민들과 긴밀히 협력하며 예수 그리스도를 선포하고 기본적 인권을 증진하는 여러분의 귀중한 노력을 인정합니다. 하느님께서는 덜 가치 있고 덜 중요하며 덜 인간적인 것으로 여겨지는 이들을 보호하고 옹호하기 위해 여러분이 하는 모든 일에 풍성한 보상을 주실 것입니다.
9. 저는 가톨릭 교회의 모든 신자들과 선의를 가진 모든 남녀에게 이주민과 난민 형제 자매를 차별하고 불필요한 고통을 주는 정책에 굴복하지 말 것을 권고합니다. 우리 모두는 자비와 명확성을 가지고 연대와 형제애로 살며, 우리를 더욱 가깝게 만드는 다리를 건설하고, 불명예의 벽을 피하며, 예수 그리스도께서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해 자신의 생명을 바친 것처럼 우리의 생명을 바치는 법을 배우도록 부름 받았습니다.
10.우리 모두 ‘과달루페의 성모님’ (Our Lady of Guadalupe)께 이주 및 추방으로 인해 공포나 고통 속에 사는 개인과 가족을 보호해 달라고 간청합시다. 적대 관계에 있는 민족을 화해 시키는 방법을 알고 계셨던 ‘성모 마리아̓께서 우리 모두가 그 분의 품 안에서 형제 자매로 다시 만나게 해주시고, 그리하여 더욱 형제애로 포용적이며 모든 사람의 존엄성을 존중 하는 사회 건설에 한 걸음 더 나아갈 수 있도록 허락해주시기를 간구합니다.
2025년 2월 10일 바티칸에서
교황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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