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LA건축법규와 건설현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심사위원회
█ 현지 내진설계 등 공관의 보안 안전 사항 무시한 공모작
█ 7개 설계사 공모안 제출…심사위원들 적격성 ‘이의’제기
█ 공모작 선정 ‘유진’은 외교공관 특수성 고려 못한 미숙자
한국 외교부는 지난해 실시한 LA총영사관 신축청사 설계공모에서 한국의 건축사무소인 ‘유선엔지니어링 건축사무소’(대표 조영돈·이하 유선)가 제출한 디자인이 최종 당선작으로 선정됐다고 지난 1월 6일 LA 총영사관이 최종 확정됐다고 확인했다. 이번 신청사 설계 공모에는 유선을 비롯해 해안, 희림, 공간, 범건축, 삼우씨엠, 범씨엠 등 7개 사가 지난해 9월 LA 총영사관 현장 설명회에 참석했으며, 외교부는 이들 참가업체들의 공모안을 받고 11월 말 심사위원회를 거쳐 12월 초 당선작을 발표했다. 이 같은 설계 공모 결과에 대하여 국내외 건축계 일각에서 ‘공모에 참가한 심사위원회의 적격성 여부와 공모작에 선정된 유선의 적격성 여부에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같은 지적에 본보 취재진은 LA총영사관 신축청사가 외교 공관임에 따른 국내외 관련 규정과 법규 그리고 건축 전문가들의 의견을 분석 평가한 결과 심각한
문제점이 제기되어 외교부의 재심과 감사원의 감사가 요구되고 있다. <박우진 취재부기자>
현재의 LA 총영사관 청사는 1956년 건립된 5층 건물로, 한국 정부가 1988년 매입해 공관 청사로 사용 중이다. 그러나 노후도가 심하고 내진 설계가 적용되지 않아 지진 발생시 안전 위험과 함께, 방문객이 많은 데 비해 업무 공간이 비좁다는 문제도 계속 지적돼 왔다. 연면적 7만 4,124스퀘어피트, 부지면적 5만 3,282스퀘어피트 규모의 재건축 공사비는 당초 LA 총영사관이 기획재정부에 신청한 금액보다 29% 가량 삭감된 4,677만 2,000달러이다. 설계비는 312만 달러가 별도 책정됐다. LA한인사회에서는 LA총영사관이 미주 최대 한인사회를 관할하는 공관으로 상징적인 공간인만큼 한국의 전통 미를 상징하는 유의미한 프로젝트가 될 것이라는 기대를 지녀왔었다.
우선 외교부가 선정된 심사위원에 대한 문제점이 부각됐다. 이번 외교부의 심사위원 선정 기준은 공개되지 않았으며, LA총영사관 신축에 있어 LA도시의 건축법규와 건설현황을 전혀 알지 못하는 심사위원들로 구성된 것이 사실이며, 이런 결과로 심사기준에 맞지 않고 현지 사정에 전혀 맞지 않는 설계 작품을 미적인 관점으로만 심사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두 번째로 심사 기준의 문제점이다. 현지 법규를 준수하고 현지 공사비용에 맞춘 설계를 제출하지 않으면 실격된다는 심사기준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그 엄격한 심사기준이 출품된 설계안에 제대로 적용된 것인지를 판단하지 못한 것이 큰 문제였다.
현지사정 안 맞는 설계작품 선정
현지 법규에 맞지않는 설계나 현실적 공사비에 맞지 않는 설계를 하는 것은 무조건 설계업체의 책임이라는 심사기준은 결국 현실성 없는 설계 작품의 선정을 합리화하고 무조건 당선작만 내고, 그 후에 재설계해도 된다는 오래전부터 뿌리깊은 심각한 관행이 반복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이번 외교부에서 실시한 심사위원들의 설계 심사는 불과 몇시간 안에 이루어 진 것으로 알려졌는데 심사기준 준수에 대한 판단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절대시간이 부족하였음에도 충분한 검토 없이 투표에 의해 결정되었다는 것이다. 특히 심사기준에 대한 판단이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설계사와 심사위원의 소통이 필요하나 (일반적 설계경쟁 심사에서는 설계사가 심사위원의 질문에 답하거나 설계의도와 심사기준 적합성을 설명할 기회를 줌) 이번에는 그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짜고치는 고스톱’으로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해외 공관 설계는 미리 선정(?)된 설계 회사를 당선시키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인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심사위원이 미리 선정되어 있는 경우는 더욱 그렇다. 이번 외교부의 LA총영사관 청사 설계 공모 선정 과정에서 국내에서 나돌던 소문들은 윤석열 정권의 최대 수혜자인 ‘희림’이 가장 강력한 당선 후보였다고 믿었으나 ‘희림’의 대표가 국회 청문회에 출석하여 곤혹을 겪는 것을 본 사람들은 이번 건은 아마도 ‘해안’이 가져갈 것으로 다들 예상하였다. 그러나 ‘유선’이 선정되었을 때 모두 당황하였고 아마도 다음 공관 (샌프란시스코, 워싱턴)을 나눠 갖기로 하고 양보하였을거라는 소문이 나돌았다.
심사위원들 설계 심사 몇시간 만에
설계 공모 선정된 ‘유선’으로 결정에 문제점과 선정 발표 후 나도는 소문들은 더더욱 황당한 것이었다. 설계 공모 선정된 ‘유선’이 지난 2023년 4월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의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 부실 설계 감리 문제로 중징계가 거론 되었던 업체인데, 어떻게이번 외교부의 중요한 해외공관 설계 공모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게 됬는지가 의문이었다. 인천 검단 신축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하자 국내 시민단체 경실련은 2023년 7월 31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단 아파트 공사의 설계, 감리를 맡은 ‘유선’ 등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의 전관 영업업체”라며 “국토교통부는 설계, 감리· 시공업자를 비난만 할 뿐 원인으로 충분히 지목될 수 있는 전관특혜 문제는 어떠한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리고 경실련은 LH 출신을 영입한 유선 등 건설업체들이 그간 사업 수주 과정에서 혜택을 받았고 LH가 이들의 부실한 업무 처리를 방치하면서 붕괴 사고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실련은 이에 전관 영입업체 부실설계 봐주기, 전관 영입업체 부실감리 봐주기, 공공사업 전관 영입업체 일감 밀어주기 등에 대해 감사원에 감사를 청구한다고 발표했다. 앞서 경실련은 최근 2015∼2020년 LH 설계용역 수의계약 536건, 건설사업관리용역 경쟁 입찰 290건에 대한 수주 현황 분석 결과 LH 전관 영입업체 47곳이 용역의 55.4% (297건), 계약 금액의 69.4%(6582억 원)를 수주했다고 발표했다.
한편 LH는 경실련의 주장에 대해 “그간 수차례 진행된 내·외부 조사 및 감사에서 전관 의혹 관련 부정행위 처분 사례가 없었다며 공정하고 투명한 업무추진을 하고 있다”며 “업체 선정시 심사위원은 100% 외부위원으로 구성하고 심사 전 과정을 유튜브 생중계로 공개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더 큰 문제점은 유선은 지금까지 미국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해본 경험이 전혀 없으며 LA 현지에 지사나 협력업체도 없어 현지 법규나 기본적인 건축 비용 등을 알지 못하는 업체로 알려지고 있다.
유선은 LA총영사관 신축 청사를 고층 건물로 설계된 작품을 출품하였는데 주어진 예산으로는 고층 건물을 건설할 수 없는 것은 현지에서는 상식에 속한다. 현지 건축법규 고려에 문제점으로는 자세한 위법 사항은 상세한 검토 후에 알 수 있으나 고층으로 설계한 건물에 필요한 헬리포트, 소방관 전용 엘리베이터, 특수 소방 시설 비상 발전 시설 등으로 인한 건설비용 상승에 대한 현실적 고려가 없어서 재설계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사전 선정 사례는 공공연한 비밀
설계 전문가들에 따르면 LA총영사관 신축 공사 설계와 관련하여 LA현지 노숙자 범죄 치안 보안 점검에 문제점 등등으로 고려할 때 투시도만 보아도 유선의 설계 작품은 1층 외벽이 테러나 폭동 등의 특수 상황에 전혀 대비되지 않은 상태로 설계되어 재외공관의 필수 안전대책이 없는 설계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은 LA총영사관이 외교 공관이라는 점에서 LA지역이 현재 전국적으로 최대 노숙자 범죄 발생 지역이라는 점에서 코리아타운 인근에 자리잡은 유태인 건물 입구 특수 장벽 등을 참고 하는 것이 상례이다. 하지만 유선의 작품은 심사기준에 적시된 테러 방지 설비에 대비되지 않은 총영사관의 현재 위치인 윌셔 대로에 노출된 1층 부분은 심각한 안전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이다. LA지역은 전세계가 인정하는 지진 지역이다.
따라서 LA건축 규정에도 지진 등을 포함한 재해 재난으로부터 안전 보호에 중점으로 두고 있는데 기본적으로 진도 7.0 대응하는 내진 설계를 요구하고 있다. 물론 내진설계는 심사기준에 나와있어 건축허가를 위한 설계에 반영될 것으로 보였지만, 유선은 미국 특히 LA지역 건축 규정에 대한 전문적인 경험이 없다는 것이 투시도 디자인만 보아서도 알 수 있다는 것이 LA지역 설계 전문가들의 지적이었다. 특히 현재 LA총영사관 지역은 LA메트로 경전철이 웨스턴 방향과 노스헐리우드 방향의 퍼플라인과 레드라인이 교차되는 지역에 위치하고 있는데 현재로서는 영사관 대지는 지하철 노선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신축 공사를 할 경우에는 지하 주차장 등을 고려 할 때 지하철 교차선과의 안전 문제는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과제이다. 이 같은 미국내 환경문제에 전혀 경험이 없는 유선이 공모에 선정된 것은 국내 건축계의 부조리한 관행이 계속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것으로 보여 진다.
전형적 부조리 관행 ‘이번 심사에도’
국내에서 설계공모 참가자들이 지적하는 문제는 크게 심사위원과의 사전 접촉, 외국 건축 사사무소에 대한 사대주의 또는 국내 건축사사무소 배제 움직임, 설계공모에 적용되는 설계비 산정 근거 마련, 설계공모 현황 관리 부재 등으로 나뉜다. 이와 같은 문제가 심화되자 최근 건축 분야의 주요 단체들도 연대에 나섰다. 이들 건축 전문 단체들은 설계공모 과정(심사 포함)에서 전문성을 높이고, 공정하고 투명한 질서를 확립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하며, 사전 접촉 금지 조항을 준수하는 내용의 업무협약을 체결, 협약 사항을 성실히 이행할 것을 다짐했다.
대한건축사협회 등 주요 건축 단체들이 연대해 공정 설계공모를 위한 환경 마련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9월 말 대한건축사협회 등 여러 단체가 참여한 공정 건축설계공모를 위한 업무 협약은, 설계공모의 운영, 참가, 심사 과정에서 설계의 질을 높이고 심사위원과 참가 자 간 사전 접촉을 금지하며, 모든 참가자가 동일한 조건에서 투명하게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취지였다. 대한건축사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는 연간 1,100 건의 크고 작은 설계공모가 진행되고 있다.
설계공모를 통해 집행되는 설계비 규모는 약 8,000억 원대이지만, 이는 전체 공사비 의 4% 수준에 불과하다. 대한건축사협회 우대성 위원은 공정하고 투명한 설계공모 제도를 위해서는 여러 부분에서 개선이 필요 하지만, 먼저 건축계 내부의 자정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 그 다음으로는 공공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제도적인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지에 대한 집단지성이 필요하며, 마지막으로 개선된 방안을 지속적으로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한건축사협회 김용미 공정건축설계공모 추진위원장도 설계공모와 관련해 과업 지침서와 설계비 현실화, 설계변경과 설계의도 구현, 설계공모 기록과 통계, 국제 설계 공모,지명 설계공모, 제안공모 등 여러 주요 현안이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