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치용 대기자의 단독] ‘1월말 주식시장 강타’했던 <한온시스템> 임원배임공시 전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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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늦게 사태 파악 서울서부지검과 연방법원에 임원부부 고소
█ 김 전무, 감정평가사에 ‘무조건 1백억 이하로 감정해라’ 압력
█ 돈 한 푼 안들이고 150억 원짜리 대전기숙사 73억 원에 넘겨
█ 매각 뒤 기숙사 건물 재 임대- 리모델링 비용 20억까지 제공
█ 73억에 매입 후 은행에서 무려 92억 원 기숙사건물담보 대출
█ 한온, 비리확인 뒤 지분매각협상 악영향우려 배임사건 숨긴듯
█ 회사에 재임대해주면서 렌트비도 시중보다 턱없이 높게 책정
█ 매입회사 남편 존재 숨기려 LA거주 형수에게 사장 자리 맡겨

연매출 10조원의 세계적 자동차부품회사 <한온시스템>이 지난 1월말 공시한 ‘전직임원 배임혐의 발생’은 자산매각을 담당한 여성임원이 회사기숙사를 자신의 남편에게 헐값에 매각한 사건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이 사건은 ‘전직임원 배임사건’공시만 있었을 뿐, 어느 임원이 어떤 배임을 저질렀는지 일체 공개되지 않아 베일에 싸였지만, 본보가 최초로 그 전말을 밝힌 것이다. 이 여성임원은 남편을 물론 LA거주 자신의 동서까지 동원, 회사를 차린 뒤, 매각재산의 감정평가를 최대한 낮게 하도록 압력을 행사, 가격을 낮춘 뒤, 관련정보를 남편에게 빼돌리고, 150억 원상당의 기숙사를 절반도 안 되는 헐값에 매각한 혐의로 현재 검찰수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확인결과 남편은 기숙사 매입금액 전액을 대출 받은 것으로 드러나, 회사 측의 헐값매각 주장은 이 같은 대출이 가능했다는 점에서 사실로 추정된다. 결국 본인재산 단 한푼도 들이지 않고 150억 원대 부동산을 차지한 셈이다. 이는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으로, 잘 나가던 <한온시스템>이 왜 적자를 면치 못하고 매각됐는지를 보여준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지난 1월 24일 한국증권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한온시스템>의 공시. ‘전직임원의 업무상 배임혐의발생’이라는 이 공시는, 1월 1일부로 <한온시스템>이 주인이 바뀐데 이어, 또 다시 투자자들을 긴장시킨 뉴스였다. 그도 그럴 것이 <한온시스템>은 연매출 10조원에 달하는 세계적 자동차부품회사이며, 코로나19 이후 거듭된 적자로, 전 직원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회사 살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긴축경영 속에 자구노력을 펼치던 회사에서, 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쳤다는 공시는 충격 그 자체였다.

회사 살리기보다 삥땅에 혈안

이 공시에 따르면, 전직임원 김OO이 회사에 83억 266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쳤으며, 현재 사법기관에 고소장을 제출했고, 회사는 관련조사에 적극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횡령액은 확정금액은 아니지만, 회사 자기자본대비 0.33%에 달한다고 덧붙였다. 매출 10조회사의 배임혐의발생공시는 즉각 시장의 주목을 받았고, 국내 대부분의 신문, 방송이 이 공시를 주요뉴스로 전했다. 하지만 회사 측은 전직임원이 회사에 손해를 끼쳐 고소했다고 밝혔으나, 전직임원이 누구인지, 어떤 방식으로 손해를 끼쳤는지에 대해서는 일체 공개하지 않아 궁금증을 낳았었다.

하지만 본보확인결과, 회사 측이 배임혐의로 고소한 전직임원 김OO씨는, 지난해 중반까지 최고인력담당책임자로 근무했으며, 미등기임원중 최고참이던 김현수 전무로 드러났다. 또 배임혐의내용은 회사자산매각책임자였던 김 전무가 2023년 4월 <한온시스템> 대전기숙사를 시세의 절반에도 안 되는 가격에 남편이 설립한 회사에 헐값에 매각,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었다. 회사재산매각업무를 담당한 임원이 회사재산을 남편에게 빼돌렸다는 것이다. 주식시장 최대의 관심거리였던 한온시스템 배임혐의공시의 수수께끼가 본보취재를 통해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된 것이다.

지난 1월 1일부로 한앤컴퍼니에서 한국타이어로 넘어간<한온시스템>은 지난 2월 28일 캘리포니아중부연방법원에 LA 코로나거주 배정아씨가 한국에서 진행되는 소송의 피고인만큼 증거조사와 소송장 송달 등을 허용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온시스템>은 이날 소송장과 함께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제출한 김현수 등에 대한 고소장, 레지던스코리빙의 법인등기부등본 2통, 한온기숙사 매각계약서, 한온기숙사 임대계약서, 배정아씨 미국주소관련서류, 배정아씨에 대한 미국법원 소환장초안 등을 영어로 번역, 증거로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온시스템>의 소송장에 따르면 이 배임혐의사건에 등장하는 주요인물 4명은 한온시스템의 전무 김현수, 김현수의 남편 배철수, 김현수 남편 배철수의 형수인 배정아, 김현수 회사의 직원 이춘화로 드러났다. 배정아는 배철수 형의 부인이라고 기재돼 있으나, 배씨는 법인등기부등본에 1958년 1월생으로 기재된 반면, 김 전무는 한온시스템 사업보고서 임원현황에 1961년 4월생으로 기재돼 있다. 배씨가 김 전무보다 3살 정도 많은 것으로, 아마도 배씨는 배철수의 형수이자, 김 전무의 손윗동서로 추정된다.

한국타이어로 넘어간 뒤에야 고소

<한온시스템>은 지난 1월 20일 법무법인 김앤장을 변호인으로 선임한 뒤, 1월 24일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이들 4명을 배힘혐의 등으로 정식 고소, 현재 수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본보가 입수한 고소장에 따르면, 이 사건은 한온시스템 전무 김현수가 자산매각을 담당하면서 헐값에 자신의 남편에게 회사재산을 넘겼다는 의혹을 받는 사건으로, 해당 회사재산은 대전시 대덕구 신일동 1682-3번지에 소재한 한온시스템 대전기숙사로 확인됐다. 특히 회사 측은 회사재산이 김 전무[이하 이해를 돕기 위해 전직임원이지만 김 전무로 표기함] 남편에게 헐값에 넘긴 뒤 3개월 만에 김 전무의 비리에 대한 제보를 접수하고 조사를 벌여 헐값매각의혹을 확인했지만, 김 전무를 사법당국에 고소하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당시 회사매각협상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자산매각을 담당한 임원이 배임을 했다는 사실이 드러날 경우, 매각가격 등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 쉬쉬했던 것이라는 추측을 낳고 있다. 결국 <한온시스템>은 지난 1월 1일부로 소유권이 한앤컴퍼니에서 한국타이어로 넘어간 뒤, 김 전무를 고소한 것으로 미뤄, 이 같은 추측은 합리적 근거를 가진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온시스템>은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한온시스템이 자금난을 겪으면서 2023년 2월 자구책으로, 대전의 기숙사, 천안의 성환 공장과 천안 성거 공장과 기숙사 등을 매각하기로 결정했고, 이 매각을 담당한 임원이 김현수 전무였다. <한온시스템>은 대전공장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기숙사가 필요한 만큼, 일단 기숙사를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되, 다시 새 건물주로 부터 기숙사를 임대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즉 매각 뒤 재 임대를 원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한온시스템>은 ‘건물매각 총책임자인 김 전무는 2023년 4월, 매각가격책정을 위해 2개 감정평가회사를 선정한 뒤 기숙사 평가가격을 1백억 원 이하로 해 달라, 가능한 한 최대로 낮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23년 4월 12일 캐피탈감정평가사는 95억 6천만 원, 한강감정평가사는 95억 8천만 원으로 평가한 보고서를 회사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즉, 2개 감정평가회사 모두 95억 원대 가치로 평가함으로써, 결과적으로 김 전무의 요구가 반영된 셈이다. 이는 회사임원이라면 어려움에 처한 회사를 구하기 위해, 회사재산을 한 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노력해야 하지만, 오히려 부동산가격을 더 낮게 평가해달라고 압력을 가하는등 쉽게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을 한 것이다.

리모델링비까지 회사에 청구

<한온시스템>은 ‘김 전무가 또 콜리어스인터내셔널로 부터 기숙사를 재 임대했을 때 적정한 가격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기숙사 방 1개당 월 52만 원정도, 즉 임대료 28만원, 관리비 24만 원 등, 52만 원 정도면 회사 측이 손해를 보지 않을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김 전무는 이 보고서를 받자마자 회사기밀인 이 자료를 자신의 남편 배철수에게 전달했다. 김 전무는 또 회사 총무팀이 기숙사 리모델링에 19억 7천만 원이 소요될 것이라는 보고서를 받았고 이 또한 받은 즉시 남편 배씨에게 전달했다’고 주장했다. <한온시스템>은 ‘남편 배씨는 이 같은 보고서를 받은 뒤 자신이 실제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는 레지던스 코리빙 명의로 매입제안서를 작성, 콜리어스인터내셔널을 통해 한온시스템에 전달했다.

레지던스코리빙은 부동산 매입가는 90억 원, 기숙사는 3년간 방 1개당 월 54만원의 임대료를 제시했다. 한온시스템이 기숙사 리모델링 비용 20억 원을 지원한다는 조건이었으므로 실제로 코리빙의 매입가격은 70억 원이다. 또 임대료는 렌트비 30만원, 관리비 24만원으로 계산, 방 1개당 월 54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한온측은 이 임대료와 별도로 수도, 조명, 난방비용을 코리빙 측에 납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고 밝혔다. 남편 측, 즉 레지던스코리빙의 매입제안서는 매각책임자인 김 전무에게 전달됐다. 남편의 매입제안서가 매각책임자인 부인에게 제출된 것이다. 이에 대해 김 전무는 매각대금은 93억 원으로, 임대료는 49만원으로 확정했다. 쉽게 말하면 남편은 조금 높게 부르고, 부인은 이를 깎는 모양새를 취함으로써 헐값매각 배임혐의를 벗어나려 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온시스템>은 ‘매각책임자인 김 전무의 주도로 한온시스템은 2023년 4월23일 레지던스코 리빙과 대전기숙사를 93억 원에 매각한다는 계약을 체결했다. 레지던스코리빙이 리모델링 비용 20억 원을 받는 것은 감한, 73억 원에 매입한 것이다. 또 같은 날 방1개당 월 49만원에 기숙사 임대하기로 하는 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같은 해 6월 28일 리모델링비용 20억 지급하는 조건의 임대계약도 체결함으로써 김 전무부부의 기숙사 인수는 마무리됐다.’고 밝혔다. 김 씨 부부가 헐값 인수를 기뻐한 것도 잠시, 매각계약 체결 약 3개월 뒤인 2023년 7월 25일 <한온시스템> 내부고발 핫라인에 ‘김현수전무가 기숙사 매각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비리가 제보됐고, 한온시스템 및 한온시스템의 모회사인 한앤컴퍼니가 감사에 나서서, 2023년 7월부터 2024년 2월까지 대대적인 감사를 펼쳤다.

<한온시스템>은 ‘감사를 통해 김 씨가 회사재산을 헐값에 매각, 83억2천만원상당의 손해를 끼쳤음을 밝혀냈다. 첫째, 기숙사 평가가격은 151억3천만 원에 달했다. 이는 김 전무남편의 실질적 매입금액 73억 원[리모델링비용 20억 원 지급감안]보다 78억 3천만 원이나 많은 것이다. 즉 김 전무남편은 시세평가액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격에 기숙사를 매입했다는 것이다. 둘째, 3년간 방103개를 19억3천만 원에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했지만, 적절한 임대가격은 14억3천만 원으로, 김 씨 남편이 약 5억 원을 많이 받았다’고 주장했다, 즉 매매가격은 낮추고, 임대가격은 높이는 방법으로 회사에 83억 원상당의 손해를 끼쳤다는 것이다.

회사에 83억 원 상당 손해 끼쳐

<한온시스템>은 이 같은 내용의 고소장을 서울서부지방검찰청에 제출, 현재 수사가 진행되고 있으며, 검찰 고소와 동시에 공시를 한 것이다. <한온시스템>이 고소한 사람은 앞서 언급했듯 김 전무 부부와 김 전무의 손윗동서, 그리고 레지던스코리빙의 직원 등 총4명이다. 이중 배정아씨는 LA의 코로나에 주택을 소유, 거주중인 것으로 확인됐으며, 레지던스코리빙 법인의 대표이사로서, 매매계약서와 임대계약서에 서명한 당사자로 드러났다. 김 전무가 자신남편을 내세울 경우, 부부관계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태평양건너 LA에 거주하는 손윗동서를 등장시킨 것으로 추정된다.

<한온시스템>은 이처럼 배씨가 김 전무의 배임혐의 등에 깊이 연관돼 있기 때문에 검찰에 고소했고, 현재 피고소인으로써 한국소송사건에 연루돼 있다며 증거조사, 소환장 전달 등을 요구한 것이다. 특히 한온시스템은 김 전무부부 등을 대상으로 손해배상소송등도 이미 제기했거나 제기할 예정이므로, 배씨에 대한 미국소송을 진행 중일 가능성이 크다. 본보가 기숙사 건물의 등기부등본 내역 등을 확보, 한온시스템 고소장내용을 검증한 결과 한온의 주장은 상당한 신빙성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등기부등본이 예상외로 놀랄만한 진실을 많이 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김 전무 남편 측의 기숙사를 담보로 은행에서 빌린 돈이, 매입가격과 맞먹는 것으로 밝혀졌고, 이는 평가가격보다 훨씬 싼 값에 매입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한온시스템>의 대전기숙사는 1996년 걸립된 4층 규모의 아파트 2개동으로, 1996년 2월 한라공조주식회사의 소유였으나, 2015년 7월 24일 한온시스템주식회사로 주인이 바뀌었다. 그 뒤 2023년 4월 24일 매매계약으로 인해 2023년 6월 28일 레지던스코리빙주식회사로 소유권이 넘어간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레지던스코리빙주식회사는 지난 2023년 6월 28일 신한은행으로 부터 52억4천만 원을 대출받았고, 같은 날 기숙사를 한온시스템에 임대해 주면서, 한온 측이 1억 9백만 원 전세권을 설정한 것으로 드러났다.

놀라운 것은 레지던스코리빙이 매입 1년만인 2024년 6월 19일 영광군수협으로 부터 추가로 39억6천만 원을 빌렸다는 점이다. 레지던스 코리빙은 이 기숙사를 담보로 92억을 대출받은 것으로, 이는 사실상 매입가의 100%에 달한다. 금융권은 통상 부동산 등 담보가치의 70%선만 대출한다는 점에서, 이 건물의 가치는 최소 120억 원을 넘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레지던스코리빙이 92억 원을 대출받은 것만으로도, 한온측이 이 건물을 터무니없이 싼 값에 매도했음이 명백하게 드러난 것이다. 또 이는 레지던스코리빙이 사실상 돈 한 푼 없이 금융권대출을 통해서 이 기숙사를 인수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92억 원 대출을 받아 93억 원에 건물을 샀으니, 돈 한 푼 없이 150억 원 건물을 먹었다는 의혹이 무리는 아닌 것이다.

내막 숨기기 위해 LA가족들 동원

특히 레지던스코리빙이 리모델링비용으로 한온시스템에서 20억 원을 받는 것을 감안하면 실제 매입에 투입된 돈은 73억 원이다. 따라서 레지던스코리빙은 이 건물을 담보로 92억 원을 빌린 것을 감안하면, 이미 실제매입금액보다 19억 원을 더 뽑아낸 것으로, 은행 빚으로 건물을 사고도, 19억 원이 남은 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는 장사를 한 셈이다. <한온시스템>측이 연방법원에 증거로 제출한 대전기숙사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토지가 75억 1400여만 원인 반면 건물은 17억 8500여만 원으로, 도합 93억 원에 매매가 이뤄졌다. 여기에다 건물에 부가세가 부과되므로, 실제로는 1억 7856만원이 더 들어가지만, 이 돈은 국가에 납부하는 세금이므로, 매매가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한온 측이 제출한 매매계약서 영문번역본에는 부가세가 1억 7856만 달러로 기재돼 있으며, 이는 한화로 환산하면 2500억 원에 달한다. 따라서 이 계약서의 부가세는 잘못 기재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한글 매매계약서에 부가세가 1억 7856만 달러로 기재된 것인지, 영문으로 번역하면서 한화를 같은 액수의 달러로 잘못 기재한 것인지, 원인을 알 수 없지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이 계약서에 따르면 한온측은 매입자인 레지던스코리빙로부터 매매가 93억 원을 3번에 걸쳐서 분할해서 받기로 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계약당일인 2023년 4월 24일에는 단독 2억 원을 다운페이먼트로 받는 것으로 돼 있으며, 이는 매매액의 2.15%에 불과한 것이다.

계약금조에 해당하는 선금은 거래당사자들이 의논해서 정할 수 있지만, 통상 매매가의 10% 내외인 것을 감안하면 2.15%만 받기로 한 것은 그야말로 파격적인 계약이 아닐 수 없다. 바로 여기서도 자산매각책임자인 부인이 남편이 실제주인이 매입회사에 특혜를 준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기숙사를 헐값에 매각했다는 의혹과 동시에 매매대금납입도 너무너무 헐렁하게 해준 것이다. 중도금 역시 파격적이다. 중도금 납입기한은 매매계약 보름 뒤인 2023년 5월 10일이며, 납입금액은 7억원 으로 확인됐다. 즉 다운페이먼트와 중도금을 합해야 9억 원으로, 전체 매매대금의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9억 원을 낸 뒤 남는 돈은 84억 원, 계약서에는 84억 원을 6월 2일까지 납부하는 것으로 돼 있으며, 이 돈 완납과 동시에 소유권을 넘기는 것으로 돼 있다. 또 매매대금을 완납하는 날에 건물의 객실 109개를 <한온시스템>에 3년간 임대하는 계약을 체결하기로 합의했다. 방1개당 렌트비는 25만원, 관리비는 24만원이며, 보증금으로 1백만 원을 지급한다고 돼 있다. 이 매매계약서에는 매도자인 한온시스템을 대리해서 성민석 대표이사가, 매입자인 레지던스코리빙을 대리해서 배정아씨가 각각 서명 날인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 씨의 남편 배철수가 아니라 배씨의 형수 또는 제수인 미국 LA거주 배정아씨가 서명한 것이다.

돈 한 푼없이 150억 기숙사 꿀꺽

<한온시스템>이 법원에 제출한 임대합의서 역시 2023년 4월 24일 체결됐지만, 이는 임대계약서와는 다르다. 이 합의서에 따르면 임대기간은 자금 완납일인 2023년 6월 2일부터 2026년 6월 1일로 돼 있다. 즉 이 합의서에 따르면 2023년 6월 2일 완납과 동시에 임대계약이 체결됐어야 한다. 그렇다면 레지던스코리빙은 대금을 제때 지급했을까. 본보가 기숙사 건물을 등기부등본을 확인한 결과 레지던스코리빙은 잔금 84억 원을 약속한 날짜인 6월 2일에 지급하지 못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첫째, 소유권이전 등기일자가 2023년 6월 2일이 아니라, 2023년 6월 28일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매매계약서에서 대금완납과 동시에 소유권을 이전한다고 규정돼 있음을 감안하면, 6월 2일에 대금이 완납되지 못했고, 6월 28일에야 대금을 지급했음을 의미한다.

당초 계약보다 거의 한 달이 늦은 것이다. 둘째, 레지던스코리빙이 신한은행으로 부터 52억 4천만 원을 빌리고 근저당을 설정, 등기한 날이 6월 28일로 확인됐다. 52억 4천만 원을 대출받아서 잔금을 치렀을 것이 명백하므로, 대금완납일은 아무리 빨라도 근저당 설정일인 6월 28일을 앞설 수 없는 것이다. 셋째, 한온시스템이 1억9백만 원의 전세권 담보를 설정한 날이 6월 28일로 확인됐다. 또 전세권등기에는 존속기관이 2023년 6월 28일부터 2026년 6월 27일로 기재돼 있다, 매매계약서에 대금완납일로 부터 3년간의 전세계약이 시작된다고 규정돼 있다. 이를 감안하면 대금완납일은 6월 28일인 것이다.

쉽게 말하면 레지던스코리빙이 매매계약서의 대금지급 기일을 지키지 못한 것이다. 대금의 10%도 안 되는 9억 원만 지급한 뒤 90%가 넘는 잔금의 지불은 당초계약보다 한 달이나 늦어진 것이다. 매매계약서 제2조 5항에는 ‘매입자가 대금지불일자를 어길 경우, 매입자는 미납대금의 15%를 1년 기준으로 가산하며, 매도자에게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미납대금의 15%를 가산한 뒤, 이를 365분의 1로 나눈 후, 지연일자를 곱해서, 가산액을 지급해야 하는 것이다. 미납대금은 84억 원이므로, 이 돈의 15%는 12억6천만 원이다, 또 이를 365로 나누면 하루 지연가산금은 약 345만원이며, 26일이 늦었음을 감안하면, 레지던스코리빙이 한온시스템에 지불해야 하는 지연가산금은 8970만원에 달한다.

과연 한온시스템이 이 돈을 받았는지 궁금하다. 고소장 등에서는 93억 원만 받았다고 언급돼 있음을 감안하면, 김씨가 대금지급 지연에 따른 지연가산금도 받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다. 한 기업의 자금난, 불행이 딴 보따리를 찬 임원에게는 복덩이가 된 것으로, 곳간지기가 곳간을 털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앤컴퍼니가 알짜배기회사이며 집행위원제도 등을 통해 경영을 꼼꼼히 살핀다고 알려졌지만, 실제로는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던 셈이며, 자금난, 경영난을 어느 정도는 자초한 셈이 된다.

한온시스템이 공시한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김 전무 등 미등기임원중 최선임 전무로서, 1961년 4월생으로 덕성여대를 졸업했고, OCI에 근무했던 것으로 돼 있다, 김 전무는 한온시스템의 2024년 1분기 사업보고서 2024년 5월 기준 기업지배구조보고서등의 임원현황에 기재돼 있었으나, 2024년 3분기 보고서에서는 이름이 사라진 것으로 드러났다. 한온시스템이 고소장에서 2024년 3월까지 감사를 진행했다고 주장한 점을 감안하면, 2024년 중반께 사직 처리한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한온시스템은 김 전무를 고소하지 않았고, 올해 1월 주인이 바뀐 뒤에야 고소를 한 것으로 미뤄, 배임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매출은 10조인데 손실이 3344억

이 문제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도 있다, 만약 한온시스템이 경영상 주요사항으로 보이는 임원의 배임혐의를 매각협상대상자인 한국타이어에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위반에 해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만약 그렇다면 한국타이어가 매매계약 무효를 선언할 수도 있는 것이다. 계약무효선언 가능성은 낮겠지만 매각협상 중 배임혐의 등은 은폐는 이처럼 중대한 문제임은 틀림없다. <한온시스템>은 지난해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조5500억 원을 기록, 전년대비 3.8%, 직전분기대비 2% 성장함으로써, 2024년 한해 매출이 10조원을 돌파했고, 10조원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1343억 원으로, 지난 2023년 2836억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이에 따라 순손실이 무려 3344억 원으로, 2023년 589억 원 순이익에서 적자로 전환됐다. 바로 이 같은 상황을 고려, 지난 1월 1일부로 대주주로 올라선 한국타이어가 전직임원의 배임혐의에 대한 고소를 단행하고, 미국법원에도 소송을 제기하는 등 강도 높은 군기잡기에 나선 것이다. 한국타이어는 한온시스템의 자금난이 1~2년 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자체적인 낭비요소 줄이기와 내부단속에 나선 것이며, 그 시범케이스가 김 전무 배임의혹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한국타이어는 형사상 처벌은 물론 민사상 손해배상 등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 회사재산 훔치기에 경종을 울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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