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집권 2기] 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파국’ 만든 트럼프 외교정책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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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 나토국가들 ‘미국 외교정책 다시 보아야’
█ 젤렌스키 ‘한국 이승만 대통령의 한 수 배워야’
█ 일본 언론들 “동맹국으로서 신뢰성에 큰 의문”
█ 대만서도 트럼프 ‘현실주의’에 대한 우려 커져

‘대한민국의 안정보장 없이는 휴전협정 안된다’는 정책은 1953년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한국전쟁(1950-53) 정전협정에서의 입장이었다. 당시 전쟁을 끝내겠다는 공약으로 미국 대통령 이 된 아이젠하워는 이승만이 미국 주도의 휴전협정을 동의하지 않아 골치였다. 끝내 이승만 대통령을 하야시키는 ‘에버레디 계획’ 까지도 세웠으나 ‘반공포로 석방’ 이라는 초강수를 둔 이승만 외교에 결국 미국은 한미상호방위조약을 체결했다. 그후 한국의 안보가 어땠는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지난 2월 28일 우크라이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이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백악관 정상회담에서 당한 입장이 72년전 이승만이 당한 입장과 너무 나 유사하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승만의 ‘신의 한 수’를 배울 필요가 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한다. <성진 취재부 기자>

지금 미국의 외교정책은 지난 50년동안 미국이 전통적으로 지켜 온 기조와는 아주 다르게 굴러가고 있다. ‘우방’이란 개념도, ‘외교’라는 정책도 ‘아메리카 퍼스트’(미국 우선주의) 라는 바탕에서 단순한 고립주의가 아니라 거기엔 적극적 팽창을 통해 국익을 추구하는 측 면도 갖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두 국가의 이분법적 충돌

이번에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이 마지막 10분 만에 무너진 이유에 대하여 미국 정계는 물론 유럽 나토 동맹국과 동아시아의 일본 한국 대만 등 동맹국 조차도 어리둥절할 정도다. 이번 트럼프-젤렌스키 정상회담 파국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지 만 3년이 지난 4일째인 2월 28일 발생했다. 영국의 BBC 방송은 이번 사태를 이렇게 분석했다. 지난 2월 28일 미국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양대 정상이 아니라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JD 밴스부통령 등 두 명을 상대해야 했다. 처음에는 반시간 동안 친절한 대화와 형식적인 절차가 있었지만, JD 밴스가 “평화와 번영의 길은 아마도 외교를 통해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하면서 긴장이 고조되기 시작했다.

“외교”라는 단어에 대한 각자의 입장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에 젤렌스키는 “당신이 말하는 외교가 무엇인가? 그게 무슨 뜻인가?”라고 말했다. 그리고 러시아의 공격성을 언급하며, 3년 전 전면 침공에 앞서 있었던 실패한 2019년 휴전을 포함해 말을 이어갔다. 그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언급하며 “아무도 그를 막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자 대화는 눈에 띄게 긴장감이 돌았고, 밴스는 “당신의 나라의 파괴를 종식시킬 그런 종류의 외교”라고 답했다.

그 후 JD 밴스는 젤렌스키가 미국 언론 앞에서 상황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에 대해 무례하다고 비난했다. 밴스가 젤렌스키를 군사 문제와 징병제로 도발하자, 젤렌스키는 “전쟁 중에는 모두가 문제를 겪는다. 당신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당신은 아름다운 바다를 가지고 있어서 당장 느끼지 못하지만, 미래에는 느끼게 될 것이다”고 응수했다. 이 발언은 트럼프를 자극해 이전까지 젤렌스키와 부통령 간에 제한됐던 충돌에 트럼프를 끌어들였다. 젤렌스키는 나아가 트럼프가 전쟁의 공격자와 거래할 때의 도덕적 위험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젤렌스키는 트럼프가 러시아와 대화를 열고 신속한 휴전을 추구하려 함으로써 푸틴을 고무시키고 유럽을 약화시키며 우크라이나를 취약하게 만드는 근본적인 계산 오류를 꼬집었다. 트럼프는 전쟁을 두 집단 간의 이분법적 충돌로 묘사하는 경향이 있으며, 양측 모두 싸움과 그 원인에 대한 책임을 분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젤렌스키는 이러한 사고방식의 재앙적인 결과를 경고하려 했다.

그는 직접 트럼프에게 “러시아를 달래면 전쟁이 당신에게도 닥칠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트럼프는 큰 반발을 보이며 “우리가 무엇을 느낄지 말하지 마라. 그럴 위치에 있지 않다”고 소리쳤다. 그리고 “당신에게는 지금 유리한 카드가 없다”며 “수백만 명의 생명을 놓고 도박하고 있다”고 내 뱉었다. 이 장면은 젤렌스키가 트럼프에게 맞서길 원했던 이들에게 박수를 받을 수 있지만, 유럽의 전쟁과 평화의 시대를 결정할 수도 있는 순간이었다. 대화 후반부에 젤렌스키는 “전쟁이 시작된 이래로 우리는 혼자였고, 감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발언은 전쟁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낭비한다고 지속적으로 주장해 온 트럼프를 화나게 했다. 트럼프는 “당신은 혼자가 아니었다. 우리는 어리석은 대통령을 통해 당신들에게 3500억 달러(약 511조 6300억 원)를 줬다”고 바이든을 언급하며 말했다.

예측불가능한 트럼프의 외교 전략

밴스는 젤렌스키가 회의 중에 미국에 감사를 표했는지 물었고, 그가 작년 미국 선거 동안 ‘반대편’, 즉 민주당을 위해 선거운동을 했다고 비난했다. 이 발언은 젤렌스키가 11월 선거 를 몇 주 앞두고 조 바이든의 고향인 펜실베이니아주 스크랜턴의 탄약 공장을 방문한 것을 언급한 것이다. “제발, 전쟁에 대해 큰 소리로 말할 거라면…” 젤렌스키가 말을 시작했지만, 트럼프가 말를 자르며 “그는 크게 말하고 있지 않다”고 짜증을 내며 반박했다. 트럼프는 “당신의 나라는 큰 문제에 처해 있다”며 “당신은 이기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그리고 “당신은 우리 덕분에 상황이 괜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런 식으로 사업을 진행하는 것은 매우 어려울 것이다”고 트럼프가 말하면서 “태도가 바뀌기 전까지는 거래가 성사되기 힘들 것이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밴스는 젤렌스키를 질책했으며, 그의 ‘태도’에 가장 화를 냈다. 밴스는 젤렌스키에게 “그냥 감사하다고 말해라”고 요구했다. 젤렌스키는 3년 동안 침략으로부터 조국을 방어하는 동시에 푸틴이 분열시키려 했던 사회와 정치적 리더십을 하나로 묶으려고 노력해 왔다. 이번 정상회담처럼 트럼프에 맞서는 것은 궁극적으로 푸틴에게 패배하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고 BBC는 결론 지었다. 이처럼 트럼프의 새로운 외교전략에 대해 한국의 서울대 통일교육연구원의 이문영 교수는 “우아한 위선의 시대는 가고, 정직한 야만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의 새로운 세계 전략은 “유럽 아웃, 러시아 인, 차이나 다운”으로 요약되며, 이는 기존 나토의 기본 개념과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트럼프의 세계 전략 변화는 유럽 아웃, 러시아인, 차이나 다운으로 요약되며, 이는 기존 나토체제와는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이다. 미국은 러시아와의 경제 협력을 통해 중국을 견제하려 하며, 우크라이나의 자원, 특히 희토류를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힘의 정치와 강대국 중심의 질서로의 회귀를 의미하며, 한국 역시 이러한 국제 정세 변화에 대한 전략적 대응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트럼프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우며 기존의 국제 질서와는 다른 접근 방식을 취하는 대통령이다. 그는 미국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동맹 관계보다는 경제적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트럼프의 외교 전략은 예측 불가능하며, 때로는 파격적인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동맹 관계냐, 경제 실리냐

설전 끝에 파행을 맞은 미국-우크라이나 대통령 정상회담과 관련해 일본과 대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오랜 적대국인 러시아와 밀착하면서 유럽 동맹국과는 충돌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를 봤을 때, 동맹 내지 우호 관계인 아시아 국가와의 관계 역시 안심할 수 없다는 진단이 나온다. 일본 일간 아사히신문은 2일 사설에서 “이번 트럼프 정권의 대응은 가치관을 공유하는 동맹국으로서 미국의 신뢰성에 큰 의문을 던졌다”고 평가했다. 산케이신문도 이날 사설 에서 “영토와 주권을 지키려고 싸우는 동맹국을 우롱하는 듯한 트럼프 대통령을 보며 동맹국들은 위기감을 키웠을 것”이라고 했다.

아사히는 일본 내에서 진보 성향으로, 산케이는 보수 내지 극우 성향으로 분류되는 언론이다. 진영과 관계없이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회담에 대해선 같은 평가를 내놓은 것이다. 국제관계 전공인 히가시노 아츠코 쓰쿠바대 교수는 “일본과 유럽에 강한 교훈을 남긴 회담 이었다”며 “그동안 미국과 가치를 공유하는 파트너였던 유럽과 일본도 유사시 미국 없이도 버틸 수 있도록 상당한 준비를 해야 한다”고 아사히에 말했다. 국제관계 전문가인 빌 에모트 이코노미스트 전 편집장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배신은 동아시아에서도 일어날 수 있다”면서 “상식적으론 있기 어려운 발상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그랜드 바겐’(큰 거래)이 가능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 대가로 (다른 아시아) 동맹국을 깎아내리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가장 먼저 타겟이 될 곳은 미국의 군사적 지원을 받고있는 대만이다. 필리핀, 한국, 일본도 미국 의존의 취약성을 안고 있다”고 짚었다. 일본이 태도를 분명히 해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사히는 전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상당히 감정적인 대화였다. 외교는 감정싸움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트럼프-젤렌스키 회담을 평가한 것을 거론하며 “양측 모두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발언한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아사히는 “일본은 미국에 대한 우려와 우크라이나를 향한 연대를 보다 분명히 표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군사적 압박에 시달리는 대만에서는 ‘오늘의 우크라이나가 내일의 대만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천원자 대만 카이난대 교수는 “트럼프 대통령의 ‘현실주의’ 입장은 동맹국에 대한 미국의 약속이 절대적이 아님을 분명히 보여준다”며 대만이 자주국방 및 유럽·일본 등과의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연합보는 전했다. 익명의 한 전문가는 미국과 우크라이나 회담을 지켜본 중국이 향후 근시일 내 대만해협 주변에서 군사훈련을 하는 등 방식으로 트럼프 정부의 대만에 대한 입장 ‘간보기’에 나설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대만 등 아시아 국가와 우크라이나는 지정학적 상황, 미국과의 경제적 긴밀도 등에서 차이가 나 향후 전개가 다를 것이란 전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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