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탄핵 전 국무회의 흠결’이어 이번엔 ‘엉터리회의록’ 존재
█ 국무회의록 1자1획도 가감 첨삭은 불가함에도 ‘가감 첨삭’
█ 행안부, 2월 18일자 5차 회의록…이틀 뒤 다른 공문 전결
█ 최상목권한대행 마무리말씀 20일 회의록에 추가 조작의혹
비상계엄직전 일부 국무위원들의 환담에 대해 한덕수 국무총리등 당시 참석자들이 한 목소리로 ‘국무회의가 아니다.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다’고 주장하면서 국무회의 회의록에 관심이 쏠리는 가운데, 올해 개최된 제5회 국무회의의 회의록이 2개 존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개최된 1개의 회의에 대해 회의록이 2개나 존재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본보가 입수한 이 2개의 회의록은 모두 행안부 의정관이 작성한 것은 물론 정식 결재를 받은 문서로 확인됐다. 대한민국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인 국무회의의 회의록은 1자 1획도 가감 또는 첨삭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행정부차원의 감사는 물론 사법당국의 수사가 시급하다. 특히 행안부는 12월 3일 오전 국무회의를 51회로, 12월 4일 새벽 계엄해제회의를 53회로 명명, 회의록을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는 12월 3일 밤 비상계엄 전 국무위원 환담을 52회 정식국무회의로 조작하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치용 시크릿 오브 코리아 편집인>
계엄선포 다음날인 지난 2월 4일 오전 10시부터 10시 23분까지 정부 서울청사 및 세종청사국무회의실에서 영상회의로 개최됐던 2025년도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이 회의는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이 주재했으며, 조태열 외교부장관 등 14명의 장관 및 김석우 법무부차관,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 등 2명은 대리 출석하는 등 모두 17명이 출석했다. 또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간사로서 사회를 맡고 회의록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날 열렸던 국무회의록이 2개
하지만 본보 확인결과 2월 4일 오전 개최된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이 1개가 아니라 2개가 존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본보가 단독으로 입수한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보고’ 결재공문도 1건이 아닌 2건이고, 이 결재공문에 ‘붙임’된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역시 1건은 10페이지, 1건은 12페이지로, 각각 다른 회의록 2건이 첨부된 것으로 밝혀졌다.
한날한시에 개최된 1건의 회의, 그것도 대한민국 행정부에서 가장 중요한 회의의 회의록이 두 번의 결재를 받고, 그 회의록이 1개가 아니라 2개라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충격적인 일이다. 행정안전부는 지난 2월 18일 ‘2025년도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작성했으며, 이 공문의 번호는 ‘의정담당관-769’이며, 주무관은 이근억, 의정담당관은 김상춘, 의정관은 김한수로 기재돼 있고, 김한수 의정관이 이 공문을 전결했다고 돼 있다. 이 공문의 내용은 ‘1, 국무회의 운영관련입니다. 2. 2025년도 제5호[2.4] 국무회의 회의록을 붙임과 같이 보고합니다. 붙임 2025년도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1부 끝’이었다.
하지만 바로 이틀 뒤인 2월 20일 똑같은 제목의 공문이 작성됐다. 다만 이 공문의 번호는 ‘의정담당관-824’로 기재돼 있어, 제목은 같지만 새 번호가 부여된 공문임이 명백하다. 주무관은 이근억, 의정담당관은 김상춘, 의정관은 김한수이며, 김한수 의정관이 이 공문을 전결한 것으로 돼 있다. 공문제목과 공문내용은 2월 18일 공문과 정확히 일치했다, 희한한 것은 ‘붙임 2025년도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1부 끝’이라고 기재한 뒤, 다시 그 아래인 ‘붙임 1. 250204 제5회 국무회의록 (서울-세종)이라고 기재했다. 회의록 첨부라는 똑 같은 내용을 두 번 반복한 것이다. 이는 동일한 국무회의에 대해 이틀간격으로, 공문번호가 다른 2건의 공문서를 작성, 결재를 받았지만 내용은 완전히 동일한 것으로, 2개의 결재문서, 2개의 회의록이 존재함을 너무나 잘 보여주고 있다. 특히 본보는 2월 18일 김한수 의정관이 결재한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및 2월 20일 김한수 의정관이 결재한 제5회 국무회의 회의록 등 2건의 회의록도 입수했다.
동일한 회의인데 회의록은 각각
2월 18일 김한수의정관이 결재한 회의록은 10페이지 분량이었고, 2월 20일 김한수의정관이 결재한 회의록은 12페이지 분량이었다. 이 2개 회의록의 첫 페이지는 똑같았다. 일시 장소가 동일했고, 상정안건도 대통령령안 10건, 일반안 2건 등 총 12건으로 일치했고, 참석자현황중 구성원과 배석자 출석여부도 모두 동일했다. 또 국무회의는 관련규정대로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사회를 봤고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10시에 개회됐다고 기재돼 있다. 2개 회의록 모두 10페이지까지는 사실상 일치했다. 회의록 4페이지 중반까지는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의 개의선포와 모두말씀이 기재돼 있었고, 그 뒤부터는 12개 안건에 대해 담당부처 장관이 제안 설명을 했으며 12개 모든 안건에 대해 토의에서 이견이 없었고, 12개 모두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기재돼 있다.
이처럼 일사천리로 원안대로 의결하다보니 12개 안건을 모두 통과시키고 회의를 끝낸 시간이 10시 23분, 즉 23분 만에 12개 안건 심의가 끝난 것으로, 1건당 심의에 2분도 걸리지 않았다. 문제는 12개 안건을 통과시킨 이후였다. 2월 18일 김한수의정관이 결재한 회의록에는 12번째 안건에 대해 이견 없이 원안대로 의결한 뒤,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제5회 국무회의 산회를 선포했다고 돼 있다. 그리고 (10시23분 산회)라며 산회시간을 분명히 적고 있다. 하지만 김한수의정관이 2월 20일 결재한 회의록은 이와 다르다. 이 회의록에는 ‘12번째 안건에 대해 이견 없이 원안대로 의결됐다고 기재했으나, 바로 그 뒤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산회를 선포했다는 문구가 나오지 않았다. 12번째 원안의결과 산회선포사이에 뜬금없이 다른 내용이 들어왔다.
의정관이 사회를 보고 회의록을 작성했다는 것으로 미뤄 이는 김한수의정관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김의정관이 작성한 동일한 회의의 회의록이 각각 다른 것이다. 2월 20일 회의록에 12번째 안건 원안의결과 최대행의 산회선포사이에 추가된 내용은 ‘구두보고 및 협조사항’이라는 제목아래 고기동 행정안전부 차관과 유인촌 문화체육부장관의 발언이 기재됐다. 사실상 이들 2명의 발언이 안건 1건당 심의시간보다 더 걸린 것으로 추정된다. 고기동차관은 ‘범정부차원의 설 연휴 안전관리 특별대책기간에 해당계획을 철저히 시행했다’며 설 연휴 각종사건사고, 응급의료체계 가동여부 등을 비교적 상세히 설명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또 고 차관에 이어 유장관이 ‘2월 7일부터 14일까지 중국 하얼빈에서 동계 아시안게임이 열리며, 문체부 장차관이 우리선수들을 격려하는 등 지원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고 말했고, ‘국립박물관 증축공사현장에서 불이나, 소장 문화유산 일부를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로 이동했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즉 2월 18일 회의록에는 찾아볼 수 없었던 고기동차관과 유인촌장관의 발언이, 2월 20일 회의록에는 ‘구두보고 및 협조사항’으로 추가된 것이다. 특히 2월 18일 회의록과는 달리 ‘마무리말씀’이라는 제목의 최상목 권한대행의 말도 새 회의록에 포함됐다. 최 대행은 ‘1분기 민생과 경제 관련, 대행정부에서 조치할 수 있는 건 빨리 조치하자 말씀드렸으니 이번 주 중으로 정리해 주시면 국조실이나 기재부에서 부처별로 정리를 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그리고 산회라는 제목 하에 최상목 대통령권한대행이 제5회 국무회의 산회를 선포했다고 적은 뒤.(10시 23분 산회)라고 기재했다.
최상목권한대행 마무리말씀도 추가
결국 2월 20일 회의록에 약 2페이지, 당초 분량 10페이지보다 20% 가까이가 추가됐다. 국무회의는 대한민국 행정부의 최고회의로, 그 회의록은 단 1자, 1획도 첨삭돼서는 안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일한 회의록을 각각 다른 내용으로 두 번이나 결재를 받고, 회의록의 20% 가까이를 추가했음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천만다행으로 안건 12건 심의 등에 대해서는 2개 회의록이 모두 동일했다. 또 다를 수도 없는 것이 12건 모두 약속이나 한 듯 국무의원들이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고, 그래서 원안대로 가결됐다. 뭐 여기까지는 빼고 보태고 할 것도 없는 셈이다.
이견이 없어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는지, 그저 국무위원들이 담당부처가 충분히 심의했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거수기 노릇만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른 점은 ‘구두보고 및 협조사항’이라는 점에서, 본안심리는 다르게 기재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다. 하지만 대통령권한대행의 마무리 말씀이 새 회의록에서 추가됐음에도 2월 18일자 결재 회의록에는 누락됐다는 점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국무회의 회의록은 조선시대로 따지자면 사초와 같은 것으로, 1자 1획도 첨삭돼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다르게 기록된 것이 무엇인지와 관계없이, 서로 다른 2개가 작성됐다는 것 자체가 대한민국정부의 근간을 무너뜨린 것으로 추정된다. 이처럼 동일한 날에 개최된 국무회의 회의록이 2개나 작성된데 대해서는 행안부가 아닌 대통령 권한대행 책임 하에 철저한 조사가 진행돼야 하며, 국민이나 시민단체는 이를 고소, 고발, 사법당국의 수사를 통해 진상을 규명해야 할 것이다. 나라가 얼마나 기강이 해이해졌으면 도대체 이런 일이 발생할 수 있는가.
비상계엄선포 국무회의록도 2개
본보가 최근 10여회의 국무회의록 결재 및 첨부회의록을 살펴본 결과, 제5회 국무회의처럼 2개의 회의록이 작성된 것은 단 한 번도 없었다. 현재 국무회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의 쟁점중 하나이다. 비상계엄직전 일부 국무위원들의 환담에 대해 행정안전부는 지난 1월 23일 윤대통령 탄핵사건을 심리중인 헌법재판소에 ‘12월 3일 비상계엄선포관련 회의록은 작성하지 못했다’고 공식 회신했었다. 또 행안부는 지난해 12월 10일 대통령실에 ‘국무회의의 시작과 종료시간, 참석자’등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대통령실은 ‘계엄선포와 관련해 발언요지가 없다’고 회신했다. 하지만 대통령실은 국무회의여부가 탄핵심판핵심쟁점으로 부상하자 뒤늦게 강의구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이 작성한 내용을 행정안전부에 전달, 회의록을 작성케 했다는 것이 검찰 비상계엄특별수사본부의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강 씨는 안견명에 ‘비상계엄선포안. 제안이유에 ‘헌정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밤 10시부로 비상계엄을 선포하려는 것’이라고 적었고, 국무위원 발언요지에 대해서는 ‘보유하지 않고 있다’고 기록했다는 것이다. 국무회의에는 행정안전부 의정관이 사회를 보고 회의록을 작성해야 하지만, 의정관은 연락을 받지 못해 참석하지 못했고, 강 씨 역시 이날 모임에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이를 작성한 것이다. 행정안전부가 대통령실에 국무회의에 대해 문의하고 내용을 알려달라고 요구한 것 자체가 규정위반이다. 특히 행정안전부는 비상계엄직전의 국무위원환담을 국무회의로 간주하려한 정황도 여실히 드러났다. 행정안전부는 계엄당일인 2024년 12월 3일 오전의 국무회의는 2024년도 제51회 국무회의로, 계엄을 해제한 12월 4일 새벽의 국무회의는 제53회 국무회의로 각각 명명하고 회의록을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행정안전부의 이 같은 행위는 12월 3일 오전과 12월 4일 새벽 사이에 국무회의가 한 번 더 있었다고 주장한 것이다. 즉, 이는 12월 3일 밤 계엄선포직전의 국무위원 환담을 제51차 회의와 제53차 회의에 끼워 넣어, 이 회의를 제52차 국무회의로 만든 것이다. 현재 51차, 53차 회의록이 작성됐으므로, 행안부가 비상계엄전 회의를 52차 회의로 간주한 것은 명명백백하다. 따라서 누가 이 형식적 실체적 흠결이 있어 국무총리도 국무회의가 아니라고 밝힌 환담을 국무회의로 둔갑시키려 했는지, 사법당국의 수사가 절실하다. 아울러 정말 말도 되지 않는 동일한 회의에 대한 2개의 회의록에 대해서도 엄정하고 신속하게 살펴봐야 할 것이다.