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상병 사건 연루 박종현 경정, 본인도 승진 포기했다 파격 승진
█ 마약수사외압 의혹 김찬수 경무관 승진,12·3 내란 가담자도 승진
█ 채 상병 사건과 마약수사 사건의 공통점은 김건희 측근들이 연루
█ 정권 바뀌어서 특검해도 두 사람 입막음 통해 후환없애려는 목적
최근 한국에서 발표된 경찰 고위급인사에서 윤석열과 김건희가 여전히 살아있는 권력으로서 인사권을 행사하고 있다는 것이 명백히 드러났다는 평가다. 세관 연루 마약 수사·채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논란 연루 경찰관들은 물론, 12·3 내란 사건으로 고발돼 수사를 받아야 하는 경찰관까지도 승진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대통령의 목줄을 쥐고 있는 사건에 연루됐다는 인사들이 보란 듯이 고위직으로 승진자 명단에 포함되면서 이달 초 치안정감·치안감 기습 승진 때와 마찬가지로 이번 인사 역시 ‘김건희 입김설ʼ이 제기된다. 경찰 내부에서는 윤석열 부부가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인사를 하는 이유는 결국 반드시 지켜야 할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란 말이 나온다. 승진으로 입막음을 해서 후환을 없애겠다는 것이다.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인사를 주도하는 것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이다. <선데이저널>이 윤석열 정권 초반 실명보도로 정체를 까발렸던 자생한방병원 사위인 그는 아내를 통해 김건희와 끈끈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의 아내 신지연은 윤석열 첫 해외순방지인 스페인 순방에 민간인 신분으로 전용기를 탔다가 논란을 일으킨 인물로, 그는 윤석열에게 고액후원을 해서 매관매직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파면을 눈앞에 둔 윤석열과 김건희가 무리해서 밀어붙인 경찰 인사의 속살을 <선데이저널>이 들여다봤다. <리차드 윤 취재부 기자>
이번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세관마약 수사외압 논란에 휘말린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의 경무관 승진과 채상병 수사 외압 논란에 연루된 박종현 행정관의 총경 승진이다. 박 행정관의 경우 아내가 울산에서 약국을 운영하고 있는데, 12·3 비상계엄이 일어나고 나서 ‘앞으로 경찰로서는 더 이상 승진하기는 힘들 것 같다’며 울산에 내려가서 슬슬 아내 일이나 도우며 경찰 생활을 하겠다고 토로할 정도로 사실상 승진을 포기했었다고 한다. 그런 그가 이번 인사에서 전격적으로 총경으로 승진한 것이다. 박 행정관의 총경 승진을 둘러싼 이러한 이야기는 경찰 내부에서도 예상치 못했던 파격 인사라는 점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김건희가 지시, 이원모가 집행
이번 인사 전에 경찰 내부에서는 대통령이 파면되면 조기 대선이 치러지고, 그 이후에 우종수 국가수사본부장 등 내란수사를 하고 있는 경찰 인사들이 경찰청장을 하고 다음 정권에서 경찰 고위직 인사가 있을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때문에 이번 정권에서 잘 나갔던 경찰 인사들은 거의 자포자기 심정으로 있었는데, 때 아닌 인사가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이다. 대통령실 안팎에서는 이번 인사가 이원모 공직기강비서관이 주도해 윤석열의 옥중결재 내지 김건희의 관저결재가 이뤄졌을 것이란 분석이 파다하다. 이원모 비서관이 윤석열 보다는 김건희와 가까운 사람이라는 점에서 후자에 무게가 실린다.
이원모는 윤석열 정부 초반에 인사비서관으로 합류해 지난 총선에 용인에 출마했다가 낙선 후 공직기강비서관으로 재합류한 인사다. 인사비서관과 공직기강비서관을 하면서 사정기관 인사를 쥐락펴락한 인물이다. 특히 현 정부에서는 지난 정부와 조금이라도 연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서는 모조리 승진에 불이익을 줬는데 이것을 주도한 인물이 바로 이원모 비서관이다. 그리고 이원모 비서관을 보좌한 박종현 행정관이 사실상 경찰 인사의 초안을 짰다. 본지는 지난 호에서 그가 행정관에 불과하고 경찰 계급도 경정에 불과했지만, 한 차례 실명으로 보도한 바 있다. 이는 그가 대통령실과 경찰 내부에서 얼마나 막강한 권력을 휘두르는지를 알리고자 한 것이었다. 울산 출신으로 경찰대를 졸업한 박 행정관은 박근혜 정부 청와대 시절 민정수석실 특별감찰단으로 파견됐던 인물이다. 우병우 수석이 민정비서관으로 오면서 민정수석실이 개편되는 와중에서도 살아남았던 인물이다.
이런 경력 때문에 문재인 정부에서는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을 받았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서면서 다시 대통령실에 들어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근무했다. 그러면서 최근 3년간의 경찰 인사를 쥐락펴락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계급은 경정에 불과하지만 경찰 세평 및 인사 관련한 업무를 총괄하면서 그에게 찍히면 승진이 어렵다는 소문이 경찰들 사이에서 파다했다. 그는 작년에 승진한 정모 총경과 더불어 대통령실 내 경찰 실세로 꼽혔다. 현재 그의 계급은 경정이지만 그를 한 번이라도 만나려는 총경과 경무관 등이 즐비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래서 그의 전화는 일반 경정의 전화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원모 비서관도 경찰 인사는 대부분 박 행정관과 상의했다.
尹 부부 의혹 관련자 전원 승진
본인조차 포기했던 인사에서 그가 전격적으로 승진한 이유는 그의 충성에 대한 보은이자 입막음용이란 분석이다. 그는 윤석열의 아킬레스건 중 하나인 채상병 수사 외압 사건의 ‘키맨’이다. 채상병 외압사건 수사 당시 해병대수사단이 국방부장관의 경찰 이첩보류 지시를 부당 외압으로 인식하고 2023년 8월 2일 오전 채 상병 조사기록의 경찰 이첩을 강행했다. 이날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실 소속 경찰 파견자인 박 행정관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기록 회수를 위해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으로부터 전화가 갈 것이라는 취지의 전화였다. 과장은 박 행정관의 전화 내용을 경북경찰청에 전달했다.
그는 박 행정관으로부터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서 전화를 받은 과장의 계급은 총경이다. 과장의 계급이 한 단계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명령을 받은 것처럼 이를 경북경찰청에 전달했다. 경찰 내에서는 박 행정관의 전화가 행정관 개인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지진 않았을 거란 얘기가 파다하다. 즉 최소 그의 전화가 공직기강비서관실 전체 나아가서는 대통령의 의사를 전달하는 것으로 경찰이 받아들였단 얘기다. 다시 말해 박 행정관이 이 사건의 진상을 가장 잘 알고 있을 가능성이 크단 얘기다. 채상병 사건은 정권이 바뀌면 특검이 이뤄질 가능성이 가장 큰 사건 중 하나다. 이럴 경우 박 행정관이 자칫 입을 열 경우 사건이 어디로 흐를지 모른다. 세관마약 수사외압 논란에 휘말린 김찬수 대통령실 행정관(전 서울 영등포경찰서장)의 경무관 승진도 비슷한 케이스다.
2023년 10월, 서울 영등포경찰서는 약 2,200억 원 상당의 필로폰 74kg을 국내로 밀반입하여 유통한 다국적 마약 조직을 검거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약 246만 명이 투약할 수 있는 분량으로, 국내 마약 범죄 역사상 최대 규모 중 하나로 기록됐다. 이 조직은 한국, 말레이시아, 중국인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으며, 나무 도마 등을 이용한 치밀한 밀반입 수법과 ‘던지기’방식의 유통 방법으로 주목받았다. 수사 과정에서 마약 운반책으로부터 “인천공항 세관 직원 4명의 도움을 받았다”는 진술이 확보되면서, 세관 직원들의 연루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영등포경찰서는 해당 세관 직원들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 및 마약류관리법 위반 혐의로 입건하고 수사를 진행했다.
그러나 경찰이 신청한 세관 직원들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이 검찰에 의해 여러차례 기각되면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었다. 2024년 7월,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이었던 백해룡 경정은 수사 과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조병노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부터 “세관 이야기가 나오지 않게 해달라”는 요청을 받았으며, 당시 김찬수 영등포경찰서장으로부터는 “용산에서 이 사건을 알고 있으니 브리핑을 연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폭로로 인해 수사 외압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졌다. 그러나 2024년 8월 국회 청문회에서 김찬수 전 서장은 ̒용산에서 언질받은 게 없다̓며 이러한 지시를 부인했다.
박현수 파격승진은 밑밥깔기
현재 세관 직원들의 마약 밀반입 연루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한 수사는 별다른 성과 없이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경찰은 세관 직원 7명을 입건하여 수사를 진행했으나, 구체적인 혐의 입증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특검 도입 등 추가적인 수사 방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채상병 사건과 마약수사 외압 의혹의 공통점은 김건희가 연루되어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에서는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의 구명을 위해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대표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다. 이 전 대표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당시 김건희 여사의 계좌를 관리한 인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이 전 대표는 군과 경찰 인사에 관여했다는 취지의 발언도 한 것으로 전해진다. 마약수사 외압 사건의 경우 조병노 경무관이 수사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조 경무관은 이종호 전 대표와 연관된 최동식 경위와의 관계로 인해 주목받고 있다. 최 경위는 수년간 조 경무관의 비서실장 역할을 수행했으며, 이 전 대표와의 친분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석열 정부는 이번 승진 인사를 위해 박현수 서울청장 직무대리를 우선 파격 승진시켰다. 박 직무대리는 12·3 내란과정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조지호 전 경찰청장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 인물로 피의자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은 자다. 그런 인사를 서울청장 직무대리로 파격 승진시킨 것은 뒤에 있을 인사의 사전 포석이다. 서울청장이 용산 쪽에서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윤석열 사단의 실무자급들을 다 승진하고 배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청을 장악한 인사를 한 후 서울청장을 통해 윤석열 사단 실무자급도 승진시켜 서울청을 채우려는 의도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